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생활반에서 욕설과 은어를 듣고 속상한 초1 딸에게 뭐라고 해줘야할까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6-02-04
조회수 2111

Q. 수업 시간 중에 앞자리에 남학생이 자꾸만 시끄럽게 하고 신경 쓰이게 했답니다.(쉬는 시간에 더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참다가 저희 아이가 "조용히 좀 해!!"라고 했답니다.

남자아이가 "너나 조용히 해, 이 재생년아"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딸아이는 언잖은 기분으로 아무 말 없이 참았다고 합니다. 본인의 지극히 정상적인 지적이 먹히지 않는 상황인거죠. 그 남자아이는 평소 남자아이들끼리 씨~라고 하면서 자연스런 욕설은 기본인 아이라고 하구요.

 

딸아이가 묻습니다. 재생년이 무슨 뜻이냐고..저도 첨 들어본 말이긴 하지만 대충 줄임말 아닐까요?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딸아이에게 그때 기분이 어땠어?(뜻은 몰라도) 많이 속상했겠구나..

같이 욕해주지 그랬어..라고 하니 그럼 나도 같은?얘가 되지 않냐고 오히려 울어버립니다.약 10분 넘게 엉엉.... 한참을 안아줘도 통곡하며 울길래 얼마나 깊이 눌렀놨었을까 생각하면(물론 이런 상황은 한두 번이 아녔던 거죠) 집에서 굴러다니던 풍선공을 줘서 이게 그 아이라고 생각하며 뻥뻥 기분 풀릴 때까지 차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도록 차고 나오더군요..

 

냉정히 본인 감정 추수린 후에 딸아이가 말합니다. 이미 같은 반에 몇몇 아이들은 욕같이 나쁜 말을 많이 한다고 이미 그런 말들은 많이 들어서 나도 안다고 하지만 그런 말 난 쓰기 싫다고!!라고 합니다.

많이 참고 꾹 눌렀던 아이의 맘을 생각하니 저도 기가 막힙니다. 속상한 맘에 그래..엄마가 대신 욕해줄께 하면서 발음 쎈 싸가지(마음)없는 놈이라고 해 줬드랬습니다. 딸아이가 씨익 웃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소용이냐며 내일 학교에 가면 그 앤 또 같은 행동으로 신경 쓰이게 할 것이고 선생님께 이른다 해도 담임 선생님왈 신경쓰지마라고 하신답니다. 뭐,정답이긴 하지만... 위에 아이와 엄마와의 대화 중 아이의 질문에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A. 자녀분이 참 기특합니다. 1학년 답게 예쁘고 마음도 곱고 속상한 가운데서도 좋은 말을 쓰려 노력하는 참 고운 아이네요.

자녀를 키우다 보면 어디 은어나 욕설 뿐이겠습니까? 여러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학교, 학원, 동네 모임, 심지어 길가에 있는 아이들과 지나치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하는데 많은 상황이나 조건들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할 때가 많지요. 말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이유 없이 때리고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가 지나가는 길이니 빨리 비키지 않았다는 이유, 밥 먹을 때 앞에 앉는 게 보기 싫으니 저쪽으로 가라는 이유, 그냥 심심해서 등짝을 친다는 이유,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참 어이없고 기분 나쁜 이해 안되는 일들 투성입니다. 그러니 일학년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그런 상황을 대범하게 넘기긴 힘들겠지요.

 

은어, 속어를 평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보통 3학년정도가 되면 한 반에 두세 명 빼고는 다 사용하게 됩니다. 고학년 중학생정도 들어서면 한반에 한명도 제대로 된 언어를 쓰는 아이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학교에서 고운말 쓰는 아이를 한달에 한번씩 시상을 하는데도 워낙 그 대상자를 찾기 힘드니 상받는 아이들이 정해져 있답니다. 제대로 된 언어를 쓰는 것이 정상인데 제대로 된 언어를 쓰는 아이들이 피해자같은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죠. 그런데 그런 불리한 상황을 넓은 그릇과 좋은 인격의 그릇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욕을 해야 자신이 강해보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은어를 통해야만 동질감과 안정감을 맛볼 수 밖에 없는 지금 아이들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도록 말입니다. 그 아이들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보다 이렇게 한발 떨어진 감정은 나에 대한 자부심으로도 연결시켜줄 수 있습니다. 그 아이의 욕을 들어서 그 욕때문에 내가 휘둘릴 필요가 없게끔 만드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더 현명하답니다.

 

욕을 사용하지 않고 넓은 그릇으로 그 아이들을 바라봐 주는 '나'는 얼마나 멋있는 아이입니까?

거창할 것 같지만 식민지배하에 힘겹게 우리말 지키며 돌아가신 애국지사들에겐 '나'는 얼마나 자랑스런 후손일까요? (지식채널의 영상을 보여주며 말씀해 주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학년 아이에게 다소 너무 넓은 테두리를 전해주는 것같지만 어릴 때부터 욕하는 아이들 틈에서 내성을 키우고 스스로에게 어떤 언어를 써야하는지 가르쳐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편에게 감정갖게 하기보다 우리말을 제대로 지켜가는 '나'에 대한 자부심과 칭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이지요. 아이들이 욕을 하고 은어를 써도 결국 중요한 순간에 손을 들게 하거나 조사를 해 보면 스스로들 욕을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좋은 마음을 갖고 있고 무엇인가 다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 연령이 올라가게 되면 지속적으로 무엇인가를 수정하고 격려하는 일이 피곤해져 포기들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가 생길때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에 튼튼한 면역력을 갖게 하는데 부모의 에너지를 쓰는 일입니다. 욕때문에 휘둘리는 마음보다 스스로에게 자랑스런 마음을 심어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격려를 해 주세요. 지금은 자녀분이 울면서 이야기 하지만 내년엔 "안타까운 일이지. 어떻게 지켜온 우리말인데..."라며 다른 차원에서 건강한 한숨을 쉬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학년이 올라가며 같은 욕을 하는 대열에 끼게 될 지 끝까지 우리 말을 사랑하는 아이로 남게 될지는 부모의 끊임없는 격려와 그로 인해 생기는 자녀의 자부심에 달려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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