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워리기자단이 전국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등대지역모임 회원을 찾아 인터뷰하는 시간, 오늘의 주인공은 부천의 신혜경 선생님입니다.
임진희(이하 임): 신혜경 선생님, 반갑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이라는 공통분모로 이렇게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사교육걱정과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신혜경(이하 신): 5년 전쯤에 알게 됐어요. 우연히 한살림 모임에서 부천지역모임 등대장이신 정문기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역모임에 참석하게 됐어요.
서로에게 굳건한 뿌리가 되어주는 모임
임: 지역모임 열혈 회원으로까지 이어주셨으니, 등대장님의 역할이 컸네요.
신: 네, 정문기 등대장님께서 무조건 사교육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에 지혜롭게 하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고요. 지혜로운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에 부천지역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지역모임에선 등대나눔자료를 읽으며 생각을 나누고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죠. 모임 인원이 세 명밖에 되지 않지만 다들 빠지지 않고 꾸준히 모이는 게 부천지역모임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임: 꾸준히 참석할 수밖에 없는 부천지역모임만의 매력, 그게 뭘까요?
신: 솔직히 저는 다른 사람 말에 크게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일반적인 공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등학생 때 공교육에서 벗어나 일찍부터 나만의 삶을 고민했어요. 그래서인지 저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항상 변수가 많다는 거예요. 내가 생각한 길이 맞는 건지 아닌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를 혼자 고민하기보다 지역모임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고민하는 게 좋았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굳건한 뿌리가 되어주는 것, 그게 바로 부천지역모임만의 매력 같아요.
임: 일반적인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신: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자퇴했어요. 친구들과 문제가 좀 있었고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아요. 새롭게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운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학교를 다녀야 하나 싶었어요. 그렇게 학교를 그만두고 뭘 할까 고민하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요리를 배웠어요. 포토샵과 컴퓨터도 배웠고요. 학교를 그만두고 후회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면서 거기 친구들과 보냈던 자유로운 시간이 제겐 참 좋았어요. 허둥지둥 시간에 쫓기는 삶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그 시간이 참 소중했거든요. 그때 배웠던 다양한 기술들이 지금도 삶의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
임: 일찍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으셨군요. 선생님의 블로그에 약선요리를 많이 소개하셨는데, 약이 되는 요리에 관심을 두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신: 고등학교 때 아토피가 있었는데 잘 관리해서 다 나은 줄 알았어요. 근데 아이를 출산하니까 아토피가 심하게 올라오는 거예요. 이미 양약이나 한방은 다 경험해봐서 효과가 별로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선택한 게 자연요법이에요. 아토피를 관리할 때 약초로 만든 보습제도 바르지만, 기본적으로 먹거리 관리가 안 되면 완치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먹거리를 관리하면서 자연요법을 했더니 아토피가 나았어요. 그때부터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방통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식품영양학에서 바라보는 음식과 인체는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달랐어요. 통합되고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는 게 섭생인데 각각의 영양소로 쪼개고 분절하는 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대학은 한방건강학 약선학과로 진학을 했고 얼마 전 졸업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그리고 인간의 몸과 음식이 연결되어 서로 조화를 이뤄간다는 것을 매일 배우며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임: 아이들이 커갈수록 쉽지 않은 게 먹거리 관리인 거 같아요. 온갖 종류의 불량식품에 노출된 아이들의 먹거리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신: 어렸을 때는 한살림 것만 먹이고 다 차단했어요. 마트도 거의 안 가고 편의점도 안 가니까 불량식품 자체를 모르다가 학교를 다니면서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안 먹이자 주의인데 남편은 먹어도 안 죽는다 주의라서 조금씩 타협하고 있어요. 100% 차단은 힘들지만 가공식품은 주로 생협 것을 먹되 마트에서 판매하는 라면이나 과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먹는 것으로 약속을 정했어요. 최소한의 규칙을 정하되 규칙을 어기면 책임을 지도록 합니다. 먹는 횟수나 양을 정하고, 더 먹고 싶다면 그 다음 주 것을 가불해서 미리 먹는 거예요. 너무 엄격할 필요는 없지만, 일정 부분의 바운더리가 있을 때 오히려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임: 요리와 음식이 아이들 교육과도 연결이 되네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선생님께서 하신 ‘요리로 철학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요리로 철학하는 삶에는 어떤 가치가 담겨 있을까요?
