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퀘렌시아 만들기

상담넷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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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이다. 투우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는 소가 다시 공격할 힘을 찾고 숨을 고르는 장소가 퀘렌시아다. 유사한 단어로 라틴어 '오티움(Otium)'이 있다. 세밀하게 분류하자면 오티움은 영적인 안식처, 퀘렌시아는 육체적인 안식처지만, '안식을 준다'는 의미에서 두 단어 모두 힐링의 단어로 통한다. 투우장에서 궁지에 몰린 소를 생각해보면 상상만으로도 무섭고 공포스럽다. 살면서 숨이 막히고 답답한 심정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숨이 막히다가도 숨통 트이는 경험을 하면 회복이 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런데 숨이 막히는 상황이 계속되면 사람은 살 수가 없다. 마치 투우장의 소처럼 말이다. 이 과정에서 해소되지 않은 스트레스는 불안과 우울, 무기력 등의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고 사람은 결국 번아웃이 된다.


앤 헬렌 피터슨의 책 <요즘 애들>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번아웃 세대로 규정된다.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불안정은 삶의 방식 중 하나이다. 매일 불안에 대처하며 살아가는 것에 따르는 정신적 대가가 번아웃이다.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성공하기 위해 스스로를 번아웃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완벽주의가 성취를 이루는 약이 되기도 하지만 번아웃을 낳는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완벽주의로 인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호소하는데, 완벽주의는 개인적인 특성일 수도 있지만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지고 양육 되어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요즘 애들'은 밀레니얼 세대지만, 나는 MZ세대와 그 이후 알파세대까지 아우르는 초, 중, 고, 대학생, 청년들을 포함한 모든 자녀들을 '요즘 애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애들이 궁지에 몰리지 않도록,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번아웃이 되지 않도록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혼자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퀘렌시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보다 먼저 요즘 애들을 양육하고 보호하는 우리 어른들에게 더욱 퀘렌시아가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심리적으로 건강해져야 남을 돌볼 여유도 생기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퀘렌시아를 통해 여유와 안정감을 갖는다면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좋은 영향이 미칠 것이다.


퀘렌시아는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예를 들어 반신욕을 할 수 있는 욕실, 방음이 되는 자동차 안, 좋아하는 카페, 동네 산책 길, 집 안의 어느 한 공간 등 어느 곳이든 편하게 느껴지는 공간일 수 있다. 또는 전념할 수 있는 활동일 수도 있다. 홈가드닝, 셀프 인테리어, 명상, 여행 등으로 힐링 할 수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에 어떤 사람은 "그것도 마음이 편할 때나 가능하죠. 힐링은 제 처지에 사치에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힐링(healing)은 치유하는 행위이다. 힘든 마음이 편해지라고, 소모된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하라고 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 더욱 필요한 것이 힐링이다.

 

힐링을 위한 나만의 퀘렌시아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세가지 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 생각의 전환, 그리고 강점을 발휘한 긍정적인 마음이다.

 

첫째, 우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나의 경우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나의 퀘렌시아 중 하나는 '책 읽고 글 쓸 수 있는 공간'이다. 도서관, 대형 서점, 문방구 같은 공간 뿐만 아니라 전철도 그러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최근까지 다녔던 한 직장은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 신도시에 있었다. 경기도라는 말만 듣고도 주변 사람들은 서울에서 경기까지 어떻게 출퇴근을 하냐고 나를 걱정해 주었다. 그런데 전철로 출퇴근이 가능했고,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외곽에서 서울로 출근을 하는 사람들과 반대로 나는 외곽으로 출근을 하니 언제나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 잡고 앉아서 그 때부터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 시간에 주로 기록 앱에 일상을 기록했다. 출근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책을 읽고 기록했다. 출퇴근 전철 안에서 1년 간 읽은 책이 대략 70여권 정도 되었다. 직장생활에서 힘든 것들을 기록하고 마음을 털기도 했다. <아티스트웨이>,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의 저자인 줄리아 캐머런이 이야기한 '모닝 페이지'라는 것의 아이디어를 빌려서 한 건데 스스로 마음을 치유 할 수 있었다. 이러니 출퇴근 전철이 나에게는 퀘렌시아였고 먼 직장을 다니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


