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및 학습 상담Re: 자기주도 학습 딜레마

안녕하세요? 
어머님의 글을 읽으며 오랜 시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 혼자 딸을 키우시다 보니 힘듦을 넘어 아주 막막하셨겠다 싶어요.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도 아이와 잘 지내기 위해 애쓰심이 크셨겠다 싶어 응원의 박수를 먼저 드립니다. 더불어 잘하고는 싶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공부를 놓지 않고 있는 아이에게도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해요.

 

딸이 중2가 되기까지 사교육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셨구나 싶을 만큼 애쓰셨네요. 무엇보다 어머님과 딸이 묵묵히 오랜시간 해온 노력이 주 5회 4시간씩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져왔다고 생각해요. 성적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까지 얻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긴 시간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있는 힘을 얻은 것도 큰 성과입니다.

 

글을 읽으며 자기주도학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스터디코드나 다른 경로를 통해서 ‘자기주도학습’이란 용어를 많이 접하셨겠지요.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은 언급하지 않아도 많이들 아시고 계시지만 자기주도학습이 계획을 하고 플래너를 사용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에요. 문의 글로만 봤을 때 어쩌면 따님이 한 것은 ‘자기주도학습’이 아니라 ‘엄마주도학습’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엄마가 주도하였으나 책상에 앉아있는 것은 딸이다 보니 딸이 자기주도학습을 한 것이라 보고 계신 것은 아니었나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 과정과 전략, 학습자원을 결정하여 학습을 수행하고 학습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일련의 학습 과정을 말합니다. 그러나 문의 글에서는 어머니가 알아보고 결정하여 딸에게 해보자고 유도한 경우로 보입니다.

‘공부를 해보자 했다가 게임만 하라고 했다던가, 평일에 게임을 금지한다거나’

스터디코드나 수학의 발견을 해보려고 한 것도 학습자인 아이의 결정보다는 어머니의 생각이 더 반영된 결정으로 느껴졌거든요. 물론 이 모든 행동의 출발점은 아이가 걱정되는 어머니의 마음이지요. 하지만 공부는 공부해야 하는 당사자의 마음이 중요하지 엄마를 비롯한 타인의 마음으로 빌어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행히도 딸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거나, 비록 어머니가 보시기엔 엉터리로 보였을지 몰라도 공부를 붙잡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기특합니다. 엄마의 게임만 하라는 달콤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고, 엄마가 공부하지 말자, 하는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공부한다고 하거든요.

 

지금 상황에서 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공부할 방법도 결정한 후 실천을 해보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하지만 딸이 무조건 스스로 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어머님 말씀대로 어머니가 도울 수도 있겠지만, 불안과 갈등이 큰 상황에서 어머니의 도움은 딸에게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너무 간섭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실 만큼 해보신 것으로 보이거든요. 다만 어머니의 불안한 마음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도 하고, 아이도 갑자기 엄마의 도움마저도 없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도 있을 수 있지요. 그런데도 만약 스스로 아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찾으면 좋겠어요.

 

그럼, 딸을 학원에 보내라는 이야기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어머니도 말씀하셨듯이 딸이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학습자원을 제대로 활용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현재 ‘서울런 멘토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딱히 별로’라고 하셔서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아요. 서울런 멘토링의 경우 일주일에 1시간가량의 멘토링을 받으니 스스로 공부 습관을 잡기에는 역부족이겠다 싶어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봐야겠어요.

우선 구로구 내 집에서 가까운 ‘지역아동센터’를 알아보셨으면 해요. 초등학교 때 접해보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문의 글에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 공부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경험해 보신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구로구 관내 지역아동센터는 24곳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사시는 동네까진 알지 못해 구로구 전체를 안내해 드린 거예요.

