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탈출] “샘 떠나시면 딴 학원가야 하니, 제발 그만 두지 마세요.” - 수학 강사 강주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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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한두 명쯤은 사교육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을 만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여겨질까 봐 단체와 관련된 화제를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다 우연히 이들의 속내를 들을 때면 뜻밖의 고백을 듣곤 한다.
사교육으로 올릴 수 있는 성적은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진정한 실력 향상에 해가 될 때가 많다면서 우리 단체의 활동을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성 회원으로 활동하는 분들 중에는 학부모도 있고
공교육 교사도 있지만, 종종 학원 강사를 만날 수 있다.

2015년 수학 교육과정 개정 토론회 중


지난 2015년 수학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한창이던 때, 공청회나 컨퍼런스는 물론이고, 방송 프로그램의 토론자로 나서서
과도하게 많은 내용과 어려운 수학 교과과정 때문에 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황폐해지는지를 증언하던 학원 강사가 있었다.
마산에 있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강주용 회원님이다. 마산까지 강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긴 시간 동안,
이 먼 길을 하루 만에 왕복하며 사무실과 토론회장을 종횡무진하던 선생님의 열정이 새삼 놀라웠다.  

채송아 (이하 채)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강주용 (이하 강) : 2010년이었을까요? 그 당시 대구에 있는 학원에서 특목고 진학을 책임지는 팀장을 하고 있었어요. 
‘대한민국 1%’ 카페 같은 사교육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찾아보다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카페까지 눈에 띄었는데, 
뭔가 좀 다르다 싶었어요. 그 당시 저는 애들 열심히 공부시켜서 좋은 학교 많이 보내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카페를 둘러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제가 전부터 고민했던 부분들이 거기에 올라와 있는 거예요. 특히 아이들 성장에 관한 부분이요. 
강사들끼리 털어놓는 고민들이 올라와 있기에 호기심이 생겼죠. 내가 고민했던 방향과 맞다고 느껴서 글만 읽으면서도 
계속 드나들었어요. 2012년 연말 즈음 마산 지역 모임에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공부와 성적에 대한 압박을 풀어줄 곳이 필요

채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지향하는 바와 사교육 업계는 대립관계인 것처럼 보이잖아요.
학원 강사이면서 단체 활동하실 때 신념이랄까 정서적인 면에서 갈등이 있지는 않으셔요? 
강 : 처음엔 단체에 와서 학원 강사라는 직업을 밝히기가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단체에서 하는 고민들이 곧 제 고민이었기 
때문에 단체 활동을 하면서 제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시험을 보고 나면 ‘몇 점이냐, 몇 등이냐’고 안 물어보거든요. 
아이들이 잘 쳤다고 하면 ‘그래, 고생했다.’ 하고 끝인 거죠. ‘어? 저 선생님이 성적으로 압박하지 않네!’ 하면서 아이들이 저에게서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점점 확신이 드는 거예요. 애들한테는 학교든 가정이든 어딜 가나 공부와 성적 때문에 
압박을 느끼는데 그걸 풀어줄 곳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채 : 정작은 가장 압박을 받아야 할 곳이 학원인 거 같은데요. 
강 : 대구에서 학원 강사 할 때 새벽 6시 수업도 했어요. 테스트 통과 못한 아이들 모아서 ‘아침에 5문제 풀고 학교에 가자’면서 
아침 6시까지 학원에 오게 해서 7시 20분쯤 보내주는 거죠. 특목고 입시 지도할 때였는데, 자율고에 진학한 학생이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제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건 아니구나 싶어서 2012년 5월에 마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단체 활동하면서 제가 하고 싶었던 수업들을 펼쳐 나가던 시기와 
거의 일치하죠. 아이들을 성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만 있다가 드디어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어요. 
제가 변하니까 아이들에게서도 변화가 보이는 거예요.

변화의 핵심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

강주용 회원님의 제자 준혁이와 태훈이


채 : 그래도 학원 강사의 존재 이유는 성적 향상으로 증명돼야 하잖아요.
강 : 2012년에 중학교 2학년이던 아이들, 준혁이와 태훈이(지난 2월 호 인터뷰의 주인공들) 같은 친구들이 이번에 좋은 수학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 당시에 가르치던 고등학생들도 성적이 조금씩 올랐고 무엇보다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아이들하고 저하고 관계가 달라진 거죠. 

