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워리상담넷은 교육과 양육 고민을 상담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온라인 상담소이다. 나는 지난 3년간 이곳에서 상담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정작 상담넷을 이끌고 계신 윤다옥 소장님과 따로 이야기 나눌 기회가 흔치 않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학교 상담교사, 교육시민운동까지, 게다가 올해 6월에 출범한 ‘요즘부모교육연구소’의 소장 자리까지 맡으신 소장님과 좀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드디어, 지난 8월 인터뷰 기회를 마련했다.
송미소(이하 송) : 상담교사로 학교에서 근무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윤다옥(이하 윤) : 전문 상담 교사가 처음으로 배치되기 시작한 2007년부터 근무했어요. 상담 전공자로서 학교 전문상담교사가 잘 정착되는데 책임감을 갖고 있었어요. 전문상담교사 교육실습생도 번거로운 업무지만 초기부터 받았고요. 학교 상담 교사가 된 건 현실적인 근무 여건, 경제적인 부분,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 작용했어요. 그렇지만, 제 안에 있는 공적 영역에 관심, 사회적 기여와 책임감도 컸던 것 같아요. 잘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능력, 투자해온 노력에 대한 인정과 신뢰가 작용했어요.
송: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인정하고 신뢰한다는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윤: 저는 자신감이 충만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주위 어른들이 칭찬하시니까 속으론 자신 없어서 떨리고 걱정됐지만 그만큼 더 잘해내고 싶었던 거 같아요. 상담을 전공하고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고나 1등이 아닐 수도 있지만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더 잘 해내려고 들인 노력을 편안하게 말하게 되었고요. 내 모습 그대로라도 충분히 잘 할 수 있고, 공적인 영역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물론 아직도 떨리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은 습관처럼 남아있습니다. 이건 아마 잘 없어지진 않을 거 같아요.

사회적으로 안정된 만큼 기여하고 싶었다
송: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윤: 동료 교사의 소개로 알게 되어 2009년에 후원회원으로 가입했어요. 2007년 임용이 되기 전까지 대학상담소, 청소년 상담기관 등 비정규직으로 일했는데 교사라는 안정적인 신분이 되면서 후원을 결심했어요. 2010년쯤 단체에서 메일이 왔어요. 상담 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회원들이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었어요. 첫 회의에 참석하고 논의를 거쳐 2011년에 노워리 상담넷이 개소되었습니다.
송: 회원들 중에 민주시민으로서 역할을 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계셔요.
윤: 교육운동은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이 정도로 안정 됐으니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어요. 처음에는 정책 이야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싶었어요. 이 단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내 성향과 좀 맞지 않더라도 기여해야 하는 바가 있으면 최선을 다하고 싶었죠.
송: 공적으로도 스스로에게 책임감이 강하신 거 같아요.
윤: 제가 허세나 명예욕도 약간 있고 성취 지향적이에요. 교육부 프로그램 같은 건 안 해도 되는 건데, 참여해서 밤새고 결과물에 스트레스 받고 애들한테 짜증도 내요. 엄마와 직장인으로서만 사는 게 아니라 개인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게 중요했어요. 퇴근하고 애들 데리고 회의에 가기도 했어요. 애들 옆 테이블에 앉혀놓고 색칠 공부나 숙제하게 하고, 집에 갈 때 지하철에서 잠들면 엄마가 깨웠을 때 짜증내지 말고 일어나야 한다 약속하고 아이들을 재웠고요. 기질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행운이었죠. 제가 욕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을 애들 때문에 못한 건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송: 평소에 운동도 상당히 열심히 하시잖아요.
윤: 어려서부터 몸을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우리 집 애들이 수영하는 걸 보니 나도 더 이상 두려움 없이 자유롭고 싶었어요. 마흔 넘어 수영을 3년간 배우면서 장벽을 없앴죠. 다음에 선택한 운동이 배드민턴이에요. 6년째 하고 있어요. 운동 자체도 굉장히 힘이 들었지만 배드민턴은 4명이서 하는 운동이라 인간관계에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어요. 그런데도 이 운동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어요. 제가 하나를 꾸준히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구요. 상담이 아무래도 마음과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다 보니 몸을 좀 써야겠다 싶었어요. 일하면서 두통이나 스트레스 증상이 꽤 있었는데 수영하면서 사라졌어요. 운동 기능이 발전하는 걸 느끼는 즐거움이 참 커요. 의도한 대로 내 몸을 쓸 수 있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 충족감이 커서 배드민턴도 계속 하고 있어요.
