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제 고민도 아이의 친구 사귀기와 사회성에 대한 것입니다.
저희 아이는 그동안 사는 곳이 여러차례 바뀌었습니다. 유치원까지는 다른 지역에서 지냈고, 초등2학년까지는 이곳 대구에서 살다가 또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2년 반 가량을 지내고 작년 2학기에 5학년으로 이곳으로 와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5학년 2학기부터 다니고 있는 학교는 2학년까지 다닌 학교와 또 다른 학교고요. 한 지역, 동네에 꾸준히 살아온 것이 아니니 동네 친구를 사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에 오후 시간이 되면 크고 작은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공차며 노는 소리가 나는데, 아이는 나가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한 학기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 학교 일과 시간에 아이들이 여럿 모여 놀이를 할 때는 같이 놀기도 하는데, 방과후나 휴일에 연락을 하면서 만나는 친구는 없지요. 모듬 과제를 하기 위해서 같은 모듬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오기는 하여도 그 친구들과 계속 친하게 지내는 것 또한 아니었고요.
제가 계속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릴적 동네 엄마들이나 유치원 아이 엄마들과 어울리면서 아이의 친구를 만들어주는 등의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하였습니다. 평일 오후나 휴일에 놀이터에서 만나 놀 수 있는 친구도 별반 없이, 그저 주말에 엄마 아빠와 노는 것이 가장 행복하던 아이였어요. 그 나이적에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친구의 비중이 크다보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었고, 그렇지만 아이가 크면서 엄마의 영향 없이 스스로 친구를 만들 나이가 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지냈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2학년까지를 보내면서, 전반적으로 학교생활을 무난하게 해나갔었습니다. 아이들과 쉬는 시간에 놀이를 하면서 놀고 별다른 트러블 없이 지냈고요. 특별히 친한 아이, 단짝 친구가 학교에 있지는 않았지만, 운동을 하러 다니던 도장에서 한학년 위의 형와 같은 학년 친구, 그리고 제 아이, 이렇게 세명이 삼총사처럼 어울려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해외에서 지내던 초기에는 기본적인 소통 자체가 문제였기 때문에 친구 관계를 돌아볼 여유가 없기도 했었습니다. 1년 정도 시간을 지나면서 언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니 아이도 학교 생활이 한층 편안해졌지요. 이후 기간에는 학교에서 늘 함께 노는 친구들이 두어명 있었고, 한 친구와는 번갈아 집을 오가며 놀곤 하였었습니다.
그간 아이가 친구를 사귀고 노는 패턴을 보면, 급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려 하거나 친구에게 많이 빠져들거나 하는 성향은 아닌 듯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놀기는 하지만 특정 친구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 일을 별로 없었고, 개별적으로 친구를 사귀는데에는 시간이 꽤 많이 걸리는 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해외로 나가면서 삼총사에서 빠지게 되었을 때,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그곳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 아이가 많이 슬퍼하던 모습을 보면, 친구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는 편도 아닌 것 같고요.