(네이버 검색창에 ‘구로구 지역아동센터’를 검색하시면 ‘www.guro.go.kr›www 지역아동센터 – 구로구청’이 찾아집니다.) 살펴보시면 각 지역아동센터도 안내되어 있고, 구로구 담당자의 연락처도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직접 집에서 가까운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하셔도 되고, 구로구청 담당자에게 전화하셔서 안내받으셔도 됩니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지역의 아이들이 모여 공부도 하고, 그 외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낼 수 있는 곳입니다. 저의 경우 부산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한 3년간 아이들의 학습과 진로에 도움을 주는 봉사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도움받기엔 아주 적절한 방법이라 추천해 드려요. 따님의 성향상 혼자 집에 있으면서 조용한 가운데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있는 곳에서 그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채워나가는 것이 학습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돼요. 또 아이의 진로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 보고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을거로 생각해요. 물론 단기간이 아니라 긴 시간이 필요로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지역아동센터는 센터마다 다르나 고등학생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기에 아이가 좀 더 체계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문의를 통해 센터에 갈 수 있는지는 센터에 직접 상담을 해보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 다닐 수 없다 하더라도 대기자로라도 등록을 해두세요.

 

또 다른 방법은 ‘야학 멘토’입니다. 아마 이번에도 학교에서 안내받으셨을 텐데, 서울런과 다른 방법의 멘토링을 경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교육청 신청 기간이 6월 8일까지라고 하니 담임선생님과 의논하셔서 신청해 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신청 기간이 있으니, 지역아동센터나 야학 멘토의 경우 조금 발 빠르게 알아보셔야겠어요.

 

만약 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가장 먼저 엄마주도학습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방법을 써서 효과가 있었다면 모르지만, 아이에게 더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어떠한 방법을 제시하고 아이가 따라 하기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자꾸 알아보고 시도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젠 똑같은 시행착오를 그만두었으면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까요?

먼저 딸이 스스로 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으면 합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지금까지도 스스로 하라고 시간을 충분히 주었고, 어머니가 가장 원하는 것도 그것이라고 말씀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스스로 하기를 바라시면서 개입과 간섭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글에 쓰신 것처럼 아이의 성향(ENTP)이 맞는다면 그 성향의 아이들은 자신이 리드하고 싶지 누군가의 말을 고분고분 듣고 싶어 하지 않고 꼼꼼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려는 중2이기도 하니 아이 자기 삶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물론 하라고 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얼렁뚱땅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답답하니 화도 나실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어머니 자신도 간섭이 많다고 느끼시니, 지금부터는 이 또한 딸의 몫이라 생각하고 딸에게 하나씩 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넘기기만 하면 딸이 알아서 잘할까요? 당장은 알아서 잘하기보단 시행착오를 거칠 거예요. 이 또한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학습에 궁금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건데’ 하는 요구에 현실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어른조차도 쉽지 않아요.

 

