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공부] 선생님은 ‘마름’이 아니에요 - 정철성 선생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05-14
조회수 104

“사회?” 

“국어 아닌가요?”

“도덕이나 윤리일 것 같아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회원들 사이에 이 분이 어떤 과목을 가르치실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의견이 분분했다. 광주 숭일 고등학교에서 의외로 ‘영어’를 가르치시는 정철성 선생님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정철성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전선영(이하 전): 선생님을 멀리서 오랫동안 봐왔는데, 대쪽 같을 것 같다, 내면에 강함이 있다 라는 느낌을 갖게 돼요. 

정철성(이하 정): 네, 고집 있어요. 완고해요.

전: '저분은 살면서 일탈을 해보셨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정: 일탈이 뭔가요? (모두 파안대소) 제가 교사잖아요. 제가 아이들한테 말한 게 있고 가르친 게 있는데 그걸 어기면 내가 가르친 게 뭐가 되나? 그런 생각에 모든 게 무너지는 느낌? 게다가 그런 상황을 아이들이 본다고 상상하면...!



교육의 북극성을 찾다!


전: 어떻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알게 되셨어요?

정: 저희 학교 선배 선생님께서 강의를 들어보라고 권하셨어요. 당시에 제가 선생님들 사이에서 건의하거나 토로했던 고민을 들으시고 권유해주신 것 같아요. 몇 번 말씀하셨는데 한 1년 지나서 등대지기학교 7기 강의를 듣고 졸업여행 가면서부터 발을 들여놨죠. 

전: 직접적인 자녀 교육 고민 없이 오랜 기간 동안 후원하고 활동하시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요.

정: 어떤 물고기라도 물을 벗어나서 살 수는 없죠. 네트워크가 내 맘에 안 들어도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잖아요.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 친구들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내 친구, 내 동료와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듣기 싫은 생각도 들어야 되고, 아직은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광주 등대모임 중


전: 교사이자 학부모로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이 되셔서 얻은 장단점이 있을까요?

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부모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항상 돌아보게 해주는 것 같아요. 가르치고 배우는 일의 본질을 추구한다고 생각해요. 그 본질을 벗어난 사회를 구하기 위해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단체 회원으로서 교사이고 부모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보게 해줘요. 

전: 송인수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북극성’ 같은 역할이네요?

정: 그러네요. 북극성!


전: 왜 교사가 되셨어요?

정: 청소년기에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왜 살아야 하는지 한참 고민할 때였어요. 세상의 빛과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되어 살고 싶다, 그래서 꿈꿨던 게 교회 목사가 되면 그 일을 할 수 있겠구나, 일주일에 한 번씩 설교를 통해서, 평소 만남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의 생기를 불어줄 수도 있고요. 영문과를 가도 교회 목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이후로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목사뿐 아니라 교사도 되고 싶었는데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영향을 주며 살고 싶었어요. 교사가 아니면 택시 기사를 해도 괜찮겠네, 버스 기사를 해도 좋겠다, 내 차에 타는 사람마다 그날 기쁘고 즐거운 하루가 되도록 일할 수 있겠다,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전: 안정되고 좋은 직업으로서 바라보신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도록 영향을 준 사건이나 사람이 있었나요? 

정: 기독교? 부모님과는 6살부터 떨어져 조부모님과 살았어요. 교회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일찍부터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너 제대로 배우고 있는 거니? 


전: 단체 회원들 중에 교사의 비중이 3분의 1인데, 학교 현장의 변화를 위해서 학교 밀착형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학교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이나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정: '시민이 교육감이다' 캠페인이 좋은 사례였어요. 교사가 아는 걸 시민들에게 알려주면서 이렇게 학교에 요구하라고 말한 거죠. 교사가 학교에 말하는 게 영향력이 없어요.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의결하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시민은 학교에 말할 수 있는 구조예요. 좀 더 나아가 학교 안에서 자발적으로 교육에 대해 논하고 의사결정이 되면 좋겠는데 아직 사회가 학교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에 교사들이 스스로 바꾸기 힘든 구조인 거죠. 저희 단체뿐 아니라 전교조, 실천교사모임도 있고 다른 교사단체들이 학교를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아직은 민주적 의사결정이 안되는 거죠.


