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스스로 찾게 되는 친구

상담넷
2023-03-19
조회수 257

지난주는 새학년을 시작하는 학교나 부모 모두 바쁜 한주였으리라.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면, 봄과 함께 시작되는 새학년은 아이만큼 나도 늘 두근거림과 긴장감으로 작은 떨림이 있었던 것 같다. 학교와 교실의 분위기는 어떨지, 1년을 같이 만들어갈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은 또 어떠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시간이다.

 

더구나 하던 일에 큰 변화가 생긴 시기에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까지 맞물렸던 그때.

아이 학교 생활에 대한 걱정은 더 많이 부풀려졌던 기억이 있다. ‘유치원보다 커진 공동체 생활에 잘 적응할까?’, ‘읽기는 되는데, 겨우 보고 따라 그리고 있는 쓰기는 어찌해야 할까?’,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 못해 부당함을 당하면 어쩌나?’, ‘친구들도 사귀며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할까?’ 어느 부모나 하는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되었다.

 

이런 걱정도 초등학교 입학시기에 가장 컸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무뎌지기는 했다. 사춘기 이후로는 아이의 정서적 독립이 서서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즈음에 재취업으로 내 일에 적응해야 했기에 나의 사회생활 걱정을 더 많이 한 덕분일 것이다.

 

아이의 초등 입학즈음 가장 큰 걱정은 학습보다는 친구관계에 있었다. 아마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친구관계를 잘 맺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초등시절 친구문제로 힘들었던 내 경험도 한 몫을 했다. 그러다보니 외동에 내성적이고 너무도 조용한 아이는 사회성이 없어보였다. 우연히 알게 된 동네 선배맘에게 아이의 교우관계나 학교생활 적응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그때 선배맘이 걱정많은 나를 토닥여주었다. ‘너무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라서 교우관계가 걱정이라고? 혹 부당함에 말도 못하고 당하기만 할 것 같아 걱정이지? 나를 닮아 나처럼 말도 못하고 친구관계로 힘들면 어쩌나 걱정이지? 앞서 걱정하지 말아. 아이와 너는 다른 사람이야. 아이는 자신의 성장 시간을 나름대로 잘 보낼테니까. 당연히 여러 아이들을 만나겠지. 그러면서 자신과 잘 맞는 친구를 찾아 우정을 쌓을거야. 우리는 그냥 아이가 자신의 색깔과 어울리는 친구를 찾도록 응원만 해주면 돼. 아이 친구 만들어주겠다고 반모임가서 그룹 만들고 하지마. 엄마가 친한 그룹과 아이가 친하고 싶은 친구는 달라. 그러니 그룹에 못끼었다고 속상해하지도 말고. ’

 

선배의 말에 ‘앞선 걱정이구나!’ 싶어 조금 안심도 되었다. 초등 입학하고 3월 학부모 총회 후 반모임이 있었고 그 과정을 지나며 조금씩 비슷한 성향의 엄마들 사이에서 그룹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선배맘은 그룹에 못낀다해서 속상해하지 말라 했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반 아이들이 다같이 잘 놀면 좋겠으나 관계의 역동성이 워낙 다양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공동체의 크기가 크던 작던 갈등이 있는 것이 당연한데, 학부모 관계까지 더해져 아이들 갈등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생겼다. 결국 엄마들 모임을 통해 상처를 주거나 받는 분들이 생겨 아이보다 엄마의 학교생활에서의 관계를 고민하는 분들도 생겨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교우관계 못지않게 아이의 친구 엄마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걱정많던 나는 다행히 초1 때 같은 반 친한 아이들 그룹이 생기면서 그 엄마들과의 관계까지 잘 형성되었고 해를 거듭하면서 더 돈독해졌다. 학년이 올라가며 반이 바뀌었지만 초1때 엄마들 모임은 그대로 유지 되었다. 그렇다보니 아이들도 만나면 반갑고 잘 놀았다. 그러다 초등 4학년때 새롭게 만난 친구와 갈등이 생겼고, 아이가 힘들어했다.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나는 돕고자 하는 마음이였으나 아이가 바로 “엄마, 엄마와 나는 달라.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깨달았다. 선배맘의 말이 맞았음을.

초등 5학년 무렵부터 아이는 자신의 색깔과 맞는 친구를 찾기 시작했다. 같이 놀면 즐거운 관계에서 조금은 더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같았다. ‘우정’이란 깊어진 감정으로 손잡은 친구가 생겨난 것은 6학년때였다. 서로 다른 중학교로 배정된 아이와 그 친구가 떨어짐을 아쉬워하며 서로를 위로하던 편지(?)를 우연히 보고 감동했었던 기억이 있다. 정확한 글 내용은 잊었지만 두 아이가 초등시절 나누었던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자 감정인지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좋은 친구란 어떤 모습인지’, ‘우정이라는 감정은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정의내리고 있어서 놀랐다.

 

선배맘의 말처럼 ‘아이와 나는 비슷한 어려움에서 다른 선택을 할 만큼 달랐고, 아이의 친구는 아이가 찾고 만들어가는 것’이였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나와 잘맞는 좋은 사람이 있다면 관계를 맺으면 될 뿐이였다.

 

초등1학년 때 친해진 모임은 초등 졸업 후 중등시절을 지나면서 아이들은 점점 더 멀어졌고, 엄마들만의 돈독한 모임이 되어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도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보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 첫 아이였던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어했던 모임의 우리들은 이제 그 아이와 훌쩍 커버렸다. 그 시절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가 되었던 시간 덕분에 지금이 있음을 안다.

 

아이의 교우관계는 여러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면서 아이 스스로 ‘좋은 친구’,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찾아나선다는 것. 지금 같이 잘 논다고 깊이있는 ‘우정’이라고 판단하지 말 것, 엄마가 만들어준 관계가 아이가 원하는 관계가 아닐 수 있음을 알 것, 무엇보다 아이에게 ‘친구’라는 관계가 어떤 모습이여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계시다면 앞선 걱정은 마시라고 전하고 싶다. 아이는 어려움도 경험하겠지만 관심가지고 응원해주면 결국 스스로 찾아낸다는 것이다.

새학년을 시작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 모두에게 좋은 만남이 있길 바란다.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ㅣ사업자번호 356-82-00194ㅣ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ㅣ이사장 송인수 ㅣ (04382)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62길 23 유진빌딩 4층

ㅣ문의 02-797-4044 noworry@noworry.kr개인정보처리방침

호스팅제공자 : (주)누구나데이터 |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자 : 김용명 | 팩스 : 02-797-4484

Copyright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All Right Reserved.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업자번호 356-82-00194 ㅣ 대표 신소영, 나성훈

호스팅제공자 : (주)누구나데이터 |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자 : 김용명 

| 팩스 : 027974484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