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모가 배우면 아이도 배운다 - 청주지역모임 류경옥 선생님

(좌) 올해부터 청주지역모임 등대장을 맡고 있는 류경옥 선생님


지역마다 등대처럼 교육의 길을 밝히시는 사교육걱정 회원들, 특별한 의무도 아닌데 마음을 내어 지역모임을 지키는 분들이 계시죠. 노워리기자단에서 이 분들을 매월 한 분씩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들 영어 교육에 관심이 많을 텐데요. 아이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영어를 잘하기까지 한다니, 그 비법을 갖고 있는 청주지역모임 등대장 류경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신선숙 (이하 신) : 선생님은 언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가입하셨나요?

류경옥 (이하 류) : 큰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으니까 2009년이네요. 등대지기학교 3기였던 걸로 기억해요.

 

신 : 사교육걱정이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인데, 어떻게 회원이 되셨어요?

류 :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엄마들끼리 교류하기 시작하잖아요. 어떤 체험행사를 따라갔다가 ‘등대지기학교’ 안내문을 받았어요. 한 번 수강해보니 진짜 좋더라고요. 그 뒤로부터 등대지기학교는 빠지지 않고 들었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고 엄마들 모임에 나가면 누구는 차를 바꿨다더라, 누구 애는 무슨 학원에 보낸다더라는 얘기를 하는데, 다녀오면 기분이 늘 별로인 거예요. 방청객이 된 기분이었어요. 그 자리에 불러줘서 고맙지만 우리 애는 학습지도 안 시키니 나눌 이야기가 없어서 잘 안 나가게 됐어요.

 

신 : 등대지기학교에서 뭐가 그렇게 좋으셨는지 궁금해요.

류 : 좋은 걸로만 골라서 듣게 해주잖아요. 얼마 전에는 ‘교육의 봄’이 출범했는데, 여기에서는 취업과 채용시장에 대해 알려주더라고요. 제 큰 딸이 지금 대학교 4학년이거든요. 제 딸에게 필요한 걸 딱 맞게 알려주시는 게 너무 신기하죠.

 

신 : 청주지역모임에서 올해 등대장을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류 : 큰애가 고등학교 올라갈 때 청주로 이사왔어요. 등대지기학교에 지역별 미션에서 봤던 얼굴이 청주에도 있는 거예요. 여전히 모이고 계시다니 정말 반가웠죠. 저는 등대지기학교만한 시민교육이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고등학생이나 됐는데 뭘 더 알려고 하냐고, 그런 활동은 더 안해도 되지 않냐고 주변 사람들이 묻더라고요. 저는 사교육걱정 사람들과 뜻을 같이 하고 싶어서 나가는 거예요. 등대지역모임에서도 제 동지들을 만나고 온 거 같아 좋아요.

 

신 :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니까 오히려 더 열심히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이 드신 거예요?

류 : 처음 모임에 나갔을 때는 회원들도 거의 초등생 엄마들이었어요. 고등학생 엄마들은 잘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의 존재 자체가 사교육걱정의 증거잖아요. 등대지기학교를 통해서 우리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부모인 내가 어떻게 달라지고 발전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야 여기 있는 사람들도 더 꾸준히 활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큰 애가 외국어를 좋아해서 외고에 갔어요. 지금은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해요. 아이 혼자만의 힘으로도 충분히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돌이켜 보면 등대지기학교 듣고 사교육걱정 활동한 게 아이들한테 제일 잘한 일 같아요. 저는 독립운동 한다는 생각으로 지역모임에 나가요. 우리 모임이 계속 버텨줘야, 새롭게 길을 찾는 젊은 엄마들에게도 이정표가 되어주는 거잖아요.

 

신 : 본인이 좋다고 느끼셨으니 만나는 엄마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정말 많았겠어요.

류 : 엄마들 모임에 나가고 싶은데, 내 아이가 2학년이면 차라리 3,4학년 엄마를 만나면 좋겠어요. 아이 친구 엄마들 모임이면 서로를 경쟁자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선배 학년 엄마들이 바로 등대지역모임에 모여 있는 거예요. 게다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알려주는 엄마들이 모여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딱 반 발짝, 한 발짝 앞서간 사람들이 좋았던 이야기를 해주는데 딴 데 돌아다닐 필요가 없겠다 싶었죠.

  


배를 만들고 싶으면 바다를 보여주라

 

신 : 앞에서 아이가 혼자 힘으로 공부했다고 하셨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잘하기까지 했다니 놀라워요.

류 :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계속 펜팔을 해왔어요. 메일을 주고받다 친해지면 집 주소를 알려줘요. 지금 우리가 줌으로 만나듯이 영상으로도 만나요. 펜팔을 하다 보면 딸 아이가 와서 뭐하냐고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외국인 친구라고 말해줬죠. 어느 때는 제가 아이한테 그 친구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는 게 좋겠냐고 의견을 묻기도 하고 좀 봐달라고 해요. 초등학생이라도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으니까요.

 전 아이한테 영어는 특별한 게 아니고 그냥 ‘말’이라고 강조해요. 만약에 외계인이 지구에 왔는데 한국에 떨어지면 한국어가 지구인 말이고, 미국에 떨어지면 영어가 지구인 말인 줄 알 거라고요. 영어를 하는 건 세계 어딜 가든지 통하니까 편리해서 쓰는 거지, 사실 모국어가 훨씬 좋은 거라고요.

 

신 : 아이들이 영어를 쉽게 받아들였겠어요.