그런데 요즘 들어 아이를 보면서, 아이의 대인관계가 나이에 비해 많이 서툰 것이 아닌가, 그래서 친구와 마음을 나누고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아이가 집에서 저나 아이아빠랑 대화를 할 때 보면, 늘 자신이 관심 있는 내용에 대한 대화만을 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 읽은 책이나 요즘 재밌어 하는 게임, 운동을 하면서 새로 익혀야 하는 어떤 기술에 대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그런 것들을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그 내용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그 대화를 즐거워하는지 여부는 뒷전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엄마와 아빠와의 대화이다 보니 자신이 많이 이해받고 배려받는다는 상황을 알고 있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걱정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상대방이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볼 때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의 어른들이 간혹 아이에게 하는 질문들, 학교 생활을 재밌니, 읽고 있는 책이 어떤 내용이니, 한국에 돌아와서 좋으니 등등, 정해진 답이 있는 물음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도 아이는 대개는 '글쎄요...' 정도로 일관합니다. 물론, 자신이 평상시에 좋아하고 늘 생각하는 내용에 대한 질문은 좀 다르기는 합니다. 전반적으로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하지 않는 아이의 성향이겠거니 넘어가기에는 좀 심한 것이 아닌가도 싶고요. 간혹 상대방이 바로 옆에서 뭔가 물어보고 대화를 걸어도 묵묵부답인 경우도 있습니다. 왜 그랬는지 물어보면 못들었다거나, 대답할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다거나, 잘 모르겠어서라거나 하는데요. 옆에 있다 보면 제가, '어머, 내 아이가 왜 이러나' 싶고 당황스러우면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이 혹시 상대방에 대해 예의없고 무관심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아이가 게임이나 운동을 할 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무척 크고, 스스로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원하는 결과 얻지 못하면 많이 시무룩해지거나 때로는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합니다. 아이가 아기적부터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무척 많은 편이었어요.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자신의 속상함을 울음으로 많이 표현을 했었습니다. 그때마다 야단을 치기보다는 많이 수용하였었고, 점차 커가면서 그 표현 방식의 문제들을 자주 이야기하였었습니다. 불편한 감정이 울음으로 터저 나오는 것이지만, 울음이 일단 시작되면 스스로의 감정이 더 조절되지 않을수도 있고 주변 친구들에게 부적절한 부담감과 죄책감 같은 감정을 줄 수 있으므로,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상황에 좀더 스스로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이야기나누기도 하였었죠. 아이도 조금씩 수긍하였던 것 같고, 지금은 아주 빵 터지는 울음은 없지만, 천성적으로 마음이 약한 편이어서인지 눈가가 빨갛게 되는 일들이 아직도 간혹 있습니다. 특히, 이기고 싶은 상황에 이기지 못했을 때 그런 모습을 보이거나 지는 것이 싫어 아예 놀이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를 보면, 그냥 좀더 승부보다는 어울림 자체에 더 의미를 두지 못하는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아이가 타인의 감정에 대한 배려나 공감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보니 반 친구들 중에는 자기가 가진 물건이나 자기의 실력에 대해 자랑을 하는 친구들도 있겠죠. 그런데, 제 아이는 그런 자랑들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주 불쾌해합니다. 그냥 한마디, '참 좋겠다' 라거나 '나도 그거 갖고 싶은데' 라거나, 그 정도 반응만 보여줘도 훨씬 부드러운 관계가 될 수 있을 텐데, 아이는 자기가 굳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 말을 해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하네요. 아이가 가끔은 친구의 그런 자랑을, 상대적으로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해서, 친구에 대한 호의적인 칭찬이나 공감이 너 스스로에게 불이익이 될 것은 없지 않겠는지를 설명해주면 수긍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아이가 영화를 볼 때, 실사 영화를 부담스러워 합니다. 애니매이션은 곧잘 보지만, 비슷한 내용의 영화더라도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는 보기 싫어한다는 거죠. 마다가스카르와 같은 애니매이션을 보면서도 순간순간 울기도 하고 슬퍼하는 아이인데, 진짜 사람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너무 실감나서 더 슬프고 더 무섭고 더 걱정되기 때문이라는데요. 이럴 때 보면, 감정 이입도 되고 감수성도 없지 않은 것 같은데, 일상 생활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참 싫어해요. 그래서 축하나 감사를 전하는 일은 부끄러워 못한다고 아예 손사래를 치곤 합니다. 학교 선생님께도 반 친구들에게도 만나서 반갑거나 헤어져서 아쉽거나 등의 인사를 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의 관계가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텐데, 제 아이는 왜 그런 것을 이렇게 어렵게 느끼는 것일까요.