신: 처음엔 철학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거고 굉장히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철학이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갖고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더라고요. 생각은 결국 실천으로 이어지는데, 튼튼한 나무를 예로 들면 흔들림이 와도 잘 이겨내는 것 같아요. 마치 뿌리 깊은 나무 같다고나 할까요? 요리하는데도 철학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화학성분으로 가득한 음식을 즐겨 먹는데도 왜 위험을 생각하지 않는 걸까? 고기 먹는 것을 왜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까? 제가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고기 먹을 때마다 나를 위해 희생한 또 다른 생명을 생각해요. 아이들이 많이 먹는 우유에는 문제는 없는 걸까? 이런저런 질문들, 생각을 많이 해요.
임: ‘왜’라고 질문하는 힘이 철학이라고 한다면,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큼 철학이 필요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무엇일까요?
신: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영어를 시키거나 학습지를 시키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로드맵이잖아요. 근데 그것을 왜 당연하게 시켜야 할까? 아이들 공부는 무조건 학원에서만 해야 하나? 왜 사람들은 사교육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했어요. 저희 아이들은 아직 학원에 다니지 않는데 주위에서 더 걱정이에요. 희한하게 보는 분들도 있고 개념이 없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엄마로 보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학원 대신 다른 분야를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고, 필요하다면 그때 사교육을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 같아요.
임: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실천하기가 어려워요.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은 다 잊어버리고 흐름에 따라 흔들리는 게 보통 부모들 모습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선생님은 뚝심을 가져봤던 경험이 있어서 그게 아이를 키우는데 좋은 자산이 된 것 같아요.
신: 맞아요. 그런 뚝심을 기르도록 저희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학교를 그만둔다고 할 때 부모님이 믿어주신 게 큰 힘이 됐어요. 저희 언니는 공부를 잘 해서 바로 대학을 가고 일반적인 코스를 밟았거든요. 그에 반해 저는 학교를 뛰쳐나간다고 하니 부모님이 엄청 말리셨죠. 교장 선생님도 말리시고. 그래도 결국 제 고집으로 했는데 그 뒤에도 부모님은 제가 배우고 싶다는 것을 다 지원해주셨어요.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학원을 알아봐 주시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함께 찾아주시고 책도 원하는 대로 사주셨어요. 사실 주위 사람들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셨을 텐데, 다른 사람들보다 저를 먼저 생각해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려요. 저도 아이들에게 제가 부모님께 받은 만큼 해주고 싶어요.

아이가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깨달을 수 있기를
임: 엄마의 마음을 아이들이 잘 알아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이제 6학년, 4학년이면 사춘기에 접어들 텐데 혹시 갈등은 없으세요?
신: 아직까지 큰 마찰은 없어요. ‘아이와 왜 마찰이 생기는 걸까?’를 생각해 봤어요. 아이가 요구하는 게 있고, 부모가 요구하는 게 있잖아요. 양쪽 요구의 합의점을 찾든지 둘 중 한 명이 수용해야 하니까요. 저는 아이가 요구하는 것은 정말 나쁜 범죄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라면 허용해주고 싶어요. 아이가 겪어보고 느껴야만 본인의 선택에 대해 깨닫게 되고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하거든요. 만약 큰 마찰이 오더라도 아이가 원하는 대로 수용해줄 것 같아요.
