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로 더욱 악화된 공교육의 현실을 접하면서 학업에 지친 아이들을 매일 만나는 교사들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어떤 기대를 할지 궁금했다. 지역모임 회원을 찾아가는 노워리기자단의 첫 인터뷰 주인공으로 17년차 초등교사이면서 전주 지역모임에 오랜 기간 참여하고 계신 곽주아 선생님을 만나 보았다.
이혜승(이하 이): 곽주아 선생님 반갑습니다. 지금 방학이실 텐데, 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곽주아(이하 곽): 선생님들에게 방학은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생명보험 같아요. 방학에 쉬어야 학기 중에 열심히 달릴 수가 있죠. 하지만 마냥 쉬지는 않아요. 다음 학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아이들과 지낼까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해요. 연수도 한두 개씩은 듣고 교육과정 연구도 소홀히 할 수 없죠. 특히 겨울방학은 어떤 학년을 맡을지에 대한 기대와 부담감까지 더해지죠.
이: 아, 재충전의 시간이면서 다음 학기 준비도 해야 하고 매년 수십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을 새로 만나야 하니 반가움과 긴장감이 교차하겠어요. 선생님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곽: 좋은교사운동 일을 하셨던 송인수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교육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많은 부분 공감되어 후원을 시작했고요. 개인들이 각자 고민만 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죠. 함께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지역모임에도 참석하고요.
이: 전주 지역모임은 언제부터 참여하셨는지요? 지역모임에 나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곽: 2017년부터 참여했어요. 그 시기에 제가 겪었던 비교육적인 사건들이 계기라면 계기인 셈이죠.
빨리 가는 것보다 바른 방향으로
이: 그 때 상황을 조금 더 상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곽: 저는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경험을 충분히 누리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모두 다 공부에 특화되어 있지는 않잖아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채워가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 교육적으로 더 중요하지요. 부모 마음은 우리아이가 힘들까 봐, 남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 할까봐 실패의 과정을 생략해주고 싶을 거예요. 그래서 선행학습도 시키고 시험도 많이 보게 하죠. 저는 이렇게 빨리 가는 것보다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가르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교육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2017년에 발령받은 학교는 성적이 최우선이라 아이들을 상당히 엄하게 다루는 학교라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선생님을 원하는 곳이었죠. 국영수 점수가 가장 중요하고 모두가 성적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분위기였어요. 이런 학교에 저같이 학생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선생님이 나타났으니 제가 맡은 반 부모님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죠. 저와 학생들 사이에 신뢰를 쌓기가 참 어려웠어요. 학급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요.
그럼에도 저는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좀 더 잘해주려고 노력했는데 변하는 게 없었어요.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아이들의 무례한 행동과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는 나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요.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둘 수는 없었어요. 뭔가 바꾸려면 함께 할 동료가 필요하잖아요. 사교육걱정의 전주지역모임에 연락을 했죠. “저, 지역모임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다음 모임은 언제인가요?”라고요. 이렇게 저의 지역모임 역사가 시작됐어요.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노력에서 얻는 위안
이: 공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선생님처럼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고자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전주지역모임을 처음 찾아가실 때 꽤 용기가 필요했을 거 같아요.
곽: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너무 미미하잖아요. 지역모임을 통해 큰 변화를 가져온다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예요.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를 보태는 거죠. 사실 제가 그렇게 적극적인 사람은 아닌데, 나의 문제, 내가 소속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다보니 용기가 생겼어요.
이: 지역모임에 참여하신 지 5년이나 되셨네요. 초심을 유지하며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기 쉽지 않았을 텐데, 지역 모임이 어떤 힘을 주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참여하실 수 있는 건가요?
곽: 제게 지역 모임의 의미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이 있다, 교육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지금보다 나아지도록 방안을 찾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 이런 분명한 사실이 지속하는 힘을 줘요. 혼자보다는 같이할 때 두려움이 좀 덜하잖아요. 그러면 또 힘을 모아서 계속하게 되고, 함께하다 보면 작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독서는 책에 대한 좋은 기억이 출발
이: 선생님께서 책 읽기와 삶에 대한 성찰이 깊은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경험에 비추어 아이의 책 읽기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곽: 제 생각에는 책 읽기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책 읽기가 강요로 느껴지는 순간부터 오히려 아이의 관심에서 멀어져요. 독서에서 부모님의 역할은 아이가 책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게 하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곽: 아이가 어릴 때는 잠자기 전에 꼭 책을 읽어주려 했고요. 조금 크고 나서는 제가 책 읽는 모습을 아이가 자주 보게 되죠. ‘책 안에 엄마가 좋아하는 뭔가가 있다’라고 넌지시 알려주어서 책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도록 하고요.
