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공부와 사교육 사이

상담넷
2022-03-01
조회수 322

부모 역할에 정답이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상담위원으로서 "이럴 땐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교육적 제언이 학부모인 나 자신에게 잘 적용이 안 되고 어려울 때도 많이 있다. 이 세상의 부모와 자녀 관계를 100쌍이라고 가정하면 100가지의 특별하고 독특한 부모와 자녀 관계가 있어서 하나의 답을 보편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좀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하는 게 상담위원의 역할이고, 그중 각 가정에 맞는 방법을 찾아서 노력해 보는 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이제 곧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둘째와 6학년이 되는 막내의 사교육에 대한 나의 고민과 최근에 사교육을 알아보던 과정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학원을 안 가면 뒤처질까', '학원을 꼭 보내야 할까', '보낸다면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할까'... 이런 고민 속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학원을 알아보며  '사교육'을 시작하게 된 사연이다. 사교육을 하라고 부채질하려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는 나도 사교육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이다. 사교육을 시작하기에 늦은 건 아닐까 하는 걱정 속에서, 상황에 맞게 아이에게 필요한 사교육을 최소화해서 선택한 나의 경험이 혹여 사교육을 안 해서 불안한 분들께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해서 글을 써본다.

 

학원을 보내는 문제로 고민인 학부모들께 '집에서 매일 문제집 하루 세 장'이라는 원칙을 기준으로 답을 드리려고 했다. 그 건 나도 우리 가정에서 실천하고 있는 학습법이다.  학교 수업을 성실히 듣는 것을 기본으로  집에서는 국, 영, 수 학습지 하나를 정하고, 매일 일정 분량을 풀기로 아이와 의논해 약속했다. 자기 공부를 약속한 대로 하고 있는지 가끔 지나가는 말로 확인하고, 꾸준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잔소리도 하고, 공부가 밀리거나 안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다시 열심히 할 것을 확인하고, 이런 일의 반복이었다. 이렇게라도 아이를 채근하고 그러한 채근에 아이들은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문제집을 한장 한장 풀어나가고 있으니 집 공부로 만족했다.

 

대부분의 학원이 학습지로 이론이나 개념을 설명해주고, 풀어보라고 하고, 많은 양의 숙제를 내주고 채점하고 틀렸거나 모르는 걸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집에서 하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은데 학원비를 내면서까지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전업 맞벌이가 되면서 아이들의 학습에 신경을 쓸 여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적당한 학원을 알아봐서 한 군데 정도는 보내야 했다. 하지만 무작정 많은 사교육을 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지금 부족하거나 보충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각자 하나의 학원에 다닌다면, 둘째는 수학, 막내는 영어에 도움이 필요했다. 아이들과 상의하여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둘째의 수학 학원은 어렵지 않게 정했다. 나랑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한 한 엄마가 소개해 준 공부방 수학이다. 집에서 하던 대로 공부하되, 집에서 봐줄 수가 없으니 선생님이 차근차근 봐주시고 적당한 양의 공부를 밀리지 않고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중2가 되면 처음으로 시험을 치르므로 시험을 대비한 공부법을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크게 바라지 않고 일단 그렇게 시작했다.

 

막내는 영어 학원이 문제였다. 영어 학원을 알아보기 위해, 믿을 만한 분께 조언을 구했다. 말씀을 나눠보니 또래 아이들의 선행학습이나 저학년 아이들과의 비효율적인 학원 수업보다는 아이의 수준에 맞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할 듯싶었다. 처음엔 단어 외우는 속도가 느리고 부담을 느끼더니 점점 요령이 생기고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이제는 재미있단다. 나는 조금 놀랐다. 싫다고 하던 녀석의 입에서 좋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영어 공부를 안 해봐서 그렇지 하면 잘 할 수 있는 힘이 아이에게 내재해 있었다. 그동안 해온 집 공부의 힘이었다. 집 공부, 스스로 공부를 통해 낯선 공부도 잘 적응할 힘이 충분히 축적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앞에서 모범생이 되고 싶은 마음, 하기 싫어도 숙제를 꼭 해야 한다는 생각,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한 마음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나는 이것도 지금껏 해 왔던 집 공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집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잔소리도 섞어 가며 관심을 두고 바른 인성과 연결하여 공부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나 나름의 분석 결과이다. 너무 거창하다 싶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수학을 배우게 된 둘째는 선생님으로부터 "연립 방정식을 잘하는구나!"라는 말을 들었고, 선생님이 "이걸 독학했다고?"라고 놀라며 물어보셔서 으쓱했던 것 같다. 집 공부할 때 ‘혼자 잘하는 걸까?’라는 나의 불안감이 싹 사라지며, ‘잘하고 있었던 거구나!’ 하는 안심으로 바뀌었다. 학원에 숙제를 안 해오거나, 모르는 문제라며 별표를 잔뜩 쳐오는 친구들이 있고, 공부하기 싫어서 쩔쩔매는 친구들을 봤다고 한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꼬박꼬박 숙제해가고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문제를 잘 푸는 자신이 은근 자랑스러웠을 것 같다. 이 역시 집 공부의 힘이다!! 만만세!!

