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으며 많이 고민하며 마음고생하고 계시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엄마인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함 속에서 상담글을 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며 많은 수고와 인내가 필요하며 때로는 너무나 힘겹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내 아이니까 잘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힘을 내는 게 부모라는 생각이 듭니다. 답변이 어머님이 힘을 내는데 작은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아이의 일상에 대해 상세히 알고 계시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계시는 점들로 미루어 볼 때, 아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으신 걸로 보였습니다. 다만 사춘기에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어떻게 표현되는가에 따라 아이가 애정과 관심으로 혹은 간섭과 통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어려운 점일거예요. 이 점은 어머님이 고민하시는 ‘어디까지가 방임이고 어느 만큼 받아주는 것이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고 자기 인생 챙길 거라고 기대하는 마음 넓은 현명한 부모인지 도저히 기준이 서지를 않는다’ 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사춘기 아이는 어떤 때는 부모 도움 없이 혼자 스스로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부모에게 ‘나 좀 도와줘!’ 하는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거 같아요. 왔다 갔다 한다 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아이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어려울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 도움 없이 혼자 잘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기상 시간도, 핸드폰 사용도, 공부도 혼자서 못하고 있는 자신을 대할때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싫었을 것이구요. 어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많이 실망하고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요. 그런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왔다 갔다 하는 아이에게 일관되게 도와주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어머님께서 많은 고민을 하며 애쓰고 있는 것이니, 얼마나 힘들고 지칠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먼저 어머님이 통 크고 대범하게 마음먹기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중2 아이의 어제 오늘 내일을 보지 마시고, 아이의 전체 인생을 그려보시면 좋겠어요. 갓 태어나서 이랬지, 이유식을 먹을 때, 첫 옹알이와 첫 걸음마, 아이가 아팠을 때, 아이를 두고 직장에 복귀할 때, 첫 단체생활, 초등학교 때, 중학생이 되어서... 아마도 그때마다 많은 걱정들을 하셨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도 하고, ‘괜한 걱정을 했네’ 하며 안심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여전히 마음 안에 걱정으로 남아있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아이는 지금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부모는 많은 걱정과 염려를 하겠지만, 아이는 여전히 잘 자랄 거고, 자기 인생을 잘 살아갈 거라는 믿음을 부모가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히 알고 있고 많이 들어보신 얘기일 거 같아요. 그래도 아이에 대한 그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덧붙이자면, 아이가 잘 자라고 자기 인생을 잘 살 거라는 믿음에 ‘부모인 내가 기대한 대로’ 라는 전제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 인생을 잘 산다는 것에 ‘그래도 공부를 이만큼까지는 해야지’ 같은 것을 전제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 때 공부는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도 그 점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영어, 수학, 과학시험에서 문제도 안 보고 같은 답을 써냈다는 것을 보면 그 과목들을 많이 어려워하고 어쩌면 포기한 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 봅니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노력할 수 있게 돕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학원이든, 과외든, 온라인 학습이든, 공부하고 엄마에게 설명하는 방식이든, 어떤 것을 고집하거나 제외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을 유지하는 것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어머님도 잘 아시겠지요. 작심 3일이라는 말처럼 결심한 것을 유지하는 게 제일 어려운 거 같아요. 어른인 저도 작심 3일을 너무나 많이 하고 있거든요. 결국 공부 방법을 찾고 유지하는 것 모두 부모가 최대한 도울 수 있지만, 아이가 스스로 계속해서 애를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돈이라는 보상을 주는 것이 효과적인 아이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는데, 지금 아이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글에 쓰셨듯이 효과가 3일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아셨을 거에요.
다시 통 크고 대범하게 생각하기로 돌아가서, 아이를 믿어주는 것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에 대해 이런 마음들을 가지면 좋겠다 싶어요.
