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탈출] 우리 함께 고칩시다, 어서 나오세요! - 남태일 선생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05-14
조회수 71

어.울림교회 목사,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 관장,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천 역곡 지역등대모임 등대장, 녹색 어머니회의 아버지 회원, 회복적정의 강사, 노워리 100인강사. 이렇게 많은 직함을 가지고도 핀란드 산타마을 만화방 주인장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남태일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남태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박미현 (이하 박) : 안녕하세요. 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입 기자 박미현입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남태일 (이하 남) : ‘행복하게 살고 싶다’, ‘품위 있는 삶을 빚어가며 살면 좋겠다’라는 꿈을 갖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려고 애쓰는 그냥 동네 아저씨이고,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 두 딸의 아빠입니다.


박 : 많은 일을 하고 계세요. 여러 일들 중에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일이나 중점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남 : ‘당신은 뭐하는 사람입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직업적으로는 목사가 가장 맞을 것 같고요. 목사로서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갖고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는 삶의 연속선상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도서관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만나서 여러 가지 모임을 만들어내는 활동의 밑바닥에 ‘그리스도인’이란 정체성이 있는 것 같아요. 

박 : 물리학을 전공하시고, 입시학원 강사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남 : 물리학이 재미있었어요. 재미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고, 대학원 진학도 하고 싶었는데 대학원 시험 보기 전에 영장이 나와서 바로 군대를 갔어요. 아르바이트처럼 학원에서 강의하다가 방위 복무하면서 주중에 두 번 강의했었죠. 제대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학원에서 강의를 했어요. 공부하려니 돈을 벌어야 했죠. 가장 쉽게 할 수 있었던 게 학원에서 강의하는 거였어요. 


학원 강의는 재미있었고, 인정도 해주고, 아이들도 잘 따르고 그랬어요. IMF 전이었고 학원이 잘 되던 때라 일반 직장 다니는 또래보다 월급을 좀 더 받았어요. 그래서 그 길로 쭉 학원에서 강의를 계속했죠. 그럼에도 평생 가지고 갈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성경을 체계적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2002년도에 신학대학원에 갔어요. 


박 : 목사님이시면서 도서관 관장님이신데요. 도서관은 어떻게 열게 되셨나요?

남 : 2015년 교회 개척과 동시에 도서관을 열었어요. 처음 교회 개척할 때, 6명이 일주일에 한 번만 예배드리는데, 공간을 굳이 얻는다면 누구나 와서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시설비와 운영하는 에너지도 적게 들고, 제가 책 읽는 것 좋아하니까 토론하고 모임하려면 도서관을 하자고 했죠. 주중에는 주민에게 오픈해서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고요.

언덕위광장 작은 도서관

언덕위광장 작은 도서관


도서관 시작하며 두 가지를 가져가기로 논의했어요. 이 두 가지는 도서관과 우리 교회에서 추구하는 실천적인 삶의 방향이에요. 첫 번째가 사교걱정없는세상을 통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교육복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 또 하나는 회복적정의(편집자 주: 모든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해 평화적 방법을 통해 전환하고 회복을 빚어가는 과정)를 이 지역에 알리고 확산시키고 모임을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도서관 열자마자 등대지기학교를 저희 도서관에서 했어요. 그리고 회복적정의 소개 강의도 이곳에서 했죠.


한두 사람이 툭툭 던진 말이 아니라

긍정적인 담론을 만들어내야 건강한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박 : 저희 단체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남 : 꽤 오래됐어요. 학원에서 수업하면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죠. 안 와도 되는 아이들이 오는 거예요. 공부에 아무 뜻이 없는데, 이 친구들이 왜 오는가? 학원엔 친구도 있고, 학원 말고 갈 데도 없고 그랬겠죠. 보육의 영역도 아주 크다고 봐요. 이런 걸 총체적으로 봤을 때, 하... 너무 마음이 아팠죠.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게 도움 주는 것도 필요하고, 못하는 친구들 끌어주는 것도 필요하죠. 그러나 공부에 전혀 뜻이 없는 친구들을 보면서 양심에 걸렸죠. 그 친구들이 학원 안다니면 그 아이들의 삶에서 오히려 좋은 거잖아요.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생 한 명 떨어져 나가면 저에겐 아쉽고, 그런 갈등들이 있었죠. 그러다가 매체를 통해 단체가 설립된다는 것을 접한 것 같아요. ‘어, 이럴 수도 있나?’ 했어요. 그러나 쉽게 회원이 되거나 후원하지는 않았어요. 사교육 업자니까 부채의식이 있었거든요. 계속 마음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후원한 건 단체가 만들어지고 나서 2-3년 지나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부모특강 열린 강연회 중 (2019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부모특강 열린 강연회 중  (2019년)