공부에 관해서는 딸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어떤 책을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할지를 결정하도록 해주세요. 예를 들어 어머니의 글 마지막 부분의 계획표에 ‘교과서 공부 자기주도학습 다시 제대로 하기’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느 과목 교과서를 가지고, 언제 어떻게 공부할지를 딸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합니다. 아마 교과서 공부라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봐서 복습의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복습해 보겠다는 의미로 느껴집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을 딸이 잘 결정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복습의 과정을 통해 배운 내용 중 자신이 무엇은 알고 무엇은 모르는지를 아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거든요. 다만 이 부분이 잘 되려면 학교 수업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따님은 열심히 하는 학생이니 학교 수업 시간을 대충 보낼 것 같진 않아요. 교과서 공부 외에 문제집까지 풀어서 다지면 좋겠지만 아이가 목표를 교과서 공부로 잡았다면 이 부분을 존중해 주면 좋습니다. 공부하다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본인이 느껴 문제집까지 풀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을 수정할 때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문제집을 풀기 위해 문제집을 산다면 무조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딸이 다른 도움 없이 스스로 70~80% 정도는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집이 적당합니다. 결국 딸이 실천해 보고 잘된 것과 잘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 보고, 잘되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보시기에 허술하고 대충한다는 느낌이 드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런데도 부족한 부분은 뒤로하시고, 딸이 잘한 모습에 대해서 인정해 주는 것이 우선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가 성취감을 맛봐야 해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큰 것을 기대하시기보다는 딸의 모습에서 작은 것부터 인정해 주고 딸은 그 인정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한 인정이 꼭 공부와 관련된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어떻게든 딸이 애쓰고 잘해보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 인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께서 힘든 시간을 오랫동안 잘 견뎌오셨듯이 딸도 혼자서 잘 견뎌왔음에 대한 인정과 위로가 필요해요. 인정하는 척이 아니라 진정 마음을 다해 인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다음으로 공부와 관련된 목표를 정할 때 너무 기간을 길게 두기보다는 가까운 시일에 대한 목표를 정해보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자주자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계획을 해보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하루의 계획을 세워 실천한 부분을 쌓아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는 곧 있을 기말고사에 대한 목표를 정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거예요. 목표를 정할 때도 모든 과목에 대한 목표보다는 딸이 잘할 수 있는 과목이거나, 잘하고 싶은 과목을 정해 목표를 정해보는 것이죠. 특정 과목의 목표를 정할 때도 어머니가 원하는 점수가 아닌 딸이 해낼 수 있는 목표 점수를 아이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목표는 그야말로 실천할 당사자가 해내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딸이 정한 목표를 달성해보는 첫걸음이 가장 중요해요. 그 첫걸음을 통해 ‘아하~ 나도 하니 되네!’ 혹은 ‘내가 계획하고 실천한 방법에 수정이 필요하네!’를 딸이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말고사 이후부터 여름방학에도 보완해야 하는 과목을 정해서 그 과목 공부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하루하루 실천해 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에요.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모든 과목이 아니라 딸이 보완해서 잘해보고 싶은 과목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멀리 있는 시기의 목표보다는 가까운 시기의 목표를 정해서 실천하고 점검하고 보완 수정해서 다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해 보는 여러 번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날의 계획도 세우고 점검하는 건 당연히 해야겠지요.

 

이렇게 딸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할 때 어머니가 개입하시거나 지시를 하지 마시고 딸이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망설일 때 적절한 질문만 잘해주시면 좋아요. ‘어느 과목을 잘하고 싶어?’, ‘어느 과목이 재미있어?’, ‘그 과목을 어느 정도까지 해내고 싶어?’, ‘그 과목 공부를 무엇을 가지고 할 거야?’, ‘어떤 방법으로 해보고 싶어?’ 등등 딸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시면 아주 효과적이에요. 그런 식으로 딸이 자기 공부에 진정한 주인이 되어 자기 공부에 대해 고민도 하고, 방법도 찾아보고, 뜻대로 되지 않는 원인도 찾아볼 수 있게 된다면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을 거에예요.

 

그러면 어머니는 무엇에 신경을 더 쓰셔야 할까요?

