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태도초6, 좋아하는 것만 하지 말고 해야 할 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6-02-05
조회수 106

Q. 안녕하세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작은 아들입니다. 학교에서는 성격도 좋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고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에서 제일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친구라고 말씀 하십니다. 그런데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보면 좀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어찌 보면 겁나는 것도 무서운 것도 걱정도 없는 것 같고.... 얼마 전 학교에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답니다. 그러면 조심해야 하는 게 정상인 것 같은데 또 하다가 걸리기를 3번인가 했다고 같은 반 엄마가 알려주길래 휴대폰을 압수 했습니다.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험 기간에 공부를 어디까지 문제집을 풀어놔라 얘기하고 저도 일하니까 저녁에 와서 체크를 합니다. 그 사이사이 확인을 하면 했다고,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집에 가서 보면 안 해놓을 때가 거의 대부분이고 해놓더라도 군데군데만 풀어서 한 것 같은 흉내만 내놓습니다. 야단을 치고 손바닥을 때려보고 벌을 세워 봐도 달라지는 게 없고 항상 그렇습니다. 평상시에는 그냥 식탁에 마주 앉혀 놓고 푸는 거 확인하고 하나씩 메겨가면서 공부를 봐주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학원을 다녔습니다. 영, 수를 다녔는데 학원에 2년 동안 다니면서 숙제를 거의 안 해갔다고 합니다. 매일 남들보다 2시간씩 남아서 숙제를 하고 옵니다. 야단을 치고 해도 숙제 안해 가면 남아서 하면 된다고 생각 하는 것 같고 거기에 대해 큰 잘못이란 생각과 부끄러움 같은 것도 없는 듯 보입니다.

 

제가 공부를 하라고 시켜 놓으면 했다고 대답만 하고 하지도 않고 아예 책 자체를 펴보지도 않아 놓고 집에 오면 자기가 읽고 싶은 책 쌓아놓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데 놀러가거나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지는 않습니다. 친구들과 노는 것 말곤 컴퓨터 게임 같은 것은 크게 흥미는 없어 보입니다. 왜 안하고 거짓말 했냐고 야단치면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 권만 보려고 한 게 여러 권이 되었다고 합니다.ㅠㅠ 책 보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너무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책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을 외울 때 까지 봅니다. 예를 들어 삼국지에 빠졌을 땐 삼국지 간략하게 되어있는 두 권짜리로 첨에 읽었습니다. 내용이 부실하다고 더 긴걸 빌려오더니 저보고 10권짜리 제대로 된걸 사 달라 하더군요. 사줬더니 한 20번 읽더니 그 내용을 거의 몇 페이지 뭐가 나올 정도로 외웁니다. 그 뒤부터 거기 나오는 장군들 무기와 특징 같은걸 외우더군요. 어느 날은 제갈량이 지은 시를 외오면서 왜 그 순간에 그 시가 나왔는지를 저한테 설명 하더군요. 해리포터에 빠졌을 때도 책이 너덜너덜 할 정도로 읽더니 급기야는 지팡이를 만들겠다고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그 사이즈에 맞게 나무를 구해 와서 자르고 미술붓 털을 잘라 붙여 전기 테이프로 감고..... ㅠㅠ 어제도 급기야 시험공부 시키다 폭발을 했네요...ㅠㅠ 하고 싶은 거 하고 읽고 싶은 책 실컷 보고 그러라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ㅠㅠ

 

시간 관리가 안되나 싶어 오늘 해야 할 일 적고 우선순위 정하기도 해보고 제 딴엔 여러 가지 노력을 해봤는데 아이가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습관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책 때문에 다른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엄마 입장에선 문제로 보입니다. 어떻게 습관을 잡아주고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요. 도무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언 부탁드립니다.

 

A. 같은 6학년 아들을 둔 과거 직장맘으로서 우리 아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반가운 마음에 답글을 써요. 우리 아들처럼 삼국지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좋네요. 우리 아들은 무기에 관심이 많아서 각 무기와 그 무기의 특징, 이름들을 줄줄 이야기하고 각 인물의 성격과 그 때 상황을 즐겨 이야기해요. 간혹 현대의 인물과 비교하기도 하고요.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비슷하네요. 나무로 자르고 테이프로 붙이고...... 전 오히려 그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어요. 숙제는 알아서 하고 나머지 해야 할 것을 못해도 책을 보거나, 만들기를 하는 것은 허용해줬어요. 같이 적벽대전, 삼국지 영화도 보고 그러면서 책과는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하고, 각 인물과 성격, 이미지, 무기 등에 관한 것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보라고 했었죠. 딱 3명하고는 안했지만요.

