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이는 영어학원(월,수,금), 수학학원(화,목,토), 디베이트 학원(일), 학원 이외 시간은 학원 숙제,학교 숙제, 엄마 숙제를 하고 자유 시간은 주말에 약간 있습니다.
사교육을 끊는 것이 좋을까? / 안 끊어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에 한 번 비슷한 맥락으로 상담글 올린 적이 있는데, 여전히 갈팡질팡이라 또 올립니다.
아이에게 자유 시간을 대폭 늘려야겠다는 점에 동의를 하면서도 막상 기존의 해오던 것들을 중단하려하면 여러 가지 '하지만..'들이 발목을 잡습니다.
1) 하지만 나는 사교육을 잘 활용하고 있는데
2) 하지만 아이도 잘 적응하고 있는데
3) 하지만 우리아이는 사교육 없이 잘 해낼 수 있는 성향이 아닌데
이런 ‘하지만’들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하지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또 이 글을 쓰게 되었고요.
4) 하지만 생각의 힘이 부족한데
5)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여유를 갖기 점점 더 힘들어지는데
제 주변에도 '공부는 아이가 해야겠다. 또는 하고 싶다고 느낄 때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성적은 당연 좋지 않고요. 그럴 때 드는 생각이 '아이가 마음을 먹었지만 차이가 너무 커서 엄두가 안 나면 어쩌지? 자신의 현재 능력보다 조금 더 높은 난이도의 과제를 할 때는 의욕이 생기지만, 너무 난이도가 높아버리면 의욕을 잃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라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는 특목고나 자사고를 생각하고 있는데 중 2내신부터는 입시와 직결됩니다. 중 2부터는 내신 1-2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인근 다른 학교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지만 아이 학교는 하지 않을 정도로 교육열이 높습니다. 내신 시험도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고요. 그렇담 성적 신경 쓰지 않고 놀게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학기 정도 아닐까. 그런데 1학기 정도 놀게 한다고 아이가 생각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질까? 중1 초반 성적이 고등학교까지 간다고들 하던데...
글이 길어졌네요. 상담 요청 내용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중 1-1학기 동안 사교육을 끊을까? (영/수 학원 끊고, 집에서도 관여 안하기) vs 이 정도 기간으로는 주도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없으니 안 하느니만 못할까?
- 올 한 해 동안 사교육을 끊을까? (영/수 학원 끊고, 집에서도 관여 안하기) vs 이 상태에서 중 2학년부터 내신 1,2 등급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을까?
- 이 대로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즉, 사교육의 힘으로 성적이 상승하면서 자존감이 향상되어 주도적으로 사고로 연결되지 않을까?
A. 많은 분들이 고민하는 부분의 정곡을 찔러 주셨다고 생각해요. 아이 힘만 믿고 기다리기엔 현실이 너무 척박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게다가 주변의 정보와 이야기, 숫자로 정리되어 나오는 확률들은 어머님을 충분히 뒤흔들어 놓고도 남습니다.
질문을 크게 3가지 정도 하셨지요?
1.사교육을 한 학기동안 끊어볼까? 안하느니만 못할까?
2.한 해동안 끊을까? 그리해도 특목고 진학을 위한 내신 결과가 잘 나올까?
3.지금처럼 학원을 다녀 상위권을 지키다 보면 자존감 향상으로 인한 주도적 공부가 되지 않을까?
먼저 자기주도 학습에 관한 오해들을 좀 풀고 가고 싶습니다. 어른도 자기 주도적인 공부를 하는 경우가 7%만 해당됩니다. 7%확률로 보면 학원을 끊던 끊지 않던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지요.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자기 주도적 학습습관을 갖기까지 걸리는 무수한 시간이 보장되던가요? 또 그 안에서 벌어지는 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들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격려를 받을 수 있던가요? 다시 말하면 그것이 한 학기, 일 년의 시간동안 학원만 끊게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 많은 부모님들이 학원만 끊으면 모든 것이 시작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결과는 참혹합니다. 성적은 떨어지기 시작하고, 부모는 기다리다 못해 가슴 속 멍이 들기 시작하지요. 자기 주도 학습이 애 혼자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부모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자기 주도학습은 시행착오+상호작용+독서+시간투자 등으로 얻을 수 있는 긴 시간 부모, 자녀와의 합작물입니다.
