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좋은 사람들의 꿈을 이뤄내고 싶어요 - 나성훈, 신소영 공동대표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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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새로운 공동대표가 취임했다. 2016년부터 홍보 업무를 전담하며 온라인 마케팅의 기틀을 마련한 나성훈 홍보국장, 2019년 사교육시장 전문연구원으로 입사한 이래 코로나 시대 교육격차 이슈파이팅을 저돌적으로 전개한 신소영 정책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월 회원 총회의 최종 승인을 받고 새 대표로 취임한 두 사람에게 신임대표로서 포부를 들어보았다.


채송아(이하 채) : 대표가 되신 후,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나성훈(이하 나) : 생활하다보면 불만 사항이 생기잖아요. 예를 들어 이전에는 ‘조명이 왜 이렇게 어두워? 형광등을 왜 led로 안 바꾸는 거야?’ 이런 불만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근데 저걸 이제 내가 바꿔야 되는 거죠.(실제로 지난 주말, 15년간 형광등이었던 사무공간의 조명이 LED조명으로 바뀌었다.)

신소영(이하 신) : 가장 마지막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다보니 재정을 어떻게 배분하고 무엇을 우선순위에 올려야 할지 늘 고민하게 돼요. 나성훈 선생님이 언제든지 일 얘기를 할 수 있는 파트너가 생겨서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과거에는 동료한테 얘기할 때 신경 써야 할 게 많잖아요. 지금이 근무시간인가, 이것 때문에 부하가 걸리지 않을까 고민하고 얘기하는데 이제 그런 눈치 안 보고 마구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시면서요.

나 : 신소영 선생님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제가 아니까, 아무 때나 보내도 된다 생각하고 밤 11시 반에도 편하게 연락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채 : 참 멋지면서도 앞으로 얼마나 일폭풍 속에 살게 될까 겁나네요. 입사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어떤 계기로 사교육걱정에 들어오셨나요?

나 : 전 언론정보학부에서 광고학을 전공했어요. 광고학을 하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게 될 거라는 기대로 선택했는데 막상 가보니, 자본주의에 밝으면서 창의적인 사람이 광고 일을 잘 하겠더라고요. 근데 저는 셈도 잘 못하고 대학 다니는 동안 너무 괴로웠어요. 내가 진심으로 동의하지도 않는데 기획서를 쓰고 과제하는 과정이 힘들었던 거죠. 결국 첫 직장은 인문학 강의업체의 강연 기획자로 일을 시작했어요. 말은 기획자인데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는 거예요. 작은 회사니까 광고, 홍보, 기획을 다 배워가며 했어요. 그 다음엔 복지단체에서 온라인 홍보일을 하면서 역시 광고 홍보 일을 계속 했어요. 그리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오게 됐죠.

 

내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는 일터를 찾아

 

채 : 입사하시게 된 계기는요?

나 : 제가 어릴 때부터 수학을 아주 꾸준히 못했어요. 한 번도 잘한 적이 없어요. 그게 입시에도 영향을 주잖아요. 수학 점수가 안 나오니까 사는 내내 열등감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2015년에 수포자 운동을 크게 했거든요. 캠페인 광고도 많이 하고요. 그게 저한테 노출이 된 거죠. ‘아이들아, 수학을 못하는 건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그 말이 저한테 굉장한 위로가 되더라고요. 이런 단체가 있다는 게 대단하다. 이게 왜 아이들 잘못이 아닌지 교육과정을 비판하는 논리적 흐름이 있었어요. 그렇게 단체에 호감도가 올라갔는데 온라인 홍보 채용공고가 올라왔어요. 제가 막 이직하려던 때라, 바로 여기다 싶었죠. 그렇게 2016년 1월부터 일하게 됐습니다.

신 : 저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교사가 되려고 대학 내내 학점 관리도 열심히 했어요. 우리 단체의 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재직하셨던 김성천 선생님께서 저희 학교에서 강의를 하셨는데 무려 금요일 저녁 6시 강의를 1년 동안 개설하셨어요. 지금 남편이 된 당시 과 선배가 이 강의는 무조건 들어야 된다라고 강력추천을 해서 그와의 데이트를 미뤄놓고 수업을 들었죠.