둘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간이나 여건이 안돼서 좋아하는 걸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전환하면 어디든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거리가 가까워졌다. 나의 퀘렌시아였던 전철이 이제는 스트레스 공간이 되었다. 서울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전철에 끼어 타고 간신히 몸을 싣는다. 땀이 삐질 나고, 출입구를 막지 않으려고 문이 열릴 때마다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면서 진이 빠진다. 책 읽기나 기록하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서울로 오니 좋은 점이 있다. 직장 문을 나서면 걸어서 닿는 거리에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많고 사람이 많아 활기차다.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퇴근 후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사소하고 별거 아닐 수 있으나 전 직장에서 해보지 못한 것들이라서 무척 흥미롭고 활력이 생긴다. 이제는 나의 퀘렌시아가 길거리가 됐다.

 

셋째, 강점을 발휘한 긍정적인 마음을 살려야 한다.

나는 걷기도 좋아한다. 특히 골목길, 오솔길, 시장길 등 아날로그 한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취향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다. 점심시간에 틈 나는대로 주변을 걷는다. 시간이 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멀리까지 걸어 갔다가 되돌아 온다. 주변에 무엇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걷고 있는지, 어떤 꽃들이 피는지 살피게 되고, 유명한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 그 안에 전국에서 찾는 맛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먼저 입사해서 오래 일한 분들도 모르는 정보들을 내가 하나 씩 물고 올 때마다 "그런 게 있어요?" 하며 신기해 한다. 어느 날은 직장 뒷 편에 산이 있다고 하길래 궁금해서 올라가 보았다. 서울 시내 전경이 보이면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그 곳에 올랐을 때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만끽했다. 갑자기 전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길을 함께 걷고 뒷산을 함께 올랐던 옛 동료가 떠올라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지금 뭐해요?" 라고 그녀가 물었다. 거의 자동적으로 나온 나의 답은 "버릇이 어디갈까요. 산에 올라와서 걷고 있어요."였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다. 왜냐면, 전 직장에서도 동료와 함께 밥 먹고 남는 시간에 오솔길도 걷고, 뒷산도 오르고 했었으니까. 그 순간 깨달았다. 나의 퀘렌시아는 호기심을 안고 걸어 다니는 길, 산, 동네... 주변의 모든 곳 이구나.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을 대한다면 생각이 전환되며 나의 퀘렌시아를 발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어찌보면 전 직장은 멀어서 힘들고, 지금 직장은 출퇴근 전철이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을 전환하면, 전 직장은 전철에서 여유가 있어서 좋았고, 지금 직장은 시내에서 걸을 수 있어서 좋다. 긍정적이고 좋게 생각하자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결과적으로 보니 생각에 근력이 붙어 나도 모르게 생각이 좋은 방향으로 길을 찾는 것 같다. 내가 퀘렌시아의 힘을 얻은 것인지, 내가 퀘렌시아를 찾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인지 닭과 달걀의 문제 같지만,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나만의 퀘렌시아는 자연스레 나를 긍정의 방향으로, 스트레스가 없는 곳으로 이끄는 것 만은 분명하다.

 

퀘렌시아에서 힐링하기! 그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단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서 최근에 무엇을 했을 때 기분이 좋았는지 떠올려 보는 것 부터 시작해보자. 그리고 나의 강점은 무엇인지 찾아보자. 스스로 생각해 보고, 그래도 찾기 어렵다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자. 'VIA강점검사'를 검색해서 무료 강점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조금씩 시도해보자. 내가 찾는 마음의 안정이 곧 아이들의 마음의 안정의 근원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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