박 : 선생님 강의에서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혼자로는 불가능하다. 교육청에서 도서분과 교육을 받고 다시 느꼈다. 먼저 엄마들과 함께 책나눔을 해야겠다. 운동이 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남 :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EBS 방송이 있었어요. 제가 방송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곧 초등학교에 들어갈 건데, 학교가 정말로 학교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학교에 독서 모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012년에  학부모가 되어 도서 분과 활동을 시작하고 교육청에서 교육이 있어서 도서분과장 님과 함께 갔죠.


강의 내용 중에 “엄마들이 책 읽고 독서 모임하고, 학교에 여러 가지 건의를 하면서 학교를 좀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가라”라는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 그렇다면 우리 학교 도서 분과 내에서 독서모임을 만들고 그 안에서 긍정적인 담론을 만들어야겠구나. 그것을 학교 관리자들에게 전달해서 변화되려면 한두 사람이 툭툭 던진 말이 아니라 역동적인 움직임들이 건강한 압력으로 작용해야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모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야기하고, 도서 분과장님이 다섯 명을 모아 오셔서 시작했어요. 행꿈사(행복을 꿈꾸는 사람들)라는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책 읽기를 하지 말고, 우리가 책을 읽자 했어요. ‘학교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읽고 싶었는데 어려워서 못 읽는 책들을 읽었어요. 올해 8년 차로 멤버 변동이 있지만, 초창기 멤버들도 남아있어요. 그분들이 회복적정의 활동도 하고, 지역등대모임도 하고, 학부모회 활동도 하고 운영위원회 활동도 하면서 학교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길을 찾다 길이 된 사람들 강연 모습


과정을 다 무시하고 결론은 ‘좋은 대학교’로 가는 거죠

단체가 추구하는 바를 잃어버리지 않아야


박 : 다른 지역 등대모임이 역동적으로 운동하고자 할 때, 시도해보거나 찾아서 연결할 고리들이 있다면 무엇일지 선생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남 : 등대모임 같은 경우는 일단 지역의 학교가 바탕이 될 수 있잖아요. 모임이 확장되기가 아주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죠. 학년이면 학년, 학교면 학교, 지역이면 지역, 이렇게 공통분모들이 많으니까요. 제가 처음 등대모임을 시작했을 때, 1-2학년까지 엄마들이 정~말 잘 모이다가, 3,4,5학년 이상 되면 엄마들이 서서히 ‘그래도.... 학원 보내고 공부시켜야 하지 않아?’ 생각하시더라고요. 고학년 학부모는 극소수만 남아요.


등대모임에서 이야기 나누면서도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사교육을 안하는데 좋은 대학에 가’,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서 엄마도 편하고 아이는 즐겁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 이렇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다양한 것을 바라보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를 다 무시해버리고, 결론이 ‘좋은 대학교’로 되어있는 거죠. 여기서 3-4학년까지 열심히 하던 분도 결론은 ‘좋은 대학교 가려면 학원 가야 해’ 그렇게 되더라고요.

처음부터 단체가 추구하는 바를 명확하게 갖고 가야 하지 않나, 가볍게 좋은 얘기하고, ‘육아 이렇게 할까요’ 정도의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단체의 색깔을 강요하지 않더라도 확실하게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그걸 놓치지 않아야 모임이 힘있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즐거운 모임을 만들어 사람을 많이 모아보자 하고, 단체의 색깔을 빼고 범위를 넓혔죠. 다른 책도 읽고 좋다는 걸 하고 그랬더니 결국 이 분들이 단체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잃어버리더라고요. 

