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대화에서 놓쳤던 것

상담넷
202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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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시험은 그동안 배운 것 중에서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체크하는거야. 다음번에 잘 보면 되잖아.”

 

중학생이 되어 본 첫 수학시험에서 상상도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귀가한 아이는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초등학교때와는 다르게 표시되는 성적표도 당황스러웠고, 첫 시험을 아이 나름으로 성실하게 준비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터라 아이의 그 눈물에 덩달아 당혹감이 컸다.

 

아이의 그 속상함을 빠르게 해결해주고 싶었다. 이번 성적표의 점수가 아이를 평가하는 모든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고, 너무 크게 상처받지 않았음 하는 마음이 컸다. 아마도 그 마음 때문에 서둘러 위로가 필요하다 생각한 것이리라.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우는 아이에게 시험이란 것의 의미도 알려주면서 생각보다 낮은 성적에 큰 의미 두지 말라며 ‘괜찮아~’라고 말했다.

 

아뿔사!

그러나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럴싸한 위로의 말을 하는 나는 불안함과 걱정으로 흔들리는 눈빛을 가득 담고 있었다. 
‘괜찮다’는 말을 하기 전에 성실하게 준비하고도 생각지도 못한 성적표를 받은 아이의 그 속상함을 먼저 알아주었어야 했다. 
얼마나 속상했을지, 너가 흘리는 그 눈물을 보니 나도 눈물이 난다고, 여러날 시험 준비하고 잘하고 싶었을 그 마음이 어떤지, 결과에 얼마나 당황했을지,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얼마나 울고 싶었겠냐고 그렇게 아이의 마음에 먼저 말을 걸어주었어야 했다는 것을 아주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중학교 첫 수학 성적으로 울었던 그날에 대한 기억은 아이도 온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 어느날 아이가 그 이야기를 꺼냈다. 불쑥은 아니였던 것 같고 아마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선행이 전혀 안되어 있는 아이의 학습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꺼낸 것으로 기억이 난다.

“엄마~ 내 중학교 첫 수학성적을 보고 많이 걱정하고 불안했지?”

“아니! 난 걱정 안했던 것 같은데?”

“에이, 엄마도 낮은 성적에 눈빛이 엄청 흔들렸는데... 그리고 실망스런 성적에 우는 나에게 괜찮아가 뭐야~”

“위로해준거잖아.”

“엄마~ 그것은 위로가 아니지. 내 마음은 전혀 괜찮지 않은데, 엄마가 먼저 괜찮다고 하면 안되지!”

“그럼, 뭐라 그래야 해?”

“정말 많이 속상하겠구나 하거나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으면 그냥 안아주거나 같이 슬퍼해주거나 해야지”

 

바로 그 때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준 것이 아니라 빠르게 해결해주고 싶었던 내마음이 더 컸고, 솔직히 ‘주변 엄마들이 미리 미리 선행하라고 했었는데, 그게 맞았구나!’ 하는 불안감과 걱정에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내 마음마저 ‘괜찮다’가 아니였음에도 아이에게 말로만 ‘괜찮다’고 말한 것이였으니 아이가 엄마는 ‘괜찮지 않구나!’를 알아차린 것이다.

 

상상도 못한 성적표를 가지고 집으로 향한 아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현관문을 열고 엄마의 얼굴을 본 아이는 어떤 말을 듣고 싶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얼마전 읽은 유선경 작가의 [사랑의 도구들] 중 ‘신뢰를 쌓는 대화의 기술’에 내가 놓쳤던 부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아이의 중학교 첫 시험이 다시 떠올랐다. 그 시절 내가 놓쳤던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중요한 경청의 자세는 상대가 말하는 '사실'보다 '감정'을 들으려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가 "회사에서 후배가 내 지시를 따르지 않고 멋대로 일을 처리했어!"라고 말할때, 내게 알리고 싶은 것은 고발이 아니다. 그 후배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는 것이다. 이걸 몰라주고 도대체 어떤 지시를 내렸냐는 둥, 그 후배가 어떤 인간이냐는 둥, 뭐 그런 일 때문에 기분 나빠하느냐는 둥의 말은 상대의 기분 나쁜 상태만 엿가락처럼 늘릴 뿐이다. 이럴 때는 "그래서 네가 많이 화가 났구나. 속상했겠네. 자존심도 상하고”라고 상대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좋다. 물론 그날의 진실이 상대가 처신을 잘못했고, 후배가 제대로 대응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나 유·무죄를 판결하는 재판관처럼 굴면 안 된다. 충고나 조언을 절대 삼가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신뢰가 먼저라는 의미다.

 아이와 이야기 나누었던 그 겨울이후에도 종종 감정을 읽기보다 해결을 하고 싶어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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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노워리상담넷  '한결같은 승연'
2009년 2기 등대지기학교를 통해 단체를 알게 되어 후원을 시작해  중학생이던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상근 활동가가 되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난 것을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해 지금은 노워리상담넷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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