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조금 더 미뤄도 되지 않을까 - 김재은

2026-03-25
조회수 202

오늘의 성장 STORY - 김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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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을 보내야 할까말까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부모로서 선택의 갈림길을 마주할 때가 있다그중 하나가 학원을 보내야할까아니지금처럼 보내지 않고 조금 더 두어도 되지 않을까?”하는 고민이었던 것 같다.

 

건강하고 해맑게 자라는 녀석들을 보며 감사한 마음도 컸지만, 사랑만 해준다고 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어 갈팡질팡했다. 이것이 내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이 된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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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격적인 시험 결과

 

지나와서 생각해보니, 이렇게 갈등하는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몇 가지 사건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그때는 학기마다 중간·기말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시험을 쳤다. (지금 초등생들에게는 없어진 제도다.) 초등 1학년 2학기 때, 국어, 수학 과목 시험을 쳤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이제 막 한글을 읽기 시작한 아이들이 얼마나 질문을 이해하고 시험을 치렀을까 싶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 반 25명 중에 9명이 두 과목 모두 100점을, 10명이 1개 정도 틀리는 성적을 받았던 것이다.

 

이 결과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이 문제를 읽고질문의 의도를 파악해 하나 같이 정답을 찾는다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만점을 받는 이런 기괴한 시험결과는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 결과가 도장처럼 아이의 앞날에 찍혀 그대로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겨우 초등 2학년 때까지였다. 초등 3학년 쯤 되니, 그 아이들의 성적이 조금씩 흔들렸다. 초등 5학년 쯤 되니 만점자가 학년에 한두 명 정도였다. 지금 돌아보면 겨우 2년 정도 짧은 시간이었는데, 만점자 대열에 내 자식이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는 조바심에 자존심이 상하고 불안했었다.

 

물론 엄마들 사이에서 만점자가 되는 비법이 있기는 했다. 시험대비 문제집을 3권 정도 풀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도 그렇게 시켜볼까 잠시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시험 기간에 슈퍼에서 만난 같은 반 엄마의 퀭한 얼굴을 보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고 말았다. 당시 나는 또래 아이들이 많은 아파트에 살았는데, 시험기간이 되면 놀이터는 텅 비고, 배달음식을 나르는 오토바이만 단지를 가로질렀다. 아이들을 붙잡고 시험 공부시키느라 지친 엄마들이 밥을 할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초등 1학년 성적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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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사이의 90눈물 

 

나는 공부에 대해서 내 또래들과 조금 다른 경험이 있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을 받지 않으면 엄마에게 호되게 혼이 났었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90점짜리 시험지가 아직도 어른거린다. 그 시절은 집에서 공부를 봐주는 엄마가 아주 드물었지만, 나는 집에서 ‘아이템플’이라는 학습지를 받아 풀었고, 수학 문제집도 엄마가 별도로 한 권 더 챙겨 채점하고 관리하였다. 중학교 때 책상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던 이후로, 엄마는 내 의자 뒤에 앉아 뜨개질을 하며 내 공부를 감시했다.

 

엄마의 관리는 정말 끔찍했다졸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잠은 더 쏟아졌다엄마가 화가 나서 찢어 던진 문제집을 주워와 다시 테이프로 붙였다눈물이 나서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눈물을 삼켜가며 다시 수학문제를 풀었다잘못했다고 빌고 빌어 겨우겨우 엄마의 폭력을 멈추게 했던 아팠던 기억들이 아직도 엄마와 나 사이에 있다

 

그날 슈퍼에서 만난 아이 친구 엄마의 지친 모습에 어린 시절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친정 엄마가 겹쳐졌다. 그래서 뒤쳐질까 조바심은 낫지만, 결국 ‘문제집 세 권을 풀리기’라는 비법은 사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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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어요저희 학원에는 들어갈 반이 없네요

 

