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및 심리 상담Re:자존감이 낮은 아이

안녕하세요? mulu님 ^^


아버님은 바빠서 육아에 도움을 주시지 못하는 상황이고, 직장생활을 하시는 mulu님께서 홀로 아이들을 봐야 하니 그 어려움과 답답함이 글 여기저기에서 느껴집니다. 어떤 말씀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올려 주신 글을 여러 번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둘째가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말이 많고 어린 둘째는 자신의 요구를 그 때 그때 말할 것으로 보아집니다. 반면 말이 없는 큰아이는 둘째와 엄마 사이에서 말할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순간이 많아 보이구요. 그래서 어머님이 보시기에는 대화를 잘 못하거나 안 좋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mulu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육아도 연애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 밀당이 있고 타이밍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그 순간에 엄마가 내 이야기를 들어 주었으면 좋겠고, 혼자 있고 싶은 순간에는 또 좀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겁니다. 왜 우리도 너무 좋아서 연애 하지만 때로는 동굴 속으로 혼자 들어가고 싶은 순간도 있잖아요. 아이가 원하는 바로 그 순간을 매번 포착하는 것은 부모에겐 참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매번 완벽하게 그 타이밍을 맞출 수도 없습니다. 부모는 신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것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아이에게 엄마도 말하고 싶은 순간과 쉬고 싶은 순간이 있음을 설명할 수가 있게 됩니다. 아이의 감정에 눈 맞춤을 해주면 해 줄수록 아이도 나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는 거죠. 물론 이 때 둘이 서로 반반이라고 생각 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아시죠? 부모가 된 순간부터 우리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요. 조금 억울할 수도 있지만 아이도 나를 부모로 선택해서 세상에 나온 게 아니라는 걸 한 번 생각해 본다면 그리 억울하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mulu님께서 아이의 특징으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우리집 큰 아이가 그렇거든요. ^^;; 그런 아이들의 특징이 상대방이 어떤 의도로 그 말을 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더라구요.  우리 집 큰 아이는 그런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당연히 상대방에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 난감해 하구요.  mulu님의 큰 아이는 아직 3학년이니까 그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해 보입니다. 반면 작은 아이는 본능적으로 어떻게 하면 엄마를 차지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뭐 이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둘의 성향이 이렇게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큰 아이가 엄마의 질문에 대답을 잘 안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상대방의 마음이 읽히는 건 노력이라기보다는 타고난 본능에 가까운 일이니까요. 그 일이 큰 아이한테는 어려운 일일 수 있다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책을 읽는 건 쉬운 일이구요. 책엔 다 씌어져 있잖아요. 내가 추측하고 짐작할 필요가 없이요. 이를테면 길치는 길을 잘 찾아가고 싶지만 그것이 잘 안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큰아이가 작은 일에 엄청나게 화를 내고 짜증을 잘 낸다고 하셨는데요. 이것은 아이의 성격이라기보다는 뭔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그런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우리도 무슨 일이든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여유가 없어지고 쉽게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곤 하잖아요. 큰 아이의 성향 상 상대방의 마음을 읽기가 어렵다면 자신의 마음도 읽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지 잘 모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가끔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왜 그러한 감정이 생겨났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는 **이가 이렇게 대답 할 때는 엄마가 궁금해서 질문했는데 대충 혹은 짧게 말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더라." 요렇게 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그나마 조금 더 잘 이해합니다.  우리 집 큰아이 예를 자꾸 들게 되는데 우리는 말 안해도 딱.. 아는 거. 그게 있는데 그 아이는 그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아이에게는  그 상황이나 감정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나와 기질이 다른 아이는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를 득도하게 만들고, 사리를 만들게 하는 ^^;;


최근에 칼필레머의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게 된 사실인데요. 음... 이 책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인터뷰해서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용들을 모아서 묶은 책인데요. 거기 세 번째 챕터에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마도 시간이 허락 되셔서 읽어 보시면 많은 공감이 되실 겁니다. 그 중 한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네요.