한 가지 고민이 되는 것은 큰 아이가 영어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요. 근데 살면서 영어가 필요하잖아요. 학교 진도는 따라가야 하는데 그 수준도 안 되니까 사실 고민이 됐죠. 아이는 영어를 못 해도 상관없다며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억지로 하라고 하기도 어렵고 계속 안 한다고 할까 봐 걱정도 돼요.
임: 그런 와중에 주변에서 누구는 이만큼 하더라 하면 또 불안해지지 않나요? 그럴 때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지역모임에서 도움을 얻으시겠죠?
신: 맞아요. 지역모임에서도 아이가 상관없다고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 지켜봐도 된다고 해요. 굳이 억지로 시키지 말고 때를 기다리면서 계속 흥미를 갖도록 해주라고 말씀해주셔요. 저 역시 그게 맞겠다 싶어요.
임: 지역모임에서 매달 사교육걱정 소식으로 나눔을 갖는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단체 활동 중에 관심 있거나 좀 더 잘됐으면 하는 부분 있으세요?
신: 저는 부모님들이 어떠한 생각과 교육관을 갖고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정책이 똑바로 서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금처럼 교육정책에 목소리 내는 활동을 잘 이어가시면 좋겠습니다.
임: 마지막으로 신혜경 선생님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신: 우리나라 쌀 소비량이 줄면서 생산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문제는 이렇게 쌀농사가 줄어들면 결국 수입을 해야 하고 주식을 수입한다는 건 음식 주권 자체가 흔들리는 심각한 문제에요. 우리 쌀을 가지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술 만드는 걸 공부하게 됐어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을 받고 전문적으로 전통주를 담그고 싶습니다.
사춘기 아이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던 차에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신혜경 선생님을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걸어가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제 삶의 철학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저 역시 세상의 크고 작은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중심 잡고 살아가 보렵니다. 반가운 길동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전국에 50여 개 등대지역모임이 궁금하다면?
글 _ 노워리기자단 임진희 생각하는 글쟁이. 책을 읽고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키워드는 “호기심, 도전, 존중” 끊임없이 “왜” 이것을 하는가? 본질은 무엇인가? 질문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워리기자단이 전국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등대지역모임 회원을 찾아 인터뷰하는 시간, 오늘의 주인공은 부천의 신혜경 선생님입니다.
임진희(이하 임): 신혜경 선생님, 반갑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이라는 공통분모로 이렇게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사교육걱정과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신혜경(이하 신): 5년 전쯤에 알게 됐어요. 우연히 한살림 모임에서 부천지역모임 등대장이신 정문기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역모임에 참석하게 됐어요.
서로에게 굳건한 뿌리가 되어주는 모임
임: 지역모임 열혈 회원으로까지 이어주셨으니, 등대장님의 역할이 컸네요.
신: 네, 정문기 등대장님께서 무조건 사교육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에 지혜롭게 하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고요. 지혜로운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에 부천지역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지역모임에선 등대나눔자료를 읽으며 생각을 나누고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죠. 모임 인원이 세 명밖에 되지 않지만 다들 빠지지 않고 꾸준히 모이는 게 부천지역모임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임: 꾸준히 참석할 수밖에 없는 부천지역모임만의 매력, 그게 뭘까요?
신: 솔직히 저는 다른 사람 말에 크게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일반적인 공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등학생 때 공교육에서 벗어나 일찍부터 나만의 삶을 고민했어요. 그래서인지 저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항상 변수가 많다는 거예요. 내가 생각한 길이 맞는 건지 아닌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를 혼자 고민하기보다 지역모임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고민하는 게 좋았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굳건한 뿌리가 되어주는 것, 그게 바로 부천지역모임만의 매력 같아요.
