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렵다는 이과수학을 선행학습 없이 개념 중심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2017년 불수능에서 1등급 최고 점수나 다름없는 96점을 맞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산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강주용 회원님과 함께 공부해온 강준혁, 김태훈(2017. 2. 마산중앙고 졸업) 두 학생이다. ‘학원 선생님을 잘 만나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작 강주용 회원님은 ‘내가 만들어줄 수 있는 성적은 최대 3등급’이라며, 둘 중 한 학생은 학교를 자퇴할 생각까지 하면서 기숙사를 그만뒀고, 또 하나는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학원수업을 빠지기도 하고, 둘 다 성적의 기복이 있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둘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서로에 대한 영향 때문인지 똑같이 부산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지원했고 합격했다.

수학 선행 학습 없이 공부했다는 '용감한' 고등학생, 강준혁 김태훈. 두 친구를 만나러 마산으로 달려갔다.
강준혁 (이하 강) : 중2 때부터 강주용 선생님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요. 전 솔직히 말하면 학원 수업은 잘 안들어요. 수업시간에도 교재의 내용을 제가 먼저 봐요. 학원 샘은 파트너 같은 느낌으로 공부해요. 제가 먼저 개념을 본 뒤에 문제 풀 때 같이 풀어요.
채송아 (이하 채) : 그럼 혼자 공부하지, 왜 학원에 다니죠?
강 : 공부 때문에 압박감을 정말 많이 느끼는데, 학원에 오면 서로 얘기를 하잖아요. 긴장감도 해소되고 그런 게 도움이 돼요.
김태훈 (이하 훈) : 어떤 선생님은 교재에 있는 방법밖에 설명을 안하는데, 강 샘은 이 문제랑 관련 없는 것 같은 개념도 끌어와서 다양한 접근 방법을 알려주셔요.
복습 안하고 선행만 하면 망한다, 너무나 자명한 사실

채 : 강주용 선생님은 선행학습을 거의 안하시는 걸로 아는데, 실제로 어떤가요?
강 : 고1 겨울방학 때 진도를 예로 들면, 고2 1학기 진도 중 3분의 1 정도 나가요.
훈 : 천천히 맞춰가요. 먼저 진도 나간다고 잘 하는 건 아니니까.
채 : 그걸 어떻게 알았죠?
훈 : 고등학교 들어와서 치르는 모의고사 점수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너무 자명해요.
강 : 저 같은 경우는 고1 여름방학 때 1학기 복습만 했어요.
채 : 고등학교 수학과정은 해야 할 게 너무너무 많은데, 어떻게 복습만 할 수가 있어요?
강 : 1학년 때도 원의방정식 평행 이동 부분에서 어려운 게 있었어요. 그거 다시 하느라 시간을 보냈거든요. 방학 끝나고 보는 9월 모의고사에서 선행한 애들의 90퍼센트 이상이 70점 이하 성적으로 떨어졌어요. 그때 저는 93점 나와서 전교2등 했어요. 답이 나왔죠. ‘복습 안하고 예습만 하면 망한다.’ 뒤에 게 안되는 건 앞에 개념이 안 잡혀 있어서 그런 거예요.
훈 : ‘밑에부터 잘 쌓아야 위에 게 된다.’ 저도 똑같이 생각해요.
강 : 예를 들면 ‘한완수(한권으로 완성하는 수학)’라는 교재가 있어요. 문제풀이를 다 공식화시키고 유형화하기 어려운 것까지 다 공식화시켜요. 애들이 전부 그걸 사서 외워요. 근데 전 개념으로만 공부해서 그런 공식을 모르잖아요. 개념을 토대로 공부한 걸 문제에 하나하나 적용하는 식으로 하는 거죠. 애들은 개념으로 공부를 안하니까 복잡한 계산문제가 나오면 감을 전혀 못잡아요.
어떤 문제는 개념도 복잡하고, 계산할 때 숫자도 엄청 커지면서 지루한 과정이 나오니까 애들은 못참고 안풀어요. 계산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많거든요. 공식 써서 풀기보다 말 그래도 ‘계산’, 근데, 애들은 공식을 생각한다면서 그걸 풀다가 말아버려요.
채 : 그런 문제들은 선행한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공식처럼 공부하는 방법의 문제지.
