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학습초2, 연산 문제를 풀 때 답만 체크하고 풀고 싶은 것만 골라서 풀어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05-21
조회수 1809

Q. 초2 아들이 연산문제집을 하루 한 장씩 푸는데 풀이 없이 답만 씁니다. 글씨쓰기가 귀찮답니다. 그리고 풀고 싶은 부분을 골라 풀더라구요. 이런 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A.

안녕하세요. 아이가 풀이 과정 없이 답만 써서 고민이시군요. 짧은 글이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런 상황에 대한 원론적인 말씀을 드릴게요.


손으로 뭔가를 쓴다는 것은 사실 초2에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연필은 큰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조작하기가 쉽지 않죠? 그리고 그 작은 물건으로 더 작은 글자를 쓴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손글씨 쓰기를 어려워하고 싫어하게 됩니다.


그런데 유독 손글씨 쓰기가 문제가 되고 부모님들이 고민하는 과목이 바로 수학입니다. 그런데 과연 수학만 문제일까요? 예를 들어 다른 과목에서도 손글씨 쓰기를 싫어하지 않을까요? 현재 2학년이면 국어, 이웃, 우리나라, 가을, 겨울 등을 배우고 있어요. 이 과목에서도 쓰기 싫어하는 습관은 나타날 거예요. 오늘 아이의 교과서를 한 번 보세요. 결과만을 달랑 쓴다든지, 과정에 대한 서술, 묘사 없이 쓴다든지, 서술어 없이 명사형으로나 종결되지 않은 표현으로 쓴다든지 등등. 이런 모든 것들이 쓰기 싫어하는 아이의 특징을 반영해요. 따라서 수학에서 과정 없이 답을 쓸 때는 쓰기라는 활동 자체를 싫어하든지, 과정을 쓸 능력이 없든지, 너무 쉬워서 과정을 쓰기가 무의미한 경우입니다. 세 가지를 나눠서 상세하게 말씀드릴게요.


첫째, 쓰기 활동 자체가 싫다.

쓰기 활동 자체가 싫은 경우는 그 활동이 힘들거나 재미없기 때문입니다. 어릴수록 정교한 조작 활동이 쉽지 않아요. 처음부터 젓가락으로 반찬을 먹는 아이는 없습니다. 포크로 먹지요. 물론 포크질도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손동작이 잘 안 된다는 것은 그 활동과 관련해서 뇌 발달이 덜 되었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니 그 활동 자체를 어려워하고 싫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덜 익숙하기 때문에 호기심을 갖고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전자와 후자의 성향을 결정할까요? 기질적인 면도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부모가 낯선 활동을 할 때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허용적이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위험해”, “안돼”, “엄마가 할게”를 입에 달고 산다면 아이는 낯선 활동을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심지어 6학년이 되어서도 칼을 다루는 활동을 하다보면 다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정교한 손 조작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손 글자를 쓰기 싫어한다면 단순히 글자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양육 방식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아이의 기질적인 원인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가 어떤 낯선 일에 도전할 때 부모가 허용적이고 지지하는 태도로 키워야 합니다. 이때 낯선 일에 대한 도전이 뭐 대단한 일만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장난감을 조립할 수도 있고, 약간 더러운 흙장난일수도 있고, 집에 있는 물건을 분해하고 못 쓰게 만드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완성된 기성 제품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둘째, 과정을 쓸 능력이 없다.

과정을 귀찮아서 안 쓰는 것 같은데 막상 확인해 보면 과정을 쓸 능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의 과정은 당연히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입니다. 수학적이라 함은 수학에서 사용하는 연산, 풀이, 설명 방식 등을 수학의 언어인 기호, 문자,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며 수학적 표현 능력이라 함은 이러한 수학적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치 국어를 아무리 잘 해도 영어 단어를 한 마디 모르면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잖아요. 이때는 영어라는 도구에 익숙해져야 하듯이 수학도 수학적 표현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또한 익숙해지려면 당연히 수학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접촉 시간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학적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데 어떻게 과정 없이 답을 쓸 수 있을까요? 나름대로의 직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관은 쉽게 말씀드려 ‘딱 보면 나오는 생각’입니다. 이것도 수학적 사고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자체로는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수학 개념이 어려워지고 문제가 어려워지면 직관을 이용해 수학 문제를 푸는 아이들은 더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직관을 이용해 수학을 푸는 것은 쉬운 문제나 저학년 때에나 먹힙니다. 그래서 풀이 과정을 손으로 쓰는 것을 수학에서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아이들은 풀이 과정을 쓰는 것을 싫어할까요? 왜 답만 달랑 적기를 원할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부모가 지나치게 결과만 강조할 때 아이들은 답만 내고 그 활동에서 벗어나길 원합니다. 예를 들어 ‘백 점 맞으면 스마트폰 사줄게’라고 하면 아이들은 수학은 수단이고 목적이 스마트폰이 됩니다. 수학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폰을 얻으려고 수학을 하니 그 수학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한편, ‘문제집 2장 풀고 놀아’하면 아이들은 문제집은 수단이고 노는 것이 목적이 됩니다. 당연히 빨리 풀고 놀고 싶겠죠. 그러면 얼마나 이해하고 맞느냐보다 빨리 풀고 나가서 놀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생각하기보다는 풀기 보다는 답만 맞히고 끝내려는 마음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를 이렇게 수단화 하면 갈수록 더욱 큰 보상을 걸어야 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 보상의 한계와 수학 자체의 난도가 올라가 아무런 효과가 없게 됩니다.