“내 아이는 자기 인생을 스스로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갈거야, 어려움과 좌절도 있겠지만 스스로 감내하고 견뎌내며 책임감있게 살아갈 거야, 인생에서 많은 기쁨과 즐거움도 경험하게 될 거야, 그렇게 자기 인생을 잘 살아갈 거야, 나는 그걸 믿어. 아이가 그런 삶을 살도록 성인이 되기까지 부모로서 도울 거야. 때로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내어주고 기다려 줄 거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언제든 아이가 도움을 청할 때 도와줄 수 있게 늘 아이 가까이 있을 거야. 아이가 실패하고 좌절을 겪을 때 위로하고 함께 있어 줄 거야.”
부모로서 이런 마음을 갖고 있지만 아이와 잦은 갈등을 겪다 보면 놓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주문을 외듯 되뇌입니다. 그러다보면 마음이 좀 가라앉기도 하고 어쩐지 마음이 조금 넓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요.
사춘기 때는 아이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만큼, 부모가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무줄같은 원칙이 필요하지도 모릅니다.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허용한다는 의미에서요.
그렇더라도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 혹은 이것만은 절대 하면 안 된다 하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어머님이 아이에 대해 가장 걱정되는 부분, 혹은 이것만은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것, 아니면 이건 정말 안 했으면 하는 것이 있을까요?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요. 아버님과 상의해서 결정하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화가 나도 소리 지르거나 욕하거나 때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습니다. 화를 낼 때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신체를 다치게 하면 안되고, 화난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알려주고 익히게 해야 합니다. 다만 이것을 어겼을 때 혼내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얘기를 나눠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기를 기다리면서 나아지는 것에 대해 격려, 인정해주면 좋습니다.
큰 원칙이 정해진 다음에는 나머지는 좀 더 유동적이 되거나 작은 규칙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경우에 대해, 원하는 옷을 사주지 않을 때, 요구하는 돈을 주지 않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주지 않을 때, 약속한 공부를 하지 않아서 뭐라고 할 때 등이라고 하셨어요.
옷, 용돈, 배달음식 등은 돈과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절제나 건강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요. 돈과 관계된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가정경제 안에서 가능한 범위를 정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이때 아이에게 우리 형편으로는 이 정도 해 줄 수 있으니, 그 안에서는 니가 원하는 만큼 해주겠다고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좀 더 원하는 만큼 해 줄 수도 있습니다. 생활습관이나 공부 면에서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지 남편 분과 잘 상의하시면 좋겠습니다. 딱히 꼭 지켜야 하는 게 없다면 아이가 하도록 봐주고 기다리면 되고, 있다면 다음 사항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꼭 지켜야 하는 것인지,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안 지켜도 되는 지를요. 꼭 지켜야 하는 것이면 아이에게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것에 대해 아이의 의견을 듣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지켜야 한다고 알려주셔야겠죠. 어려운 점이 있다면 엄마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도와줄 거라고 해야 합니다.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되는 종류라면 그에 대해 부모님의 생각과 바램 등을 말씀하시고 아이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서 함께 조율하거나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꼭 해줬으면 하는 것 혹은 제발 안 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고 그에 대해 노력하는 모습을 부모님이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글 속에서 아이와의 관계가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또 중2라 시기적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아버님도 다 들어주라고 하신다니, 아이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말씀을 드리고 마무리 할께요. 아이를 키우며 후회되고 반성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원인을 찾으려 하고 스스로 자책하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반성과 후회는 잘못한 것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거꾸로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반성과 후회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좀 더 나은 선택과 행동을 하려고 애쓰게 되니까요. 어머님도 그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은 멈추시기를 바랍니다. 지금껏 애썼고 앞으로도 애쓸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머님 자신을 위해 상담을 받으시는 것도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저는 두 아이의 사춘기를 함께 지나며, 1년간 상담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상담받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꼭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위한 한 가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만큼, 어머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함께 찾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생각보다 긴 답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더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만족스런 순간들이 조금씩 늘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어려운 고민을 상담넷과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상담넷 이용 만족도 조사