사춘기는 부모가 영향력을 끼칠 마지막 기회
송: 책 이야기를 해볼까요?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 <어느날, 갑자기, 사춘기>를 내셨어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사춘기를 10년 넘게 지켜보셨는데 요즘 아이들이 옛날이랑 많이 다른가요?
윤: 중학교에 16년째 있는데 아이들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았어요. 청소년기에 진입하면서 겪는 불안이나 외로움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거든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어요. 애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예전이랑 너무 달라요. 전 세계가 SNS로 연결되어 아이들을 자극해요. 부모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죠. 내가 어른이 되어 접한 내용을 아이들은 나보다 일찍 접하고 더 폭넓게 접하기 때문이에요. 시대가 주는 기회도 많이 다르고요. 저희 때는 공부 외에는 달리 길이 없었잖아요. 근데 지금 아이들은 여러 방면에서 열등감을 느끼는 거 같아요. 그래서 감히 사춘기에 대해서 함부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게 우선 필요한 것 같아요. ‘나 때는 안 그랬다.’ 이런 말은 다 소용없어요.
저희 집 아이들이 이제 대학 3학년, 1학년이에요. 제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요즘 많이 느껴요. 사춘기가 내 손을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마지막 기회예요. 좀 더 많이 집중해 줬으면 좋겠어요. 집중이 관여하라는 게 아니라 의미 있게 집중하는 거예요. 애가 느끼는 불안이나 고통을 함께- 물론 한 걸음 떨어진 상태에서요. 함께 버텨주셨으면 좋겠어요. 애들이 많이 외로워해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이요. 어릴 때와 달리 이제 세상의 관점에서 자기들도 견적이 나오거든요. 현실적 불안이 있는데, 아직 덜 여물었기 때문에 근거 없이 막연한 불안도 같이 섞여서 혼란스러워 해요. 아이 입장에서는 불안이 너무 크니까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가 없죠. 엄마가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애들의 외로움을 가중시키고요. ‘엄마는 역시 나를 이해 못 해. 내 고민과 고통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니 악순환이에요.

사춘기 사용설명서 부모교육 강의 (2018년)
송: 저도 아이의 불안에 기름을 부은 거 같아요. ‘그러게 왜 그랬어? 내 그럴 줄 알았다.’ 이런 말이 절로 나오거든요. 어쩌죠?
윤: 그런 말이 한두 번 나오는 것과 일상으로 나오는 건 다르거든요. 부모로서 한 번의 실수에 대해 너무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어요. 완벽한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완벽하지 않은 행동에 너무 집중할 필요는 없어요.
송: 주변 이야기 듣다 보면 애한테 조금이라도 상처 주면 안 될 것 같아요.
윤: 그래서 금쪽이들이 생기죠. 상처 안 받는 사람이 어딨어요?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기본값 나오면 된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모습의 부모를 권장하는 듯한, 이런 부모가 정답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똑같은 모습의 부모는 될 수도 없어요. 그건 지향점을 제시해 주는 거지, 완벽하게 수행하라는 건 아니거든요. 결국 내 색깔대로 내 아이를 키우고 아이도 자기가 타고난 색깔과 엄마가 키우는 색깔이 더해져서 사는 거예요. 한 개인으로서 여러 가지 굴곡을 거치면서 아쉬운 점도 있고 못한 점도 있겠지만 어쨌든 자기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이렇게 살아내 왔잖아요. 그런 자신을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송: 저도 자라면서 이런저런 일 겪으면서 컸는데 아이의 시행착오는 줄여주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조언이나 충고가 먼저 나가는 거 같아요.
