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학습유치, 취학 전 아동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6-02-19
조회수 310

Q. 안녕하세요.

저희는 맞벌이기는 한데, 아빠가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어요.(아빠는 공학박사임)

놀이학교 다니는 것 외에, 작년에 6세 때 주 4회 하루 40분, 영어랑 한자를 공부방에서 시켰습니다. (외동이라 놀 사람이 없어서, 옆집이 공부방이라 형, 언니들이랑 얘기라도 해 보라고 보냈습니다.) 지금은 방학이라 제가 쉬게 했고요. 또 아빠표로 수학 가베, 과학실험 시켰고요. 따로 예체능은 놀이학교에서 바이올린 잠깐 하고, 태권도도 배웠습니다. 놀이학교 과정이 예체능에 충실한 편이었습니다. 책은 5세 때까지는 제가 읽어 주었고, 6세부터는 자기가 몇 권 읽고 싶은 거 읽다가, 가끔씩 사전도 찾아보더군요. 궁금한 거 물어보면, 그 분야에 관한 그림책 몇 권 읽어주고 있네요.

 

올해, 드디어 집 앞 유치원에 합격이 되어 학교 가기 전 1년간 유치원에서 누리과정을 공부할 수 있게 되었네요. 제가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책으로 접한 게 3년이 넘었네요. 그래서 일단 미친 듯이 사교육을 시키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제 취학 전이니까 수행평가를 대비해서 학원은 예술 1기(피아노)와 체육 1기(수영, 태권도)를 권할 생각인데요. 저는 하루에 두 가지 까지만 시키려고 하는데요.(공부방 50분, 예체능 50분) 저도 슬슬 워밍업을 해야 할 거 같아서, 받아쓰기랑, 영어 회화는 같이 하려고요. 제가 많이 시키는 걸까요? 남편은 공부방 보내지 말라고 하네요. 애가 너무 못 논다고요. 허허허.

 

생활습관은 잘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10시에 자고, 일단, 8시에 깹니다. 유치원은 9시에 가지요.

이 잘 닦고 손 잘 씻고 밥 잘 먹어, 걱정 안했는데 저도 이제 걱정이 되네요. 선행학습을 1학기 앞에 거라도 시켜야 한다고 해서요.

 

A. 아이가 매우 순응적이며 부모님을 잘 따르네요. 무엇이든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아이 같아 부모님 또한 자녀를 키우시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고요. 놀이학교나 예체능도 잘 따라하고 즐기는 것 같아 자녀 키우는 일이 뿌듯하시지요? 다만, 첫 아이고 학교 들어가기 전이라 다른 여러 인지 요인도 많이 걱정되고 선행을 시키지 않아 걱정하시는 듯 보여 집니다.

 

자녀를 키울 때 길던 짧던 부모가 확고한 가치관을 갖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특히 연령이 어릴수록 갈팡질팡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게다가 학교 들어가 많은 학부모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다 보면 멀쩡히 갖고 있던 가치관도 내 버리고 귀가 얇아지는 상황이 여러 번 찾아오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내 아이가 별로 눈에 틔지 않거나 하고 있는 것의 양이 적을수록 더 불안하기 쉽죠.

 

실은 여섯 살 정도만 되어도 가만히 놀기만 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일이 맘 불편하다 표현하시는 분이 너무 많습니다. 워낙 많은 학습지에 놀이 교구, 광고가 놀고 있는 아이를 바보로 만드는 일이 다반사니까요. 많은 전문가나, 발달 심리학자들이 공통으로 유아기의 정서와 놀이를 말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광고지와 학습지를 더 믿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또 어떤 분은 이렇게도 말씀하십니다. 이왕 정서가 좋은 아이라면 학습도 시켜가며 잘해야 하지 않느냐, 놀이도 놀만큼 놀았으니 이젠 해야 할 때가 아니냐. 정서와 놀이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쟁적 분위기 안에서는 할 만큼 해가야 아이가 기죽지 않는다 등의 이유가 그러합니다. 그래서 교육 과정을 무시하고, 좀 더 빠른 과정을 부모가 돈을 쓰며 좀 더 빨리 넣고 익히게 하려고 애를 쓰지요.

