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대평가하면서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 꿈틀리인생학교 오연호 이사장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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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4일 오마이뉴스 ‘서교동마당집’을 찾았다. 오마이뉴스 사옥인 이곳은 다양한 교육과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진짜 마당이 있다. 너른 마당의 초록에 감탄하고 있을 무렵, 오연호 대표가 맞아주었다. 

그는 전세계 행복지수 1,2위를 다투는 나라, 덴마크의 행복 비결을 찾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또, 그 경험을 나누고자 덴마크 테마여행 ‘꿈틀비행기’를 만들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16차례에 걸쳐 500여 명이 함께 했다. 또한, 덴마크의 ‘에프터 스콜레’ 제도를 한국에 도입했다. ‘에프터 스콜레’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1년 동안,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전환기 학교를 말한다. 2016년, 한국형 에프터 스콜레 ‘꿈틀리인생학교’를 강화도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안소희(이하 안) : ‘꿈틀비행기’를 이끌고 계세요. 코로나19 이후에 달라진 ‘꿈틀비행기’의 모습이 있을까요?

오연호(이하 오) : 3년만에 ‘꿈틀비행기’를 띄웠어요. 오랜만의 방문이라서 크게 환대를 받았습니다.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한국사회에 관심이 되게 높아졌다는 거예요. 오징어게임이나 BTS 덕분인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경쟁 위주 교육을 하고 있잖아요? 그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무너지고 있는데, 동시에 경쟁에서 승리한 아이들이 특별한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 구조예요. 예전에는 우리가 덴마크 사회에 대해 일방적으로 질문했다면 이번에는 서로 질문을 많이 주고 받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안 :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군요! 올 여름에도 꿈틀비행기가 출발하지요?

오 : 올해는 참가 신청이 최소 출발 인원에 못 미쳐서 바로 조금 전에 취소를 결정했어요. 올해는 방학 일정도 학교마다 너무 다르고 경비도 너무 올랐어요. 참가 원인이 적은 원인을 더 분석해 봐야겠지요.

 

공교육에서도 전환기 학교가 문을 열었다

 

안 : 아쉽네요. 대표님은 ‘꿈틀리인생학교’(이하 꿈틀리학교)의 이사장을 맡고 계시잖아요. 요즘 꿈틀리학교는 어떤가요?

오 : 원래 정원이 30명인데 현재 13명이 등록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전반적인 출산율 저하도 원인일 수 있겠지만 사회 분위기가 보수화 되어 가는 거 같아요. 좀더 자유로운 사회라면 ‘쉬었다 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하면서 꿈틀리학교 같은 시도가 받아들여지겠죠.

반면에 올해 꿈틀리학교는 중요한 진전이 있어요. 충청북도 교육청에서 처음으로 공립형 에프터 스콜레, 그러니까 1년제 전환기 교육과정 ‘목도나루학교’를 만들었어요. 지난 8년 동안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두 팀 정도 꿈틀리학교를 방문했거든요. 그런데, 공교육이 이 모델을 배워서 ‘진짜로 이런 학교를 만들 수 있구나!’하고 보여준 거예요. 충청북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지 지켜봐야지요.

꿈틀리학교는 수업료 매월 110만 원 내요. 기숙사까지 운영하니까요. ‘나루학교’는 기숙학교인데도 거의 공짜예요. 1년을 마치고 학점으로 인정받을지도 선택할 수 있어요.

 

안 : 쉽게 말하면 1년을 ‘안 꿇어도’ 되네요? 꿈틀리학교를 선택하기까지 힘든 장벽이 하나 없어진 거잖아요. 공교육형 꿈틀리학교, 오랜 기간 바라셨던 걸로 아는데 8년만에 이루어졌어요. 지난 8년간의 꿈틀리학교를 돌아보면 어떠세요?

오 : 그 동안 거의 200명이 졸업한 거잖아요? 1년 동안 내가 다른 방식으로 삶을 체험한다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청소년기에 어디론가 일주일 여행 가는 것도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엄청나게 중요한 경험이잖아요. 나의 공부, 나의 활동이 대학 입시 준비가 아니라 ‘내 삶’을 위한 거라는 사실, 그 1년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 학생들이 사회 곳곳에서 성장해 가면서 또 다른 씨앗을 뿌리겠죠. 이것이 점점 더 번져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습니다.

 

안 : 졸업생들은 그 특별한 기간을 어떻게 회고하나요?