이: 책 읽어주기가 생각만큼 잘되지 않던데요, 어떤 방법으로 하셨어요?
곽: 내 머리맡에서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었던 엄마의 목소리, 살결, 포근한 느낌 이런 것을 같이 기억할 수 있길 바라면서 읽어줬어요. 그림책에서 글밥이 많은 동화책으로 넘어갈 때 동화책 한 권을 다 읽어준 적이 한 번 있어요, 이후에는 초반만 조금 읽어주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나머지는 스스로 읽게 했고요. 이제 5학년이 되는 첫째는 꽤 성공적이었고 둘째는 아직 진행 중이에요.

학원 활용 원칙
이: 많은 부모님들의 고민하는 학원 문제에 대해 여쭐게요. 학원을 안 보내자니 우리 아이만 뒤쳐질 거 같아서 불안하고, 보내자니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고요.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보내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어요.
곽: 학원에 대해서 답은 없는 것 같아요. 학원 문제에 있어서 부모님들이 최소한의 원칙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내 아이에게 선행을 시켜 최상위권을 차지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서 학원을 찾을 때 아이들에게 학원을 안내한다는 원칙이오. 아이 스스로가 부족함을 느껴서, 더 알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학원을 찾는 경우는 학원 이용의 효과도 크거든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부모님들이 학원을 아이와 함께 골랐으면 좋겠어요. 학원 보내는 과정을 보면, 보통은 엄마 아빠가 다 알아본 다음에 ‘너, 여기 가.’ 이렇게 강제로 보내지요. 아이는 부모님이 시킨 것이니 일단 학원에 앉아 있고, 레벨테스트를 봐야 하니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를 꾸역꾸역하고, 하다 보니 당장의 성적은 오르죠. 하지만, 학습의 자발성이 없어서 성취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아이가 ‘엄마, 제가 수학공부를 했는데 이 부분이 어려워요. 수학 학원에 가서 부족한 부분을 좀 배우면 좋겠어요.’라고 말할 때, 아이와 함께 선택한 학원에서 부족한 공부를 채우는 방식이면 좋겠어요. 어느 정도 채워졌으면 그만두고 스스로 공부하다가 더 높은 단계의 공부가 필요하다 하면 그에 맞는 학원을 찾아서 채워주고 하는 선순환체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이런 방식이라면 지금처럼 대부분의 아이들이 몇 년 치씩 선행을 하며 아이도 부모도 행복하지 않은 사교육 지옥은 안 생기지 않을까요?
이: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 각자가 주도적으로 공부하도록 돕는 일도 쉽지 않을 거 같아요.
곽: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존재 자체로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 받아야 하는데, 지금의 어른들은 그렇게 못하고 있어요. ‘학생이 공부해야지’라며 일방적으로 공부만 강요하고 훈계하려고 하잖아요. 아이들도 어른 못지않게 고민이 많은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지도 않고요. “네 안에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이 있을 거야. 힘들 때 얘기해. 도와줄게.”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면 좋겠어요.
이: 마지막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곽: 지금의 교육 문제는 정말 풀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잖아요? 문제를 풀기 위해 회원들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작은 목소리, 미미한 발자국 하나라도 함께하면 분명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길 수 있을 거예요.
‘외유내강’, 곽주아 선생님에게서 떠오르는 단어이다. 지금의 교육체계 속에서 상처를 입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밖으로 나와 전주지역모임에 활기를 불어넣는 분이셨다. 게으른 이상주의자라며 겸손해하셨지만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지역모임을 탄탄하게 지켜나가는 꾸준함을 가지셨다. 곽주아 선생님 같은 실천적 이상주의자들이 전국에서 한 걸음 한 걸음 힘을 보태고 있다. 그 발걸음들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전국 60개 지역에 있는 등대지역모임에 관심있다면
🖍 글. 노워리기자단 이혜승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를 외치며 치열하게 사는 열정 직장맘. 아이 키우면서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하길 바라는 초보 엄마입니다.