윤: 아프지 않길 바라서 하는 말이지만, 그 부분은 부모가 조절해야 해요. 아이의 실패나 고통에 ‘아파하지 말고 담대해져라.’ 이런 조언은 비현실적이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안쓰럽고 힘들어요. 그렇지만 그 감정은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요. 엄마가 더 불안해하고 더 고통스러워하면 아이가 말을 못 하죠. ‘말해봤자 도움도 안 되고 골치 아파.’ 그렇게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부모는 자기 고통은 자기가 감당하고 의연할 때 부모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나의 부족함은 주변 사람이 채워줘요
송: 우리의 힘든 시절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윤: 제가 약간 냉정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저도 힘든 시기에 가장 힘을 얻게 되는 건 ‘사람’이더라고요. 가족을 제외하고 제 입장에서 먼저 얘기 들어주고 ‘네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와의 관계는 계속 간다.’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들이 나눠주는 위로가 정말 크더라고요. 너무너무 힘들 때는 책이 안 읽히지만 조금 진정이 되고 생각하는 기능이 생기면서 책을 읽어요. 심리학과를 선택한 것도 고3때 읽었던 책 영향이고요. 딸아이가 고3 시절, 힘들어 할 때도 책을 권했어요. 에픽테토스의 <삶의 기술>을 읽고 아이도 도움 많이 받았어요. 파커J.파머 <모든 것의 가장 자리에서>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송: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윤: 제가 일 욕심이 많아서 일을 줄이는 게 목표인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책 읽고 공부하는 모임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하고 싶어요.

2023.6.28.요즘부모연구소 출범식
송: 줄여야 할 일에 사교육걱정 활동은 안 들어가니 다행입니다. 올해 요즘부모연구소 소장을 맡으셨잖아요. 출범식에서 자신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들이 나를 도와준다는 연결의 힘을 믿기에 이 자리를 맡았다고 하셨던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윤: 온라인 상담톡 유튜브 촬영과 ‘학부모맑음’ 워크숍 준비 과정 모두 상담위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갔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가 큰 울타리만 되어주면 나머지는 각자의 유능한 개성으로 채워주시는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이번에도 제가 수장을 맡겠다 결심할 수 있었어요.
상담넷 상담위원으로 윤다옥 소장님을 지켜보며 오랜 시간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는 소장님의 저력이 궁금했다. 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긍정과 나의 부족한 점은 다른 누군가가 채워줄 거라는 공동체를 향한 믿음이 그 뒷심의 실체였다. 나 역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서로를 기꺼이 도우려는 사람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 무한경쟁, 각자도생의 시대라지만 ‘함께 하는 기쁨’을 알아버린 우리는 그 온기 곁에 머물고 싶어 이곳에 있다. 울타리를 지키기만 할 뿐, 큰 역할을 하는 건 아니라는 윤다옥 소장님의 리더십에 신뢰의 박수를 보낸다.

■인터뷰 : 노워리기자단 송미소
노워리상담넷은 교육과 양육 고민을 상담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온라인 상담소이다. 나는 지난 3년간 이곳에서 상담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정작 상담넷을 이끌고 계신 윤다옥 소장님과 따로 이야기 나눌 기회가 흔치 않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학교 상담교사, 교육시민운동까지, 게다가 올해 6월에 출범한 ‘요즘부모교육연구소’의 소장 자리까지 맡으신 소장님과 좀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드디어, 지난 8월 인터뷰 기회를 마련했다.
송미소(이하 송) : 상담교사로 학교에서 근무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윤다옥(이하 윤) : 전문 상담 교사가 처음으로 배치되기 시작한 2007년부터 근무했어요. 상담 전공자로서 학교 전문상담교사가 잘 정착되는데 책임감을 갖고 있었어요. 전문상담교사 교육실습생도 번거로운 업무지만 초기부터 받았고요. 학교 상담 교사가 된 건 현실적인 근무 여건, 경제적인 부분,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 작용했어요. 그렇지만, 제 안에 있는 공적 영역에 관심, 사회적 기여와 책임감도 컸던 것 같아요. 잘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능력, 투자해온 노력에 대한 인정과 신뢰가 작용했어요.
송: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인정하고 신뢰한다는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윤: 저는 자신감이 충만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주위 어른들이 칭찬하시니까 속으론 자신 없어서 떨리고 걱정됐지만 그만큼 더 잘해내고 싶었던 거 같아요. 상담을 전공하고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고나 1등이 아닐 수도 있지만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더 잘 해내려고 들인 노력을 편안하게 말하게 되었고요. 내 모습 그대로라도 충분히 잘 할 수 있고, 공적인 영역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물론 아직도 떨리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은 습관처럼 남아있습니다. 이건 아마 잘 없어지진 않을 거 같아요.
사회적으로 안정된 만큼 기여하고 싶었다
송: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윤: 동료 교사의 소개로 알게 되어 2009년에 후원회원으로 가입했어요. 2007년 임용이 되기 전까지 대학상담소, 청소년 상담기관 등 비정규직으로 일했는데 교사라는 안정적인 신분이 되면서 후원을 결심했어요. 2010년쯤 단체에서 메일이 왔어요. 상담 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회원들이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었어요. 첫 회의에 참석하고 논의를 거쳐 2011년에 노워리 상담넷이 개소되었습니다.
