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교사의 우당탕탕 세 아이 '집 공부' - 교사맘

202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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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장 STORY - 교사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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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사교육 없는 세 자녀 육아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교사로, 초등 아이들 셋을 사교육 없이 집에서 공부시키고 있습니다. 초등교사라 집 공부는 쉽겠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도 똑같은 직장인이고 아이 셋을 키우는 맞벌이 부모입니다. 아침엔 우당탕탕 출근과 등교로 바쁘고, 학교에서는 학교와 나를 일체화해 몸과 마음을 쏟아붓습니다. (심지어 10시간 근무)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면, 곧장 싱크대로 향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공부, 준비물, 감기 기운이 있으면 약, 챙겨야 할 일정을 확인합니다.

 

맞벌이 세 자녀라 집 공부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희 부부가 초등 교사다보니, (중・고등과정은 겪어 보지 못해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초등 과정을 위해 차마 사교육은 못 시키겠고, 사교육비를 지불하는 것도 용납이 되지 않는달까요? 또, 연구자로서의 믿음도 있었습니다. ‘초등 공부는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오히려 집에서의 자기주도 학습 경험이 더 중요하다, 선행보다는 현행과 심화가 탄탄한 바탕이 된다.’

 

집 공부의 장점은 많습니다. 아이들의 학습 과정,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학원을 오가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지 않으니 아이들이 좀 더 쉴 수 있습니다. 부모가 라이딩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보강 잡을 필요 없이, 가족 여행이나 일정에 맞춰 공부 시간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집 공부는 돈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집 공부를 위해 제가 실천한 것들을 써 보려고 합니다. 집 공부가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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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있을 자리에는

 

아이들 셋을 앉혀 놓고 집 공부를 하려면 그에 맞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유아기일 때는 편안하게 앉아서 그림책을 볼 수 있도록 독서 소파를 두었고, 공부나 학습을 위한 테이블을 두지 않았습니다. 책상보다는 편안하게 뒹굴 수 있는 공간이 우선순위였습니다.


그런데 집 공부를 하려면 다 같이 모여 앉아 공부할 장소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양육자가 공부를 한꺼번에 체크할 수 있죠. 각자 방에서 공부한다면 양육자가 세 방을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다 같이 모여 있고 학습을 하는, 교실 같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아늑하게 책 읽을 수 있는 공간과 나란히 앉아 공부할 수 있는 공간. 둘 다 갖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저희 집이 인구에 비해 작습니다. 책을 마음껏 읽을 공간이냐,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냐를 놓고 저울질하다 아이들이 모두 초등학생이 된 후에는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쪽에 무게 중심을 두었습니다.


거실 한 가운데 큰 테이블을 놓고 식탁과 겸하여 쓰고 있습니다. 보통의 거실이라면 TV가 있을 자리에 유리형 화이트보드를 설치했습니다. 저는 이 인테리어에 요즘 유행하는 ‘거실의 서재화’가 아닌, ‘거실의 교실화’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비록 출발의 에너지로 가득 찬 진짜 학교 교실과는 달리, 늘어지고 싶고 쉬고 싶은 저녁 시간대에 공부를 하게 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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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학 안 갈 건데


갑자기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첫째: 저는 서울대요!

막내: 에이, 어떻게 그 어려운 서울대를 가?

첫째: 열심히 하면 갈 수 있어!

막내: 그래? 그럼 난 하버드! 누나는?

둘째: 나? 난 대학 안 가.

 

둘째가 대학을 안 가겠다는 이유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 공부 어려울까 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죠?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공부 어려울까 봐 공부하죠?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 시험 봐야 하니까 공부 열심히 하죠? 대학교 때는 좋은 회사에 가야 하니까 공부 열심히 하죠? 근데 저는 패션 디자이너가 될 거라 회사에 안 갈 거거든요. 그러면 굳이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어요.”


“패션 디자이너도 패션 회사에 들어가야 할 거 아니야?”


“패션 회사는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해야 하잖아요. 뭐 영수증도 써야 하고, 서류도 만들어야 되고…. (이런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저는 회사에서 시키는 거 말고, 제가 직접 옷 만드는 가게를 할 거거든요. (자기 브랜드를 갖겠다는 말) 그러니까 굳이 회사에 갈 필요 없고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 그런데 엄마가 최근에 읽은 책이 있는데. 그 작가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싶은데, 유명해지기 전에는 돈을 많이 못 벌잖아. 또 일이 있을 때는 돈을 버는데, 없을 때는 못 버니까 버는 돈이 많았다가 적었다가 하잖아. 그래서 일주일에 3번은 청소 일을 하고, 2번은 그림을 그리거나 강연을 가거나 하더라고. 그런데 청소 일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어서 좋대. 그래서 책 제목도 『그만둘 수 없는 마음』인가 봐. 너도 네 가게나 디자인이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거야. 엄마는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 청소 일 하면서 돈도 벌고, 내가 좋아하는 일도 계속하는 거잖아.”