 

그런데 이 과정이 참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똑같은 루트로 가다 심드렁해지는 단계로 똑같이 빠져듭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과정을 거쳐 갑니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아이가 욕심 부려 시켰다고 하고,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내려놓는 아이 모습에 부모가 끌어 당겼다 합니다. 그러다 사춘기 오는 중학년이 되면 싸우기 힘들어 지친다고 표현해요. 고등학년이 되면 포기할 것 포기하다 아이의 진짜 적성이 무엇인지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하는지 그제야 관심을 갖기 시작하기도 하죠.

 

내 아이는 매우 특별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 모두들 희망하지만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무엇인가에 투자하고, 무엇인가를 빨리 시켜 얻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더 빨리 시키고, 더 많이 투자한 쪽이 항상 이기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치동이던 경기도던 4%안이 아니라면 어차피 96%를 실패라 부르는 환경이니까요.

 

이러한 경쟁 루트에 빨리 들어서기 위해 제 발달 영역에 맞지 않는 것들을 열심히 시키는 것이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면 이처럼 슬프고 괴로운 일이 없습니다. 앞으로 쭈욱~그렇게 갈 수 밖에 없게끔 질척한 곳에 발을 들여 놔야 합니다. 단언컨대, 많이 불안하고 힘들고 괴로운 상황이 끊임없이 자녀와의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겁니다. 게다가 이미 들여놓은 발을 거두기는 더 힘들어집니다.

 

좋은 시민이 되는 것, 사회 안에서 바른 가치를 갖고 성장하게 돕는 것으로 부모 역할을 인지한다면, 크게 조급할 것도 경쟁에서 뒤처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공부를 놔두고 가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1순위인지, 순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에요. 아이가 좋은 시민이 되고, 바른 가치를 갖고 성장하려면 자녀를 키우는 시기별로 우선시 되어야 하는 중요한 과업들이 있습니다.

 


우선, 자녀분은 친구들과 놀이를 통해 배우고 어울렸던 경험들로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합니다. 근면해야 하고, 아이들과 함께 놀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맥락의 연결 선상이어야 해요. 여러 친구들과 많이 다양한 방법으로 놀이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안에서 내가 주장하는 바가 틀리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좌절도 겪어 봐야 해요. 나를 또래 안에서 수정해 가는 또래 압력도 받아봐야 하고 몰입이 놀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험도 충분히 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행복하고 그 행복한 에너지를 집중하는데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초등 초기가 되면 유아기보다 호기심이 줄어드나 새로운 소재를 만나 탐구해 보려는 노력들을 발달 과업으로 갖게 됩니다. 호기심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책은 수많은 상황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장이 됩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책들에 푹 빠져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경험들도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시간이 충분해야 하고 부모와 대화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충분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내기도 바쁜 시간인데, 아이에게 무엇을 또 가르쳐야 할까요?

 

자녀분이 기본생활습관이 잘 되어 있다고 하니 위의 두 가지 정도만 그 안에 잘 스며들면 더 할 나위 없는 초등시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집니다. 어릴 때 좋다는 것 여러 개 안 시키고 안 해 본 아이들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다 같이 무기력해 있는 상황들을 눈으로 보다보면 무엇을 시키고 안 시키고의 문제가 절대 아니란 것이지요.

 

걱정이 되시면 초등 1학년 1학기 교과서를 살펴보세요. 시중에 나와 있는 학습지가 학교 교과과정을 무시하고 얼마나 어마어마한 윗단계를 넘나드는지 모릅니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제 학년 것도 소화 못해 쩔쩔 매는 상황이 생기는데 저학년 아이의 단계를 끌어 올려 제 학년 것도 못하게 만드는 상황을 부모가 왜 앞장서서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관련 책을 통해 훨씬 더 심도 있고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관심 갖게 할 수 있습니다. 선행보다 폭넓은 독서가 이후에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저 말고도 여러 전문가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바입니다. 조바심 내거나 다른 사람의 속도를 신경 쓰지 마시고, 어머님만의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아이에게 적절한 적기 도움을 주세요.

 

순응적이며,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분야가 명확한 아이들은 굳이 부모가 앞서가지 않아도 필요한 책만 넣어주고 충분히 놀게 하여도 신기할 정도로 알아서 갑니다. 그것이 적기 교육의 가장 큰 힘입니다. 수학 교과서 그날 그날 복습하고, 좋은 책 많이 읽고 또래와 열심히 놀 수 있게 해 주세요.

자녀분이 그렇게 알아서 하는 아이인 것 같으니, 불안해하지 마시고 아이의 속도와 함께 평화로이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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