전: 학교 현장에서 겪는 비교육적인 상황을 심심찮게 겪으실 것 같아요. 내 안에 진정성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어려움이 많으시죠?

정: 그 고민의 최정점은 아이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느냐예요. 외부 압박에 의해졌다면 내 생각과 다른 걸 말하겠죠. 아이들 앞에서 내가 생각하는 걸 정직하게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시면 좋겠어요.

정: 생활기록부를 꾸미고 부풀리고 칭찬 써주고 이런 거에 아이들도 관심이 많아요. 봉사활동과 수업 참여 활동이 생활기록부에 쓰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잘 써야 하니까 00활동 해와라’는 본말이 전도됐다는 사실이에요.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해라, 실제 해 봐라, 행동을 해 봐라.'가 아니라 '이걸 써야 되니까 네가 더 해야 하지 않겠니?'가 되는 거죠. 그 시점에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요. “너 제대로 배우고 있는 거니?” 


예전에는 학교에 가면 무조건 배운다, 모르는 걸 알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들한테 묻는 거죠. '배우는 게 무조건 좋은 것 같아? 너희가 조직폭력배 소굴에 들어왔다고 생각해 봐. 내가 두목이면 좋은 것만 배운다고 생각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아이들 중에는 이런 말 해줘서 고맙다는 아이들도 있지만, 영어 진도 안 나간다고 불만인 애들도 있어요. 공부를 한다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하는데…….

선행교육금지법 캠페인 참여(좌), 광주행복장터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알리며 (우) 

전: 학교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를 못 믿고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둘 다 피해자이고 둘 다 가해자 같아요. 교사 입장에서 학부모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셔요? 

정: 제가 이런 말 하면 학교가 굉장히 학교가 안 좋은 곳 같잖아요. 영어시간에 영어 안 배우면 학교를 왜 다녀라는 의문이 생기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완벽한 학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말하는 교육 선진국조차 완벽한 학교는 없다, 완벽한 학교에서 완벽한 학생이 나오지도 않고요. 학부모들이 교사의 부족함과 학교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앞으로 갈 길을 제시하지 않고 퇴행해 버리면 더 안 좋은 곳으로 가지 않을까요? 어떻게 고쳐갈까, 사회적으로 어떤 대안이 있을까를 고민해야죠, 학부모들이 12년간은 학부모지만 그 이후로는 시민으로 살아가야 하니, 시민의 책무성을 인지하고요. 교사들도 자신들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교육의 방향을 두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어떤 선생님을 보면 '교사로서 철학은 가지고 있을까?'라는 의심부터 들어요. 나무 장사라면 나무의 특질을 잘 알고,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있잖아요. 그런데, 교사들은 '그래서 어쩌라고, 세상이 다 망가져 있는데'라는 논리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보여요. 이런 환경에서 교사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드신 적은 없어요? 

정: 시간이 흘러도 학교가 안 변하는구나 싶을 때가 그렇죠. 

전: 올해로 몇 년 차가 되셨어요?

정: 2004년에 부임했으니 15년 차네요. 제가 매해 3-4월이 되면 바꿔야 할 것, 예를 들어 교사의 업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학생들의 얘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거든요. 겨울방학에 시간을 들여 자료를 수집해요. 말로는 먹히지 않으니까 객관적 자료를 모으는 거죠. 다른 학교는 이렇게 변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요. 그런데, 학교에서 그런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고 바뀌지도 않고,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이 된다고 느낄 때 집에 와서 한 번씩 투정해요. 

전: 매년 시도하고 좌절하고, 그러다 보면 지치실 만도 한데 여전히 시도 중이셔요?

정: 이번에도 1년 치 공문 처리를 어떤 교사가 몇 건 처리했는지 엑셀로 쭉 정리했더니, 역시나 비정규직 저경력 교사에게 몰려 있는 거죠. 교장 선생님께 보여드리면서 이런 상황이 아이들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냐고 건의한 적이 있는데… 여전히 진행 중이에요.



지금 학교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전: 지금 당장 딱 하나를 바꿀 수 있다면 학교에서 무엇을 가장 바꾸고 싶으셔요?

정: 서머힐 같은 학교에는 가장 나이 많은 교장과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있어요.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 동일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거죠. 민주적이고 평등한 의사결정 과정을 지키는 게 가장 필요한 일인 거 같아요. 

전: 왜요?

