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문의7살 유치아이에게 너무 많이 시키고 있네요.

상담넷
2020-11-16
조회수 239

Q. 올해 일곱 살 여자아이입니다. 내년에 학교 가게 되니까 더 고민이 많아진 걸까요? 저는 아이의 능력치를 존중하고 학습습관만 잘 길들이려고 했어요. 저의 욕심이 점점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현재 학습지를 바우처의 도움으로 2년째 아주 저렴하게 국어만 했어요. 여태껏 언성 높일 일 없이 수학도 엄마표로 연산만 하루도 안 거르고 약 40문제씩 했고, 더 잘해도 절대 늘리지 않고 2년을 꼬박했어요. 일곱 살이 하루도 안 빼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에서 했던 거죠. 정말 대견스러운데요.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제가 미쳤나 봅니다. 정신 차려보니 제가 한자도 시키고 영어도 시키고 점점 어려운 문제도 주면서 풀어보라 시키고 있더군요. 아직 일곱 살인데 말이에요. 요즘은 다 잘해야 한다고 엄마들이 그러잖아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러고 있어요.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요? 귀는 열려있고 애가 학교 가니 솔직히 걱정이 더 됩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선배 맘들의 조언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탁드려요.


A. 글을 숨죽이며 심각하게 읽다가, “제가 미쳤나 봅니다”라는 말에 숨 한번 내쉽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빠르게 제 머리를 스쳐 지나갔어요. 그리고 글의 끝에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조언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고 하셔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스로 알아차림을 하고 도움을 요청하셔서 정말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소신을 갖고 학습 철학을 지켜나가다가도 그 선을 지킨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주식투자가 비슷한 예인 것 같아요. 주식을 할 때도 자신만의 기준점을 잡는 게 좋다고 하잖아요. 예를 들어 10%를 기준점으로 잡았다면, 주가가 10% 올랐을 때는 갖고 있던 주식을 팔고, 10% 떨어진 주식이 있으면 그걸 사야 하는 거죠. 그런데 10% 지점에 이르면, 팔고 나면 더 오를까, 사고 나면 더 떨어질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소신을 지키지 못합니다. 소신대로 했다면 10%의 이득을 보는데,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편향되어 더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고려를 못 하게 되는 거죠.


다시 고민 글로 돌아와 볼게요. 일곱 살 아이에게 부과된 공부의 종류와 양이 많아지고 난도가 높아진 것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처음엔 아이의 능력에 맞는 정도로,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잘 들여 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하셨던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한두 가지 공부를 하루도 안 거르고 40분씩 2년을 매일 했다는 대목에서, 이미 처음 마음먹은 기준은 달성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7살 아이의 발달 수준에서 그 정도면 훌륭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 옆에서 습관을 들여 주기 위해 함께 해주신 어머님도 끈기를 갖고 잘 지켜봐 주신 것 같고요. 이렇게 기준점에 도달하면서 더 넘어설 것인가 멈출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타이밍이 온 것 같습니다.


처음의 기준이 공부량과 꾸준함이었다면, 꾸준함의 습관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보이므로 공부량을 체크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공부는 ‘적당량’이라는 것이 없고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과목을 늘렸는데 잘 하고 그 공부를 즐긴다면 무리하다고 볼 수 없겠죠. 그런데 어머님이 걱정하시는 것으로 보아, 잘하는 아이에게 무리를 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신 것 같습니다. 공부 패턴으로 봐서는 한 과목에 40분씩 책상에 앉아서 매일 꾸준히 하는 것 같은데, 과목이 2과목만 늘어나도 매일 80분이 더 늘어납니다. 그렇게 정량적으로만 따져도 아이가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이 대략 3시간입니다. 핵심은 그 3시간을 아이가 즐겨서 하느냐, 아니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어릴 때는 ‘공부는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호기심이 충족되고,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공부를 하면서 바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아이는 공부가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이 정작 공부에 주력해야 할 중, 고등학교 시기를 버틸 수 있는 뚝심이 됩니다. 공부가 즐거우면 나중에 다른 과목이 추가되어도 잘 받아들일 겁니다. 꾸준한 성실성이 있고 책상에 오래 붙어 앉아 있을 인내력이 있다면 기본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성실성조차도 아이가 스스로 좋아서 그 시간을 앉아있는 것인지 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가 즐거워야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고,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즐겁게’ 여기도록 아이를 돕는 일이 책상에 오래 붙어 있도록 습관을 만들어 주는 일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렵고 시간이 걸려도 공들여 즐겁게 만들어주면, 그 이후에 책상에 앉아있는 일은 정말 일도 아니게 될 것입니다.


공부를 즐겁게 여기게 하려면, 꾸준히 해 온 공부에 대해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시고요. 좋아하는 과목과 다소 덜 좋아하는 과목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난이도는 지금 수준보다 조금 쉬운 것을 풀리는 것도 좋습니다. 아직 어리니까요. 그래야 공부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자신감이 생기면 난이도를 아주 조금만 높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풀었을 때 더 많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곧 1학년이라면 1학년 1학기는 공부보다는 학교 적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주세요. 학교라는 낯선 공간에서 아이가 겪을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것을 먼저 하시고, 안정이 되면 1학기 여름방학 정도에 2학기 문제를 슬슬 풀어보게 하는 것이 조금 높인 난이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울 때는 정말 많은 도움과 정보가 필요합니다. 한 번도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까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당연하지요. 게다가 1학년, 처음으로 학부모가 되는 입장에서 소신을 지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지금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아니면 상급 학교의 아이를 키우는 분들 보다도, 정규 학교 교육을 마치고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이들을 둔 분들, 어느 정도 키운 분들의 얘기를 들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 분들은 자녀교육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분들일 것이고 뒤를 돌아보고 전해줄 말이 있을 수 있어요.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마음 졸이며 아이를 키웠다는 생각에 둘째, 셋째를 편안하게 두는 분들도 많이 보이잖아요. 그러나 이때도 물론 나의 소신을 갖고 이야기를 참고하는 정도로만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와 이 정도로 해내신 것을 보니,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 보입니다. 어머님이 갖고 계신 불안감, 그리고 아이를 몰아붙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내려놓으시고 나와 내 아이는 잘하고 있다는 마음을 단단히 붙드세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즐겁게 여기면 공부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부모와 관계가 좋은 아이들은 학교생활도 잘합니다. 1학년 입학해서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느끼고, 집단 안에서 좋은 관계를 맺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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