그래서 쉽게 한 학기, 일 년의 시간 보장만 갖고 따질 수 있는 학습습관이 아닙니다. 확률로 보자면 부모가 보는 성공적 입시는 4%입니다. 별의별 방법 다 쓰고 학원비 한 달 80만원 넘게 써가면서 쓴 투자를 생각해 볼 때 참 황당한 퍼센트입니다. 이 확률을 놓고 자기 주도를 보게 되면 모든 것들이 다 희박한 확률이 됩니다.
두 번째, 일 년을 끊고 나오는 내신 결과물로 특목고 진학이 가능할까?
아이가 고등학교만 가고 말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사실은, 내 아이가 그 곳에 가서 그 다음 목표를 위해 버티고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다녔던 학원이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 기질과 학습 습관, 아이의 선택권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 이후의 삶은 두 말할 것도 없지요.
세 번째, 상위권을 지키다 보면 자존감 향상으로 자기주도적 공부가 되지 않을까?
자기 주도적 공부 상황이 되는 경우를 간단히 정리해 볼게요. 그날의 복습이 가능한가, 공부를 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가? 한 문제 한 문제 접할 때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를 고민하는가? 절대 학습 시간이 지켜지고 있는가? 학교 수업시간을 충실히 듣는가? 부모는 학습진도와 성적을 신경 쓰지 않고 이러한 상황에 자녀가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가?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뭉쳐졌을 때 가능합니다. 자존감은 상위권을 지키다보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다 좋은 성취경험을 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지요.
게다가 자기 주도적 삶이 보장되지 않는데 학습만 자기 주도적으로 하라니요. 불가능합니다. 자존감이란 단어 안에는 무수히 많은 감정의 단어들이 존재합니다. 상위권 유지라는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자기 존중이 아닙니다. 어머님은 지금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려는 목표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아마도 아이가 학원을 그만두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해도 그 기간 동안을 맘 편히 기다려주기 힘드실 겁니다. 자기 주도 학습은 특목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에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너무나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조언이 되는 것 같아 피하고 싶지만, 실제 상황에서 아이들의 학습태도를 보면 전 너무 많은 생각이 듭니다. 무슨 생각이냐구요? ‘이 아이가 자기 삶에서 어떤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의 문제입니다. 공부를 할 때마다 맞고 안 맞고를 생각하고, 자기 힘으로 생각하는 여유가 없었는데 무슨 사고력과 주도성이 생길까? 자기 시간 하나를 계획하지 못해, 모든 상황을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 어떤 주도성을 갖게 될까? 그리고 그렇게 계속 끌려가는 삶은 전 인생을 통해 얼마나 불행할까 싶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듭니다. 더군다나 하나 하나 매뉴얼 대로 설명을 해줘야만 이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자기주도학습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생활의 문제란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됩니다.
아이가 익숙해지는 것과 정말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선택의 시야가 흐려집니다. 절대로 사고력은 학원에서 가르치는 양과 시간에 의해 생성되지 않아요. 시간이 되시면 황농문의 <몰입>이라는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충분히 자신이 고민한 시간과 흔적이 있어야 해요. 그것이 독서든, 만들기든, 요리든 놀이든, 일생에 몇 번 경험해 봤던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입시와 상관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이 안에서 일어난 사고의 발전이 학습과 연결되는 경우들을 저는 너무 많이 보게 되고, 제 생활 안에서도 직접 경험해 봅니다.
또 하나 곡해하면 안 되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학습속도도 빠르고 기억력도 우수한 아주 드문 아이들이 자기복습까지 충분히 하여 나오는 드문 결과입니다. 모든 아이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닙니다. 비록 숙제라 해도 성실히 고민을 갖고 풀었던 아이, 궁금했던 것을 잘 기억했다 질문하는 아이, 수업 시간에 잘 들었던 아이, 기본적으로 이 힘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학원의 힘을 빌려 잘하는 것이지, 그 학원을 다녀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이 힘은 많은 시간과 여유를 통해 더 깊이 고민하고 자기 속도를 따라갔던 아이들에게서도 공평하게 나옵니다.