훈 : 선행을 하면 보통 그런 걸 외워요. 다르게 공부하는 애들도 있겠지만, 선행을 하면 자기 나이에 이해하기가 어려우니까 외워버리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태훈이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선행하면 정작 깊이있는 이해를 못한 채 외워버리는 폐해가 있다는 것을 또래 친구들끼리도 알아차린 모양이다.
강 : 저도 중1 때 고1 과정을 선행한 적이 한 번 있거든요. 중1이었으니까 중학교 과정에서 배우고 있는 집합은 이해되고, 인수분해까진 이해돼요. 그 다음부턴 이해가 안돼요. 그러니까 학원 수업시간에 계속 잤어요.
훈 : 고1 때 선행이 필요 없다는 걸 느꼈던 거 같아요. 고1 모의고사에서 1등급 나왔거든요. 난 선행 안하고 다른 애들은 다 선행을 했는데, 왜 내가 1등급이 나올까 생각해보니 바로 깨달은 거죠.
어려운 문제 풀 때 필요한 건
수학머리가 아니라 ‘하심(下心)’

채 : 고등학생인 내 딸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 선행을 안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있어요. 선행 안해도 잘하는 건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구요. 두 사람처럼 잘 하는 사람을 보면 ‘수학머리’가 있다고 얘기하죠.
강 : 수학에 있어서 누구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잘하는 애들도 한계가 있고 못하는 애들도 한계가 있어요. 문제는, 못하는 애들은 그 한계까지 못간다는 거죠. 공부를 계속 하다 보면 한계까지는 해볼 수 있는데, 그 한계까지 못가보는 거예요.
채 : 자기 임계점까지 가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죠?
훈 : 수학머리라는 게 적성에 맞다는 건데, 적성이 있다면 흥미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수학에 대한 흥미란 건 문제를 풀면서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애들은 자기가 얼마만큼 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너무 높아서 빨리 실망을 해요. 흥미가 생기기 전에 포기를 해버려요. 포기하기보다 흥미를 유발시켜서 적성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강 : 자기가 못하는 걸 인정해야 돼요. 자기 스스로 화를 내면서 ‘난 왜 이것도 못하지?’이러는데, 못하는 거 당연해요. 못하니까 하는 거죠. 자기 스스로 늪에 빠지면 안돼요.
두 친구들의 말을 듣는 순간,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부터 수학 공부를 할 때마다 짜증을 내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수학 선생님들은 딸의 이해력이 좋다고 칭찬하셨지만, 정작 본인은 어려운 심화문제를 풀 때마다 심하게 짜증을 냈다. 딸 이야기를 꺼내자 태훈이는 갑자기 “아아~!”하는 장탄식을 내뱉었다.
강 : 짜증 내면 절대 안돼, 절대 안돼!
채 : 내 딸은 문제가 안풀리면 문제집을 막 찢더라구요. 이해력이 좋으면 뭐해. 어려운 문제가 나올 때 자기가 직접 풀면서 고비를 넘겨야 하는데, 매번 짜증을 내는 거예요.
훈 : 자기에 대한 기대감이나 자존심을 버리고 ‘이걸 내가 못풀어?’ 하는 승부욕으로 승화시켜야돼요. 저는 그래야 흥미가 생기더라구요.
강 : 수학 본래의 목적을 찾아야 돼요. 말하자면 ‘연구하는 마인드’로 풀어야 돼요. 이상한 잡생각하면 진짜, 절대 안돼요. 다른 어떤 일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채 : 그렇게 하면 시간이 모자라지 않아요?
강 : 전 한 문제에서 막히면 2-3시간도 고민해요.
훈 : 어려운 문제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채 : 그렇게 공부하다보면 모의고사 볼 때 시간이 모자란 적은 없어요?
강 : 모의고사에서 저희 둘 다 백점 맞은 적은 없어요. 그건 시간 안에 다 못풀었단 뜻이잖아요.
훈 : 그래도 시간에 얽매이면 안돼요. ‘하심(下心)’, 불교에서 말하는 ‘자기를 낮추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해야 하나.
강 : 공부할 때는 적당한 여유가 중요한 거 같아요. 혼자서 죽어라 공부할 때보다 수업만이라도 엄청 열심히 들을 때 성적이 더 잘 나오기도 해요.