요약하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고받는 대화와 놀이가 매끄럽지 않게 보이는 제 아이에 대한 고민인 거죠. 아이 스스로는 학교 생활이나 친구 관계에 큰 어려움이나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하교길에 늘 혼자 오는 아이를 보면, 저 아이가 정말 괜찮은걸까 생각하게 되요. 간혹, 제 스스로가 괜찮다는데,, 하면서 위안을 삼기도 하다가도, 얼마 있지 않아 부모와의 관계보다는 또래와의 관계가 더 중요한 때가 올텐데, 그때가 되어서도 마음 터놓을 친구 하나 없이 외로우면 어쩌나 많이 걱정이 됩니다. 요즘 아이들, 특히 중학교 아이들, 친구들 사이의 좋지 않은 일들도 많고 거친 아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제 아이가 그 사회에서 과연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어떨 때는 마음이 불안불안하고, 또 어떨 때는 그저 아이의 특성이고 기질이겠거니, 나름의 방식을 찾아가며 성숙해지겠거니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하며, 엄마인 제가 갈팡질팡하고 있죠.
아이가 아직 마음이 다 자라지 않은 상태이니 그냥 두어도 되는 것인지, 부모로서 좀더 많이 개입하고 구체적인 가르침을 줘야하는 것인지, 가르친다면 무엇을 알려주고 무엇을 도와주어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는 마냥 예뻐하고 사랑해주고 안아주고 놀아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들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부모 노릇이 참 쉽지 않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A. 자세한 설명을 붙여 주셔서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먼저 또래 유형을 살펴 보자면... 인기아, 평균지위를 갖고 있는 아동, 거부아, 무시아, 논란이 많은 아동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아드님의 경우는 평균지위 아동에 속한다고 보여집니다. 그 중 약간 무시를 섞어 가고 있는 형태인데요. 예를 들면 스스로 또래와 어울릴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도 않고 그러기에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꾀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는 또래가 있을 경우만, 혹은 자신과 유사성이 거의 일치하는 또래와만 관계를 맺게 되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친구를 싫어하거나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에요. 상호작용하는데 부담감을 느끼고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특별한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부모 욕심엔 더 많은 친구들과 사귀고 적극적인 관계 맺기에 열성을 보였으면 하시지요? 곁가지로 추측 한가지를 더 해보면 (수학 상담으로 올린 글을 보니) 아이가 혼자서 수학 문제 푸는 것도 좋아하고, 재능도 있어 보입니다. 스스로 최상위 쎈의 C단계를 맞추는 아이는 흔치 않습니다. (대부분 학교 수학 점수를 잘 받는다는 아이들도 문제풀이 설명을 들어 암기하듯 푸는 경우죠) 즉,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수학적 재능이 있으며, 게임을 하거나 대결에서 승부욕이 강한 것으로 보아 아이가 많은 또래와 관계 맺기를 즐기는 유형은 아닙니다. 기질적 이유가 친구관계에 영향을 주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여져요. 그러니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도와주시는 것은 좋지만 불안감이나 걱정으로 적극적으로 푸쉬하는 방법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어머님이 설명도 해 주시고 아이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세심하게 알려 주시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적당해요. 10살 이전은 일방적인 도움을 주거나 상호 이익이 있을 때만 친구로 여기는 특징이 높아 한번에 한명 이상과 친밀한 과정을 맺는 것을 어려워 해요. 보통 10살 정도가 되었을 때 이익과 상관없는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요. 이전의 연령에서는 놀이에 끼어 들어가기가 매우 중요한데, 끼어들어가기 기술이 말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다른 어머님들과 친구가 되어 만들어 주는 또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비구조화된 놀이에 얼마나 많이 아이를 참여 시켜 왔는가가 중요해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들끼리 환경만 만들어주면 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질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의 아동은 접촉하기 단계에서 놀이가 바로 끝나버리기 쉽습니다. 갈등을 협상하고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가르침이 그 때 그 때 있어야 해요. 이런 실제적 상황에서의 연습이 내면화 될 때 끼어들기 및 적극적 관계 맺기가 쉽게 느껴지는 것이죠. 자녀분의 나이를 보니 이제 진정한 의미의 우정을 한 두명과 잘 만들어 나갈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많은 수를 만나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에요. 한두명이라도 나와 비슷하고 공감해 주는 친구를 만나면 나름대로의 삶을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 대화 기술 중 현실적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해요.