송: 회원들 중에 민주시민으로서 역할을 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계셔요.
윤: 교육운동은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이 정도로 안정 됐으니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어요. 처음에는 정책 이야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싶었어요. 이 단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내 성향과 좀 맞지 않더라도 기여해야 하는 바가 있으면 최선을 다하고 싶었죠.
송: 공적으로도 스스로에게 책임감이 강하신 거 같아요.
윤: 제가 허세나 명예욕도 약간 있고 성취 지향적이에요. 교육부 프로그램 같은 건 안 해도 되는 건데, 참여해서 밤새고 결과물에 스트레스 받고 애들한테 짜증도 내요. 엄마와 직장인으로서만 사는 게 아니라 개인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게 중요했어요. 퇴근하고 애들 데리고 회의에 가기도 했어요. 애들 옆 테이블에 앉혀놓고 색칠 공부나 숙제하게 하고, 집에 갈 때 지하철에서 잠들면 엄마가 깨웠을 때 짜증내지 말고 일어나야 한다 약속하고 아이들을 재웠고요. 기질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행운이었죠. 제가 욕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을 애들 때문에 못한 건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송: 평소에 운동도 상당히 열심히 하시잖아요.
윤: 어려서부터 몸을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우리 집 애들이 수영하는 걸 보니 나도 더 이상 두려움 없이 자유롭고 싶었어요. 마흔 넘어 수영을 3년간 배우면서 장벽을 없앴죠. 다음에 선택한 운동이 배드민턴이에요. 6년째 하고 있어요. 운동 자체도 굉장히 힘이 들었지만 배드민턴은 4명이서 하는 운동이라 인간관계에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어요. 그런데도 이 운동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어요. 제가 하나를 꾸준히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구요. 상담이 아무래도 마음과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다 보니 몸을 좀 써야겠다 싶었어요. 일하면서 두통이나 스트레스 증상이 꽤 있었는데 수영하면서 사라졌어요. 운동 기능이 발전하는 걸 느끼는 즐거움이 참 커요. 의도한 대로 내 몸을 쓸 수 있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 충족감이 커서 배드민턴도 계속 하고 있어요.
사춘기는 부모가 영향력을 끼칠 마지막 기회
송: 책 이야기를 해볼까요?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 <어느날, 갑자기, 사춘기>를 내셨어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사춘기를 10년 넘게 지켜보셨는데 요즘 아이들이 옛날이랑 많이 다른가요?
윤: 중학교에 16년째 있는데 아이들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았어요. 청소년기에 진입하면서 겪는 불안이나 외로움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거든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어요. 애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예전이랑 너무 달라요. 전 세계가 SNS로 연결되어 아이들을 자극해요. 부모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죠. 내가 어른이 되어 접한 내용을 아이들은 나보다 일찍 접하고 더 폭넓게 접하기 때문이에요. 시대가 주는 기회도 많이 다르고요. 저희 때는 공부 외에는 달리 길이 없었잖아요. 근데 지금 아이들은 여러 방면에서 열등감을 느끼는 거 같아요. 그래서 감히 사춘기에 대해서 함부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게 우선 필요한 것 같아요. ‘나 때는 안 그랬다.’ 이런 말은 다 소용없어요.
저희 집 아이들이 이제 대학 3학년, 1학년이에요. 제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요즘 많이 느껴요. 사춘기가 내 손을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마지막 기회예요. 좀 더 많이 집중해 줬으면 좋겠어요. 집중이 관여하라는 게 아니라 의미 있게 집중하는 거예요. 애가 느끼는 불안이나 고통을 함께- 물론 한 걸음 떨어진 상태에서요. 함께 버텨주셨으면 좋겠어요. 애들이 많이 외로워해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이요. 어릴 때와 달리 이제 세상의 관점에서 자기들도 견적이 나오거든요. 현실적 불안이 있는데, 아직 덜 여물었기 때문에 근거 없이 막연한 불안도 같이 섞여서 혼란스러워 해요. 아이 입장에서는 불안이 너무 크니까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가 없죠. 엄마가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애들의 외로움을 가중시키고요. ‘엄마는 역시 나를 이해 못 해. 내 고민과 고통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니 악순환이에요.
