극I 성향 의사 선생님의 인생 2막 도전 - 조혜영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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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장 STORY - 조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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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1막. 의대생이었지만 자존감은 바닥

 

얼마 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지역모임 나눔자료에 실린 글에서 청주교대 이혁규 교수님은 “윤석열의 실패”를 통해 “우리 교육의 참담한 실패”가 드러났다고 했다. 나 또한 대학생이 된 직후, 나의 내면에서 그와 같은 실패를 읽을 수 있었다.

 

의과대학에 합격하며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나마 가지고 있었던 의사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내 마음은 희망과 포부보다는 학업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집을 떠나 낯선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대인공포증이라 할 만한 심리적 어려움에 압도되는 상황이었다. 자존감과 자신감은 바닥이었고 의사소통 능력은 꽝이었다. 내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생각해 봤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니 내 삶은 온통 경쟁에 지배되어 있었다. 나의 가장 큰 과제는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다른 친구들보다 시험을 더 잘 보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가족들은 하루 종일 말을 걸지 않기도 했다. 공부 말고도 다른 중요한 일상들이 있었을 텐데, 나는 그런 것들로부터 동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사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에 주입식 교육이었기에 암기 과목들은 그런대로 점수를 낼 수 있었지만, 사고력이 필요한 수학이나 과학은 점점 어려워졌고, 결국 수포자, 과포자가 되어 공부를 못한다는 열등감만 쌓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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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육의 참담한 실패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말씀을, 집에서는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들으려 노력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할수록 이유를 몰라 답답했다. 그러다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선배와 친구들을 만나 내가 받은 교육의 문제점, 사회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게 되었다. 그제서야 내가 왜 그렇게 심리적으로 불행한 처지에 놓였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때까지 나에게 이루어졌던 교육은 결국 ‘나’라는 개인에게서 참담한 실패로 드러났다. 교육에 책임 있는 누구도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위로해 주지 았았고, 그 실패조차도 나의 개인적인 문제로만 인식되는 현실이 억울하고 화가 났다. 그리고 그것이 나한테만 일어난 실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교육 실패의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변화, 사회의 민주화가 꼭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것이 내가 첫 번째로 의식의 알껍질을 깨고 나온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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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는 찌들지 않되, 경쟁력은 키워줘야?

 

학교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후, 결혼을 하여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 엄마가 되자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되었다. 아이들이 나처럼 ‘경쟁’에 찌들지는 않기를 바랐지만 ‘경쟁력’은 키워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쟁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아이들을 ‘경쟁력’ 있는 인간으로 키우는 것을 ‘잘’ 키우는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내가 대학 다닐 때 생긴 ‘전교조’도 있고, 세월도 많이 흘렀으니, 내가 받았던 교육보다는 훨씬 더 나은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첫째 아이, 둘째 아이를 학교에 보내 보니 교육은 더욱 경쟁적이 되어 있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앞세워 서로 겨루고 있는 듯 했다. 너도 나도 아이들을 인서울, SKY 대학에 보내기를 꿈꿨다. 선행교육을 위한 사교육 광풍이 교육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선행 광풍에 휘말리지는 않았지만 ‘경쟁력’을 키워 주기 위해 유명 대학에서 하는 영어 캠프나 사고력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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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과 욕망 사이

 

적지 않은 돈을 썼음에도 아이들은 영어를 좋아하지 않았고 생각하기를 특별히 즐기지도 않았다. 나도 모르게 자꾸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우리 아이들이 뒤처진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신기하고도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아이들이 자라가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맛보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이 일은 어느새 가장 긴장되고 스트레스가 많은 힘든 일이 되어 버렸다. 막연한 걱정과 불안을 안고 소망인지 욕망인지 모를 기대감으로 아이들을 대하니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해 주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나의 내면은 주로 불안과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로 들끓었던 것 같다. 나는 교육 때문에 또 길을 잃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는 채로 답답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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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진짜 학교를 만났다

 

그러던 어느날 신문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진다는 광고를 보았고, 다음날 송인수 선생님의 라디오 인터뷰를 듣게 되었다. 정신이 번쩍 나고 반가웠다. 이 문제를 해결할 희망이 있다니!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든 사람들이 있다니! 당장 다음 카페에 회원 가입을 하고 바로 후원회원이 되었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었다. 강의는 단체에서 마련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인 <등대지기학교>였다. 그리고 카페 강의 후기란에서 강의 들은 소감을 올리는 다른 회원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집과 병원만을 왔다 갔다 하며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살다가 모르는 사람들과 인터넷으로나마 소통을 하게 된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상반기, 하반기에 한 번씩 하는 강의를 열심히 듣다가 한 세 번째 쯤인가 온라인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등대지기학교 졸업여행을 시작으로 현장에 나갔다. 인터넷 상에서 돌베개, 영혼의 닻, 억새풀, 풀꽃, 인간수업 중 등의 닉네임을 쓰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니 감개가 무량했다. 그렇지만 그때부터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극소수의 친구들과 가족들만을 만나며 극히 폐쇄적으로 살다가 낯선 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로 소통하고 어울린다는 게 너무나 힘들게 느껴져 두렵기까지 했다. 나로서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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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전 증후군