따라서 공부를 다른 보상과 연결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공부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 어렵게 될 수 있어요.


수학 과정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설명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손으로 쓰기 싫다면 말로 하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풀었는데 과정이 없다면 부모가 물어볼 수 있는 거죠. 그 과정을 통해 아이가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있고, 비록 과정을 쓰지는 않더라도 설명할 수 있다면 쓰는 효과를 볼 수 있죠. 그런데 말로 하다보면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과정에서 써서 설명해야할 일이 생기고 그때 써보면서 어떤 때 써야하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최수일 선생님의 ‘하루 30분 수학(비아북)’을 참고하세요.


셋째, 과정을 쓰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2는 4인 이유를 쓰시오, 삼각형이 무엇인지 쓰시오. 선분의 특징을 쓰시오 등등. 아이의 수준과 상관없이 과정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는 직관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내용이나 설명 과정 자체가 더 이상 불가능한 공리같은 경우로 일반적으로 ‘그렇다’라고 인정하고 시작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도 나름 논리를 갖고 있기에 깊게 생각해 볼만한 점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념이 깊어집니다. 이런 경우는 과정 쓰기를 강요할 경우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과정을 쓸 수 있어야 하는 경우인데도 과정을 쓸 수 없는 경우입니다. 이런 현상은 지나치게 선행 학습으로 후속 학년의 개념을 익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선행학습의 가장 큰 특징은 공부를 압축해서 빨리 하기 때문에 개념 설명을 길게 할 수 없고 학생의 입장에서는 깊이 생각해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공식이나 개념에 대해 결과만 간단히 암기해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에 대해 ‘답’은 쓸 수 있는데 ‘과정’은 쓸 수가 없습니다. 이런 학생의 경우는 당연히 과정을 채점하는 평가에서 낭패를 보게 됩니다. 특히 수행평가나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죠. 따라서 정말 수학에 소질이 있는 극소수의 학생이 아니라면 학교 수업에 맞추어 예습, 복습을 하며 진도를 따라 가고 방학 때는 지난 학기에 배운 것을 익히는 것이 다음 학기, 학년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수학에서 과정을 쓰기 싫어한다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다른 과목이나 심지어 생활 속에서도 과정 중심의 사고가 약할 수 있습니다. 과정 중심의 사고란 한 마디로 어떤 활동 자체에 몰입하는 능력입니다. 즉 즐거워하며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어른들의 욕심에 따라 강요하는 활동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게 해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아이는 다른 활동에 몰입하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날 배운 것을 그날 복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2학년이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 또래 중에서(그 중 SKY 출신이더라도) 초등학교 다닐 때 예습, 복습을 하며 보낸 친구를 알지 못합니다. 물론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합니만 어쨌든 2학년이라면 철저히 예습, 복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습관을 들이는 연습을 한다고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중 2정도에 자기 주도 습관이 어느 정도 무르익는 것이고 그 힘으로 고3을 보내는 것이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갖춰진 상태에서 계속 문제 없이 잘 가길 바라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실패하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깊이 있는 개념을 잡는 것이 사실 쉽지 않아요. 수학 내용도 직관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고요. 그러니 지금은 수학에 흥미를 갖고 나름의 시간을 내서 배운 부분을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지 모든 부분을 잘 하고 점수도 높게 나오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아이가 힘들어 하게 되고 결국 답만 맞히려고 하게 됩니다.


아직은 수학 자체보다는 수학 그릇을 키울 때입니다. 독서도 많이 하게 하고 다른 분야에서도 몰입해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주세요. 자신의 생각을 풍부한 어휘로 잘 표현하고 자신감 있게 발표할 수 있게 하고 학습에서 기죽지 않게 아이만의 생각에 놀라움과 호기심을 표현하는데 인색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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