-교훈, 설명, 훈계의 이야기 대신 가볍운 유머를 사용하여 대화할 것
-서로를 쳐다보고 말을 주고 받기 (특히 식사 시간을 이용하여)
-친구 관계에서 비롯될 수 있는 슬픔, 상실감 등을 견뎌 내도록 돕기
친구가 되고 싶은 아이가 거절할 때, 친했던 친구가 다른 아이와 친해질 때, 좋은 친구가 이 사갈 때 등등의 상황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긍정적으로 설명하기
-아이 정서를 인정해 주고 말하고 싶지 않은 방식을 강요하지 않기.
동서양을 막론하고 친구는 자신과 가장 비슷한 성향과 생활방식, 태도를 갖춘 또래를 선택하게 되어 있어요. 이를 유사성의 원리라고 합니다. 자녀분이 갖고 있는 특성의 아이가 많지 않다면 당연히 친구의 수도 한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녀 분의 특성이 흔한 아이들 특성은 아닙니다.) 물론 친구를 못 사귈 정도로 불행 해 할 아이도 아니고요. 비슷한 또래 한두명과도 충분하게 만족하며 지내며 나름대로의 자신이 집중할 영역을 선택하여 몰두하는 스타일이니 그러한 방향으로 이해를 해 주세요. 아이는 만족하고 행복하다는데 부모가 미리 걱정하는 것도 아이보다는 나의 문제일 때가 있습니다. 친구 관계에 예민한 경우 대부분 부모가 갖고 있는 콤플렉스나 두려움일 때가 많거든요. 수학자나 과학자가 많은 친구 그룹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의 좋은 특성으로 이해하시며 가정에서 도움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몇 가지만 변화 시켜 보세요.
Q. 제 고민도 아이의 친구 사귀기와 사회성에 대한 것입니다.
저희 아이는 그동안 사는 곳이 여러차례 바뀌었습니다. 유치원까지는 다른 지역에서 지냈고, 초등2학년까지는 이곳 대구에서 살다가 또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2년 반 가량을 지내고 작년 2학기에 5학년으로 이곳으로 와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5학년 2학기부터 다니고 있는 학교는 2학년까지 다닌 학교와 또 다른 학교고요. 한 지역, 동네에 꾸준히 살아온 것이 아니니 동네 친구를 사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에 오후 시간이 되면 크고 작은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공차며 노는 소리가 나는데, 아이는 나가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한 학기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 학교 일과 시간에 아이들이 여럿 모여 놀이를 할 때는 같이 놀기도 하는데, 방과후나 휴일에 연락을 하면서 만나는 친구는 없지요. 모듬 과제를 하기 위해서 같은 모듬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오기는 하여도 그 친구들과 계속 친하게 지내는 것 또한 아니었고요.
제가 계속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릴적 동네 엄마들이나 유치원 아이 엄마들과 어울리면서 아이의 친구를 만들어주는 등의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하였습니다. 평일 오후나 휴일에 놀이터에서 만나 놀 수 있는 친구도 별반 없이, 그저 주말에 엄마 아빠와 노는 것이 가장 행복하던 아이였어요. 그 나이적에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친구의 비중이 크다보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었고, 그렇지만 아이가 크면서 엄마의 영향 없이 스스로 친구를 만들 나이가 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지냈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2학년까지를 보내면서, 전반적으로 학교생활을 무난하게 해나갔었습니다. 아이들과 쉬는 시간에 놀이를 하면서 놀고 별다른 트러블 없이 지냈고요. 특별히 친한 아이, 단짝 친구가 학교에 있지는 않았지만, 운동을 하러 다니던 도장에서 한학년 위의 형와 같은 학년 친구, 그리고 제 아이, 이렇게 세명이 삼총사처럼 어울려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해외에서 지내던 초기에는 기본적인 소통 자체가 문제였기 때문에 친구 관계를 돌아볼 여유가 없기도 했었습니다. 1년 정도 시간을 지나면서 언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니 아이도 학교 생활이 한층 편안해졌지요. 이후 기간에는 학교에서 늘 함께 노는 친구들이 두어명 있었고, 한 친구와는 번갈아 집을 오가며 놀곤 하였었습니다.
