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및 심리 상담Re:엄마가 평일 밤 10시까지 일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떨까요?

안녕하세요? 안아줘님^^

답글 많이 기다리셨을텐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안아줘님의 글 속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감정이 저에게도 고스란히 다 전해져서 어제, 오늘 제 마음도 많이 복잡했었습니다. 올 여름 복직을 기다리시면서 설레이시는 마음과 엄마랑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이들 걱정에 안아줘님의 마음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고 계신 것은 아닐까 짐작도 해 보았습니다. 저도 16개월 터울의 형제를 키웠었기 때문에 큰 아이 다섯 살 때 나의 하루는 어땠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그 땐, 아이들이 참 예쁘기는 했지만 하루 종일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안아줘님은 밖에서 일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에너지를 얻어 오시는 타입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고 계시니 아이들과 함께 한 4년이 쉽지만은 않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개월만 더 기다리면 10시까지 근무해야 하는 일이 아닌 일로 복직하실 수 있으실텐데 바로 지금 그러니까 올 여름에 일을 시작하시고 싶으신 거죠?

 

가장 걱정 하시는 부분이 아이들이 너무 큰 변화를 겪을 것 같다는 말씀이셨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엄마와 떨어져 본 적 없는 아이들이라면 아이들이 받을 충격이 적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기간이 4개월이고 친정어머님과 남편이 잘 도와주신다면 아이들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긴 합니다. 상담 글에 적으신 것처럼 아이들이 엄마를 12시까지 안 재워 줄 수도 있겠지만요. ^^;;

 

복직하시기 전까지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씩이라도 할머니와 아빠가 엄마대신 있는 시간을 늘려가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걱정이라고 생각하면 근심거리일 수도 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남편분이 안아줘님이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기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안아줘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글귀가 있습니다. 스캇 펙님의 ‘아직도 가야할 길’중에서 스캇 펙님이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씌여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 부분을 안아줘님께 꼭 들려 드리고 싶네요. 저한테는 힘이 많이 되었던 부분이거든요.

 

‘내 아내와 나는 결혼을 산을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에 비유했다. 어떤 사람이 등산하기를 원하면 그 사람은 반드시 좋은 베이스캠프를 가져야 한다. 그곳에서 머물고 양식을 공급받고 다시 다른 정상을 찾아 오르기 전에 쉬어야 한다. 등산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산에 오르는 시간만큼 베이스캠프에서 이것저것 살피며 마음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생존이 견고하고 잘 정비된 베이스캠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안아줘님께서 걱정하시는 모든 것을 남편분과 공유하고 의논해 보실 것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복직하시고 힘든 4개월을 보내셔야 하는데 그 때 가장 큰 힘을 보태셔야 할 분이 남편분이시니까요. 아이들이 적응하는데 좀 힘이 들고 문제가 생기는 것은 조금 더 고민하면 답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서로의 베이스캠프가 굳건하지 못한 것은 아이들 문제보다 더욱 더 치명적입니다. 복직을 준비하시는 기간에 남편 분과 얘기를 많이 나누어 보시는 것이 앞으로 가셔야 할 긴 여정을 편히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 아닐까싶네요.

 

우리 아이들은 이제 고1, 중2가 되었습니다. 작은 아이가 하도 엄마한테 찰싹 붙어 있어서 큰 아이를 걱정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작은 아이는 모유수유도 오래 했고 아토피가 심해서 제가 유난히 끼고 키웠었거든요. 저한텐 늘 그것이 큰 아이한테 미안한 부분이었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물어보았습니다. 혹시 엄마가 동생을 더 예뻐해서 맨날 안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를요. 큰 아이의 답은 엄마는 동생이랑 자기를 똑같이 사랑하고 있으니까 자긴 괜찮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물리적인 시간이나 양 보다는 엄마의 진심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그 때 다시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사랑의 모양은 아이마다 달라서 그저 아이가 원하는 모양으로 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도요.

 

큰 아이가 원하는 사랑의 표현은 지지하는 말과 아이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었고 작은 아이에게 사랑의 표현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살을 맞대고 있는 거라는 것도 아이들이 크고 나서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을 함께 읽고 알게 된 것입니다. 지금에서야 그 당시의 아이들을 놓고 유추해 보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 땐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엄마 아빠가 사랑하는 모습과 부모의 무조건 적인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아줘님께서 직장생활로 좋은 에너지를 얻으셔서 아이들에게 그 행복감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지 싶습니다. 안아줘님께서 어떤 선택을 하시든 저는 그 선택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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