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포자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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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포자였다.

중학교 때까지는 배운 것을 그때그때마다 따라가며 복습하지 않아도 어찌어찌  따라가던 정도였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니 더 이상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가 난무한 수업이 되어 버렸다.  수업 시간이 너무 괴로웠고, 혹여 재수가 없어 그날 불려나가 문제를 풀게 될까 조마조마한 수업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고2 쯤 되니 “오늘은 몇 번이 나와서 문제 풀어”라는 말은 선생님도 더 이상 하시지 않았다. 대놓고 엎드려 자지는 않지만 소수의 몇 명 아이들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은 멍하니 수업시간을 때웠던 것 같다.


고3이 되어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먼저 내가 조금이라도 자신 있는 과목들부터 공부해 가며 조금씩 성적을 올려 가는데, 형편없는 수학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수학이란 과목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고3 여름방학쯤 다시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첫 번째 목표는 30% 정답 맞히기. 모의고사 기출문제 1번에서 10번까지 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대부분이 중하 난이도 수준의 문제였다고 기억한다. 문제집의 뒤쪽에 배치된 최상위 문제는 아에 손도 대지 않았다. 나한테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땀 삐질삐질 흘리며 여름, 가을을 지나니 12번까지, 15번까지도 점점 그 이상 풀 수 있는 문제를 만나게 되었고 주관식 3번까지는 내가 풀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을 어느새 하게 되었다. 심지어 가정 형편만 된다면 재수를 해서 수학성적을 더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지금 내가 그 시절 수학에 대한 경험을 떠올리는 것은 지수나 로그, 미적분 이 아니다. 막연하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해서 포기했던 수학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목표를 잡고 시작하면서 그 만큼은 되더라는 것을 그때 배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포기하고 싶은 만큼 어려운 문제의 상황을 만나면 최상위 목표는 버린다. 때에 따라서는 상위 문제도 버린다. 중 정도의 목표라도 나에게 도전할 가치가 있으면 도전한다. 그 기준은 다른 사람의 가치가 아닌 나를 기준으로 세운다. 이것이 내가 18살 그 해에 수학문제를 붙잡고 낑낑거리며 온 힘을 다하며 배운 나의 철학이다.

 

아이가 수학 과제를 하느라 노트에 빽빽하게 수학문제를 풀어 놨다.

그걸 보는 나는 다행스럽다는 마음이 든다.

수학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 갈 수도 있고, 과제를 제출하는 성실성도 있다는 것이니까.. 

아이가 수학성적이 높다거나 수학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과제이니까 해내는 것 같다.

내가 수포자였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 수학을 미리 준비 시켜주어야 한다고 생각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동안도 학년을 뛰어넘는 선행을 시키지 않았다. 이번 학기 시작 전 겨울방학 때 예습을 하긴 했다. (학교에 따라서는 학생들이 학원에서 이미 배웠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수업을 하시는 공교육 선생님들이 가끔씩 있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현실이 이러하기에 방학 때는 다음 학기 예습을 시킨다.)


주위 학부모들 중에 선행학습을 꽤 많이 시키는 것을 봐왔었다.

시간이 지나 그 아이들과 내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요즘 얘기 들어 보면 선행을 많이 했다고 하는 아이들의 수학실력에 두드러짐이 없다. 오히려 그 아이들의 수학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나의 수학에 대한 감정은 성적이 높아서 성공했다는 그런 감정은 아니다.

어려운 문제에 대한 과욕을 접고 나의 목표를 찾아서 조금씩 해내다보면 나도 어느 정도까지는 할 수 있다는 성공 경험을 배운 것이다.

아이는 수학 과제를 하며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

아이는 지금 수학에 대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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