 

직장맘이라 봐 줄 시간이 부족하니 맘이 급하시고, 해야 할 것을 먼저 해놓고 하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니 답답하시기도 하겠지만, 게임이나 tv보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나요? 오히려 그런 유해환경 차단을 못해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더 많거든요. 아이들은 한 가지씩 고쳐나가야 해요. 어머님이 생각하시는 것 중에서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를 정하고 아드님과 협의를 해보세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러면서 아드님의 생각도 들어 보시구요. 정해진 것을 잘하면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 거죠.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안돼요.

 

전 꼭 해야 하는 것이 숙제였어요. 대신 해주지도 않고 본인이 하는 것으로. 지금은 웬만하면 학교에서 다 하고 오고 어려워하지도 않더군요. 매일 해야 하는 것도 수학진도까지 문제집풀기, 영어 동화책 읽기, 듣기(1편)이에요. 양이 많지 않아 금방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 하지도 않아요. 이것도 서로 협의 하에 정한 것이고요.

 

어머님이 답답해하시는 것들이 제가 보기엔 장점이거든요. 성격 좋고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것. 충분히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라고 보여집니다. 아이는 걱정이 아닌데 어머님이 걱정이신 건 아닌가요? 어머님이 걱정이시라면 아드님에게 말을 하세요. 핸드폰 게임하다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는데 왜 또 했는지, 그냥 압수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충분히 이야기로 해결이 가능한 나이고 오히려 본인의 의견이 들어간 해결책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껴 잘 지킬거에요.

 

시험공부도 어머님이 정해서 어디까지 해라가 아니라 아드님이 정해서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거구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 하지 않을까 싶어 그러신거겠죠. 하지만 시켜서 하는 거니 하기 싫고 그러다 보니 거짓말을 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아이들도 시험, 성적에 대해 누구보다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민감하게 반응하냐 아니냐 하는 정도의 차이지만요. 지금 책 읽기에 집중하는 힘이 공부로 넘어간다면 오히려 잘 할 수 있어요. 책을 읽지 않고 공부만 하는 아이는 결국 잘 할 수 없는 아이가 되는 거죠. 모든 영역-영어, 수학, 사회-에서 마찬가지로요.

 

제갈량이 지은 시를 외운다는 부분을 보고 전 대견했어요. 그 배경까지 알고, 그 때 어머님 반응은 어떠셨나요? 저 같으면 멋있다고 해줬을 것 같아요. 삼국지 책이 좋아 읽을 수는 있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런 활동을 하진 않거든요. 그러면서 위,촉,오 삼국시대가 우리나라는 어느 시기인지, 우리나라에 역사에서 그 인물과 비교될 만한 사람은 누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비교해보고 우리나라 역사로 관심을 옮겨줄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인물이 가장 좋은지, 좋은 이유는 뭔지, 우리나라에서도 관우를 숭상하는 믿음이 있어 관우상도 있고 사당도 있다고 시간되면 같이 가보자고 하는 것도 좋고요. 그럼 한 책만 보는 것에서 좀 더 넓혀갈 수 있고요. 책만이 아닌 시사와 관련된 것으로 잡지나 신문, 뉴스 등을 접하게 해주세요. 탐구형의 아이들이 관심분야 책은 열심이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은 관심조차 두질 않거든요. 어머님과 같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생각도 키우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도 하고 - 엄마는 이런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아드님의 생각을 자꾸 물어보세요.- 이것이 진짜 공부에요. 그러면서 논리적인 사고도 하고 그것을 글로 쓰면 논술이 되는 거죠. 이렇게 간단한게 논술은 아니지만요. ㅎㅎ

 

아이의 단점을 고치고 안 되는 것을 답답해 할 것이 아니라 강점을 보고 장점을 살리면서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지금 당장 성적을 올리거나 생활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멀리 보면 그것이 가장 확실하고도 맞는 방법일거에요. 아이는 부모가 믿는 대로 되고,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우고 삶에서 가르친 것만이 남는다고 해요.

 

혹시 책만을 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세요. 그 나이엔 책보다 친구관계가 중요하고 좋아하더군요. 전 남자아이들에겐 꼭 운동(신체활동)을 시켜야 한다고 봐요. 몸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그러면서 사춘기 때 성적에너지, 스트레스도 건강하게 해소하구요. 그러면 공부도 더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하나 하나 안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마시고 멀리보시고 큰 그림을 그려보세요. 지금 당장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지금 못하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 처럼요. 1학년 때 받아쓰기 점수 그땐 그게 중요해 보였지만 지금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누가 좀 더 빨리 잘하는 것에 지나지 않잖아요.

 

아드님과 주말에 영화 [세 얼간이]를 같이 보시면 어떨까요. 지난 주말 식구와 다 같이 보며 이야기하면서 봤는데 좋더군요. 왜 공부해야하는지, 공부란 무엇인지, 성공이란 무엇인지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는데 다 못 보기도 했고 엄마랑 보면 이야기 할게 많을 것 같았다고 하네요.

그럼, 즐거운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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