실제 예를 들겠습니다. 특목을 보내신다 하니 현재로는 내신을 위주로 말씀드릴게요. 스스로 점검해 보시고 답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현재 아이 교과목이 몇 개입니까? 중학 수학 하나만 자기 복습 시간을 갖고 공부해도 하루 두 시간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고, 나머지 과목들을 분배하면 더 많은 시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다니고 있는 여러 개의 학원 방식을 따라가며 가능한지요? 학원에 있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 복습시간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그 학원이 아이의 개인 속도를 따라가 주고 충분한 복습시간을 주며, 자기 계획이 가능한 곳이라면 자기 복습시간에 포함시켜도 되겠지요. 더 엄밀히 말하면 가정 내 기계 매체에서 분리되는 시간이 확보 가능하니까요.
보통 학교마다 수행평가 기준이 40%에서 60%인데 학원 다녀와 또 학원 숙제하고 남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은 있나요? 1학기 4,5월 집중 5-6개 정도입니다. 내신은 학교 수업 집중도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내신 문제를 내는 분이 학교 선생님이고 너무나 다양한 학습영역에서 순서와 상관없이 내기도 하고, 다른 보조 자료를 사용한 문제도 많기 때문에 잘 듣는 친구와 원하는 요점이 무엇인지를 빨리 파악하는 아이가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잘 들어야 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한반에 잘 듣는 아이들은 두 세명 정도입니다. 무기력한 학습이 제일 큰 원인이고, 아이의 관심사에 맞지 않는 국영수공부도 문제가 되겠지요. 수업 시간의 집중도는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부모와 상호작용이 잘 되거나 정서조절이 잘 되거나, 수면시간이 충분히 확보 되어 정신이 맑은 경우, 또는 기질적으로 온순한 아이들입니다. 기질적으로 온순한 아이라 해도 하루 일과가 복잡하면 당연히 한군데 집중하기 힘듭니다. 내신은 한마디로 수업시간 충실도와 복습입니다. 또한 독서는 가장 능동적인 자기 주도 학습의 길입니다. 이 시간은 꾸준히 확보되어 왔고, 서서히 자신이 읽고 싶어 하는 분야의 책이 형성되어 밥을 먹듯 일상화가 되어 있는지요?
기본생활습관이 잘 형성되어 있나요? 자기 물건 잘 챙기고, 준비물이나 필요한 물건들을 잘 정리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는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기본적인 것들조차 소화하지 못하고 시험 잘 보란 강요를 당합니다. 당연히 잘 할 수가 없지요. 학원 가방 챙겨 보내기 전에 아이들의 필통이나 교과서 한번 들춰보세요. 부모는 큰 것을 바라보고, 결과물에 치중하지만 실제 아이들은 이런 사소한 생활에서 부모의 생각과 달리 하나 하나 어긋나져 있습니다. 학원을 다니던 다니지 않던 위에 나열했던 상황들에 대한 것들을 먼저 점검해 보세요. 그리고 그 요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이 자녀에게 확보되지 않는다면 학원은 개수를 조정하시는 게 맞습니다.
저는 요즘, 입시에 실패할 기운이 보인다 싶을 때 아이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상황들이 안타깝습니다. 어느 학교 진학을 위해 아이의 관심사나 기질을 보지 못할 때도 안타깝고 자기 주도 학습이 성적 결과물의 유불리로 따져지는 것도 또한 안타깝습니다. 아이 인생은 실제 열아홉 이후에 시작됩니다. 빠른 결과물을 얻고자 하는 이상한 자기 주도 학습이 요즘 몸만 크고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청년들을 만들고 있어요. 정말 자녀를 사랑한다면, 시야를 넓게 멀리 두기를 권합니다.
당장 이러한 조언이 오염된 정보사회에서 통할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후회될 일들로 가득한 상황이 옵니다. 곧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겠네요. 아이 힘만 믿지 마시고, 아이와 부모의 조력을 어떻게 잘 배합 시킬 것인가, 당장의 힘이 아닌 이후의 힘을 어떻게 폭발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Q. 아이는 영어학원(월,수,금), 수학학원(화,목,토), 디베이트 학원(일), 학원 이외 시간은 학원 숙제,학교 숙제, 엄마 숙제를 하고 자유 시간은 주말에 약간 있습니다.