오 : 졸업생들이 자주 모여요. 얼마 전에 한 학생이, 자기는 세상에 이렇게 좋은 어른들이 많은지 몰랐다고 해요. 이전에도 많은 어른을 만났지만 여유를 갖고 자신들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거예요. 중간고사 끝나면 기말고사 공부해야 되고 기말고사 끝나면 다음학기 선행해야 하니 여유가 있을 수 없죠. 그런데, 1년의 여유가 생기니까, 선생님이든 누구든 여유를 갖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좋은 어른이 많은지 몰랐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 마음을 품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살아갈 때 강박적 생각이 조금 줄어든다고 할까? 여유를 가지게 된달까? 그런 영향이 있을 거예요.

 


한국사회에서 ‘교육’이란 무엇인가

 

안 : 한편으로 최근에 킬러문항을 두고 엄청 시끄러웠어요. 교육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으신데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 보시는지 궁금해요.

오 : 과열되는 사교육은 분명히 문제가 있죠. 지금 킬러문항이니 일타 강사니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데 그들도 문제점이 있으면 조정이 돼야죠. 근데 비유하자면 나무가 있는데 이파리 몇 개를 집중적으로 지목하면서 이게 문제다 하는 격이죠. 근본적으로 뿌리, 토양이 문제인 거잖아요. 근데 거기에 대해서는 일절 얘기하지 않는 게 문제예요. 이 경쟁 구도를 누가 만들고 있고, 뭐가 문제인지는 말하지 않고 킬러 문항과 일타 강사를 거론하는 건 정말 난센스죠.

 

안 : 아이들을 변별하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 목적, 적어도 수능의 목적이 되어버린 현실에 다들 동의하고 있어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의심도 안 해요. 교육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관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요.

오 : 우리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이 제일 중요하게 보여요. 근데 대학은 4년밖에 안 되잖아요. 정말 중요한 삶은 그 이후에 있어요. 우리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사회로 진입하는가? 거기에 포커스를 둔다면 초중고등학교 때 우리 아이가 어떤 힘을 길러야할지 생각해 봐야 해요. 목표한 대학에는 들어갔는데 진정 길러야 할 힘을 못 길렀어,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안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 : 무엇이 중요한지를 학부모들이 알아야 되죠. 제가 늘 강조하는 ‘자기주도성’,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 마지막으로 ‘협력하는 법’. 이런 것들요. 당장 대학 입시와 연계가 안 될 수 있지만 대학 4년 후 사회 나갈 때는 너무너무너무 중요해요.

 


상대평가가 있는 한,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안 : 정말 공감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대입 상대평가 헌법소원을 진행하고 있어요.

오 : 저는 기본적으로는 위헌 소송에 공감하는 입장이에요. 그게 꼭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그런 시도 자체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요. 저는 그 소식을 들으면서 헌법 10조가 떠올랐어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상대 평가가 있는 한,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데 방해 받게 되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존엄과 가치가 있는 존재인데, 성적과 등급으로 나누는 결과를 초래하니까요. 헌법소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하고 있어요.

 

안 : 그렇다면 대학 입시 변별은 어떻게 하느냐는 반론이 있습니다. 우리가 제시할 대안은 무엇일까요?

오 : 상당히 쉽지 않은 문제죠. 덴마크를 보면 대학 입시 문제를 교육제도로 풀지 않고 사회적 관점에서 해결하는 것 같아요. 대학 안 가도 괜찮은 사회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대학 진학률이 40%밖에 안 돼요. 왜 60%는 안 갈까? 헌법 10조와 같은 가치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대학 안 가도 존엄과 가치를 가진 존재로 살 수 있는 거죠.

그런 사회가 되려면 사회 구성원들이 내가 행복하기 위해 옆 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 나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려면 다른 사람의 존엄과 가치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공감해야 해요. 내가 좀 더 벌었으면 세금을 더 내고, 더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보호하는 문화가 함께 형성됐을 때 이게 가능해지죠.


대학 입시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도 실무적으로 중요해요. 근데 그 문제는 한 사회의 시스템과 구조와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와 상당히 직결돼 있어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 해야 되지? 경쟁 구도를 택하지 않고도 ‘내 존엄과 가치를 느낄 수 있어.’ 이렇게 주장하는 청년과 대안적 삶을 사는 학생들이 있을 거예요.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이 하나의 모델이 되게 만들어주고, 그 흐름을 확산시키는 게 어른의 임무이지 않을까? 그들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일요.

