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

상담넷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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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토요일.

주말에는 장거리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몇 달간 10키로 정도만 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은 15키로를 뛰어야지 결심했다. 보통은 내가 10키로를 달리는 강변코스가 있다. 가로등이 있어서 새벽에도 문제없이 달릴 수 있고 익숙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 날은 왠지 작년에 달려본 노을마라톤 코스로 가보고 싶었다.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혼자 뛰는 것도 겁나고 그리로 가려면 차를 타고 가야할 뿐 아니라  가로등이 들어오는지 미리 점검도 못해본터라 겁이 났다. 나는 늘 해가 뜨기 전 새벽에 뛰기 때문에 가로등이 켜져 있는 길인지 신경썼다. 노을마라톤 시작점인 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달리기 측정시계를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달리니 바닷가가 나왔다. 작년에 힘들게 10키로를 완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닷길로 가로등이 쭉 서 있어서 아주 밝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5시도 되기 전에 바다가 환해지고 아침노을이 번져가기 시작했다. 바람..시원한 바닷바람이 내 뺨에 와 닿았다.  바다 위로 파란 하늘과 환상적인 구름을 보며 달리는 기분이 최고였다. 시도하길 잘했다. '역시 와보길 잘했어. 와보지 않았으면 몰랐을거야~!! 이런~!!'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경험해보기 전에는 늘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서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달리기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달리기의 시작도 그랬다. 나는 초등학교 운동회 종목에서 빠지지 않는 달리기 경주에서 늘 마지막이었던 아이였다. 행동도 굼뜨고, 걸음도 느려 늘 타박을 받는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SNS운동모임에서 인증을 받기 위해 달리기 시작할 때도 뭔가 거창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마라톤 대회는 꿈꾸지도 않았다. 그저 쉬지 않고 30분 달리기를 목표로(그 때는 그 목표도 까마득해 보였다) 일주일에 세번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두 달 뒤 쉬지 않고 30분 달리기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이란!! 기적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달리기를 사랑하게 되었다. 

 

30분을 혼자서 달리는 것과 대회에 나가는 것은 또다른 차원이었다. 처음 대회는 3월..기록이 없는 3.1절 5키로 달리기였다. 그 때도 꽤나 긴장했고 힘들었다. 페이스조절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기록장치도 가지고 있지 않아 핸드폰어플에 의지하고서 달렸다. 한번 대회에 나가보니 자신감이 붙어서 5월에 10키로 가족달리기 대회에 신청했다. 그날은 매우 더웠고 너무 긴장해서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와야했다. 그리고 더 힘들었던 여름의 노을 마라톤 10키로 완주, 새해 첫날 1월 1일 한강 신년마라톤을 완주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달리기 첫걸음을 떼고나자 그 다음시도는 한결 더 쉬워졌고 새로운 목표를 찾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올해 목표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였지만 부상이 있어 달리지 못했던 기간도 있었고 건강이 좀 나빠져 입원기간을 거치면서 달리기도 침체가 왔다. 코로나까지 겹쳐 거의 모든 마라톤 대회가 취소되었다. 부상을 당하거나 달리지 못할 상황이 생길 때마다 이제 영영 달리 못하면 어떡하지? 달릴 때의 그 기분을 이제 느끼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이 일었다. 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다시 시작하는 첫 달리기, 첫걸음이 필요하다. 매번 하는 달리기에서도 첫걸음을 떼는 것이 가장 어렵다. '내가 과연 달릴 수 있을까?' 라는 마음과 싸워야 한다. 두려움 때문이다.  '에잇..까짓거 안될거 같으면 중간에 멈추고 걸으면 되지 뭐~'라고 마음을 조금 더 가볍게 한다.그러면 첫걸음을 떼는 발걸음도 좀 더 가벼워진다. 

 

얼마전 바닷가 노을 마라톤 코스를 25키로 미터 뛰고 왔다. 이제 처음 갈 때의 그 길은 내게 익숙한 길이 되었다. 어디에 오르막이 있고 어디가 내리막인지 안다. 어디쯤가야 몇키로를 갔는지도 알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첫걸음만 내 딛을 수 있다면 그 다음은 조금씩 더 쉬워진다. 오늘도 그 첫걸음을 내딛는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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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마라톤 코스를 달리며 바라본 환상적인 아침노을..달님과 별님
   첫걸음을 내딛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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