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있는공부] "하고픈 공부, 자기 방식대로 한 사람" – 철학자 강영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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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세 글자를 다시 한 번 검색했다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장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빼곡한 경력 아래로 'CBS TV 신년 특집 새롭게하소서’ 철학자 강영안 교수 편기사가 주목을 끈다떨림을 안고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말쑥한 차림의 노신사가 미리 와 기다리고 있다.

서정필(이하 서)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꿈이 있는 공부’ 주제로 강의하신지 벌써 3년 가까이 흘렀습니다보통 공부라 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자격이나 점수 내는 과정을 떠올리는데 그 강의는 공부 그 자체에 대한 통찰을 얻는 기회였습니다.
강영안(이하 강) : 학교를 다녔으니 저도 점수를 따긴 땄지요. (웃음물론 그 점수로 환산되는 공부라고 해서 공부가 아니라는 것은 아닙니다하지만 그게 전부로 받아들여지면 안 된다는 게 제 주장 중에 첫 번째지요.
삶 전체를 한 덩어리로 봤을 때 그 전체가 공부이고또 부분 부분도 모두 공부라는 거지요시기 시기마다 처한 삶터에서 하는 모든 행동사람들을 만나고 글자를 배우고 셈을 배우는 것또 말을 배우고 처신하는 법을 배우는 것그런 것을 모두 공부라고 하지요.


집중하면서 내 안에 변화과정을 거쳐야

2014년 4월, '꿈이 있는 공부'를 주제로 학부모들을 만난 강영안 교수님.


공부라는 말의 어원을 보면 어떤 언어에서든 애쓰다노력하다그래서 힘들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그렇다면 왜 애써야 하고 힘을 써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텐데어떤 공부든지 집중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모름의 상태에서 앎의 상태로 변하기 위해서는 집중은 필수적이에요마음을 모으고 한 곳에 집중시켜야 모름에서 앎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지요.
 
두 번째로 강조한 내용이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것인데요인문학이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소통하고사람을 설득시키는 방식에 대한 학문이거든요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건 이해하고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이러한 점에서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했지요.

마지막으로 프랙티스(practice)를 강조했지요아무리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정보는 그냥 알고만 있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지요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칩시다그럼 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 아니라는 소리는 안 하겠지요그런데 그게 끝이에요여러 정보가 자기 안에서 변화 과정을 거쳐야 의미를 가지게 돼요.
 
강의 때 제가 자전거의 비유를 들었는데 자전거 타는 법을 아는 것과 실제로 타는 것은 다릅니다어떤 정보 혹은 지식이든 Information(지식) - Transfortation(변화) - Enjoyment(즐김단계까지 거쳐야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주제나 토론하고 누님의 책을 먼저 읽기도

"사실 시험 점수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대신 책을 읽고 토론하고 하는 데 관심을 많이 두고 지냈지요."

 
강영안 교수는 첫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마치 3년 전 꿈이 있는 공부’ 강의를 하는 것 같은 열정을 드러냈다이내 정신을 차리고 잠시 목을 축이는 틈을 타 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서 학창시절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셨는지요.
강 어렸을 때도 사실 시험 점수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대신 책을 읽고 토론하고 하는 데 관심을 많이 두고 지냈지요어릴 때 교회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그 분과 토론했어요그 때 느낀 게 꼭 좋은 학교 나온 사람에게 배울 필요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그 선생님은 공식 교육과정을 밟지 않는 분이라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분이었지요.

그 분이 주로 보시던 책이 신동아사상계 등 정치 관련 책들인데 그 선생님하고 여러 주제에 관해 토론을 했어요사실 시골 교회이다 보니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서였는지 주제 정해놓고 편 갈라서 우리들끼리도 토론을 자주 했지요. ‘여성이 좋은가남성이 좋은가?’, ‘여름이 좋은가겨울이 좋은가?’ 한 번은 겨울이 막 좋다고 하다가 편 바꿔서 하게 되면 여름이 막 좋다고 하고돌이켜 보면 그런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반세기 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바로 얼마 전의 일처럼 생생히 그 시절을 기억해냈다잠시 후소년 강영안이 처음으로 지적 충격을 받은 장면이 이어졌다.

강 : 1964년 겨울그러니까 중학교 2학년 말로 기억하는데요서울에서 대학 다니던 7살 위 누님께서 함석헌 선생님의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라는 책을 방학 때 사왔어요누님보다 제가 그 책을 먼저 읽었는데그때 받은 충격이 크게 세 가지에요.
 
먼저 책을 펼치면 영국 시인 쉘리가 쓴 시 중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라는 구절인데요. ‘겨울이 오면 봄이 멀 수 있으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요감탄스러우면서도 놀라웠어요그 다음으로 김미리사라는 분이 함석헌 선생님께조선 청년들은 뒷짐을 자주 지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빨리 걸어야 한다고 하는 대목도 기억에 남아요마지막으로 열 두 광주리’ 라는 글에서 서술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처음 접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요.
 
그렇게 독서를 통해 세상에 대한 관심을 넓혀갔고 파스칼키에르케고르성 어거스틴김형석 선생님의 영원과 사랑의 대화’, ‘이성의 피안’, 이어령 선생님의 흙속에 저 바람 속에’ 또 안병욱 선생님의 현대 사상’ 이런 책을 읽고 살았지요잡지로는 사상계와 현대문학’, 고등학교 때 이 두 잡지 호수 맞춰 놓는 것이 취미였어요.