정말 훌륭한 수업이었어요. 이론과 현장의 실천을 모두 망라한, 교육 개혁에 대한 당찬 포부, 비전과 구체적인 대안까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를 학생들한테 나눠주면서 주변에 뿌리라고 하셨는데 동기들은 자기가 하는 운동에 우리를 왜 끌어들이냐면서 싫어했어요. 근데, 제게는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교육 운동의 길이 있다는데 눈을 떴죠.

 

전 원래 교사를 하고 싶었으니 사립학교 임용시험을 준비해서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을 시작했어요. 막상 일반 학교에서 일해 보니까 젊은 교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현실적인 벽에 계속 부딪혔어요. 무엇보다 제가 담임을 맡았던 아이가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 힘들어하다 손목을 긋는 일이 생겼는데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는 거예요. 내가 어떤 교사로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다가 대안교육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렇게 경기도에 있는 한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일을 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고 선생님들과 같이 교육과정을 새로 만들고 학교 홍보 전략을 짜는 일을 1,2년간 아주 깊게 했는데, 저와 잘 맞았어요. 그렇게 교사생활을 5년 정도 하다가 현실적인 타협을 하려는 학교 경영진과 건강한 가치를 지키고 싶은 교사들과 뜻이 안 맞아서 결국 학교를 나오게 됐어요.

내 젊음과 열정을 그 학교에 다 쏟아부은 뒤라 심신이 너무 고단한 상태였어요. 내가 아예 모르는 분야에서 밑바닥부터 새로 배우고 싶었고요. 그게 바로 사교육 분야였죠. 대안학교에서는 사교육을 아예 못하게 하는데 실제로 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리를 알고 싶었어요. 마침 한 사교육기업의 R&D 직종 채용 공고를 보고 입사하게 됐어요. 막상 해보니 이 일도 재미있더라고요. 좋은 리더들을 만났고, 영리기업에서는 사람들이 이런 톤앤매너로 일하는구나, 학교와는 사뭇 다른 일머리가 학습됐달까요.

거기서 한 3년 일하고 나니 더 이상 평사원으로 일할 수 없는 지경이 된 거죠. 이제 직급을 달아야 되는데, 나의 철학과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일치하는가 되돌아봤을 때 더 가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사교육 시장 유경험자 정책연구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떴길래, 나를 찾는 거다 싶었죠. 이 연차에 사교육걱정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교육적 이상과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곳이 없었으니까요.

 


좋은 사람들의 꿈을 잃게 하고 싶지 않다


채 : 두 분 공동대표 제안 받고 수락하시기까지 고민이 많지 않으셨나요?

나 : 저는 사실 오래 고민하지 않았어요. 2019년, 정지현, 홍민정 대표님으로 리더쉽을 교체하기 전에 10년플랜 TF라는 숙의 과정이 1년에 걸쳐 있었어요. 그때 저도 팀장 자격으로 들어가서 미래를 같이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이 조직을 굉장히 사랑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내가 어떤 일에 왜 이렇게 화를 내지? 왜 이렇게 좋아하면서 박수 치고 있지? 그 이유가 내가 이 조직을 정말 사랑하고 잘되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어떤 기회가 주어지면 내가 분명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대표직을 제안하셨을 때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아주 오랫동안 준비해 왔으니까요.


채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대한 사랑이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유지되고 커진 이유는 뭘까요?

나 : 다른 시민단체였어도 좋아했을 거 같긴 해요. 제가 여러 직업을 거치는 동안 저한테 어떤 목마름이 있었거든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처음엔 그게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 과정 중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났고 송인수, 윤지희 대표님과 상근자들, 우리 회원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 좋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의 꿈을 잃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제일 컸어요.

채 : 신소영 선생님은 제안 받고 어떠셨나요?

신 : 저는 굉장히 당황스러웠어요. 정지현, 홍민정 대표님의 연임은 당연하고 이들과 계속 함께해야 한다라는 파트너십이 저에게 매우 굳건했으니까요. 돌아보면 저는 여기에서 직원으로 일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내가 여기서 일하는 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직급인지가 내 일의 강도나 방식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거 같거든요.