정: 그래야 모두가 소중한 존재가 되니까! 지금 학교는 그 누구도 소중한 존재가 아니에요. 우리 학교가 어느 대학에 몇 명 입학시켰냐가 가장 소중한 가치이고, 교장의 가치도 그 밑이에요. 사회의 인식이 학생과 교사를 소중히 여기면 자연히 교장도 소중해지는 거예요. 제가 답답할 때 선배 선생님들께 토론하고 같이 고민하자고 하는데 윗사람은 관계자하고만 얘기하는 거예요. 학생들은 도구인 거죠. 그럼 교사도 도구가 돼요.

 "민주적이고 평등한 의사결정 과정을 지키는 게 가장 필요한 일인 거 같아요." 

전: 마음이 아프네요. 교사의 자율성이란 무엇일까요?

정: 교육의 전문가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교사가 전문가가 아니에요. 지금은 시키는 대로 하는 뭐랄까, ‘마름’ 같은 존재예요. 여기 있는 걸 아이들에게 잘 심어줘서 높은 점수를 받게 만드는 ‘마름’.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입시 결과로 네 능력을 보여줘.’ 이게 교사들에게 주어진 임무예요. 교사들 스스로도, 학부모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 않나요? 자기가 맡고 있는 과목에 대해 전문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전문가로 자랄 기회도 못 얻었죠. 대학에서 외국 책 가지고 많이 배웠어도, 실제 경험하면서 더 배우는 거잖아요. 그런 경험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잘 따르고 기존의 지식만 습득하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거예요. 


전: 학교에는 과연 희망이 있을까요?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 학교를 벗어나도 별다른 수가 없고요.

정: 아까도 말했지만 완벽한 학교는 없을 거예요. 오히려, 술주정뱅이 아빠 밑에서 진정한 알코올 중독 치료자가 나올 수 있어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는 거죠. 무비판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살아가느냐, 그 차이에 의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학교 현장이 안 좋은 환경이라고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노동 문제와 뗄 수 없는 교육 현실


전: 저희는 한국에서 교육 문제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잖아요. 또 누군가는 노동문제를 통해서 접근하고요. 우리가 입시경쟁과 사교육을 원인으로 보고 노력하는데, 사실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비틀어진 사회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하고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 저도 동의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 있는데 노동은 이쪽에서, 교육은 다른 쪽에서 올라가고 있는 거죠. 노동과 교육을 분리하기 이전에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을 거예요. 교육을 통해 노동이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야 할 거 아녜요. 어떤 게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거든요. 전 우리 단체가 교육문제를 외치고 해결만을 바라는 단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교육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추구하면서, 완전히 해결되는 시점은 노동문제가 해결되는 지점과 맞닿아 있을 거예요. 

전: 맞는 말씀이세요. 전 시민으로서 자각과 시민운동의 필요성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깨우치고, 노동운동은 성공회대학교에서 접했는데, 노동운동은 더 크고 무지막지하더라고요. 하지만 이게 따로 갈 게 아니라 같이 가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겠구나 절감해요.

정: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자살하는 것은 교육 자체만의 문제였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 사회가 피라미드 구조이고, 피라미드의 꼭짓점을 추구하고 있잖아요. 거기에 우리 단체가 제기하는 입시경쟁의 심각성을 사회가 공유하다 보니 노동문제와 가까이 연결해서 볼 수 있게 된 것 아닐까요? 예전에 노동문제를 붙들고 활동하시던 분들이 야학을 했어요. 야학은 교육 활동이지만 노동운동이었죠. 시간이 흘러 취업이나 노동 문제가 교육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걸 볼 수 있을 만큼 사회 전체가 진보했다고 생각해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캠페인 참여 (2016)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캠페인 참여 (2016)


좋은 취지라도 부모의 강요로 아이를 키울 수는 없어


전: 학원 문화에 익숙한 광주를 떠나 담양으로 이사했다고 하시던데요. 주변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고 무너지지만 않으면 되지 않나요? 온실에 가두고 키울 수도 없고요. 

정: 영향을 안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소극적이잖아요. 가르친다는 건 영향을 주는 거고요. 아이가 방어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기보다 좋은 가치를 받아들이고 습득하면서 학교를 다니게 하고 싶었어요.

