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있는공부] 만약 방학이 1년이라면? - 꽃다운친구들 이수진 선생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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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1년이라면? 누가 이런 상상을 했을까? 아니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일을 실행에 옮긴 이는 누구일까?
‘꽃다운친구들’ 대표 이수진 선생님을 만났다. 아, 정말 ‘꽃다운’ 친구들도 함께.  

'꽃다운친구들' 이수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100년 중 1년  

나성훈 (이하 ‘나’) : ‘꽃다운친구들’을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이수진 (이하 ‘이’) : 꽃다운친구들은 중학교 졸업 이후에 고등학교 진학을 1년 보류하고 자기 속도대로 인생의 방향을 생각하고,
탐색하는 방학 프로그램이에요. 처음에는 ‘숨 쉬는 학교’라고 부제를 정했는데, 저희가 ‘꽃다운친구들’ 시작 전에 딸아이와 먼저 지낸
1년을 생각해 볼 때 이게 학교를 벗어나 굉장히 자유로운 시간이더라고요. 딱 보니까 ‘이건 방학이다’, 정말 쉬고, 놀고, 시험 걱정,
공부 걱정 없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누리는 시간인 거예요. 원래 의미의 방학인 거죠.

나: 1년이나 방학을 갖는다니 의구심을 갖는 분도 있을 텐데요. 그때는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이: 아이들이 요즘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재수를 하기도 하고, 대학교 들어가서 휴학을 한 학기나 1,2년도 하더라고요.
자기 미래를 위해서 멈춤이 필요하고 생각이 필요할 때는 시간을 쓴단 말이에요. 만약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년기에
그 시간을 가지면 이후의 삶에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제는 백 년 씩 사는데 백 년 중에 일 년 쉰다고
그 이후에 엄청 큰 일이 생기지는 않잖아요. 오히려 조금 길게 내다보면 별 거 아닌데…
저희가 이 운동을 2014년에 시작했어요. 그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죠. 세월호 사건이 부모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내 옆에 있다는 자체가 소중한 건데 미래를 위해서 지금 우리가 누려야 할 행복을
보류한 게 후회스럽잖아요. 오늘 학교 잘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인데….
그런 생각의 연장에서 아이들이 입시와 취업 때문에 오늘 하루를 뭔가 계속 준비하는 시기로 보내는 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아, 이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이 오늘을 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꽃치너'가 직접 그린 이수진 선생님.

 

이수진, 황병구 선생님은 부부다. 두 사람 모두 꽃다운친구들 멤버다.


나: ‘꽃다운친구들’에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어요. 지금까지 다녀오신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요? 
이: 1년에 바깥으로 나가는 게 네 번 정도인데요. 캠핑, 가까운 국내 여행, 제주 여행, 해외여행 이렇게 네 번이에요.
작년에는 춘천과 강원도에, 올해는 통영에 갔어요. 해외는 베트남과 홍콩에 갔는데 어려운 코스는 아니고요.
이런 데가 있구나 정도로 구경하고 편하게 다녀요.
작년에 저희가 힘든 캠핑을 계획해서 아이들에게 엄청 욕 먹었죠. 하지만 그런 게 기억에 남잖아요. 강화도 캠핑장이었는데
전기 안 들어오는 지역에서 휴대폰 안되죠, 충전 안되죠, 헤어 드라이기도 안되죠. 아이들이 미치려고 하는 거예요. (웃음)
당장 환경이 뽀송뽀송한 펜션 같은 게 아니니까. 불편해도 저는 일부러 해봐도 좋다고 생각해요.
힘든 일도 시간이 흐르면 추억이 되잖아요.

나: ‘꽃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 지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고민할 여유가 없잖아요. 일부러 멈춰 서는 거죠.
멈춰 서서 ‘나는 뭘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 고민해 보는 시간’이 지금 교육 체제 안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내려놓고 자율적으로 자기 시간을 관리해 보는 게 용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다 그렇게 살지 않기 때문에 용기가 있어야 멈춰 설 수 있어요.
용기와 더불어 끈기도 필요해요. 계속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한데 저희는 그걸 ‘의연함’이라고 표현해요.
이 시대의 정서가 불안이잖아요. 학부모들과 아이들에게 불안이 상당히 전염되었어요.
아이들도 꽃친 설명회를 들어보면 ‘어, 재밌겠다.’ 하면서도 정작 결정하라고 하면 못하겠다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 아이를 탓할 순 없죠. 학교 생활을 자기들이 알잖아요. 멈추면 크게 도태되는 느낌을….
그 불안을 견디고 의연하게 버티면서 진짜 살고 싶은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선행교육금지법 제정 운동 참여 (2013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꿈꾸는 우리집 1호' 주인공 이수진 선생님 가정. (2010년)


보이지 않는 마을을 만들다  

나: 2기까지 운영하시면서 가장 좋았던 것, 힘들었던 것을 하나씩 말씀해주세요.  
이: 아이들이 서서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게 기쁨이죠. 서로 사귀면서 우정을 나누는 것도 좋고요.
힘든 점은 청소년을 볼 때 제 자식 같고, 이건 아니야 하면서 확 끌어당기고 싶을 때가 있는데….
아이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하도록 옆에서 버텨주는 힘도 필요했어요. 그런 게 조금 힘들었어요.