코로나로 더욱 악화된 공교육의 현실을 접하면서 학업에 지친 아이들을 매일 만나는 교사들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어떤 기대를 할지 궁금했다. 지역모임 회원을 찾아가는 노워리기자단의 첫 인터뷰 주인공으로 17년차 초등교사이면서 전주 지역모임에 오랜 기간 참여하고 계신 곽주아 선생님을 만나 보았다.
이혜승(이하 이): 곽주아 선생님 반갑습니다. 지금 방학이실 텐데, 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곽주아(이하 곽): 선생님들에게 방학은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생명보험 같아요. 방학에 쉬어야 학기 중에 열심히 달릴 수가 있죠. 하지만 마냥 쉬지는 않아요. 다음 학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아이들과 지낼까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해요. 연수도 한두 개씩은 듣고 교육과정 연구도 소홀히 할 수 없죠. 특히 겨울방학은 어떤 학년을 맡을지에 대한 기대와 부담감까지 더해지죠.
이: 아, 재충전의 시간이면서 다음 학기 준비도 해야 하고 매년 수십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을 새로 만나야 하니 반가움과 긴장감이 교차하겠어요. 선생님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곽: 좋은교사운동 일을 하셨던 송인수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교육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많은 부분 공감되어 후원을 시작했고요. 개인들이 각자 고민만 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죠. 함께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지역모임에도 참석하고요.
이: 전주 지역모임은 언제부터 참여하셨는지요? 지역모임에 나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곽: 2017년부터 참여했어요. 그 시기에 제가 겪었던 비교육적인 사건들이 계기라면 계기인 셈이죠.
빨리 가는 것보다 바른 방향으로
이: 그 때 상황을 조금 더 상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곽: 저는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경험을 충분히 누리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모두 다 공부에 특화되어 있지는 않잖아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채워가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 교육적으로 더 중요하지요. 부모 마음은 우리아이가 힘들까 봐, 남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 할까봐 실패의 과정을 생략해주고 싶을 거예요. 그래서 선행학습도 시키고 시험도 많이 보게 하죠. 저는 이렇게 빨리 가는 것보다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가르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교육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2017년에 발령받은 학교는 성적이 최우선이라 아이들을 상당히 엄하게 다루는 학교라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선생님을 원하는 곳이었죠. 국영수 점수가 가장 중요하고 모두가 성적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분위기였어요. 이런 학교에 저같이 학생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선생님이 나타났으니 제가 맡은 반 부모님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죠. 저와 학생들 사이에 신뢰를 쌓기가 참 어려웠어요. 학급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요.
그럼에도 저는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좀 더 잘해주려고 노력했는데 변하는 게 없었어요.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아이들의 무례한 행동과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는 나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요.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둘 수는 없었어요. 뭔가 바꾸려면 함께 할 동료가 필요하잖아요. 사교육걱정의 전주지역모임에 연락을 했죠. “저, 지역모임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다음 모임은 언제인가요?”라고요. 이렇게 저의 지역모임 역사가 시작됐어요.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노력에서 얻는 위안
이: 공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선생님처럼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고자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전주지역모임을 처음 찾아가실 때 꽤 용기가 필요했을 거 같아요.
곽: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너무 미미하잖아요. 지역모임을 통해 큰 변화를 가져온다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예요.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를 보태는 거죠. 사실 제가 그렇게 적극적인 사람은 아닌데, 나의 문제, 내가 소속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다보니 용기가 생겼어요.
이: 지역모임에 참여하신 지 5년이나 되셨네요. 초심을 유지하며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기 쉽지 않았을 텐데, 지역 모임이 어떤 힘을 주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참여하실 수 있는 건가요?
곽: 제게 지역 모임의 의미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이 있다, 교육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지금보다 나아지도록 방안을 찾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 이런 분명한 사실이 지속하는 힘을 줘요. 혼자보다는 같이할 때 두려움이 좀 덜하잖아요. 그러면 또 힘을 모아서 계속하게 되고, 함께하다 보면 작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독서는 책에 대한 좋은 기억이 출발
이: 선생님께서 책 읽기와 삶에 대한 성찰이 깊은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경험에 비추어 아이의 책 읽기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곽: 제 생각에는 책 읽기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책 읽기가 강요로 느껴지는 순간부터 오히려 아이의 관심에서 멀어져요. 독서에서 부모님의 역할은 아이가 책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게 하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곽: 아이가 어릴 때는 잠자기 전에 꼭 책을 읽어주려 했고요. 조금 크고 나서는 제가 책 읽는 모습을 아이가 자주 보게 되죠. ‘책 안에 엄마가 좋아하는 뭔가가 있다’라고 넌지시 알려주어서 책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도록 하고요.