“음… 아르바이트하기는 좀 힘들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엄마는 너희가 대학 졸업하고도 엄마, 아빠 집에서 살면 방값, 음식값 다 받을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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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기만의 시간표가 있다

 

대학을 꼭 가야 하는 건 아니죠. 가지 않겠다는 아이를 굳이 보내고, 비싼 학비를 투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 경제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4년 학비만큼은 지원할 생각입니다. 대학을 가든 안 가든, 경제적 지원은 그만큼만 하고 끝내겠다는 명확한 결승선이 있습니다. 그 결승선까지 돈도 준비해야겠지만, 자발적인 독서 습관, 경제에 대한 관심,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자립심, 넓은 세상과 다양성에 대한 감각 - 이런 것들이 저희 가정 속에서 배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을 안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둘째(초4: 수학50분, 영어30분)의 집 공부 시간표를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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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서울대를 가겠다는 첫째(초6: 수학70분, 영어30분)의 집 공부 시간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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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이고, 수학을 70분, 영어를 30분 공부합니다. 방과 후 수업은 (세 아이 모두) 다 예체능 관련이고, 학교 숙제 이외에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같이 저녁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때론 친구들과 놀고 올 예정이면 일정을 조금 변경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버드를 가겠다는 막내(초2: 수학30분, 영어50분)의 집 공부 시간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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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학 ‘공부’(문제집 풀기)는 초2 겨울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첫째, 둘째는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고요. 하지만 첫째는 입학과 동시에 수학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졸랐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는 첫째가 주말에 받는 게임 시간이 제일 많으니, 동생들도 “나도 공부 더 하고 게임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하더라고요. 그리고 막내만 영어 공부가 50분인 이유도, 화상 영어 사이트에 포인트를 쌓아서 학교에서 주는 스티커를 받으려고 그러는 거랍니다. (외적 보상에 대한 반응이 큰 아이라 조금 고민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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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안 가도 ○○는 당연히 하는 것

 

하버드를 가든, 서울대를 가든, 대학을 안 가든 공부는 당연히 하는 겁니다. ‘저렇게 공부해서 서울대를 갈 수 있나?’하는 의문이 드실 수 있겠죠. 제 생각에… 저렇게 공부해서는 당연히 못 가지 않을까요? 하지만 집 공부는 멈추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건 효율이 떨어지니, 중고등학생 때 진짜 가고 싶다면 그 목표를 위한 공부가 필요하겠죠.

 

지금은 특별한 목표(학원의 레벨테스트 통과나 특정 학교 진학을 위한 공부 등)를 위해 공부하는 건 아닙니다. 학원에 안 가니 레벨테스트를 볼 일이 없고, 학원 숙제도 없고,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니 지금 정도의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초등 시험 점수(단원평가 등)는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척도로 활용합니다.


또, 집 공부는 돈이 거의 안 들기 때문에 (화상 영어는 주 2회 월 6만 원 정도입니다.) 저는 대학을 안 간다는 말 앞에서도 “그래라”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마음의 여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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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가 안 드는 삶’의 여유

 

학원비가 안 드는 삶은 확실히 여유롭습니다. 저도, 아이들도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입시에도 관심이 생기겠지만, 입시와 관계없이 꾸준히 공부를 하는 이유는, 초등 시절의 공부 습관과 공부에 대한 정서, 태도가 평생의 삶에서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에게 소개해 준 『그만둘 수 없는 마음』의 김가지 작가님처럼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에 재능이 없어도, 유명하지 않아도, 방법을 찾아서 계속 해내 갈 수 있기 바랍니다. 돈이나 남들의 시선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쓰면서 살아가지 않았으면 하고요. 언제나 내 마음을 살피고 보듬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에 귀 기울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먼저는 스스로가 행복하고, 다음으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행복과 여유가 흘러갈 것입니다. 그것이 성공이고 잘 사는 삶 아닐까요? 초등 집 공부의 목표는 입시의 성공이 아니라 인생의 성공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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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부모, 모두를 위한 시간

 

집 공부를 맡은 양육자는 사실 매우 피곤하고 힘듭니다. 저도 하루 종일 일했고, 집에 오자마자 부엌으로 직행하여 아이들의 저녁을 챙겼으며, 밤에는 말하기도 서 있기도 싫은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뿐만 아니라 세 아이들의 의욕을 일으켜야 하지요.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까지 해야 하잖아요? 이건 투잡도 아닙니다. 저녁마다 무보수로 하는 일이지만 직업 못지않은 책임과 역량이 요구되는 봉사 활동입니다.

 

하지만 집 공부가 자녀의 인생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모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우선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통해 부모의 마음이 드러납니다. 불안과 걱정, 초조함, 부담, 두려움, 욕심으로 점철된 그 마음이요. 그런 마음을 스스로 헤아리고 보듬으며 하루하루 나아갑니다.


또, 집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 나누는 대화가 쌓입니다.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기 전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며 크고 강력한 기준점을 얻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돌보는 게 비록 어렵지만 더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이 시간이 그리울 것 같고, 그때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한 집에 있었던 걸 잘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남편이 저와 결혼하기 전, 조금 일찍 결혼한 친구가 장난처럼 물었다고 해요.

“자네, 정녕 이 길을 가려는가?”

집에서 공부를 시키고 있는 분들에게 저도 같은 질문을 던져 봅니다.

“정말 이 길을 가시렵니까?” 아니, “이 길을 함께 가지 않겠습니까?”

이 길을 가기로 결심했고, 이미 걷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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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북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시즌1>에서 교사맘의 이야기를 자세히 만나보세요. 

😊 브런치북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시즌2>에는 수학 집 공부 이야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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