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이유는?

상담넷
20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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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퇴근길에 마주한 장면.

육교를 내려오다 너무도 크고 날카롭게 울리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육교 앞에서 약속이 있는 터라 화가 참아지지 않는 목소리는 그 자리를 벗어나기 전까지 내내 들을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은 한 손에 검은 봉지를 들고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엄마로부터 쏟아지는 분노의 말들을 오롯이 듣고 있었다. 표정으로 봐서는 그 아이도 조금만 더하다가는 폭발할 것 같은 모습으로 할 말 많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나가다 멈칫하고 돌아보는 사람들마저 긴장하게 만드는 육교 앞풍경이였다. 폭발 직전의 긴장감에 약속장소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점점 움츠러드는 나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난감해하며 핸드폰을 자꾸만 만졌다.

 

약속 시간보다 늦어지는 지인을 기다리느라 의도치 않게 모자의 대화, 물론 거의 엄마의 야단이었지만 대화를 듣다 보니 전후 사정은 이러했다.

 

퇴근하는 전철역 육교 아래에는 떡볶이 집이 두곳이 있다. 한 곳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곳으로, 그 세월만큼 주인도 나이가 꽤 드신 분이 운영하고 있다. 1년 전인가 새롭게 오픈한 곳은 젊은 사람이 주인이었고 인테리어부터 남달라 시선이 머물러지는 곳이다. 오래전부터 해오던 떡볶이집 자리에 새로운 집이 들어서고, 오래된 집은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어느 정도 나이대가 있는 분들은 옛날부터 있어왔던 오래된 집의 떡볶이 맛을 더 좋아하는 듯하지만, 청소년 아이들은 새로운 집을 더 좋아하는 듯하다.

 

수입 고급 차를 운전해 아이를 마중 나왔던 엄마는 아이에게 떡볶이 심부름을 시킨듯한데, 아이가 새로 생긴 집의 떡볶이를 샀나 보다. 아이가 산 떡볶이를 계산하는 중에 육교 바로 앞에 정차한 엄마는 차 안에서부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야~ 뭐야? 쟤 왜 저래? 거기 아니야~~~~’ 엄마의 소리를 들었어도 이미 늦었다. 떡볶이는 포장해 이미 받았고, 막 거스름을 받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함에도 엄마의 잔뜩 화난 목소리는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거세어졌다.

 

화가 치민 엄마는 결국 정차한 차에서 내려 당장이라도 아이를 때릴 듯이 뛰쳐나와서 더 크게 소리를 쳤다. ‘거기가 아니라 했잖아~ 도대체 말귀를 못 알아듣냐?’ ‘몇 번이나 말했어?’ ‘뭐~ 이런 바보 XX 같은 게 다 있어!’ ‘얘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정말 말을 해도 듣지도 않고, 넌~ 꼭 이러더라!’ 등등.......

 

다행스럽게도 때릴 듯 달려들던 그 모습에 잔뜩 긴장했는데, 욕만 한 바가지 쏟아낸 후 운전석에 가 앉았고, 아이는 그 뒤를 터벅거리며 걸어가다 폭발했는지 뒷좌석이 아닌 운전석 쪽으로가 문을 벌컥 열고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고 소리를 쳤다. 거기까지 보고 지인을 따라 그 자리를 벗어났으니, 그다음의 상황이 어떻게 펼쳐졌는지는 모르겠다.

 

폭발하듯 화가 난 이유가 무엇이였을까?

떡볶이를 원하는 곳에서 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화난 것은 과하다 싶지만 어디까지나 제삼자입장일 뿐이다. 어쩌면 그 엄마는 오랫동안 이 떡볶이를 먹으려고 오늘을 기다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엄마의 의견이 수용되지 못했던 것이 이번에 폭발했을 수도 있겠다. 혹은 떡볶이가 원인이 아니라 다른 일로 감정이 격해있었다가 마침 떡볶이가 딱 신경을 건드렸을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나에게도 어린 시절 경험이 있다. 오래전 일이지만 심부름 후 크게 혼났던 기억이다. 어떤 채소를 사 오라는 첫 심부름이었는데, 엄마가 기대한 채소의 품질과 달랐던 것이 화근이 되어 눈물 쏙 빼도록 울었던 생각이 났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 당시 엄마는 부부싸움이 막 끝난 상태로 이미 화가 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린 나에게 차분히 말해주고 싶다. 엄마가 화를 심하게 낸 것은 너의 탓이 아니라고. 첫 심부름할 때는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첫 심부름을 해보니 어떠냐고. 다음에 물건 살 때는 어느 것을 살펴보면 더 좋겠다는 말도 건네주면 나에게 그 첫 심부름은 두고두고 자신감을 높여주는 경험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화는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와 상대가 수긍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화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겨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화난 것이 지금 앞에 있는 상대방 때문인지, 이 상황이 화의 원인인지, 화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나의 의도가 잘 전달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내가 화를 낸 이유와 바라는 것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는 것이다.

 

물론 그 짧은 순간에 이것저것 다 생각해가며 화를 처리하기란 어렵다. 화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시간과 에너지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더라도 막상 화가 나는 상황에 놓이면 차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평소에 자꾸 생각해봐야 하나보다. 자신의 감정을 자주 들여다보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면 쉽게 알아챌 수 있겠다. 이미 벌어진 상황도 스스로 되짚어보고 성찰을 해야 다음에는 변화된 대처를 할 수 있으리라. 화가 난 이유를 제대로 아는 것이 그 시작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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