하나는 아이들에게 차별만큼 아픈 상처는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보시기에는 너무너무 작고 사소한 차이라도 아이들한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직장 일을 마치시고 피곤한 몸으로 아이들을 예민하게 대해 주시는 일이 너무나도 힘드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리고 완전 평등하게 두 아이를 대한 다는 것도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어떤 일이든 하실 때마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 입장에서 한 번 만 더 생각해 주시면, 그래서 나의 이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느껴질까? 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기만 해도 훨씬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들 하시지만 깨물면 유독 아픈 손가락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요? 부모도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순간 아이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둬야 할 것 같습니다. 인생의 끝에 선 많은 분들이 자녀 양육에 있어선 이 점을 제일 아쉬워했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공평한 사랑을 나누어 주어라... 라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우리.. 나이 들어서도 아이들과 계속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싶잖아요. ^^


큰 아이가 현재 자존감이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는데요. 자좀감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간단한?(자존감 회복이 쉽다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방법은 아마도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잘해서, 이뻐서, 착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라는 존재만으로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겠죠.


제가 한 가지 팁을 권해드리고 싶은데요. 제가 실제로 우리 아이들한테 써 봤던 방법입니다.  mulu님의 상담글을 읽고 사실은 이 말씀을 제일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mulu님의 큰 아이에게 엄마로부터 나는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더니 딱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전 지금은 중3, 중1이 된 형제를 두고 있는데요. 그 아이들이 4학년, 2학년 이었을 때 매일 아이들 필통 안에 편지를 넣어 준 적이 있습니다.  남자 아이들이라 답장을 보내 주지도 않았고,  편지에 대한 반응도 시큰둥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편지를 꾸준히 쓸 수 있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작은아이 학교 상담을 갔다가 담임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시는 거예요 "어머님, 어머님은 준우가 아침에 필통을 열 때 마다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지 못 보시지요? 저는 그걸 매일 아침마다 본답니다.^^" 라구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요. 그래서 매일 썼습니다. 아이들은 지금도 그 편지를 고이 모아 두고 있지요.


 mulu님께서 하루에 5분, 10분 정도만 시간을 내서 아이에게 편지쓰기를 하신다면 분명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2회의 상담을 통해서 따님이 사랑이 많이 필요한 아이라고 하셨지요?  mulu님의 편지가 따님에게 분명히 그 사랑의 메신저가 되어 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편지로 엄마의 사랑을 매일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너무 부담스러운 주문을  mulu님께 드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진심은 통한다는 걸 믿는 사람이고, 엄마와 딸 사이의 진심은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내용은 특별하지 않아도 됩니다. 전 날 저녁에 아이를 잘 관찰하시고 그 중에서 한두 가지의 칭찬을 담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사실 전 mulu님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잘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부모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니까요. 시간이 한 참 지난 후에 mulu님께서 이 일을 뒤돌아 봤을 때.. 아 .. 그런 일들이 있었지.. 난 그 일을 참, 잘... 지나왔었지.. 라고 생각하시는 순간이 분명히 올 거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mulu님은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해결해 보고자 여기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셨으니까요. ^^ 따님들은 자라서 아가씨가 되고 엄마가 되겠지요. 그러면 그 땐 아마도 아.. 엄마가 그 때 그렇게 힘들었겠구나.. 하고 엄마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순간도 올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부러운 일이예요. 전 아들만 둘이라 지금부터 남편이랑 잘 지내볼 생각을 합니다만^^ ㅎ mulu님께는 토끼같은 따님이 두 명이나 있으니 후에 얼마나 엄마에게 큰 힘이 되어 주겠습니까? 지금 적금을 넣어 둔다 생각하시고  큰 아이의 마음을 읽어봐 주세요.


소식 궁금하니까 나중에 뒷이야기 꼭 들려 주시구요. ^^ 또 답답한 일 생기시면 연락 주시구요. 
어디서든  mulu님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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