나는 아이들을 공부로 밀어붙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학습에 관심이 없는 학부모도 아니었다. 집에서 학교 수업을 복습하는 정도로만 ‘엄마표 학습’을 이어갔다. 조심스럽게. 그러다보니 “학원은 언제부터 보내야할까?”를 늘 고민했다. ‘한계에 부딪치면 학원을 보내리라.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나와 아이들과의 관계를 성적과 바꿀 수는 없다.’ 나에게 ‘과도한 학습 강요’는 곧 관계를 일그러뜨리는 일이었다. 이런 마음 덕분에 조바심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가 초등 6학년 때, 처음 수학 학원 상담을 다니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제껏 안 보내시고 뭐하셨어요? 늦었어요. 저희 학원에는 들어갈 반이 없습니다.” 학원 상담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내 아이에게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변 지인들은 이래서 3, 4학년 때부터 선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학원 상담을 열 군데쯤 다녀보고 알게 되었다. 내 아이가 선행학습이 안 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학원 프로그램이 5학년을 데리고 중학교 수학을 가르치고 있으니, 6학년인 우리 아이가 6학년 과정을 배울 반이 없다는 뜻이었다이것이 “저희 학원에는 들어갈 반이 없습니다.”의 진짜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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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과 문해력의 상관 관계

 

선행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은, 6학년이 6학년 과정을 배우러 학원을 가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6학년은 6학년 과정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유아부모들은 요즘 애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그러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그런데 초등 중학년 이상의 학부모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요즘 애들은 문해력이 너무 떨어져.” 

 

발달단계에 맞춰 오랫동안 연구된 교육과정을 지켜야 한다. 초등 5, 6학년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개념은 중학교 소인수분해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선행으로 가르친 문제는 외워서 풀 수 있을지 모른다. 자녀가 문제를 외워서 푸는지, 개념을 알고 푸는지 궁금하면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최대 공약수가 뭐야?” “직육면체는 뭐야?”

 

아는 만큼 말로 설명해 보라고 하면 알 수 있다. 문제에서 최대 공약수를 구할 수는 있지만, 최대 공약수를 설명하지 못 한다면 이건 아는 게 아니다. 또는 두 달 전에 풀었던 문제를 풀어보라고 해도 된다. 단원이 바뀌면 외웠던 문제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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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본 적 없는 엄마 친구 아들

 

드디어 학원을 보냈다. 중학교 진학 후에 첫 시험을 쳤다. 성적은 평균 정도였다. 시험지를 가지고 학원 상담을 갔다. 당시 그 반은 같은 학교 중1 아이들로 이루어진 반이었다. 그래서 이번 중간고사 수학문제를 강의 시간을 할애하여 풀이해 줄 수 있는지 부탁드렸다. 하지만, 중2 선행 진도 때문에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1 소인수분해도 모르는데, 선행을 한다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이가 숙제도 제대로 안 해오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은 채 딴 짓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기말고사까지 기다렸다. 이대로 쭉 달라질 게 없어 보였다. 아이는 여전히 허겁지겁 쫓겨서 학원 숙제를 대충 해가는 듯했고, 숙제의 양은 너무 많았다. 시험 기간에는 200문제, 300문제씩 숙제가 나왔다. 애초에 아이가 100% 완료할 수 없는 분량이었다. 숙제를 좀 줄여 달라고 부탁을 드려도 ‘다른 아이들’은 이 정도는 해낸다는 답변 뿐이었다.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면 우리 아이는 너무 불성실하고 부족하게만 보였다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그 성실하다는 다른 아이들이 도대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엄마도 본 적 없는 엄마 친구 아들’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그리고 200문제 안에서 시험에 나오는 25문제를 집어내는 건 특별한 족집게 능력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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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보내도 걱정안 보내도 걱정

 

학원에 보낸 것을 후회했다. 학원이 오히려 아이를 더 혼란스럽게 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표, 그나마 엄마 주도로 차근차근 해오던 공부 습관마저 무너졌다. 과감하게 학원을 관두고 집에서 다시 공부를 봐줄까 고민했다. 그러나 아이는 불안함 때문에 학원을 관둘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개념을 위주로 현행 과정을 가르친다는 학원을 어렵게 수소문해 옮겼다. 나에게 학원은 ‘보내도 걱정, 보내지 않아도 걱정’인 것이었다.