공부를 해도 점수가 안나오면 하위 개념부터 다시 다져야

중학교 때부터 수포자인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조차 고등학교에 오면 입시 때문에라도 수학은 포기할 수 없는 과목이니까 다시 도전하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은 그런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
강 : 제일 안타까운 건 자기는 한다고 하는데, 점수가 안나오는 애들이예요. 마음가짐이 젤 문제인 거 같아요. 마음이 너무 앞서는 것 같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하라고 하는데, 자기는 중간 거를 알려달라고 해요. (옆에서 듣던 태훈 : “음, 맞다맞다!”) 전 중간 걸 잘 안알려 주거든요. 어차피 중간 걸 알려줘도 이 문제를 못푸니까요.
훈 : 심한 경우는 앞에 것부터 이유를 들어 설명하면 ‘쓸데없는 거 하지 말고 답 나오게만 가르쳐달라’고 하는 애들도 있어요. 밑에 개념을 알아야 하는 것도 있고, 단계를 쌓아야 알 수 있는 것도 있는데, 중간 것부터 해달라고 하면서 개념은 안가르쳐줘도 된다고 하는 거예요. 식과 풀이를 외우는 거나 다름없는 거죠.
채 : 외워서라도 풀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훈 : 고등학교 내신은 교과서 안에서 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애들이 많아요. 모의고사는 그렇게 공부하면 4-5등급 나올 거예요.
중학교 수학이 되어있는 상태라면 인강을 안들었으면 좋겠어요. 인강은 남의 생각을 빌리는 것밖에 안되니까요. 어려운 문제 풀 때 ‘신승범(인강 스타 강사)이 이렇게 풀어줬다.’는 식으로 말하는 애들이 있는데 차라리 자기가 개념서 펴놓고 처음부터 다시 보는 게 나은 거 같아요. 남의 풀이만 보다 보면 조금만 다르게 나와도 적용 못시키니까요.
강 : 답지 보는 습관을 버리면 좋겠어요. 다른 애들한테 그렇게 해보라고 말해줬더니 그 애들은 바로 점수가 올라갔어요. 답지 보면 어떻게 풀었는지 바로 까먹어요. 30분이라도 고민하고 보면 괜찮은데, 애들은 5분만 고민하고 바로 답지 봐요. 전 난이도 높은 문제는 매일같이 2~3시간 고민한 적도 많아요. 2~3시간 보면서 자기가 스스로 풀면 절대로 안잊혀지거든요.
두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딸아이가 왜 그렇게 수학공부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 성취도가 낮았는지 하나둘씩 비밀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딸은 자기가 해내야 할 진도에 떠밀려서 답지를 보다 나와 자주 다퉜다. 이야기를 듣고도 마지막까지 선명하게 풀리지 않는 질문을 다시 던졌다.
채 : 수학공부를 시작하면 일단 개념과 정의를 알게 되는데 그걸 이해하고 문제에 적용할 때 단순 적용이 안되는 문제들이 많잖아요. 본 적이 없는 문제가 나오고 그 문제가 안풀리고, 그럼 대체 그 다음에 어떻게 개념을 적용해서 문제 풀이가 시작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2~3시간 동안 생각할 거리가 머릿속에 없는 학생들이 많을 거 같아요.
강 : 처음엔 당연히 안돼요. 저도 앞에 가이드라인을 보면서 해요. 어떻게 풀라는 가이드라인을 자꾸 보면서 그 예제를 마스터해요. 그 과정을 완벽히 하고 나면 다른 것에 적용할 수 있어요. 개념서에는 그 과정이 나와 있으니까요.
채 : 개념 적용을 못하는 건 머릿속에 개념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건가요?
강 : 개념도 완벽하게 이해한 뒤에는 암기해야 돼요. 암기될 때까지 반복해서 개념을 머리에 집어넣어야죠. 잘 가르치는 선생님께 어떤 문제를 모른다고 하면 똑같은 말만 반복하면서 설명하는데, 그건 질문한 학생이 개념이 안잡혀 있기 때문이예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자꾸 개념을 설명하는 거죠. 개념을 완전히 ‘습득’한다는 느낌으로 공부하면 좋겠어요.
