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엄마

상담넷
2020-10-23
조회수 586

교회 소그룹에서 내 별명은 AI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을 해 내며 큰 기복없이 성실하게 내가 해야할 일들을 꾸준히 해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사실 썩 기분좋은 별명은 아니지만 나의 장점을 생각해서 그렇게 불러 주는 것이려니 좋게 생각한다.


AI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컴퓨터에서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생각하고 학습하고 판단하는 논리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인간지능을 본 딴 고급 컴퓨터프로그램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어느날 아이들과 AI엄마에 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얘들아~AI는 정확하고, 실수도 없고, 꾸준하고 성실하잖아. 전에 엄마가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엄마일을 도와주는 AI 엄마가 나와. 처음엔 엄마일을 조금 도와주는 AI엄마로 집에 오게 되었는데 나중엔 아이들이 진짜 엄마보다 AI엄마를 더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지 . 왜냐하면 AI엄마는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시간없다고도 안하고 아이들에게 책도 잘 읽어 주고 감정에 따라서 아이들을 야단치지도 않고 엄청 완벽하거든. 엄마가 생각해도 화도 잘내고, 피곤하다고 책도 안 읽어 주는 엄마보다 그런 엄마가 더 좋을 거 같아. 너희들은 어떨거 같애? "


아이들은 조금 고민하면서 엄마의 눈치를 본다.


"엄마가 야단도 안치고 화도 안내면 좋을 거 같긴해.."


"그렇지 .AI엄마는 할 건 다 하면서도 피곤하지도 않으니까"


"요리도 잘하면 엄청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내심 우리 엄마가 더 좋아~라는 말을 기대해서였을까? 아이들의 말이 좀 서운하다. 아이들이 원하는 엄마는 자기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가정부 같은 사람일까? 생각하니 은근히 성질이 난다. 엄마가 뭐 밥해 주고, 청소해주고, 빨래 해주고 준비물 챙겨주라고 있는 사람인가?


그러면서 인격을 가진 로봇이 나온다면 정말 사람들에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미래를 상상하여 쓴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소멸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사랑해서 부부간에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인공수정만을 통해 아이를 생산하고 그 아이를 부부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공동시설에서 키웠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엄마 아빠가 없고 각 가정이 없으므로 어떤 편견이나 차별도 없이 자랄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는 인간이 완전한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도시를 만들어서 원하는 사람들을 이주시켜 살게 하는 실험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 속의 여자주인공도 그 도시로 이주를 할까말까 고민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났던 것 같다.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전제하에 그 불완전한 인간성을 서서히 소멸시켜 가는 쪽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있음을 상상하여 그린 소설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는데 또 그렇게 허무맹랑한 상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하면 작가가 상상하는 AI사회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자율주행 차도 나오고 요리하는 로봇도 나오고..소설도 쓰고 예술작품을 하는 로봇도 있다고 한다. 인간이 지닌 최대의 재능이 창작성인데 그 창작성을 대신할 로봇까지 나온다면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인간의 약점을 보완할 로봇이 나와서 인간의 삶이 과연 더 풍요로워질까..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과학자들은 많은 분야에서 AI를 개발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듯 하다. 어쩌면 인간보다 훨씬 나은 인공지능 로봇이 곧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얼마나 편리한 기능을 가진 로봇들이 많은가?


AI엄마가 옆에 있다면 나는 엄청난 열등감을 느낄 것 같다. 지금도 나의 부족함 때문에 열등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더이상 내가 필요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우울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것 같다.


작년에 책활용 독서모임을 하면서 어느 선생님이 해 준 말씀이 생각난다. 책 하나를 읽고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친절한 엄마가 좋은지, 잔소리 많이 하는 엄마가 좋은지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아이들의 대답이 뜻밖에도 "저는 우리 엄마가 좋아요"였다고 한다. 엄마가 친절하거나 책을 읽어주거나 해서가 아니라 그냥 우리 엄마라서 좋다고 했다는 말에 선생님도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엄마도 그렇지 않은가? 아이가 예쁘고, 키크고, 말도 잘듣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아이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내 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학예회 무대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아도 엄마는 내 아이를 금새 찾아낼 수 있다. 내 눈에는 내 아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볼 수가 있다. 아이들도 엄마를 내 엄마라서 사랑한다.


몇일 전 치유관련 집단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참석한 모든 분들의 스토리를 들으며 사람의 삶이 참으로 연약하고 불완전하고 상처투성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누구도 완벽한 삶이 없었고 누구에게나 결핍과 고통이 있었다. 그 고통으로 인해 아파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으로 그 고통을 자신의 성장의 동력으로 사용해 자신의 삶을 성장시켜가는 모습, 서로를 안아주고 품어주는 모습들은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다채로운 빛깔의 삶이었다.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며, 그 부족한 부분 때문에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더 절실하게 느낀 시간이었다.


"엄마가 말이야. 화를 내기도 하고 부족한점도 많지만 그래도 이 사람 엄마를 완벽히 대신할 AI엄마는 없을걸? 엄마는 엄마만의 고유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특별한 삶을 사는 특별한 사람이야. 조금 부족하면 어때?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씩 성장할 수 있고 그 성장으로 엄마는 매일 똑같은 삶이 아닌 매일이 기적인 삶을 살아가는걸. 엄마는 AI엄마보다 사람엄마인 것이 훨씬 좋아. 엄마는 하나뿐인 너희들의 엄마니까. "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말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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