사춘기 사용설명서 부모교육 강의 (2018년)
송: 저도 아이의 불안에 기름을 부은 거 같아요. ‘그러게 왜 그랬어? 내 그럴 줄 알았다.’ 이런 말이 절로 나오거든요. 어쩌죠?
윤: 그런 말이 한두 번 나오는 것과 일상으로 나오는 건 다르거든요. 부모로서 한 번의 실수에 대해 너무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어요. 완벽한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완벽하지 않은 행동에 너무 집중할 필요는 없어요.
송: 주변 이야기 듣다 보면 애한테 조금이라도 상처 주면 안 될 것 같아요.
윤: 그래서 금쪽이들이 생기죠. 상처 안 받는 사람이 어딨어요?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기본값 나오면 된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모습의 부모를 권장하는 듯한, 이런 부모가 정답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똑같은 모습의 부모는 될 수도 없어요. 그건 지향점을 제시해 주는 거지, 완벽하게 수행하라는 건 아니거든요. 결국 내 색깔대로 내 아이를 키우고 아이도 자기가 타고난 색깔과 엄마가 키우는 색깔이 더해져서 사는 거예요. 한 개인으로서 여러 가지 굴곡을 거치면서 아쉬운 점도 있고 못한 점도 있겠지만 어쨌든 자기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이렇게 살아내 왔잖아요. 그런 자신을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송: 저도 자라면서 이런저런 일 겪으면서 컸는데 아이의 시행착오는 줄여주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조언이나 충고가 먼저 나가는 거 같아요.
윤: 아프지 않길 바라서 하는 말이지만, 그 부분은 부모가 조절해야 해요. 아이의 실패나 고통에 ‘아파하지 말고 담대해져라.’ 이런 조언은 비현실적이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안쓰럽고 힘들어요. 그렇지만 그 감정은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요. 엄마가 더 불안해하고 더 고통스러워하면 아이가 말을 못 하죠. ‘말해봤자 도움도 안 되고 골치 아파.’ 그렇게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부모는 자기 고통은 자기가 감당하고 의연할 때 부모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나의 부족함은 주변 사람이 채워줘요
송: 우리의 힘든 시절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윤: 제가 약간 냉정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저도 힘든 시기에 가장 힘을 얻게 되는 건 ‘사람’이더라고요. 가족을 제외하고 제 입장에서 먼저 얘기 들어주고 ‘네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와의 관계는 계속 간다.’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들이 나눠주는 위로가 정말 크더라고요. 너무너무 힘들 때는 책이 안 읽히지만 조금 진정이 되고 생각하는 기능이 생기면서 책을 읽어요. 심리학과를 선택한 것도 고3때 읽었던 책 영향이고요. 딸아이가 고3 시절, 힘들어 할 때도 책을 권했어요. 에픽테토스의 <삶의 기술>을 읽고 아이도 도움 많이 받았어요. 파커J.파머 <모든 것의 가장 자리에서>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송: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윤: 제가 일 욕심이 많아서 일을 줄이는 게 목표인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책 읽고 공부하는 모임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하고 싶어요.
2023.6.28.요즘부모연구소 출범식
송: 줄여야 할 일에 사교육걱정 활동은 안 들어가니 다행입니다. 올해 요즘부모연구소 소장을 맡으셨잖아요. 출범식에서 자신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들이 나를 도와준다는 연결의 힘을 믿기에 이 자리를 맡았다고 하셨던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윤: 온라인 상담톡 유튜브 촬영과 ‘학부모맑음’ 워크숍 준비 과정 모두 상담위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갔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가 큰 울타리만 되어주면 나머지는 각자의 유능한 개성으로 채워주시는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이번에도 제가 수장을 맡겠다 결심할 수 있었어요.
상담넷 상담위원으로 윤다옥 소장님을 지켜보며 오랜 시간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는 소장님의 저력이 궁금했다. 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긍정과 나의 부족한 점은 다른 누군가가 채워줄 거라는 공동체를 향한 믿음이 그 뒷심의 실체였다. 나 역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서로를 기꺼이 도우려는 사람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 무한경쟁, 각자도생의 시대라지만 ‘함께 하는 기쁨’을 알아버린 우리는 그 온기 곁에 머물고 싶어 이곳에 있다. 울타리를 지키기만 할 뿐, 큰 역할을 하는 건 아니라는 윤다옥 소장님의 리더십에 신뢰의 박수를 보낸다.
■인터뷰 : 노워리기자단 송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