박 : 계속 이야기 나누며 공부를 해야 할까? 학습공동체가 되어야 하나? 고민도 되네요.

남 : 옆집 엄마에 의해 금방 흔들릴 수 있는 거잖아요. 모임에서 서로 강화시켜줘야 해요. 이 모임에 나와서 막 ‘진짜 이렇게 해야지!’ 다짐하고 밖에 딱 나갔는데 100명 중에 자기 혼자 그러고 있으면 99명에게 흡수되어버릴 수 있어요. 주기적으로 강연 듣고 이런 활동이 필요해요. 2년쯤 지나면 다시 영양을 공급받아야 해요. 옆 동네에서 등대지기학교 하면 같이 듣고. 그래야 꾸준히 같이 갈 수 있어요. 저학년을 계속 공략하면 좋겠어요. 지금은 초등학교 1-2학년 학부모도 이미 굳어져있는 느낌이에요. 영아나 유치원 때부터 모임하고, 꾸준히 송인수 대표님 모셔다 이야기도 듣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들어가는 관계,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박 : 지역에서 꼭 등대 모임이 아니더라도 모임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남 : 다른 것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사람이 옳다고 해서 그 길을 가진 않는 것 같아요.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나오는 곽미향 씨와 우주 엄마하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곽미향 씨에게 공감하죠. 우주 엄마는 맞는 얘기를 하지만 꼴 보기 싫어요. 모임에서도 그런 것 같아요. 옳은 얘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실제적으로 그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이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관계를 소중히 여겨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닐까요? 존중하고 배려하고 환대해주는. 깃발 딱 꽂고 ‘잔말 말고 따라와’ 그러면 그 사람과 함께 운동하기 어려울 거예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하는 이야기는 옳지만, 저 사람 싸가지 없어서 싫어.’ 이러면 그 모임 끝나는 거죠. 어쨌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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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재미있게 보셨나봐요. 다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남 : ‘스카이 캐슬’ 보면서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답을 개인의 욕망만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드러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죠. 개인의 도덕성과 윤리에만 호소해서 ‘너 그 욕망 갖지 말라’고 하는 건, 해결 방법이 아니에요. 개인이 욕망에 휘둘리지 않으면 사회가 변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만 실제로는 아니예요. 동시에 변하는 거니까요. 개인이 돌아서면 세상이 환해진 거 같지만, 돌아서도 또 다른 곽미향이 나타나잖아요. 사회가 그런 욕망을 부추기고 있어요. 사회 인식 전체를 어떻게 돌려낼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이 지금 당장 없다 하더라도 사회 구조가 그걸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같이 드러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박 :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목사님이기도 한데 마을 운동가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 : 너무 부담스러운 이야기예요. 저는 생각보다 이기적이라서 ‘이런 마을을 만들 거야’ 그렇게 접근한 건 아니에요.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들이 있었고, 우리 아이가 이 지역에서 살아가면서 행복했으면 좋겠고,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고민들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만을 위해 저만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옆집 엄마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야 되고, 옆집 아이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야 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합시다’하게 된 거죠.

남태일 선생님과 만나 대화하는 동안, 박완서 님의『아가 마중』이라는 동화에 나오는 그네를 고치는 아버지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태어날 아가를 기다리는 아버지에게는 그동안에는 보이지 않았던 동네의 믿음직스럽지 못해 고쳐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동화 속 아버지는 아가를 기다리며 혼자 마을을 고쳤지만, 남태일 선생님은 “우리 함께 고칩시다! 어서 나오세요~”하며 이웃을 불러 모아 아이들이 살아갈 마을을, 학교를 함께 고치고 계십니다. 내 아이가 지낼 내 집만 돌보고 손본다면 어려울 것도 그리 많지 않으니 혼자서 충분합니다. 그러나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하겠지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여러분을 향해 외칩니다. “우리 함께 고칩시다. 어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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