그간 아이가 친구를 사귀고 노는 패턴을 보면, 급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려 하거나 친구에게 많이 빠져들거나 하는 성향은 아닌 듯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놀기는 하지만 특정 친구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 일을 별로 없었고, 개별적으로 친구를 사귀는데에는 시간이 꽤 많이 걸리는 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해외로 나가면서 삼총사에서 빠지게 되었을 때,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그곳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 아이가 많이 슬퍼하던 모습을 보면, 친구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는 편도 아닌 것 같고요.
그런데 요즘 들어 아이를 보면서, 아이의 대인관계가 나이에 비해 많이 서툰 것이 아닌가, 그래서 친구와 마음을 나누고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아이가 집에서 저나 아이아빠랑 대화를 할 때 보면, 늘 자신이 관심 있는 내용에 대한 대화만을 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 읽은 책이나 요즘 재밌어 하는 게임, 운동을 하면서 새로 익혀야 하는 어떤 기술에 대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그런 것들을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그 내용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그 대화를 즐거워하는지 여부는 뒷전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엄마와 아빠와의 대화이다 보니 자신이 많이 이해받고 배려받는다는 상황을 알고 있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걱정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상대방이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볼 때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의 어른들이 간혹 아이에게 하는 질문들, 학교 생활을 재밌니, 읽고 있는 책이 어떤 내용이니, 한국에 돌아와서 좋으니 등등, 정해진 답이 있는 물음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도 아이는 대개는 '글쎄요...' 정도로 일관합니다. 물론, 자신이 평상시에 좋아하고 늘 생각하는 내용에 대한 질문은 좀 다르기는 합니다. 전반적으로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하지 않는 아이의 성향이겠거니 넘어가기에는 좀 심한 것이 아닌가도 싶고요. 간혹 상대방이 바로 옆에서 뭔가 물어보고 대화를 걸어도 묵묵부답인 경우도 있습니다. 왜 그랬는지 물어보면 못들었다거나, 대답할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다거나, 잘 모르겠어서라거나 하는데요. 옆에 있다 보면 제가, '어머, 내 아이가 왜 이러나' 싶고 당황스러우면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이 혹시 상대방에 대해 예의없고 무관심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아이가 게임이나 운동을 할 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무척 크고, 스스로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원하는 결과 얻지 못하면 많이 시무룩해지거나 때로는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합니다. 아이가 아기적부터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무척 많은 편이었어요.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자신의 속상함을 울음으로 많이 표현을 했었습니다. 그때마다 야단을 치기보다는 많이 수용하였었고, 점차 커가면서 그 표현 방식의 문제들을 자주 이야기하였었습니다. 