 

이제 나는 ‘엄마표’가 아닌 ‘자기주도학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부모 교육 강의도 듣고지역모임인 등대지기 모임에도 참석했다거기서 자기주도 학습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비로소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지금까지도 참으로 감사한 인연들이다.

 

아이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자기 의견이 분명해졌고, 학원을 보낼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도 조금씩 아이에게 넘어갔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수학학원은 다행이 아이의 실력과 잘 맞았으나, 영어 학원은 두 곳이나 옮겨 다녔음에도 그리 만족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결국 고2 후반부터는 스스로 인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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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없는 입시 준비

 

입시! 나 또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요즘 입시는 나도 경험이 없으니 전혀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런던 중 아이가 학교에서 진학 희망 전공과 학교를 조사해 오라는 통신문을 가져왔다. 지원하는 대학, 학과(학부), 전형, 모집인원, 전형 요소 등을 상세히 조사해 오라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당황스러웠다. 결국 아이에게 물어보고 대입정보포털 사이트인 ‘대학 어디가’(https://www.adiga.kr/) 홈페이지에 접속해 대학별 학과와 전형 방법을 직접 검색해 보았다.

 

부모가 입시를 모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니 모를 때는 자녀에게 물어라. 만약 자녀도 모른다면 담임 선생님께 또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알아오라고 하면 된다. 모든 것을 부모가 주도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된다. 자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지금부터 공부하면 된다지원하고자 하는 대학 홈페이지로 가서 대학입시 요강을 찾아 보자비싼 컨설팅 이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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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상대평가 헌법소원’ 청구인이 된 아이

 

대학입시를 치르며 서울을 중심으로 줄 세워진 대학 서열과 인기 학과에 매달리는 아이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아이에게 공부란, 오로지 정답 찾는 기술을 익혀 한 문제라도 더 맞히고, 그렇게 남들보다 앞서는 것이었다. 엄마로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었지만, 아이는 그것을 ‘순진한 생각’이라고 했다. 오히려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엄마를 가르치고 싶어 했다.

 

그때 마침,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대입 상대평가는 살인적인 경쟁을 유발하며, 학생들의 기본권(교육권, 건강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임을 제기할 ‘대입 상대평가 헌법소원 청구인’을 모집했다. 청구인으로 아이를 설득했다. 서열 경쟁은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고호모사피엔스는 공동체 안에서 협력해 왔다고상대평가로 너희들을 줄 세워 서열 경쟁을 시키는 이 사회는 부당하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가 청구인으로 나섰다. 2022 대입상대평가 헌법소원은 몇 년이 지나 현재까지 헌재 본안에 회부되어 있으나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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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던진 질문에 으로 답하다

 

초등 1학년 성적이 도대체 뭐라고 남들과 비교하며 그토록 자존심이 상했을까? 학원을 보내야할까 말아야할까? 아이가 성장하는 긴 시간 동안 나 역시 실패하고, 좌절하고, 또 기뻐하며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성장해 왔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내가 찾은 답은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 때자기 효능감도 올라간다그래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무엇을 하고 싶은가?” 언젠가 아이들에게 던졌던 질문을 비로소 나 자신에게 한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경험을 기꺼이 나누고, 입시 고통에 힘들어하는 청소년과 부모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상담사로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을 하며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 또한 지금 ‘그런 나’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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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은 선생님 자녀의 대입이야기 <상담넷 칼럼> 고3 학부모는 너도나도 처음이라 1-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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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하고픈 선생님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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