 

안 : 대학입시와 더불어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큰 이슈가 초저출생 문제 아닐까요?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 : 출생률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성적표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자신 있게 권하지 못하는 거죠. 너희들도 이 세상 한 번 살아봐 보라고 권하지 못해요.

다시 덴마크 얘기로 돌아가면 출산율이 1.6 정도 돼요. 주변국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에요. 내가 아이를 낳으면 ‘이 사회가 내 아이를 키워준다’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두 명 정도 낳아요. 근데 우리나라는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내가 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위험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지?’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다시 세팅해야 하는 지경에 와 있어요. 근데 그만큼 긴박하게 느끼고 긴장하지 않아요. 그 이유는, 진보든 보수든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모습을 과대 포장해요. 세계 10위 안에 든 경제대국이다, ‘오징어게임’ 봐라, BTS도 있다, 또 뭐가 있다 이러면서요. 경쟁의 전쟁터에서 승리한 1%의 꽃에 취해서 99%가 어떻게 주눅들어 있는지, 조명하지 않아요. 우리 사회가 심각한 우를 범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덴마크는 새 학년 첫 주에 이것을 한다

 

안 : 말씀대로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거울로 자기를 돌아봐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지금 유튜브로 인한 사회 전반의 변화가 뜨거운데요, 거의 새로운 인종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아이들 성장 과정에서, 교육 현장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거든요. 덴마크 사회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합니다.

오 : 덴마크도 비슷한 현상이 있어요. 유튜브뿐 아니죠. SNS 등 전반적으로 문제 상황이 있죠, 그런데, 오프라인에서 재미있게 지내는 법, 그 맛을 들이면서 해결해요. 사람이 실제로 어울리면 얼마나 더 재밌는지를 알면 온라인에 빠져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죠.

 

예를 든다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새 학교에 배정된 3월, 교실의 첫 풍경이 어떨까요? 굉장히 서먹하고 눈치 보고 엄청 긴장 되죠. 내가 이 반에서 몇 등이나 할까? 누가 나랑 친해질까 같은 걸 살피잖아요. 근데 덴마크 공립학교에 가보면, 첫 일주일 동안 같이 야외활동을 하더라고요. 새로운 친구들과 핸드폰으로 친해지는 게 아니라 야외에서 지내면서 몸으로 친해져요. 함께 몸놀이를 하니까요. 어떤 학교는 자전거 타고 굉장히 먼 곳으로 가서 캠핑을 해요. 새 학년 첫 주에 캠핑을요! 우리가 공동 운명체라는 것을 체험하고 공부는 그 다음, 시험은 그 다음다음인 거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학교 현장의 실제를 돌아보면 진짜 거의 다 붕괴됐다고 봐야 할 지경이에요.

 

안 : 대학입시 문제를 제도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거랑 비슷한 맥락이네요. 미디어 문제에 대응해서 미디어교육 넣고 예방교육 넣는 방식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본질에 더욱 충실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군요.

오 : 그렇죠. 어떻게 내가 주인이 돼서 이 매체를 대할 것인가의 문제죠. 그게 ‘미디어’라는 특별한 매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요. 우리는 음식점에 가서 음식 먹기 전에 사진을 찍잖아요. 근데 제가 덴마크 가서 음식 사진 찍는 사람 거의 못 봤어요. 그냥 그 자체를 즐기는 거죠. 이걸 찍어서 내 페이스북에 올리는 게 핵심이 아니고 내가 이 상황을 즐기는 것 자체, 여기 푹 빠져서 즐기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잖아요. 그런 문화적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안 : 결국 뭔가에 휩쓸리지 않는 자기 중심성이 더욱 필요한 시대라는 말씀이네요. 긴 시간, 여러 주제에 대한 말씀 고맙습니다. 공교육으로 들어간 꿈틀리학교도 기대되고요, 앞으로 어떤 희망의 씨앗을 퍼뜨릴지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요즘은 무슨 재미로 사시느냐는 질문에 마당을 가리키며 정원 가꾸는 일을 배우며 지낸다며 웃는다. 농부처럼 검게 그을린 모습, 도전을 멈추지 않는 60대 개구쟁이. 그의 건재한 모습이 큰 위안이 된다.






글. 노워리기자단 안소희 - 고3, 스무 살, 두 아들의 엄마다. 부산에 산다. 공동육아와 대안학교 구성원 경력 16년차. 지금껏 아이를 키우는데 남의 손과 힘을 많이 빌렸다. 나도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끝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기자단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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