임: 일반적인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신: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자퇴했어요. 친구들과 문제가 좀 있었고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아요. 새롭게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운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학교를 다녀야 하나 싶었어요. 그렇게 학교를 그만두고 뭘 할까 고민하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요리를 배웠어요. 포토샵과 컴퓨터도 배웠고요. 학교를 그만두고 후회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면서 거기 친구들과 보냈던 자유로운 시간이 제겐 참 좋았어요. 허둥지둥 시간에 쫓기는 삶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그 시간이 참 소중했거든요. 그때 배웠던 다양한 기술들이 지금도 삶의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
임: 일찍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으셨군요. 선생님의 블로그에 약선요리를 많이 소개하셨는데, 약이 되는 요리에 관심을 두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신: 고등학교 때 아토피가 있었는데 잘 관리해서 다 나은 줄 알았어요. 근데 아이를 출산하니까 아토피가 심하게 올라오는 거예요. 이미 양약이나 한방은 다 경험해봐서 효과가 별로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선택한 게 자연요법이에요. 아토피를 관리할 때 약초로 만든 보습제도 바르지만, 기본적으로 먹거리 관리가 안 되면 완치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먹거리를 관리하면서 자연요법을 했더니 아토피가 나았어요. 그때부터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방통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식품영양학에서 바라보는 음식과 인체는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달랐어요. 통합되고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는 게 섭생인데 각각의 영양소로 쪼개고 분절하는 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대학은 한방건강학 약선학과로 진학을 했고 얼마 전 졸업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그리고 인간의 몸과 음식이 연결되어 서로 조화를 이뤄간다는 것을 매일 배우며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임: 아이들이 커갈수록 쉽지 않은 게 먹거리 관리인 거 같아요. 온갖 종류의 불량식품에 노출된 아이들의 먹거리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신: 어렸을 때는 한살림 것만 먹이고 다 차단했어요. 마트도 거의 안 가고 편의점도 안 가니까 불량식품 자체를 모르다가 학교를 다니면서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안 먹이자 주의인데 남편은 먹어도 안 죽는다 주의라서 조금씩 타협하고 있어요. 100% 차단은 힘들지만 가공식품은 주로 생협 것을 먹되 마트에서 판매하는 라면이나 과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먹는 것으로 약속을 정했어요. 최소한의 규칙을 정하되 규칙을 어기면 책임을 지도록 합니다. 먹는 횟수나 양을 정하고, 더 먹고 싶다면 그 다음 주 것을 가불해서 미리 먹는 거예요. 너무 엄격할 필요는 없지만, 일정 부분의 바운더리가 있을 때 오히려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임: 요리와 음식이 아이들 교육과도 연결이 되네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선생님께서 하신 ‘요리로 철학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요리로 철학하는 삶에는 어떤 가치가 담겨 있을까요?
신: 처음엔 철학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거고 굉장히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철학이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갖고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더라고요. 생각은 결국 실천으로 이어지는데, 튼튼한 나무를 예로 들면 흔들림이 와도 잘 이겨내는 것 같아요. 마치 뿌리 깊은 나무 같다고나 할까요? 요리하는데도 철학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화학성분으로 가득한 음식을 즐겨 먹는데도 왜 위험을 생각하지 않는 걸까? 고기 먹는 것을 왜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까? 제가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고기 먹을 때마다 나를 위해 희생한 또 다른 생명을 생각해요. 아이들이 많이 먹는 우유에는 문제는 없는 걸까? 이런저런 질문들, 생각을 많이 해요.
임: ‘왜’라고 질문하는 힘이 철학이라고 한다면,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큼 철학이 필요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무엇일까요?
신: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영어를 시키거나 학습지를 시키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로드맵이잖아요. 근데 그것을 왜 당연하게 시켜야 할까? 아이들 공부는 무조건 학원에서만 해야 하나? 왜 사람들은 사교육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했어요. 저희 아이들은 아직 학원에 다니지 않는데 주위에서 더 걱정이에요. 희한하게 보는 분들도 있고 개념이 없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엄마로 보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학원 대신 다른 분야를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고, 필요하다면 그때 사교육을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 같아요.
임: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실천하기가 어려워요.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은 다 잊어버리고 흐름에 따라 흔들리는 게 보통 부모들 모습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선생님은 뚝심을 가져봤던 경험이 있어서 그게 아이를 키우는데 좋은 자산이 된 것 같아요.