전: 부모들은 가정의 영향보다 학교에서 좋은 영향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제 아들이 좋은 선생님을 만나 롤모델로 삼고 진로도 정했어요. 근데 엄마 욕심에는 사회 문제나 환경에도 문제의식을 가져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제가 시위 현장이나 어려운 사람들과 만나는 곳에 가끔 따라와 주기도 하는데, 더 끌어당기지 못하는 조심스러움이 있거든요. 아이가 '난 원하지 않았는데, 엄마 때문에 그랬어.'라는 원망을 듣고 싶지 않아서요. 공부가 아니더라도 세상을 밝게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만, 강요가 되지 않게 노력하는 거죠.

"아이의 선택이 중요해요!"


정: 저도 비슷한 고민이 있어요. 아이가 일반학교를 갈 것인가, 대안학교를 갈 것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선택하게 기회를 주자했어요. 내년에 중학교 가는데, 강진에 있는 늦봄문익환학교를 직접 보여줬어요. 저희 마음에는 아이가 거기를 갔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아내와 고민하면서 최종적으로 부모의 선택보다 아이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죠. 나중에 아이가 부모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염려가 들어서요. 아이는 친구들이 좋아서 이 동네 중학교에 갈 거라고 해요. 늦봄학교가 좋지 않냐고 물으면, ‘엄마도 여기 중학교에서 가르치고, 아빠도 여기 고등학교에서 가르치잖아.’라고 말해요.

전: 저희 아이는 친구들이 있는 집 근처 학교로 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했어요

정: 저도 몇 년 전에는 말도 못 꺼냈어요. 그런데 조금씩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친구들과 있을 때 부당한 일이 있으면 스스로 고민해보고, 선생님과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맞겠죠. 최근에 든 생각은 아이는 아이 수준에서 자기가 속한 사회의 문제를 고민하겠구나 싶어요.

전: 저 역시, 이건 내 관심사인데 아이도 알아야 한다고 할 수가 없더라고요. 나도 아이 관심사에는 멀어져 있으면서, 말로 표현하진 않아도 게임 따위가 뭐 중요하냐라는 생각을 온몸으로 드러내면서 말이에요. 집회에 데려가도 뒤에서 핸드폰이나 보겠다고 하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죠. 그러려면 뭐 하러 나왔나 싶은데… 

정: 따라와 준 것만 해도 대단한 거예요. 나와 같지 않아도 보고 들으면서 몸에 쌓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죠. 


전: 선생님이 만나신 아이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으세요?

정: 한 명 꼽으라면 못 꼽아요. 지금 떠오른 아이는 2학년 때 담임이었는데, 올해 졸업하면서 제게 편지를 주고 간 아이예요. 저랑 상담할 때, 이 학교에 오기 싫었는데 부모님 때문에 오게 된 거라면서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하는 거예요. 상담을 몇 번 안 한 거 같은데 제가 한 말이 힘이 되었다고 졸업하면서 편지를 두고 갔어요. 난 그 아이를 특별하게 대하지 않았는데 이 아이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주니, 빚이라고 해야 할까, 이 아이 말고도 이런 경우가 많을까, 나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면 모든 아이들에게 미안해져요. 반대일 수도 있잖아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를 나쁘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 아이가 제게 큰 깨달음을 준 거예요. 교사로서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너무 소중하고 귀하고 의미 있다, 더 정직하게 살아야겠다.

선생님의 닉네임, '세상을 밝게’는 선생님에게 잘 어울린다. 사실 본인의 한자 이름을 한글로 풀어서 쓴 것일 뿐이라고 하셨다.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이름을, 주어진 역할대로 산다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더군다나 내 신념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견해를 가진 상대방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내 옳음을 지키는 태도는 얼마나 어려운가? 마치 모두가 답을 잘 알고 있는 듯이 타인을 향해 으르렁대는 세상에서 나도 너도 모르니 찾아가 보자는 정철성 선생님의 느리고 작은 목소리는 진심으로 따스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니 늦은 오후 미세먼지가 자욱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교육의 현장도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가 드리워져 있지만, 그런 세상을 밝게 할 사람 하나 찾았다는 기쁨에 내 마음이 환해졌다.


0 0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업자번호 356-82-00194 ㅣ 대표 송인수

호스팅제공자 : (주)누구나데이터 |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자 : 나성훈 

| 팩스 : 027974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