경상도 억양에 짧은 문장을 툭툭 던지는 두 학생의 공부법을 듣는 두 시간 내내 울다웃다 마음이 들썩거렸다. 지면에 음성지원을 연결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이다. ‘하심(下心)’으로 임하면 수능 수학 1등급 뿐 아니라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두 사람을 깊이있게 공부하도록 곁에서 지켜봐준 강주용 회원님의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그 어렵다는 이과수학을 선행학습 없이 개념 중심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2017년 불수능에서 1등급 최고 점수나 다름없는 96점을 맞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산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강주용 회원님과 함께 공부해온 강준혁, 김태훈(2017. 2. 마산중앙고 졸업) 두 학생이다. ‘학원 선생님을 잘 만나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작 강주용 회원님은 ‘내가 만들어줄 수 있는 성적은 최대 3등급’이라며, 둘 중 한 학생은 학교를 자퇴할 생각까지 하면서 기숙사를 그만뒀고, 또 하나는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학원수업을 빠지기도 하고, 둘 다 성적의 기복이 있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둘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서로에 대한 영향 때문인지 똑같이 부산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지원했고 합격했다.
수학 선행 학습 없이 공부했다는 '용감한' 고등학생, 강준혁 김태훈. 두 친구를 만나러 마산으로 달려갔다.
강준혁 (이하 강) : 중2 때부터 강주용 선생님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요. 전 솔직히 말하면 학원 수업은 잘 안들어요. 수업시간에도 교재의 내용을 제가 먼저 봐요. 학원 샘은 파트너 같은 느낌으로 공부해요. 제가 먼저 개념을 본 뒤에 문제 풀 때 같이 풀어요.
채송아 (이하 채) : 그럼 혼자 공부하지, 왜 학원에 다니죠?
강 : 공부 때문에 압박감을 정말 많이 느끼는데, 학원에 오면 서로 얘기를 하잖아요. 긴장감도 해소되고 그런 게 도움이 돼요.
김태훈 (이하 훈) : 어떤 선생님은 교재에 있는 방법밖에 설명을 안하는데, 강 샘은 이 문제랑 관련 없는 것 같은 개념도 끌어와서 다양한 접근 방법을 알려주셔요.
채 : 강주용 선생님은 선행학습을 거의 안하시는 걸로 아는데, 실제로 어떤가요?
강 : 고1 겨울방학 때 진도를 예로 들면, 고2 1학기 진도 중 3분의 1 정도 나가요.
훈 : 천천히 맞춰가요. 먼저 진도 나간다고 잘 하는 건 아니니까.
채 : 그걸 어떻게 알았죠?
훈 : 고등학교 들어와서 치르는 모의고사 점수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너무 자명해요.
강 : 저 같은 경우는 고1 여름방학 때 1학기 복습만 했어요.
채 : 고등학교 수학과정은 해야 할 게 너무너무 많은데, 어떻게 복습만 할 수가 있어요?
강 : 1학년 때도 원의방정식 평행 이동 부분에서 어려운 게 있었어요. 그거 다시 하느라 시간을 보냈거든요. 방학 끝나고 보는 9월 모의고사에서 선행한 애들의 90퍼센트 이상이 70점 이하 성적으로 떨어졌어요. 그때 저는 93점 나와서 전교2등 했어요. 답이 나왔죠. ‘복습 안하고 예습만 하면 망한다.’ 뒤에 게 안되는 건 앞에 개념이 안 잡혀 있어서 그런 거예요.
훈 : ‘밑에부터 잘 쌓아야 위에 게 된다.’ 저도 똑같이 생각해요.
강 : 예를 들면 ‘한완수(한권으로 완성하는 수학)’라는 교재가 있어요. 문제풀이를 다 공식화시키고 유형화하기 어려운 것까지 다 공식화시켜요. 애들이 전부 그걸 사서 외워요. 근데 전 개념으로만 공부해서 그런 공식을 모르잖아요. 개념을 토대로 공부한 걸 문제에 하나하나 적용하는 식으로 하는 거죠. 애들은 개념으로 공부를 안하니까 복잡한 계산문제가 나오면 감을 전혀 못잡아요.
어떤 문제는 개념도 복잡하고, 계산할 때 숫자도 엄청 커지면서 지루한 과정이 나오니까 애들은 못참고 안풀어요. 계산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많거든요. 공식 써서 풀기보다 말 그래도 ‘계산’, 근데, 애들은 공식을 생각한다면서 그걸 풀다가 말아버려요.
채 : 그런 문제들은 선행한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공식처럼 공부하는 방법의 문제지.