다시한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온라인 상담소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하지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하나의 큰 우주를 만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함께 고민과 걱정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더 성장하고 성숙한 상담넷이 되기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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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며 많이 고민하며 마음고생하고 계시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엄마인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함 속에서 상담글을 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며 많은 수고와 인내가 필요하며 때로는 너무나 힘겹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내 아이니까 잘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힘을 내는 게 부모라는 생각이 듭니다. 답변이 어머님이 힘을 내는데 작은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아이의 일상에 대해 상세히 알고 계시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계시는 점들로 미루어 볼 때, 아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으신 걸로 보였습니다. 다만 사춘기에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어떻게 표현되는가에 따라 아이가 애정과 관심으로 혹은 간섭과 통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어려운 점일거예요. 이 점은 어머님이 고민하시는 ‘어디까지가 방임이고 어느 만큼 받아주는 것이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고 자기 인생 챙길 거라고 기대하는 마음 넓은 현명한 부모인지 도저히 기준이 서지를 않는다’ 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사춘기 아이는 어떤 때는 부모 도움 없이 혼자 스스로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부모에게 ‘나 좀 도와줘!’ 하는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거 같아요. 왔다 갔다 한다 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아이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어려울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 도움 없이 혼자 잘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기상 시간도, 핸드폰 사용도, 공부도 혼자서 못하고 있는 자신을 대할때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싫었을 것이구요. 어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많이 실망하고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요. 그런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왔다 갔다 하는 아이에게 일관되게 도와주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어머님께서 많은 고민을 하며 애쓰고 있는 것이니, 얼마나 힘들고 지칠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먼저 어머님이 통 크고 대범하게 마음먹기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중2 아이의 어제 오늘 내일을 보지 마시고, 아이의 전체 인생을 그려보시면 좋겠어요. 갓 태어나서 이랬지, 이유식을 먹을 때, 첫 옹알이와 첫 걸음마, 아이가 아팠을 때, 아이를 두고 직장에 복귀할 때, 첫 단체생활, 초등학교 때, 중학생이 되어서... 아마도 그때마다 많은 걱정들을 하셨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도 하고, ‘괜한 걱정을 했네’ 하며 안심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여전히 마음 안에 걱정으로 남아있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아이는 지금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부모는 많은 걱정과 염려를 하겠지만, 아이는 여전히 잘 자랄 거고, 자기 인생을 잘 살아갈 거라는 믿음을 부모가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히 알고 있고 많이 들어보신 얘기일 거 같아요. 그래도 아이에 대한 그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덧붙이자면, 아이가 잘 자라고 자기 인생을 잘 살 거라는 믿음에 ‘부모인 내가 기대한 대로’ 라는 전제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 인생을 잘 산다는 것에 ‘그래도 공부를 이만큼까지는 해야지’ 같은 것을 전제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 때 공부는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도 그 점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영어, 수학, 과학시험에서 문제도 안 보고 같은 답을 써냈다는 것을 보면 그 과목들을 많이 어려워하고 어쩌면 포기한 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 봅니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노력할 수 있게 돕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학원이든, 과외든, 온라인 학습이든, 공부하고 엄마에게 설명하는 방식이든, 어떤 것을 고집하거나 제외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을 유지하는 것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어머님도 잘 아시겠지요. 작심 3일이라는 말처럼 결심한 것을 유지하는 게 제일 어려운 거 같아요. 어른인 저도 작심 3일을 너무나 많이 하고 있거든요. 결국 공부 방법을 찾고 유지하는 것 모두 부모가 최대한 도울 수 있지만, 아이가 스스로 계속해서 애를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돈이라는 보상을 주는 것이 효과적인 아이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는데, 지금 아이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글에 쓰셨듯이 효과가 3일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아셨을 거에요.
다시 통 크고 대범하게 생각하기로 돌아가서, 아이를 믿어주는 것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에 대해 이런 마음들을 가지면 좋겠다 싶어요.