불편한 감정이 울음으로 터저 나오는 것이지만, 울음이 일단 시작되면 스스로의 감정이 더 조절되지 않을수도 있고 주변 친구들에게 부적절한 부담감과 죄책감 같은 감정을 줄 수 있으므로,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상황에 좀더 스스로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이야기나누기도 하였었죠. 아이도 조금씩 수긍하였던 것 같고, 지금은 아주 빵 터지는 울음은 없지만, 천성적으로 마음이 약한 편이어서인지 눈가가 빨갛게 되는 일들이 아직도 간혹 있습니다. 특히, 이기고 싶은 상황에 이기지 못했을 때 그런 모습을 보이거나 지는 것이 싫어 아예 놀이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를 보면, 그냥 좀더 승부보다는 어울림 자체에 더 의미를 두지 못하는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아이가 타인의 감정에 대한 배려나 공감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보니 반 친구들 중에는 자기가 가진 물건이나 자기의 실력에 대해 자랑을 하는 친구들도 있겠죠. 그런데, 제 아이는 그런 자랑들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주 불쾌해합니다. 그냥 한마디, '참 좋겠다' 라거나 '나도 그거 갖고 싶은데' 라거나, 그 정도 반응만 보여줘도 훨씬 부드러운 관계가 될 수 있을 텐데, 아이는 자기가 굳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 말을 해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하네요. 아이가 가끔은 친구의 그런 자랑을, 상대적으로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해서, 친구에 대한 호의적인 칭찬이나 공감이 너 스스로에게 불이익이 될 것은 없지 않겠는지를 설명해주면 수긍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아이가 영화를 볼 때, 실사 영화를 부담스러워 합니다. 애니매이션은 곧잘 보지만, 비슷한 내용의 영화더라도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는 보기 싫어한다는 거죠. 마다가스카르와 같은 애니매이션을 보면서도 순간순간 울기도 하고 슬퍼하는 아이인데, 진짜 사람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너무 실감나서 더 슬프고 더 무섭고 더 걱정되기 때문이라는데요. 이럴 때 보면, 감정 이입도 되고 감수성도 없지 않은 것 같은데, 일상 생활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참 싫어해요. 그래서 축하나 감사를 전하는 일은 부끄러워 못한다고 아예 손사래를 치곤 합니다. 학교 선생님께도 반 친구들에게도 만나서 반갑거나 헤어져서 아쉽거나 등의 인사를 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의 관계가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텐데, 제 아이는 왜 그런 것을 이렇게 어렵게 느끼는 것일까요.
요약하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고받는 대화와 놀이가 매끄럽지 않게 보이는 제 아이에 대한 고민인 거죠. 아이 스스로는 학교 생활이나 친구 관계에 큰 어려움이나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하교길에 늘 혼자 오는 아이를 보면, 저 아이가 정말 괜찮은걸까 생각하게 되요. 간혹, 제 스스로가 괜찮다는데,, 하면서 위안을 삼기도 하다가도, 얼마 있지 않아 부모와의 관계보다는 또래와의 관계가 더 중요한 때가 올텐데, 그때가 되어서도 마음 터놓을 친구 하나 없이 외로우면 어쩌나 많이 걱정이 됩니다. 요즘 아이들, 특히 중학교 아이들, 친구들 사이의 좋지 않은 일들도 많고 거친 아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제 아이가 그 사회에서 과연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어떨 때는 마음이 불안불안하고, 또 어떨 때는 그저 아이의 특성이고 기질이겠거니, 나름의 방식을 찾아가며 성숙해지겠거니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하며, 엄마인 제가 갈팡질팡하고 있죠.