사교육을 끊는 것이 좋을까? / 안 끊어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에 한 번 비슷한 맥락으로 상담글 올린 적이 있는데, 여전히 갈팡질팡이라 또 올립니다.
아이에게 자유 시간을 대폭 늘려야겠다는 점에 동의를 하면서도 막상 기존의 해오던 것들을 중단하려하면 여러 가지 '하지만..'들이 발목을 잡습니다.
1) 하지만 나는 사교육을 잘 활용하고 있는데
2) 하지만 아이도 잘 적응하고 있는데
3) 하지만 우리아이는 사교육 없이 잘 해낼 수 있는 성향이 아닌데
이런 ‘하지만’들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하지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또 이 글을 쓰게 되었고요.
4) 하지만 생각의 힘이 부족한데
5)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여유를 갖기 점점 더 힘들어지는데
제 주변에도 '공부는 아이가 해야겠다. 또는 하고 싶다고 느낄 때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성적은 당연 좋지 않고요. 그럴 때 드는 생각이 '아이가 마음을 먹었지만 차이가 너무 커서 엄두가 안 나면 어쩌지? 자신의 현재 능력보다 조금 더 높은 난이도의 과제를 할 때는 의욕이 생기지만, 너무 난이도가 높아버리면 의욕을 잃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라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는 특목고나 자사고를 생각하고 있는데 중 2내신부터는 입시와 직결됩니다. 중 2부터는 내신 1-2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인근 다른 학교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지만 아이 학교는 하지 않을 정도로 교육열이 높습니다. 내신 시험도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고요. 그렇담 성적 신경 쓰지 않고 놀게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학기 정도 아닐까. 그런데 1학기 정도 놀게 한다고 아이가 생각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질까? 중1 초반 성적이 고등학교까지 간다고들 하던데...
글이 길어졌네요. 상담 요청 내용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중 1-1학기 동안 사교육을 끊을까? (영/수 학원 끊고, 집에서도 관여 안하기) vs 이 정도 기간으로는 주도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없으니 안 하느니만 못할까?
- 올 한 해 동안 사교육을 끊을까? (영/수 학원 끊고, 집에서도 관여 안하기) vs 이 상태에서 중 2학년부터 내신 1,2 등급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을까?
- 이 대로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즉, 사교육의 힘으로 성적이 상승하면서 자존감이 향상되어 주도적으로 사고로 연결되지 않을까?
A. 많은 분들이 고민하는 부분의 정곡을 찔러 주셨다고 생각해요. 아이 힘만 믿고 기다리기엔 현실이 너무 척박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게다가 주변의 정보와 이야기, 숫자로 정리되어 나오는 확률들은 어머님을 충분히 뒤흔들어 놓고도 남습니다.
질문을 크게 3가지 정도 하셨지요?
1.사교육을 한 학기동안 끊어볼까? 안하느니만 못할까?
2.한 해동안 끊을까? 그리해도 특목고 진학을 위한 내신 결과가 잘 나올까?
3.지금처럼 학원을 다녀 상위권을 지키다 보면 자존감 향상으로 인한 주도적 공부가 되지 않을까?
먼저 자기주도 학습에 관한 오해들을 좀 풀고 가고 싶습니다. 어른도 자기 주도적인 공부를 하는 경우가 7%만 해당됩니다. 7%확률로 보면 학원을 끊던 끊지 않던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지요.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자기 주도적 학습습관을 갖기까지 걸리는 무수한 시간이 보장되던가요? 또 그 안에서 벌어지는 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들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격려를 받을 수 있던가요? 다시 말하면 그것이 한 학기, 일 년의 시간동안 학원만 끊게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 많은 부모님들이 학원만 끊으면 모든 것이 시작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결과는 참혹합니다. 성적은 떨어지기 시작하고, 부모는 기다리다 못해 가슴 속 멍이 들기 시작하지요. 자기 주도 학습이 애 혼자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부모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자기 주도학습은 시행착오+상호작용+독서+시간투자 등으로 얻을 수 있는 긴 시간 부모, 자녀와의 합작물입니다.