신: 맞아요. 그런 뚝심을 기르도록 저희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학교를 그만둔다고 할 때 부모님이 믿어주신 게 큰 힘이 됐어요. 저희 언니는 공부를 잘 해서 바로 대학을 가고 일반적인 코스를 밟았거든요. 그에 반해 저는 학교를 뛰쳐나간다고 하니 부모님이 엄청 말리셨죠. 교장 선생님도 말리시고. 그래도 결국 제 고집으로 했는데 그 뒤에도 부모님은 제가 배우고 싶다는 것을 다 지원해주셨어요.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학원을 알아봐 주시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함께 찾아주시고 책도 원하는 대로 사주셨어요. 사실 주위 사람들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셨을 텐데, 다른 사람들보다 저를 먼저 생각해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려요. 저도 아이들에게 제가 부모님께 받은 만큼 해주고 싶어요.
아이가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깨달을 수 있기를
임: 엄마의 마음을 아이들이 잘 알아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이제 6학년, 4학년이면 사춘기에 접어들 텐데 혹시 갈등은 없으세요?
신: 아직까지 큰 마찰은 없어요. ‘아이와 왜 마찰이 생기는 걸까?’를 생각해 봤어요. 아이가 요구하는 게 있고, 부모가 요구하는 게 있잖아요. 양쪽 요구의 합의점을 찾든지 둘 중 한 명이 수용해야 하니까요. 저는 아이가 요구하는 것은 정말 나쁜 범죄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라면 허용해주고 싶어요. 아이가 겪어보고 느껴야만 본인의 선택에 대해 깨닫게 되고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하거든요. 만약 큰 마찰이 오더라도 아이가 원하는 대로 수용해줄 것 같아요.
한 가지 고민이 되는 것은 큰 아이가 영어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요. 근데 살면서 영어가 필요하잖아요. 학교 진도는 따라가야 하는데 그 수준도 안 되니까 사실 고민이 됐죠. 아이는 영어를 못 해도 상관없다며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억지로 하라고 하기도 어렵고 계속 안 한다고 할까 봐 걱정도 돼요.
임: 그런 와중에 주변에서 누구는 이만큼 하더라 하면 또 불안해지지 않나요? 그럴 때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지역모임에서 도움을 얻으시겠죠?
신: 맞아요. 지역모임에서도 아이가 상관없다고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 지켜봐도 된다고 해요. 굳이 억지로 시키지 말고 때를 기다리면서 계속 흥미를 갖도록 해주라고 말씀해주셔요. 저 역시 그게 맞겠다 싶어요.
임: 지역모임에서 매달 사교육걱정 소식으로 나눔을 갖는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단체 활동 중에 관심 있거나 좀 더 잘됐으면 하는 부분 있으세요?
신: 저는 부모님들이 어떠한 생각과 교육관을 갖고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정책이 똑바로 서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금처럼 교육정책에 목소리 내는 활동을 잘 이어가시면 좋겠습니다.
임: 마지막으로 신혜경 선생님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신: 우리나라 쌀 소비량이 줄면서 생산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문제는 이렇게 쌀농사가 줄어들면 결국 수입을 해야 하고 주식을 수입한다는 건 음식 주권 자체가 흔들리는 심각한 문제에요. 우리 쌀을 가지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술 만드는 걸 공부하게 됐어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을 받고 전문적으로 전통주를 담그고 싶습니다.
사춘기 아이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던 차에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신혜경 선생님을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걸어가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제 삶의 철학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저 역시 세상의 크고 작은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중심 잡고 살아가 보렵니다. 반가운 길동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전국에 50여 개 등대지역모임이 궁금하다면?
글 _ 노워리기자단 임진희 생각하는 글쟁이. 책을 읽고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키워드는 “호기심, 도전, 존중” 끊임없이 “왜” 이것을 하는가? 본질은 무엇인가? 질문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