류 : 제가 영어 원어민 선생님을 알게 돼서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어요. 미국인이었는데 그분 말씀이 한국인들은 너무 똑똑하다는 거예요. 미국인들은 어딜 가나 영어가 통하니까 외국어 공부할 생각을 거의 안 한대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영어도 배우고 일본에 가고 싶으면 일어도 공부한다는 거예요. 그런 생각도 신선했어요.

 어릴 때는 자전거만 탈 줄 알다가, 어른이 되면 더 먼 곳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 운전을 배우는 것처럼, 우리가 편하자고 영어를 하는 거지 영어가 대단해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막 없이 영화도 보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신 : 펜팔이 그렇게 재밌으셨어요?

류 : 희한하게 제가 독일이랑 말레이시아 친구랑 펜팔을 했는데 나중에 그 두 나라를 갔다 왔어요. 제가 열 개 나라 친구랑 펜팔을 했으면 10개국을 다녀왔겠죠? 어릴 때 뭘 하는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지니까 너희도 해보라고 권하고요.

외국인 친구들하고 하는 이야기 중에 제일 흔한 게, 학교 시간표나 일과를 써서 서로 보내는 거예요. 외국 애들 시간표에는 ‘합창’도 있어요. 외국 친구들이 저한테 항상 하는 말이, 이걸 어떻게 다 공부하고 언제 노느냐고 해요. 그렇게 중2때 우리랑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 면에서는 영어 펜팔이라는 도구가 참 좋았어요. 말레이시아든 독일이든 영어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신 : 펜팔이 모두에게 권하고 싶으신 영어 잘하기 비법인가요?

류 : 생텍쥐페리가 ‘배를 만들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배 만드는 법을 알려주지 말고 바다를 보여주라’는 말을 했어요. 바다를 보고 나면 사람들이 어떻게든 배를 만들게 될 거라고요. 제가 펜팔을 좋아했더니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외국인 친구가 갖고 싶다고 시작하게 됐죠.

큰애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하루는 딸 친구가 전화로 현재완료형 문법에 대해 물어봤는데 딸아이가 그 당시 영문법도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친구한테 예문을 하나 골라주면서 “이렇게 말하면 외국 애들이 알아들어!”라고 말하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여러 방법 중에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말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신 : 이렇게 좋은 영어공부 방법을 학교에서도 하면 될 텐데요. 왜 안 할까요?

류 : 학교는 정해진 교육과정부터 공부시켜야 하니 그런 거 아닐까요?

 

신 : 혹시 학생들이 영어를 진짜 잘하게 되는 데 관심이 없는 걸까요?

류 : 조선시대 영어교재 보신 적 있으세요? 그걸 지금 인터넷서점에서 팔아요. 이 책에 보면 한자를 써놓고 발음을 한국말과 일본어로도 써놨어요. 발음을 되도록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해서 쉽게 배우도록 해 놓은 거죠. ‘주입식으로 공부하는 문법 영어의 기원은 일제강점기에 강요된 학습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말도 있어요.

 큰애가 처음엔 영어를 현재형으로만 말하기도 했어요. 틀린 영어로도 막 말하고요. 사실 그래도 되죠. 거기서 엄마들이 심사위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틀려도 우린 다 알아듣잖아요. 영어는 처음부터 100점짜리로 말하려고 해서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본인들도 다 안 된 거 아닌가요?(웃음)

  

매일 안아주다가 쓱 지나간 사춘기

 

신 : 제가 지금 한참 사춘기인 딸들을 키우고 있어서, 따님들 사춘기를 어떻게 겪었는지도 궁금해요.

류 : 최근에 애들한테 사춘기 때 엄마가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제가 사춘기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겼대요. 사춘기니까 뭔가 요구도 해보려고 했지만 엄마가 사춘기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만들어서 그러지 못했다고요. 돌아보면 아이들에게 오늘 어땠나, 누구랑 놀았나 많이 물어보고 학교 갈 때마다 재밌게 놀다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많이 안아주고요. 재미삼아 영어 인사도 만들어서 하고요. 제가 매일 물어보니까, 아이는 엄마가 또 물어볼 거니까 준비를 해오는 거죠. 인생 별거 아니고 즐겁게 살자고, 굳이 그렇게 심각할 거 없다고 늘 말해요.

 

신 : 엄마가 늘 물어볼 거니까 아이들이 먼저 준비한다니 저절로 습관이 생기겠어요.

류 : 엄마가 언제나 내 얘기를 들어주고 조언해주고, 그게 자기들의 사춘기를 지나가게 해줬다고 하더라고요. 혼자만 고민하면 점점 심각해지고 늪에 빠지는 것 같지만, 사실 누가 물어봐서 말하다 보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만나면 늘 반가워해주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이 세상에 나를 반가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그걸 부모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 : 오늘 해주신 말씀 저도 꼭 실천해봐야겠어요. 아이들 오면 많이 안아주고, 늘 물어보고, 알라뷰 해야겠어요.

 

시종일관 목소리 톤이 솔에서 내려오지 않는,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류경옥 선생님과의 대화 속에서 아이들이 받았을 안정감과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라면 어떤 난관이든 힘차게 이겨낼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떠해야 하는지 온몸으로 배운 시간이었답니다.

 

■ 글_노워리기자단 신선숙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책 만드는 편집자입니다. 탁구로 세상을 깨달아가는 탁구 초보이기도 합니다. 사교육걱정 다음 카페에서 [에그썬의 수요에세이]를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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