그래서 쉽게 한 학기, 일 년의 시간 보장만 갖고 따질 수 있는 학습습관이 아닙니다. 확률로 보자면 부모가 보는 성공적 입시는 4%입니다. 별의별 방법 다 쓰고 학원비 한 달 80만원 넘게 써가면서 쓴 투자를 생각해 볼 때 참 황당한 퍼센트입니다. 이 확률을 놓고 자기 주도를 보게 되면 모든 것들이 다 희박한 확률이 됩니다.
두 번째, 일 년을 끊고 나오는 내신 결과물로 특목고 진학이 가능할까?
아이가 고등학교만 가고 말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사실은, 내 아이가 그 곳에 가서 그 다음 목표를 위해 버티고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다녔던 학원이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 기질과 학습 습관, 아이의 선택권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 이후의 삶은 두 말할 것도 없지요.
세 번째, 상위권을 지키다 보면 자존감 향상으로 자기주도적 공부가 되지 않을까?
자기 주도적 공부 상황이 되는 경우를 간단히 정리해 볼게요. 그날의 복습이 가능한가, 공부를 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가? 한 문제 한 문제 접할 때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를 고민하는가? 절대 학습 시간이 지켜지고 있는가? 학교 수업시간을 충실히 듣는가? 부모는 학습진도와 성적을 신경 쓰지 않고 이러한 상황에 자녀가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가?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뭉쳐졌을 때 가능합니다. 자존감은 상위권을 지키다보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다 좋은 성취경험을 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지요.
게다가 자기 주도적 삶이 보장되지 않는데 학습만 자기 주도적으로 하라니요. 불가능합니다. 자존감이란 단어 안에는 무수히 많은 감정의 단어들이 존재합니다. 상위권 유지라는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자기 존중이 아닙니다. 어머님은 지금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려는 목표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아마도 아이가 학원을 그만두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해도 그 기간 동안을 맘 편히 기다려주기 힘드실 겁니다. 자기 주도 학습은 특목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에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너무나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조언이 되는 것 같아 피하고 싶지만, 실제 상황에서 아이들의 학습태도를 보면 전 너무 많은 생각이 듭니다. 무슨 생각이냐구요? ‘이 아이가 자기 삶에서 어떤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의 문제입니다. 공부를 할 때마다 맞고 안 맞고를 생각하고, 자기 힘으로 생각하는 여유가 없었는데 무슨 사고력과 주도성이 생길까? 자기 시간 하나를 계획하지 못해, 모든 상황을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 어떤 주도성을 갖게 될까? 그리고 그렇게 계속 끌려가는 삶은 전 인생을 통해 얼마나 불행할까 싶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듭니다. 더군다나 하나 하나 매뉴얼 대로 설명을 해줘야만 이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자기주도학습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생활의 문제란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됩니다.
아이가 익숙해지는 것과 정말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선택의 시야가 흐려집니다. 절대로 사고력은 학원에서 가르치는 양과 시간에 의해 생성되지 않아요. 시간이 되시면 황농문의 <몰입>이라는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충분히 자신이 고민한 시간과 흔적이 있어야 해요. 그것이 독서든, 만들기든, 요리든 놀이든, 일생에 몇 번 경험해 봤던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입시와 상관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이 안에서 일어난 사고의 발전이 학습과 연결되는 경우들을 저는 너무 많이 보게 되고, 제 생활 안에서도 직접 경험해 봅니다.
또 하나 곡해하면 안 되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학습속도도 빠르고 기억력도 우수한 아주 드문 아이들이 자기복습까지 충분히 하여 나오는 드문 결과입니다. 모든 아이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닙니다. 비록 숙제라 해도 성실히 고민을 갖고 풀었던 아이, 궁금했던 것을 잘 기억했다 질문하는 아이, 수업 시간에 잘 들었던 아이, 기본적으로 이 힘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학원의 힘을 빌려 잘하는 것이지, 그 학원을 다녀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이 힘은 많은 시간과 여유를 통해 더 깊이 고민하고 자기 속도를 따라갔던 아이들에게서도 공평하게 나옵니다.