해야 할 공부를 내가 결정하다

"자신은 그렇게 안 살면서 그런 환경만 인공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아이가 대번 알아차립니다."


서 신학대학에 진학하신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과로 다시 입학하신 이력이 눈길을 끄는데요그 이유가 네덜란드 신학 공부를 하다가 번역본이 아닌 원서를 직접 읽고 싶어서였다니 놀랍습니다.
강 그게 보통 사람들 시선으로 보면 의아할 수 있는데 저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아까 말씀 드린 대로 이미 오래 전부터 신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하고 공부했는데 하다보니 네덜란드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어요그래서 혼자서 책 찾아보고 하다가 아예 네덜란드어를 제대로 공부하자 싶어서 서울로 올라왔지요.

서 공부의 본질에 대해 알고 있지만 미약한 개인이 이 세태를 거스르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은 환경이지요언젠가 저희 형님이 저한테 하는 말씀이 네가 그래도 학자로서 이름을 얻은 건 하고 싶은 공부를 네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할 수 있어서 그랬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열두 살 때 돌아가셨는데 어릴 때 아버지가 교회 가는 것을 정말 싫어하셨거든요만약 아버지가 계셨으면 신학 전공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어머니는 그냥 네 맘대로 하라고 하시고 형님누님도 하고 싶은 공부 하는 것은 제가 결정하는 것이고 그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라고 했어요그런 환경이었기에 제가 하고 싶은 공부가 뭔지 고민하고 어떻게 공부할지 결정하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석헌 선생 책이랑 사상계’, ‘현대문학을 형님누님들이 먼저 읽지 않았다면 제가 그 시절에 그런 책들을 어떻게 접했겠어요그래서 아이들 세계문학전집 읽히고 싶으면 그냥 부모가 읽으면 돼요그럼 애들이 저거 뭐지?’ 하면서 그냥 읽어요자신은 그렇게 안 살면서 그런 환경만 인공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아이가 대번 알아차립니다.
 
그렇게 먼저 읽고 나면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변화과정이 필요하거든요거기에 가장 좋은 게 토론입니다토론할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우선 하나의 주제에만 집중하고 그 순간만큼은 아이와 동등한 위치에 서야 합니다. “내가 네 엄마인데아빠인데 이렇게” 나가면 괜히 말싸움만 되고 토론 의미가 없어져요.


시대를 거스르는 사람이 이긴다

 
서 교수님께서는 상당히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오셨는데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지요.
강 돌아보면 정말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는데요일부러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그 때 그 때 흥미 있는 주제에 집중하다보니 또 다른 공부할 것이 생겼어요.

그런데 철학 공부를 해야겠다는 큰 뼈대는 20대 중반에 이미 결정되었어요여러 언어를 배우게 된 것도 제가 언어 자체를 공부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네덜란드 신학 원서를 보기 위해 네덜란드어 공부를 한 것처럼 그 말이 필요해서 공부했던 거예요누가 번역하거나 해설한 것으로 공부하는데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그래서 배운 거지요.

서 교수님 말씀 중에 정보를 통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있었는데 요 사이 긴 글을 읽기 싫어하고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큽니다우려되는 부분이 많으실 것 같아요.
강 트위터가 140자지요지난 주에 제가 CBS TV 신년 특집 새롭게하소서에 출연한 영상이 있는데 그것을 5분짜리 몇 개로 잘라서 페이스북에 업로드했더라고요.

그런데 확실한 건 결국 ’Against the current’, 조류를 거스르는 사람이 이긴다는 거예요. ‘이긴다는 표현이 또 경쟁사회에서 승리한다고 해석될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데요조류만 따라서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면 언젠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글만 보다 보면 전체를 볼 수가 없습니다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야 자유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남 따라서 어떻게 참고해도 자신이 원작자가 되지 못하고 잘 해야 복사물 혹은추종자로만 살아가게 됩니다주체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게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집중했다면 시행착오도 의미를 남긴다

2014년 4월에나 2017년 1월에나 한결같이 강조하는 말씀은, "공부 기초 근육"을 길러야 한다는 것...


교수님 나름의 공부 원칙을 좀 정리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강 우선 공부는 쉬운 것부터 해야 한다는 겁니다자기가 아는 수준에서 출발해야 합니다남들 뭐 하는지 볼 필요 없어요남들이 뭐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다음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집중해야 합니다제가 통합을 강조했는데 통합은 나중에 하는 거예요일단 기초가 쌓여야 통합도 되는 거예요기초를 쌓을 때에는 그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공부 기초근육이 길러진 뒤에는 아주 본질적이고 전체적이며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야 해요한 대목 가지고 하루 종일 고민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이 과정이 단순한 정보를 체화시키는 중요한 과정입니다이래야 자신의 지식이 됩니다.

이 인터뷰를 주로 읽으시는 분들이 아이를 기르는 학부모님인데요학부모님들에게 남겨주실 말이 있으신지요?
강 부모부터 삶의 방식을 바꾸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부모가 먼저 그렇게 살면 됩니다살아야 하는 거지, ‘사는 법’ 그런 건 없잖아요부모가 삶의 방식을 바꾸면 아이들도 따라옵니다그리고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돌아보면 저도 직선으로 이 시간까지 온 게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거든요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때 시행착오도 충실하게 집중해서 했다면 나중에 다 남게 되어 있어요아이를 어떻게 만들려 하지 말고 부모가 먼저 그렇게 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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