아이가 아직 마음이 다 자라지 않은 상태이니 그냥 두어도 되는 것인지, 부모로서 좀더 많이 개입하고 구체적인 가르침을 줘야하는 것인지, 가르친다면 무엇을 알려주고 무엇을 도와주어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는 마냥 예뻐하고 사랑해주고 안아주고 놀아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들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부모 노릇이 참 쉽지 않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A. 자세한 설명을 붙여 주셔서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먼저 또래 유형을 살펴 보자면... 인기아, 평균지위를 갖고 있는 아동, 거부아, 무시아, 논란이 많은 아동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아드님의 경우는 평균지위 아동에 속한다고 보여집니다. 그 중 약간 무시를 섞어 가고 있는 형태인데요. 예를 들면 스스로 또래와 어울릴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도 않고 그러기에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꾀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는 또래가 있을 경우만, 혹은 자신과 유사성이 거의 일치하는 또래와만 관계를 맺게 되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친구를 싫어하거나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에요. 상호작용하는데 부담감을 느끼고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특별한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부모 욕심엔 더 많은 친구들과 사귀고 적극적인 관계 맺기에 열성을 보였으면 하시지요? 곁가지로 추측 한가지를 더 해보면 (수학 상담으로 올린 글을 보니) 아이가 혼자서 수학 문제 푸는 것도 좋아하고, 재능도 있어 보입니다. 스스로 최상위 쎈의 C단계를 맞추는 아이는 흔치 않습니다. (대부분 학교 수학 점수를 잘 받는다는 아이들도 문제풀이 설명을 들어 암기하듯 푸는 경우죠) 즉,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수학적 재능이 있으며, 게임을 하거나 대결에서 승부욕이 강한 것으로 보아 아이가 많은 또래와 관계 맺기를 즐기는 유형은 아닙니다. 기질적 이유가 친구관계에 영향을 주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여져요. 그러니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도와주시는 것은 좋지만 불안감이나 걱정으로 적극적으로 푸쉬하는 방법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어머님이 설명도 해 주시고 아이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세심하게 알려 주시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적당해요. 10살 이전은 일방적인 도움을 주거나 상호 이익이 있을 때만 친구로 여기는 특징이 높아 한번에 한명 이상과 친밀한 과정을 맺는 것을 어려워 해요. 보통 10살 정도가 되었을 때 이익과 상관없는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요. 이전의 연령에서는 놀이에 끼어 들어가기가 매우 중요한데, 끼어들어가기 기술이 말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다른 어머님들과 친구가 되어 만들어 주는 또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비구조화된 놀이에 얼마나 많이 아이를 참여 시켜 왔는가가 중요해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들끼리 환경만 만들어주면 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질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의 아동은 접촉하기 단계에서 놀이가 바로 끝나버리기 쉽습니다. 갈등을 협상하고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가르침이 그 때 그 때 있어야 해요. 이런 실제적 상황에서의 연습이 내면화 될 때 끼어들기 및 적극적 관계 맺기가 쉽게 느껴지는 것이죠. 자녀분의 나이를 보니 이제 진정한 의미의 우정을 한 두명과 잘 만들어 나갈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많은 수를 만나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에요. 한두명이라도 나와 비슷하고 공감해 주는 친구를 만나면 나름대로의 삶을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 대화 기술 중 현실적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해요.
-교훈, 설명, 훈계의 이야기 대신 가볍운 유머를 사용하여 대화할 것
-서로를 쳐다보고 말을 주고 받기 (특히 식사 시간을 이용하여)
-친구 관계에서 비롯될 수 있는 슬픔, 상실감 등을 견뎌 내도록 돕기
친구가 되고 싶은 아이가 거절할 때, 친했던 친구가 다른 아이와 친해질 때, 좋은 친구가 이 사갈 때 등등의 상황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긍정적으로 설명하기
-아이 정서를 인정해 주고 말하고 싶지 않은 방식을 강요하지 않기.
동서양을 막론하고 친구는 자신과 가장 비슷한 성향과 생활방식, 태도를 갖춘 또래를 선택하게 되어 있어요. 이를 유사성의 원리라고 합니다. 자녀분이 갖고 있는 특성의 아이가 많지 않다면 당연히 친구의 수도 한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녀 분의 특성이 흔한 아이들 특성은 아닙니다.) 물론 친구를 못 사귈 정도로 불행 해 할 아이도 아니고요. 비슷한 또래 한두명과도 충분하게 만족하며 지내며 나름대로의 자신이 집중할 영역을 선택하여 몰두하는 스타일이니 그러한 방향으로 이해를 해 주세요. 아이는 만족하고 행복하다는데 부모가 미리 걱정하는 것도 아이보다는 나의 문제일 때가 있습니다. 친구 관계에 예민한 경우 대부분 부모가 갖고 있는 콤플렉스나 두려움일 때가 많거든요. 수학자나 과학자가 많은 친구 그룹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의 좋은 특성으로 이해하시며 가정에서 도움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몇 가지만 변화 시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