나: 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 꽃다운친구들은 가족 동행 프로그램이에요. 저희는 한 달에 두 번 만나는 걸 원칙으로 하는데 부모님들끼리도 만나요.
집에서 쉬는 아이를 보고 있는 건 힘들거든요. 아이들이 생각만큼 계획적으로 잘 살지 않아요.
자기 동기로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생기지 않을 수도 있어요. 끝까지 게으르게 지내기도 해요.
그런 상황을 혼자 견디기가 어려워요. 부모님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격려하고 부모는 나름대로 부모의 성장 과정을
겪는 거죠. 친한 친구들은 부모님들 간에 교류가 생기기도 해요. 하반기가 되면 집을 오픈해주시면서 아이들이 가서 놀기도 하고
부모 모임도 해요. 각자 사는 곳은 달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공동체가 되는 거죠.  

"각자 사는 곳은 달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공동체가 되는 거죠."


공동체. 마을을 잃은 우리는 얼마나 많이 방황하는가. 지친 몸을 누일 평상도, 마음 놓고 울어도 받아주는 형, 누나, 삼촌, 이모를 
잃은 세계. 보이지 않는 마을을 만들고 있는 꽃다운친구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세 번째 마을, 3기 ‘꽃친’을 기다리는 심정은 어떨까.


꽃다운친구들 세 번째 이야기  

나: 곧 ‘꽃친’ 3기 모집이 시작됩니다.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이: 9월 23일에 설명회를 하고요. 10월 중에 기초상담하고 11월에는 최종 결정을 할 계획이에요.
진학 과정이 11월에 이뤄지거든요? 꽃친을 하려면 고등학교 배정 신청서를 내지 않아야 해요.
저희는 11월 중에 결정을 해서 가족이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하죠. 배정 신청이 나왔는데 ‘꽃친’을 하려면 휴학이니 뭐니
복잡해져요. 배정 신청을 하지 않으면, 1년 뒤에 다시 신청하면 되거든요. 그냥 배정 신청 안 하면 돼요.

 9월 23일, 꽃다운친구들 관심 가족 설명회가 열립니다.


* 설명회 및 모집 안내 

1) 관심 가족 설명회
때 : 9/23 (토) 오후 3시-5시
곳 : 서울시 NPO 지원센터
문의: 070-4848-2959 / friend@kochin.kr
참가신청 : http://bit.ly/kochin2017_recruit

2) 모집 일정
기초 상담 10월 한 달간
지원서 접수 10월 말까지
1차 발표 11월 초
가족 상담 11월 중순
최종발표 12월 초

* 꽃다운친구들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kochin.kr/


나: 어떤 학생이 지원하면 좋을까요? 
이: 바쁘게 중3까지 달려왔는데 내가 뭘 위해서 공부를 하는 거지,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이런 건가 의문이 드는 친구들이
오면 좋아요. 아이들이 바쁘고 경쟁적인 교육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부모님들도 계시거든요.
그런 부모님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꼭 이렇게 해야만 되는 건가 의문이 생길 때는 멈춰 서 생각해보면 되거든요.

나: 꽃다운친구들 블로그를 봤습니다. 자기 탐구, 봉사활동, 여행 유희, 관계 형성 크게 네 가지 활동이 있던데요. 어떤 시간인가요?
이: ‘꽃친’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운동'이예요. 또 하나의 수업 커리큘럼이 아니라 교실을 벗어나자는 '운동'인거죠.
이 일을 1년 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격려 받는 시간과 경험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주 2회 정기모임을 통해 '자,봉,여,관'
(자기 탐구, 봉사활동, 여행 유희, 관계 형성) 을 꾸려갑니다.
매년 어떤 가족들이 동참 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요.
‘자.봉.여.관’은 그 자체의 단기 성과보다 시대의 흐름에 맞설 수 있게 지탱하는 기둥이예요.
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찾아갈거라 기대합니다.