“내 아이는 자기 인생을 스스로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갈거야, 어려움과 좌절도 있겠지만 스스로 감내하고 견뎌내며 책임감있게 살아갈 거야, 인생에서 많은 기쁨과 즐거움도 경험하게 될 거야, 그렇게 자기 인생을 잘 살아갈 거야, 나는 그걸 믿어. 아이가 그런 삶을 살도록 성인이 되기까지 부모로서 도울 거야. 때로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내어주고 기다려 줄 거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언제든 아이가 도움을 청할 때 도와줄 수 있게 늘 아이 가까이 있을 거야. 아이가 실패하고 좌절을 겪을 때 위로하고 함께 있어 줄 거야.”
부모로서 이런 마음을 갖고 있지만 아이와 잦은 갈등을 겪다 보면 놓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주문을 외듯 되뇌입니다. 그러다보면 마음이 좀 가라앉기도 하고 어쩐지 마음이 조금 넓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요.
사춘기 때는 아이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만큼, 부모가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무줄같은 원칙이 필요하지도 모릅니다.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허용한다는 의미에서요.
그렇더라도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 혹은 이것만은 절대 하면 안 된다 하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어머님이 아이에 대해 가장 걱정되는 부분, 혹은 이것만은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것, 아니면 이건 정말 안 했으면 하는 것이 있을까요?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요. 아버님과 상의해서 결정하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화가 나도 소리 지르거나 욕하거나 때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습니다. 화를 낼 때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신체를 다치게 하면 안되고, 화난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알려주고 익히게 해야 합니다. 다만 이것을 어겼을 때 혼내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얘기를 나눠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기를 기다리면서 나아지는 것에 대해 격려, 인정해주면 좋습니다.
큰 원칙이 정해진 다음에는 나머지는 좀 더 유동적이 되거나 작은 규칙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경우에 대해, 원하는 옷을 사주지 않을 때, 요구하는 돈을 주지 않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주지 않을 때, 약속한 공부를 하지 않아서 뭐라고 할 때 등이라고 하셨어요.
옷, 용돈, 배달음식 등은 돈과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절제나 건강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요. 돈과 관계된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가정경제 안에서 가능한 범위를 정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이때 아이에게 우리 형편으로는 이 정도 해 줄 수 있으니, 그 안에서는 니가 원하는 만큼 해주겠다고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좀 더 원하는 만큼 해 줄 수도 있습니다. 생활습관이나 공부 면에서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지 남편 분과 잘 상의하시면 좋겠습니다. 딱히 꼭 지켜야 하는 게 없다면 아이가 하도록 봐주고 기다리면 되고, 있다면 다음 사항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꼭 지켜야 하는 것인지,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안 지켜도 되는 지를요. 꼭 지켜야 하는 것이면 아이에게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것에 대해 아이의 의견을 듣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지켜야 한다고 알려주셔야겠죠. 어려운 점이 있다면 엄마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도와줄 거라고 해야 합니다.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되는 종류라면 그에 대해 부모님의 생각과 바램 등을 말씀하시고 아이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서 함께 조율하거나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꼭 해줬으면 하는 것 혹은 제발 안 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고 그에 대해 노력하는 모습을 부모님이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글 속에서 아이와의 관계가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또 중2라 시기적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아버님도 다 들어주라고 하신다니, 아이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말씀을 드리고 마무리 할께요. 아이를 키우며 후회되고 반성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원인을 찾으려 하고 스스로 자책하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반성과 후회는 잘못한 것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거꾸로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반성과 후회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좀 더 나은 선택과 행동을 하려고 애쓰게 되니까요. 어머님도 그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은 멈추시기를 바랍니다. 지금껏 애썼고 앞으로도 애쓸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머님 자신을 위해 상담을 받으시는 것도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저는 두 아이의 사춘기를 함께 지나며, 1년간 상담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상담받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꼭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위한 한 가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만큼, 어머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함께 찾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생각보다 긴 답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더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만족스런 순간들이 조금씩 늘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어려운 고민을 상담넷과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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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하지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하나의 큰 우주를 만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함께 고민과 걱정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더 성장하고 성숙한 상담넷이 되기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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