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오해하는 할머니

상담넷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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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면 너 혼자 가지. 거기에 왜 애를 데리고 가? O 서방 바쁘면 내가 봐줄 테니 혼자 가라”

5년 전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대학교 졸업 여행에 아이와 함께 간다는 말을 들은 엄마의 반응이다. 당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아이를 가까이 사는 엄마에게 맡긴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를 맞으셨고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아이를 찾으러 오지 않으면 독촉 전화를 하셨다. 이런 식으로 엄마는 나의 단체 활동에 못마땅한 티를 내시더니 아이를 데리고 간다고 하자 드디어 한마디 하셨다.

“oo이 두고 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어?......”

“너는 애 공부를 왜 안 시킨다는 거니?”

“누가 공부를 안 시킨 데. 공부해야지”

“그럼 학원은 왜 안 보내?”

“학원을 뭘 안 보내. 필요한 건 보내잖아. 정말 사교육만 믿고 따라가는 게 맞는 건지 생각을 좀 해보자는 거야”

“학원을 안 가고 혼자서 어떻게 공부를 해. 다른 애들 다 가는데”

 

엄마는 내가 사교육 없이 아이 키우기를 목표로 삼은 것처럼 오해하셨던 거 같다. 할머니들끼리도 손자 손녀가 영어를 잘하니 수학을 잘하니 이야기를 나누는데 놀기만 하는 손녀가 걱정되신 건데 이런 엄마의 간섭에 화가 났었다. 내가 지향하는 바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말이 길어져야 했는데 잘 통하는 거 같지 않았고 결국 사교육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껄끄러워졌다.

 

얼마 전 심리학 책에서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분리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내용을 읽다가 깨달았다. 이 문제는 엄마가 쿨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여전히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데 있다는 걸. 엄마가 내 편이었으면 좋겠는다는 바람이 좌절되어 엄마에게 화가 나고 서운해하는,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엄마 곁을 맴돌며 눈치를 보는 어린아이 같은 내 모습을 인정해야 했다.

 

이제 그런 나의 희망이 실현 가능한지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지만 비슷한 듯 다른 삶의 조건에 처해 있다. 다른 경험을 한 우리가 다르게 생각하는 건 크게 이상할 일이 아니다. 엄마가 살았던 시대에서 통하던 것들이 지금도 유효한지 아닌지, 어디까지는 그렇고 어디까지는 아닌지로 엄마와 논쟁을 벌일 필요가 있을까? 더군다나 엄마는 뭘 모르고 내가 잘 안다는 걸 전제로 한 대화가 잘 진행될 리는 없다.

 

내 생각을 존중받고 싶듯이 엄마의 마음 또한 존중해줘야 한다. 엄마의 생각을 바꿔 놓으려고 충돌하기보다 엄마의 걱정을 이해하지만 엄마의 인정 여부에 상관없이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면 되는 거였다. 내가 필요 이상으로 엄마의 말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엄마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엄마 역시 공부는 안 하고 팽팽 놀기만 하면 어쩌나 걱정되었던 손녀가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니 오해가 풀린 건지 요즘은 기운이 좀 수그러드셨다. 긴장감이 팽팽하던 평행선이 조금 느슨해지고 있다. 얼마나 더 가까워질지 모르겠지만 이젠 여유 있게 서로를 지켜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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