지난 7월, 가족 초대의 날 @Heyground

'꽃치너'들이 직접 사회를 보고,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나: 마지막으로, 우리 교육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요?  
이: 저는 아주 심플해요. 우리도 퇴근하고 오면 아무 일도 안 하고 쉬잖아요. 아이들도 방과 후에 집에 돌아와서 마음 놓고
한두 시간 편히 쉬어야죠. 토요일도 주말이니까 놀러 나가고, 운동하러 가고, 부모님이랑 여행 가고 이런 것 좀 맘 편히 했으면
좋겠어요. 방학에도 학원 가지 말고 그냥 쉬게 두면 어떨까요? 저는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아이들이 그 시간만 확보해도 이렇게 일 년 통째로 놀아라 그런 말 안 할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이내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퇴근하고 오면 아무 일도 안 하고 쉬잖아요. 아이들도 방과 후에 집에 돌아와서 마음 놓고 쉬어야죠."


이수진 선생님의 말처럼 이 시대의 대표 정서는 ‘불안’이다.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불안에 매여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어른이 된다. 
1년의 방학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마음껏 놀 수 있을까. 불안의 노예로 살진 않을까. 다시 학교 적응하는 게 가능할까. 
여러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용기와 의연함. 옳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가치관. 한 번쯤 따라가 보면 어떨까. 100년 중 1년 쯤은!


에필로그 – 놀면 뭐 해? 놀면 뭐, 해!  

이수진 선생님과 인터뷰를 마치고 꽃다운친구들 2기에 참여하고 있는
두 명의 친구를 만났다.
나예담, 유채연 유쾌한 꽃친 이야기를 전한다.

나예담(좌), 유채연(우) 학생을 만났습니다.


나성훈 (이하 ‘나’) : ‘꽃다운친구들’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예담 (이하 ‘예’) : 꽃다운친구들이오? 학교 애들이랑 많이 다른 순수한 사람들이 모인 모임? 아이들이 순수한 것 같아요.
유채연 (이하 ‘유’) : 저는 진짜 그냥 방학 같아요.

나: 이번 2기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 힘들었던 것 하나씩 말씀해주세요.  
예: 많아서 고르자면 애매한데. 좋은 것은 간식 많이 먹어가지고….네, 그거요. (웃음)
유: 제가 엄청 길치거든요. 그런데 꽃친하면서 모르는 곳을 찾아 다니니까 길을 잘 찾게 되는데, 그게 좋은 것 같아요.
나: 예상하지 못한 답이네요… 그런데 좋네요.(웃음)
예: 힘든 건, 여자아이들이랑은 연예인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해서 친해졌는데 남자 애들이랑은 아직 어색한 것?
유: 저도 여자애들끼리는 많이 친해진 것 같은데 아직 오빠들이랑은 안 친해 가지고….

나: ‘꽃다운친구들’ 참여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해요? 
예: 저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여기서 해결하고 싶어요. 윤곽이 나오긴 했는데, 아직……. .
유: 일 년이 끝나면 내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제일 많이 생각해요.

"저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여기서 해결하고 싶어요."

"일 년이 끝나면 내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나: 어떤 학생이 지원하면 좋을까요? 
예: 스트레스 많은 사람? 저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여기서 말로 푸는 스타일이라 그런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요.
유: 쉬고 싶은데 뭘 하면서 쉬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쉬는 데 뭔가를 계속 해야 하니까
실속 있게 쉬는 느낌이에요.

나: 10년 후 자신은 어떤 모습일 것 같아요?  
예: 저는 결혼할 거예요. 저는 깐깐한 편이라서 얼굴도 성격도 다 좋아야 해요. (웃음)
유: 저는 미디(MIDI)* 다루면서 음악 작업하고 싶어요.

나: 요즘 우리 교육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 저는 경쟁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지금의 대한민국이 경쟁이라는 걸 남을 꼭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걸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경쟁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건데 억지로 남을 이기려는 경쟁에 끼워 맞추려고 해서 안타깝고
공부도 아무 생각 없이 성적으로만 다루는 게 안타까워요.
유: 꽃친을 하면서 고등학자**라는 걸 소개받았어요. 거기에서 쉼에 대해 연구를 했어요.
자연스레 학원 문제랑 연결이 되는데 다들 쉬는 시간을 물어봤을 때 학원에 안 가면 네 다섯 시간이 확보되는데 학원이 있으면
한두 시간 밖에 안되더라고요. 그 시간에 잠을 잔다는데, 시간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고….
학원을 다니면서 시험을 볼 거면 학교를 없애든지 아니면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가르쳐서
학원 없어도 풀 수 있는 시험을 만들든지 그렇게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두근 두근, 제주도 가면 뭘할까?

나: 마지막으로 ‘꽃친’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어떤 말로 소개할 것 같아요?  
예: ‘인생의 1년을 마음껏 놀 수 있다.’
유: ‘잠시 멈추고, 지금까지 해온 거랑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소개하고 싶어요.

주)
* MIDI :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의 약자. 전자악기에서 사용 되는 신호 체계를 활용하여 작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 고등학자 : 꽃친2기가 참여했던 청소년 주도 연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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