이: 책 읽어주기가 생각만큼 잘되지 않던데요, 어떤 방법으로 하셨어요?
곽: 내 머리맡에서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었던 엄마의 목소리, 살결, 포근한 느낌 이런 것을 같이 기억할 수 있길 바라면서 읽어줬어요. 그림책에서 글밥이 많은 동화책으로 넘어갈 때 동화책 한 권을 다 읽어준 적이 한 번 있어요, 이후에는 초반만 조금 읽어주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나머지는 스스로 읽게 했고요. 이제 5학년이 되는 첫째는 꽤 성공적이었고 둘째는 아직 진행 중이에요.
학원 활용 원칙
이: 많은 부모님들의 고민하는 학원 문제에 대해 여쭐게요. 학원을 안 보내자니 우리 아이만 뒤쳐질 거 같아서 불안하고, 보내자니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고요.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보내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어요.
곽: 학원에 대해서 답은 없는 것 같아요. 학원 문제에 있어서 부모님들이 최소한의 원칙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내 아이에게 선행을 시켜 최상위권을 차지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서 학원을 찾을 때 아이들에게 학원을 안내한다는 원칙이오. 아이 스스로가 부족함을 느껴서, 더 알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학원을 찾는 경우는 학원 이용의 효과도 크거든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부모님들이 학원을 아이와 함께 골랐으면 좋겠어요. 학원 보내는 과정을 보면, 보통은 엄마 아빠가 다 알아본 다음에 ‘너, 여기 가.’ 이렇게 강제로 보내지요. 아이는 부모님이 시킨 것이니 일단 학원에 앉아 있고, 레벨테스트를 봐야 하니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를 꾸역꾸역하고, 하다 보니 당장의 성적은 오르죠. 하지만, 학습의 자발성이 없어서 성취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아이가 ‘엄마, 제가 수학공부를 했는데 이 부분이 어려워요. 수학 학원에 가서 부족한 부분을 좀 배우면 좋겠어요.’라고 말할 때, 아이와 함께 선택한 학원에서 부족한 공부를 채우는 방식이면 좋겠어요. 어느 정도 채워졌으면 그만두고 스스로 공부하다가 더 높은 단계의 공부가 필요하다 하면 그에 맞는 학원을 찾아서 채워주고 하는 선순환체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이런 방식이라면 지금처럼 대부분의 아이들이 몇 년 치씩 선행을 하며 아이도 부모도 행복하지 않은 사교육 지옥은 안 생기지 않을까요?
이: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 각자가 주도적으로 공부하도록 돕는 일도 쉽지 않을 거 같아요.
곽: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존재 자체로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 받아야 하는데, 지금의 어른들은 그렇게 못하고 있어요. ‘학생이 공부해야지’라며 일방적으로 공부만 강요하고 훈계하려고 하잖아요. 아이들도 어른 못지않게 고민이 많은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지도 않고요. “네 안에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이 있을 거야. 힘들 때 얘기해. 도와줄게.”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면 좋겠어요.
이: 마지막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곽: 지금의 교육 문제는 정말 풀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잖아요? 문제를 풀기 위해 회원들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작은 목소리, 미미한 발자국 하나라도 함께하면 분명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길 수 있을 거예요.
‘외유내강’, 곽주아 선생님에게서 떠오르는 단어이다. 지금의 교육체계 속에서 상처를 입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밖으로 나와 전주지역모임에 활기를 불어넣는 분이셨다. 게으른 이상주의자라며 겸손해하셨지만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지역모임을 탄탄하게 지켜나가는 꾸준함을 가지셨다. 곽주아 선생님 같은 실천적 이상주의자들이 전국에서 한 걸음 한 걸음 힘을 보태고 있다. 그 발걸음들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전국 60개 지역에 있는 등대지역모임에 관심있다면
🖍 글. 노워리기자단 이혜승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를 외치며 치열하게 사는 열정 직장맘. 아이 키우면서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하길 바라는 초보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