 

그리고 이 단체의 행사에 참여하면 그 특징이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으면 되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과 함께 자꾸 뭘 생각해야 하고, 글로 써야 하고, 말을 해야 했다. 사지선다형 시험에 주입식 교육을 열심히 받고 항상 혼자 공부를 하던 나로서는 훈련이 되지 않은 능력이었다. 사고가 느려서 판단이 빠르지 않고 그러다 보니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서툴러 당황스럽고 나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걱정스러워 자신감도 떨어지고 부끄럽고. 그럴 때는 속으로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인가 후회도 하고 다음에는 오지 말아야지 다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가능한 한 모임에 참석하려 노력했다. 그건 우리 아이들까지도 잘못된 교육의 피해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엄마인 내가 뭐가 잘못된 건지,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 건지 알려면 교육전문가들도 만나고 다른 엄마들도 만나야 했다. 교육의 변화를 위해 힘을 보태기 위해서는 이전과 많이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모임에 나가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느리들이 추석이나 설이 다가오면 걸리는 ‘명절 전 증후군’처럼 모임을 가기 전날부터 모임 당일 참가까지 나타나는 긴장감과 심리적 압박감은 ‘모임 전 증후군’이라 불러도 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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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는 능력을 이길 수 있나

 

특히 등대장으로서 지역모임을 이끄는 것은 나에게는 정말 커다란 도전이었다. 만일 내가 살던 지역에서 모인 사람이 많았더라면 내가 등대장을 할 일은 없었을 텐데 내가 가장 먼저 참가한 1인이었기에 등대장이 되었다. 두 명이 세 명이 되고 지금은 각각 일곱 명, 다섯 명으로 두 지역모임이 되었는데 한 모임에서는 등대장, 다른 한 모임에서는 총무를 맡고 있다.

 

낮은 자존감에 의사소통 능력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모임을 이끌어 갈까? 나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과 바꿔 나가려는 의지뿐인데.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잘하고 싶은 마음은 넘쳤지만 자신이 없었고 긴장이 됐다. 모임이 끝나고 나면 내가 잘못한 것들을 자꾸 되새기면서 괴로워하곤 했다. 왜 이런 걸 한다고 이렇게 힘들게 사나 싶어 그냥 그만두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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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학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그렇게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연 나는 달라졌을까? 지금은 모임 전날에 기대와 설렘이 있어서 좀 울렁거리기는 해도 ‘모임 전 증후군’ 같은 불안과 긴장 증상은 없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가 모임을 하고 나면 심리적 에너지가 충전되는 듯 뿌듯함이 느껴지고 힘이 난다. 모임을 하는 시간에도 참가 회원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내 의견도 편안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아진 것은 나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도 예전과 같이 나의 욕망을 투사하지 않으니 진심으로 아이들을 존중하고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나는 인생 2막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학교를 만나 빡센 공부를 해왔던 것이다. 이 학교는 ‘입시경쟁 교육에 대한 고통으로 죽는 아이들이 단 한 명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학부모들과 교사들을 교육시키고, 생각하게 하고, 토론하게 하고, 연대해서 행동하게 했다. 이런 교육을 받으며 공부한 덕에 인생 1막에서 받은 사지선다형 시험과 주입식 경쟁교육이 내게 남긴 실패로 인한 상처를 많이 치유하고 거듭나는 수준으로 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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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막. 토론하고 연대하는 할머니로

 

내가 만일 인생 1막에서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면 나는 어떤 인생 2막을 살았을까? 아이들이 받았으면 하고 우리가 바라는 교육이 바로 이런 교육이 아닐까?


경쟁교육은 내가 경험한 것처럼 개개인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윤석열처럼 ‘높은 자신감’과 ‘낮은 자존감’을 가진 엘리트들을 길러 내어, 결국 우리 공동체 전체를 파괴하는 엄청난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12.3 내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교육의 변화를 미뤄서는 안 될 것 같다.


내 인생 3막은 우리 손자손녀들이 진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만난 인생 친구들과 함께, 계속 공부하고 토론하고 연대하며 실천하는 할머니들로 살아가는 이야기로 이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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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중 선생님을 더 깊이 만나고 싶다면 <인터뷰> 믿으면 잘 될 거란 기대도 내려 놔야 

😊 조혜영 선생님의 자녀 이야기도 궁금하다면 <인터뷰> 이게 정말 교육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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