 

아이들은 지금 처음으로 사교육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빠른 속도로 잘 적응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해서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다. 내가 직장에 적응이 되어 여유가 생기고, 우리가 생각했던 목표가 달성되면 잠시 사교육을 쉬고 스스로 공부해보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적절하게 다시 사교육을 선택하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열심인 모습, 긍정적인 신호가 기분이 좋다. 물론 얼마나 갈지 모르고, 또 나는 다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우려와 다르게 아이들이 잘해주고 있다. 사교육 시기를 최대한 늦춘 것이, 그리고 최소화하여 시작한 것이 아이들에게 좋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학원에 들어갈 반이 없다는 말에도 겁먹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대학생이 된 첫째도 중학교 입학 전에 학원을 알아봤을 때, 들어갈 반이 없다는 말에 낙심했던 기억이 있다. 둘째와 막내도 학원으로 갔다면 들어갈 반이 없다는 말을 또 들을 뻔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건 학원의 상술이었다. 아이들을 선행시키면서 자꾸 들어갈 반이 없도록 만들고, 선행 반에 들어가기 위해 다른 반에서 보충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로 아이를 기죽이고 부모를 겁먹게 만드는 것이 학원의 전략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느라 사교육을 선택했지만, 1년 뒤에는 또 어떤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교육에 휘둘리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공부를 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은 있다. 아이가 어릴 때일수록 흔들리지 말고, 아이의 집 공부 습관을 잘 들이기 위한 노력을 하자. 그리고 아이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아나가자. 그래서 아이들의 공부 내력을 키워주자. 

 

PS1. 내가 사교육을 고민할 때 주변의 많은 분의 말과 글이 도움이 되었다.  동료 상담위원 선생님이 쓴 2020년 5월 21일 자 상담넷 칼럼 "학원을 보내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요?"를 공유하고 싶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선생님의 경험담이 잘 담겨있다. 

http://naver.me/GYu3coTN

 

PS2. 나는 잔소리라고 생각 안 하지만, 아이들은 잔소리라고 생각할 것 같은 말들이라서 "아이들에게 잔소리했다"는 표현을 썼다. 집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말보다 행동이라는 것을 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먼저 보이고, 실수를 너그럽게 수용하며,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한 걸음 물러서 있는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게 잔소리보다 먼저여야 할 것이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그러한 부모가 되려고 마음으로 늘 다짐하고 노력한다. 집 공부가 안정적으로 잘 되려면 아이들과 대화가 잘 돼야 한다. 노워리상담톡 시즌2 <대화편> "아이들은 왜 부모와 대화하기 싫어할까?"도 참고할 만하다.

https://youtu.be/jj3NoI1sDNg

 

-B140 mind-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ㅣ사업자번호 356-82-00194ㅣ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ㅣ이사장 송인수 ㅣ (04382)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62길 23 유진빌딩 4층

ㅣ문의 02-797-4044 noworry@noworry.kr개인정보처리방침

호스팅제공자 : (주)누구나데이터 |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자 : 김용명 | 팩스 : 02-797-4484

Copyright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All Right Reserved.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업자번호 356-82-00194 ㅣ 대표 정지현, 홍민정

호스팅제공자 : (주)누구나데이터 |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자 : 김용명 

| 팩스 : 027974484

|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