어머니는 어머니의 불안을 줄이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셨으면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엄마가 건강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그것을 고스란히 느끼고 아이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아마 따님도 어릴 때부터 엄마가 아프기도 했고, 어머니 혼자서 자신을 돌보며 애쓰는 모습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마 딸도 겉으로는 씩씩해 보였을 수 있지만 외롭고 불안하고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돌보셔서 딸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딸의 노력과 애씀을 인정해 주었으면 합니다. 문의 글에서도 자신이 열심히 한 것을 엄마가 몰라주어 서운해한다고 하셨듯이 딸의 마음과 감정을 잘 다독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혼자서 딸을 키우시느라 어머니도 힘드셨겠지만, 아이도 힘들고 때로는 막막하고 답답할 때도 많았을 거예요. 그러니 당장 보이는 딸의 모습 특히 공부와 관련된 결과만을 가지고 판단하지 마시고, 그저 어머니의 곁에서 어머니와 함께 부단히 애써왔고, 애쓰는 딸을 많이 안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났던 중2 남학생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 이 학생을 만났을 때는 그저 학교 수업만 열심히 듣고 무턱대고 공부하는 아이였습니다. 아니 학교 수업 외엔 공부를 잘 모르는 아이였는데 센터에 와서 방과 후에 조금씩 공부를 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안 하던 공부를 하니 처음에는 힘들어하였지만, 어머니의 딸처럼 열심히는 하는 학생이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인가를 결정하면 꾸준히 해가는 학생이었습니다. 이 학생이 중3이 되고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해야 할 때 상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문계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요리 특성화고로 진학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유는 ‘혼자서 자신을 잘 키워 주신 어머니께 따뜻하고 맛있는 밥상을 차려드리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듣는 순간 얼마나 심쿵했는지 모릅니다. 그 학생은 요리 특성화고에 진학했고 지금은 요리를 전공으로 대학에 다니고 있고, 이후 유학까지 꿈꾸며 자신의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잘살고 있습니다. 이 남학생이 자신의 꿈을 어머니에게 따뜻한 밥상 차려드리는 것으로 정한 것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습니다. 혼자서지만 그저 자신을 묵묵히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이 경험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우리 부모들은 누구나 아이들을 사랑하고 걱정합니다. 다만 그 사랑과 걱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다를 뿐입니다. 어떤 부모는 부정의 표현으로 그 사랑을 표현하고, 어떤 부모는 긍정의 표현으로 그 사랑을 표현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소위 잔소리를 포함해 아이를 비난하고 위협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겁이라도 먹고 더 잘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더 큰 이유는 부모들이 자라면서 그들의 부모에게서 받은 표현 방법이 부정적일 표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머니는 어떠하신가요? 어머니는 어머니의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표현을 많이 받으셨나요? 이 부분에 대해 한 번 돌아보시고 혹여라도 내가 부모에게서 받았던 것을 딸에게 하고 있지는 않은 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해와 바람’이라는 동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부모의 따뜻한 사랑입니다. 내 불안과 걱정보다는 아이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봐 주고 아이들이 원하는 따뜻한 사랑을 주어야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도 간섭이나 질책, 비난, 위협 등의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딸의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표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마 긍정적인 표현만 듣다 보면 아이가 너무 나약해지거나 그것을 이용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생길 것입니다. 물론 어머니의 태도가 이렇게 바뀌면 딸의 모습이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염려대로 이 상황을 자신에게 편한 대로 이용할 수도 있고,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아~ 내 딸이 지금까지 엄마에게 맞추느라 힘들었구나!’ 그리고 ‘그동안 마음껏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하시고 더 많이 안아주시고 더 많이 딸의 말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딸이 그 힘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성장시켜서 뿌리가 단단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뿌리가 단단하다는 것은 공부를 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사람의 삶 중의 하나의 영역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공부를 잘해야지만 되는 것은 더욱 아니지요. 공부를 잘하면 분명 유리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미래의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이 어려워하는 상황은 어떤 상황이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아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 스스로 많이 생각하고, 경험하고, 그 경험 중 넘어져도 보고, 달려도 보아야 합니다. 부모가 제시하고 만들어 놓은 길을 부모의 지시대로 달려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어떤 길을 어떻게 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부모들의 눈에는 더디게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아이들이 왜 진작 나에게 이 길로 가라고 해주지 않았느냐는 원망 아닌 원망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이라는 뿌리를 든든히 내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힘과 기회입니다. 그러니 딸이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공부뿐만 아니라 자기 삶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워주길 바라봅니다.

 

답글을 쓰다 보니 어머니께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너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읽으시느라 힘드셨죠? 제가 드린 말씀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하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중에서 어머니도 딸도 실천 가능한 것 한 가지부터 시작해보셨으면 합니다.

딸과 시간을 보내시다 또다른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상담넷을 찾아주세요.

그때는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내용을 말씀해주시고 그 실천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말씀해주세요. 어머니와 딸의 매일이 평온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길 기원합니다.

 

★ 상담넷 이용 만족도 조사

다시한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온라인 상담소를 이용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하지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하나의 큰 우주를 만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함께 고민과 걱정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더 성장하고 성숙한 상담넷이 되기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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