훈 : 선행을 하면 보통 그런 걸 외워요. 다르게 공부하는 애들도 있겠지만, 선행을 하면 자기 나이에 이해하기가 어려우니까 외워버리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태훈이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선행하면 정작 깊이있는 이해를 못한 채 외워버리는 폐해가 있다는 것을 또래 친구들끼리도 알아차린 모양이다.
강 : 저도 중1 때 고1 과정을 선행한 적이 한 번 있거든요. 중1이었으니까 중학교 과정에서 배우고 있는 집합은 이해되고, 인수분해까진 이해돼요. 그 다음부턴 이해가 안돼요. 그러니까 학원 수업시간에 계속 잤어요.
훈 : 고1 때 선행이 필요 없다는 걸 느꼈던 거 같아요. 고1 모의고사에서 1등급 나왔거든요. 난 선행 안하고 다른 애들은 다 선행을 했는데, 왜 내가 1등급이 나올까 생각해보니 바로 깨달은 거죠.
채 : 고등학생인 내 딸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 선행을 안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있어요. 선행 안해도 잘하는 건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구요. 두 사람처럼 잘 하는 사람을 보면 ‘수학머리’가 있다고 얘기하죠.
강 : 수학에 있어서 누구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잘하는 애들도 한계가 있고 못하는 애들도 한계가 있어요. 문제는, 못하는 애들은 그 한계까지 못간다는 거죠. 공부를 계속 하다 보면 한계까지는 해볼 수 있는데, 그 한계까지 못가보는 거예요.
채 : 자기 임계점까지 가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죠?
훈 : 수학머리라는 게 적성에 맞다는 건데, 적성이 있다면 흥미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수학에 대한 흥미란 건 문제를 풀면서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애들은 자기가 얼마만큼 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너무 높아서 빨리 실망을 해요. 흥미가 생기기 전에 포기를 해버려요. 포기하기보다 흥미를 유발시켜서 적성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강 : 자기가 못하는 걸 인정해야 돼요. 자기 스스로 화를 내면서 ‘난 왜 이것도 못하지?’이러는데, 못하는 거 당연해요. 못하니까 하는 거죠. 자기 스스로 늪에 빠지면 안돼요.
두 친구들의 말을 듣는 순간,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부터 수학 공부를 할 때마다 짜증을 내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수학 선생님들은 딸의 이해력이 좋다고 칭찬하셨지만, 정작 본인은 어려운 심화문제를 풀 때마다 심하게 짜증을 냈다. 딸 이야기를 꺼내자 태훈이는 갑자기 “아아~!”하는 장탄식을 내뱉었다.
강 : 짜증 내면 절대 안돼, 절대 안돼!
채 : 내 딸은 문제가 안풀리면 문제집을 막 찢더라구요. 이해력이 좋으면 뭐해. 어려운 문제가 나올 때 자기가 직접 풀면서 고비를 넘겨야 하는데, 매번 짜증을 내는 거예요.
훈 : 자기에 대한 기대감이나 자존심을 버리고 ‘이걸 내가 못풀어?’ 하는 승부욕으로 승화시켜야돼요. 저는 그래야 흥미가 생기더라구요.
강 : 수학 본래의 목적을 찾아야 돼요. 말하자면 ‘연구하는 마인드’로 풀어야 돼요. 이상한 잡생각하면 진짜, 절대 안돼요. 다른 어떤 일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채 : 그렇게 하면 시간이 모자라지 않아요?
강 : 전 한 문제에서 막히면 2-3시간도 고민해요.
훈 : 어려운 문제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채 : 그렇게 공부하다보면 모의고사 볼 때 시간이 모자란 적은 없어요?
강 : 모의고사에서 저희 둘 다 백점 맞은 적은 없어요. 그건 시간 안에 다 못풀었단 뜻이잖아요.
훈 : 그래도 시간에 얽매이면 안돼요. ‘하심(下心)’, 불교에서 말하는 ‘자기를 낮추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해야 하나.
강 : 공부할 때는 적당한 여유가 중요한 거 같아요. 혼자서 죽어라 공부할 때보다 수업만이라도 엄청 열심히 들을 때 성적이 더 잘 나오기도 해요.