실제 예를 들겠습니다. 특목을 보내신다 하니 현재로는 내신을 위주로 말씀드릴게요. 스스로 점검해 보시고 답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현재 아이 교과목이 몇 개입니까? 중학 수학 하나만 자기 복습 시간을 갖고 공부해도 하루 두 시간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고, 나머지 과목들을 분배하면 더 많은 시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다니고 있는 여러 개의 학원 방식을 따라가며 가능한지요? 학원에 있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 복습시간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그 학원이 아이의 개인 속도를 따라가 주고 충분한 복습시간을 주며, 자기 계획이 가능한 곳이라면 자기 복습시간에 포함시켜도 되겠지요. 더 엄밀히 말하면 가정 내 기계 매체에서 분리되는 시간이 확보 가능하니까요.
보통 학교마다 수행평가 기준이 40%에서 60%인데 학원 다녀와 또 학원 숙제하고 남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은 있나요? 1학기 4,5월 집중 5-6개 정도입니다. 내신은 학교 수업 집중도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내신 문제를 내는 분이 학교 선생님이고 너무나 다양한 학습영역에서 순서와 상관없이 내기도 하고, 다른 보조 자료를 사용한 문제도 많기 때문에 잘 듣는 친구와 원하는 요점이 무엇인지를 빨리 파악하는 아이가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잘 들어야 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한반에 잘 듣는 아이들은 두 세명 정도입니다. 무기력한 학습이 제일 큰 원인이고, 아이의 관심사에 맞지 않는 국영수공부도 문제가 되겠지요. 수업 시간의 집중도는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부모와 상호작용이 잘 되거나 정서조절이 잘 되거나, 수면시간이 충분히 확보 되어 정신이 맑은 경우, 또는 기질적으로 온순한 아이들입니다. 기질적으로 온순한 아이라 해도 하루 일과가 복잡하면 당연히 한군데 집중하기 힘듭니다. 내신은 한마디로 수업시간 충실도와 복습입니다. 또한 독서는 가장 능동적인 자기 주도 학습의 길입니다. 이 시간은 꾸준히 확보되어 왔고, 서서히 자신이 읽고 싶어 하는 분야의 책이 형성되어 밥을 먹듯 일상화가 되어 있는지요?
기본생활습관이 잘 형성되어 있나요? 자기 물건 잘 챙기고, 준비물이나 필요한 물건들을 잘 정리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는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기본적인 것들조차 소화하지 못하고 시험 잘 보란 강요를 당합니다. 당연히 잘 할 수가 없지요. 학원 가방 챙겨 보내기 전에 아이들의 필통이나 교과서 한번 들춰보세요. 부모는 큰 것을 바라보고, 결과물에 치중하지만 실제 아이들은 이런 사소한 생활에서 부모의 생각과 달리 하나 하나 어긋나져 있습니다. 학원을 다니던 다니지 않던 위에 나열했던 상황들에 대한 것들을 먼저 점검해 보세요. 그리고 그 요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이 자녀에게 확보되지 않는다면 학원은 개수를 조정하시는 게 맞습니다.
저는 요즘, 입시에 실패할 기운이 보인다 싶을 때 아이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상황들이 안타깝습니다. 어느 학교 진학을 위해 아이의 관심사나 기질을 보지 못할 때도 안타깝고 자기 주도 학습이 성적 결과물의 유불리로 따져지는 것도 또한 안타깝습니다. 아이 인생은 실제 열아홉 이후에 시작됩니다. 빠른 결과물을 얻고자 하는 이상한 자기 주도 학습이 요즘 몸만 크고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청년들을 만들고 있어요. 정말 자녀를 사랑한다면, 시야를 넓게 멀리 두기를 권합니다.
당장 이러한 조언이 오염된 정보사회에서 통할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후회될 일들로 가득한 상황이 옵니다. 곧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겠네요. 아이 힘만 믿지 마시고, 아이와 부모의 조력을 어떻게 잘 배합 시킬 것인가, 당장의 힘이 아닌 이후의 힘을 어떻게 폭발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