다만 대표라는 직위는 4년의 임기가 약속된 것이기 때문에 4년 동안 도망치지 않고 이 자리를 지켜야한다는 무게가 있죠. 사회적으로 점점 더 어려운 지형이 되고 있잖아요. 저출생 시대에 후원자도 계속 줄고 저도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양육의 짐은 무겁고, 동료들은 한 명 두 명 떠나고 그런 현실 속에서 내가 대표를 맡을 수 있을까, 확신을 갖기까지 고민이 필요했죠. 결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 결단하고 나서 후회하거나 흔들리지는 않았어요.

채 : 결단하게 된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신 : 예전에 송인수 이사장님이 ‘이 일은 될 거야’라고 믿고 일하는 것과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이 운동이 진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렇다면 언젠가 그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정, 홍 대표님들이 떠나고 이 운동을 이어서 성공시켜야 할 소명이 내게 주어졌다면 거부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들었어요. 이 조직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저를 신뢰해서 제안했다면 내가 거기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내서 그 몫을 채워야겠다 생각한 거죠.



회원 5천명 시대를 향하여

 

채 : 앞으로 대표로서 두 분의 합이 무척 중요할 텐데 여러 장점들이 있으시겠지만, 가장 손꼽는 서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나 : 함께 일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신소영 선생님은 우리 조직에서 제일 뛰어난 정책 전문가 중의 하나예요. 신소영 선생님은 뭘 물어봐도 대략 알고 있어요. 어떤 지점은 굉장히 깊이가 있고요. 정책 분야에서 완전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할 때라도 신소영 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어요.

저와 다르게 자기 확신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할 때 두려움이 없어요. 저는 엄청 많이 재고 두려움이 많은 편이거든요.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이 사람이 용기를 내면 뭐든지 해볼 수 있겠다는 믿음을 줘요.

신 : 지금 이렇게 변화된 매체 지형 속에서 홍보 전문가가 대표로 선출이 된 게 엄청난 발견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를 생산해도 안 알려지면 우리끼리 잔치잖아요. 교육 문제에 무관심한 대중들에게 우리 이슈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잘 알릴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는 나성훈 선생님이 계셔서 좋은 파트너쉽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고요.

 나성훈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할 때 사람의 마음, 조직 환경, 전체적인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섬세하게 고려하세요. 제가 굉장히 저돌적이고 한 번 결정하면 돌진하기 때문에 시야가 좁을 수 있는데 나성훈 선생님께서 여러 지점을 고려해 적합한 호흡으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하시니까 서로 조화를 이룰 거란 기대가 있어요.

 일하다 보면 당연히 서로의 성향이나 일의 구력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도 생길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맞춰가는 데 큰 걱정이 되기보다 오히려 저희의 다른 부분으로 좋은 합을 이룰 거라는 기대가 커요.

  


채 : 이미 서로가 서로를 잘 파악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이 환상의 합을 통해 대표로서 이 일만큼은 꼭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신가요?

나 : 저는 한 가지, 회원 5천 명 달성이에요. 그 5천 명의 얼굴을 보고 싶고 이 세상에는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요. 그들과 같이 토론도 하고 하이파이브도 하면서 우리의 미션을 더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시간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신 : 제가 실무적으로 세운 목표는 선행교육 규제법 개정안이에요. 올해로 법이 제정된 지 10주년이 됐어요. 사교육이 포함되지 않아서 반쪽짜리 법이라는 이야기들 많이 들었잖아요. 그래서 사교육까지 일정 수준 규제해서 실효성 있는 법이 되도록 해야 해요. 또 하나, 조직을 좀더 힘있게 일으켜 세우는 게 임기 초반 저의 중요한 과제예요. 우리 모두가 ‘상근자’라는 타이틀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운동을 하는 운동가로 선다면 5천 명 시대는 분명히 올 거예요. 그렇게 상근자 선생님은 물론이고, 회원분들과 다같이 우리 운동에 평균 온도를 높이고 싶어요.


대다수의 많은 부모들이 과열된 입시경쟁으로 우리 교육이 얼마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지 모르지 않는다. 그저 나 혼자 체제를 벗어날 수 없을 뿐이다. ‘입시경쟁과 사교육고통 해결’이라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미션은 비단 21명의 상근자, 3,200명 회원들만의 소망이 아니다. 이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신소영, 나성훈 신임대표가 나섰다. 이 운동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 속 온도를 높이겠노라 포부를 밝힌 두 사람에게 한없는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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