중학교 때부터 수포자인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조차 고등학교에 오면 입시 때문에라도 수학은 포기할 수 없는 과목이니까 다시 도전하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은 그런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
강 : 제일 안타까운 건 자기는 한다고 하는데, 점수가 안나오는 애들이예요. 마음가짐이 젤 문제인 거 같아요. 마음이 너무 앞서는 것 같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하라고 하는데, 자기는 중간 거를 알려달라고 해요. (옆에서 듣던 태훈 : “음, 맞다맞다!”) 전 중간 걸 잘 안알려 주거든요. 어차피 중간 걸 알려줘도 이 문제를 못푸니까요.
훈 : 심한 경우는 앞에 것부터 이유를 들어 설명하면 ‘쓸데없는 거 하지 말고 답 나오게만 가르쳐달라’고 하는 애들도 있어요. 밑에 개념을 알아야 하는 것도 있고, 단계를 쌓아야 알 수 있는 것도 있는데, 중간 것부터 해달라고 하면서 개념은 안가르쳐줘도 된다고 하는 거예요. 식과 풀이를 외우는 거나 다름없는 거죠.
채 : 외워서라도 풀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훈 : 고등학교 내신은 교과서 안에서 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애들이 많아요. 모의고사는 그렇게 공부하면 4-5등급 나올 거예요.
중학교 수학이 되어있는 상태라면 인강을 안들었으면 좋겠어요. 인강은 남의 생각을 빌리는 것밖에 안되니까요. 어려운 문제 풀 때 ‘신승범(인강 스타 강사)이 이렇게 풀어줬다.’는 식으로 말하는 애들이 있는데 차라리 자기가 개념서 펴놓고 처음부터 다시 보는 게 나은 거 같아요. 남의 풀이만 보다 보면 조금만 다르게 나와도 적용 못시키니까요.
강 : 답지 보는 습관을 버리면 좋겠어요. 다른 애들한테 그렇게 해보라고 말해줬더니 그 애들은 바로 점수가 올라갔어요. 답지 보면 어떻게 풀었는지 바로 까먹어요. 30분이라도 고민하고 보면 괜찮은데, 애들은 5분만 고민하고 바로 답지 봐요. 전 난이도 높은 문제는 매일같이 2~3시간 고민한 적도 많아요. 2~3시간 보면서 자기가 스스로 풀면 절대로 안잊혀지거든요.
두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딸아이가 왜 그렇게 수학공부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 성취도가 낮았는지 하나둘씩 비밀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딸은 자기가 해내야 할 진도에 떠밀려서 답지를 보다 나와 자주 다퉜다. 이야기를 듣고도 마지막까지 선명하게 풀리지 않는 질문을 다시 던졌다.
채 : 수학공부를 시작하면 일단 개념과 정의를 알게 되는데 그걸 이해하고 문제에 적용할 때 단순 적용이 안되는 문제들이 많잖아요. 본 적이 없는 문제가 나오고 그 문제가 안풀리고, 그럼 대체 그 다음에 어떻게 개념을 적용해서 문제 풀이가 시작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2~3시간 동안 생각할 거리가 머릿속에 없는 학생들이 많을 거 같아요.
강 : 처음엔 당연히 안돼요. 저도 앞에 가이드라인을 보면서 해요. 어떻게 풀라는 가이드라인을 자꾸 보면서 그 예제를 마스터해요. 그 과정을 완벽히 하고 나면 다른 것에 적용할 수 있어요. 개념서에는 그 과정이 나와 있으니까요.
채 : 개념 적용을 못하는 건 머릿속에 개념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건가요?
강 : 개념도 완벽하게 이해한 뒤에는 암기해야 돼요. 암기될 때까지 반복해서 개념을 머리에 집어넣어야죠. 잘 가르치는 선생님께 어떤 문제를 모른다고 하면 똑같은 말만 반복하면서 설명하는데, 그건 질문한 학생이 개념이 안잡혀 있기 때문이예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자꾸 개념을 설명하는 거죠. 개념을 완전히 ‘습득’한다는 느낌으로 공부하면 좋겠어요.
경상도 억양에 짧은 문장을 툭툭 던지는 두 학생의 공부법을 듣는 두 시간 내내 울다웃다 마음이 들썩거렸다. 지면에 음성지원을 연결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이다. ‘하심(下心)’으로 임하면 수능 수학 1등급 뿐 아니라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두 사람을 깊이있게 공부하도록 곁에서 지켜봐준 강주용 회원님의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