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동네책방 코이노니아>

상담넷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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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책세권’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책 세권이 아니라 권을 좀 세게 발음해야 한다. 몇 달 전 전국 책방 대표님들이 모여 계신 ‘전국책방넷’ 단톡방에 올라온 말이다. 역세권이라는 말을 패러디하여 동네책방이 많은 지역일수록 더 살기좋은 환경이 되고, 사람들이 모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본 이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동네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는 비율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저렴한 가격에 선물까지 주는 온라인 서점이 있으니, 정가를 받는 동네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는 건 왠지 손해처럼 느껴진다. 애초에 책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안했지만, 정당한 노동의 대가만이라도 주어진다면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전주에서는 동네책방에서 책을 구입하면 20%를 할인해 주는 정책을 자치단체에서 동네책방에 지원해 주고 있다는데, 참 부러운 정책이다.

 

회원들의 월회비로 월세를 충당하고 큐레이션까지 맡아 주는 회원제 책방인 <동네책방 코이노니아>를 꾸린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16명의 큐레이터 분들이 각자의 취향대로 다양하게 책을 골라주니, 주제나 장르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아 찾아주시는 분들의 만족도가 높다. 올해는 지원사업에 많이 지원하여 참여하였는데, 회원분들이 만나고 싶은 작가님을 모셔 책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참여하시는 분들의 만족감이 높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면 비록 몸은 힘들어도 충만한 마음이 드는데, 코로나로 모객 자체가 어려울 때는 힘이 많이 빠진다. 오랫동안 코로나 인원 제한으로 대부분의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해서 안 그래도 힘들고 진이 빠지는데 두배 세배 더 힘듦이 있었다. 가끔씩 내가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에너지를 쏟아가며 하고 있는 이러한 일들을 통해 나에게 남는 건 무엇이지? 라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해보면 결국 ‘사람’이 남았다. 그동안 ‘사람’이 좋아 시간과 정성을 들여 관계를 맺은 인연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인연들이 뻗어나간 연결고리들 덕분에 책방도 든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믿는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좋아한다. 특히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좋다. 책을 좋아하고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나는 책방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책방에 오셔서 책을 많이 사주시는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워서 선물을 바리바리 챙겨 드린다. 판매하려고 들여놓은 굿즈들을 선물로 모두 소진하기도 한다. 책이 판매되면 읽고 싶은 책이랑 판매하고 싶은 책을 또 한가득 사야 해서 남는 돈이 없다. 그래도 팔고 싶은 책이 팔려서 좋고,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살 수 있어서 좋고,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어서 좋다. 책방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참 따뜻하고 좋다.

 

이번 주에는 노워리 상담넷 담당자와 상담위원샘이 책방에 다녀가셨다. 공간이 너무 예쁘다며 감탄하시고, 운영방식에 대한 설명을 해드리니, 정말 좋은 방법이라며 무한 칭찬을 해 주셔서 몸둘 바를 몰랐었다. 여러 큐레이터들이 골라 놓은 다양한 책이 훌륭한 인테리어가 되어 내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공간이 아름답게 변한다. 책방을 하며 ‘함께’라는 힘이 실로 어마어마함을 하루 하루 실감하고 있다. 책방은 때론 요가원으로 변신한다. 다락방은 키즈카페가 되기도 하고, 주말이면 책방으로 나들이를 온 가족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지역언론사 인터뷰에서 내가 꿈꾸는 책방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천국같은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편안하게 들러 마음껏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천국 같은 공간을 내내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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