채 : 변화의 가장 큰 핵심은 결과에 대해 압박하지 않는 건가요?
강 : 보다 근본적인 핵심은 수학을 공부하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거죠.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면 성적에 변화가 생깁니다. 문제를 풀면서도 애들한테 계속 질문을 던지는 거죠. 
‘이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해? 이건 왜 이렇게 돼?’ 이런 질문을 애들한테 많이 합니다. ‘이 공식을 써야 한다면 왜 써야 하는 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게 시간을 줘요. 문제를 풀 때도 학습지나 일반적인 학원에서는 답이 구해지면 
끝나잖아요. 그런데, 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답이 왜 나왔느냐는 질문을 던졌거든요. 그러니까 애들이 생각을 하기 시작해요. 

회원 MT에서 강주용 선생님.

채 : 진도에 대한 압박은 없었나요?
강 : 가르치는 제가 많이 받았죠. 생략하는 것도 많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어요.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봤던 애들은 그다음 
내용이나 다음 학년에 배우는 부분을 훨씬 빠르게 이해하니까 해결  되더라구요.
채 : 어떤 부분을 생략하시는 건가요?
강 : 공식이 원래 하나인데, 그걸 조금씩 변형해서 만들어 놓은 공식들이 또 있거든요. 교재나 문제집에서는 그 변형된 공식들을 하나하나 다 잘라놔서 그걸 따로 외우려면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저는 처음 수업할 때 전체 내용을 묶어서 흐름을 만들어주고, 그 흐름을 이해하는 순간 다음 내용이 나오면 ‘아, 이 내용이 앞에 그거였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줘요. 그러면 그다음 설명을 안 해도 
돼요. 

채 : 따라오지 못하는 애들도 있지 않나요?
강 : 있죠. 원래 가지고 있는 개인차도 있고, 이해하는 방법도 저마다 다르고요. 선생님마다 설명 방식이 다르니까 제 방식이 
안 맞는 애들도 있을 수 있어요. 가끔은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온 아이들도 있고요. 
한 여학생이 뭔가 설명을 해주면 “선생님, 알겠는데,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이 아이는 
지속적으로 그런 표현을 하더라고요.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되는데, 실제로 활용을 하거나 자기 스스로 그 과정을 만들어내진
못하겠다는 거죠. 전체적인 흐름은 어느 정도 안다는 거니까 다른 실질적인 예시나 쉬운 설명들이 필요한 거예요. 
학생들이 확실하게  표현을 하면 제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정답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려야 공부가 시작돼

채 : 제 딸아이 중3 때 수학학원에 갔는데, 개념 하나를 꼼꼼하게 설명하면서 한 번 가르치는 것보다 여러 번 보고 그 개념을
익숙하게 하는 게 결과적으로 낫다고 하시면서 선행 여러 번 돌리는 걸 강조하더라고요. 중3 기말고사 끝난 11월 초부터
2월 말까지 고등학교 1학년 과정 전체를 다 끝냈어요. 
강 : 선생님들마다 ‘개념을 이해했다’는 표현을 쓰는 정도가 다 달라요. 우리나라 교육 현실상, 깊이 있는 내용까지 알아야 
이해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부분은 사전적인 의미만 알아도 개념을 안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반복을 하니까 더 낫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죠. 반복하면 처음엔 몰랐던 걸 두 번, 세 번 들으면서 알게 되는 순간이 생기거든요. 
저는 이게 왜 이렇게 됐는지 정확하게 알고 나서 그다음 개념을 연결할 정도가 되려면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되면 개념의 흐름이 잡히니까 죽 연결해서 한 흐름으로 이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채 : 아이가 수학 공부할 때 제일 궁금한 것 중에 하나는 어려운 문제가 나왔을 때 얼마나 오래 고민해야 하는가였어요.
도저히 안 풀리면 답지를 봐도 된다고 하시는데, 어느 시점에서 답지를 봐야 하는 거죠?
강 : 아이들은 수학 공부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아는지, 공부했는지 증명해야 하니까 답을 맞히는 게 목적이 됩니다. 
답을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한다’ 고 했을 때, ‘나는 생각을 해서 이 문제를 맞혀야 돼.’라는
 강박관념이 우리 아이들을 사로잡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이고 ‘복습’인데, 
그걸 인정 안 하는 거죠. 그 문제를 풀려고 책을 펼치고 시도해야만 공부하는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오래 보면 그 문제가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그러면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그 문제가 떠오르니까 이렇게 풀면 안 될까, 저렇게 풀면 안 될까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거든요. 물론 머릿속으로 하는 고민은 한계가 있어서 끝까지 풀지는 못해요. 
어느 순간 A라는 방법을 쓰면 되겠다 싶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도를 해보는 거죠. 그동안에 여러 가지를 떠올리는 게 지금까지 
공부한 것에 대한 복습이거든요. 그리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여러 가지 개념을 활용하다 보면 그 문제에 대한 개념의 깊이가 
조금씩 더 깊어지는 거죠. ‘꼭 답을 맞혀야 되느냐’라고 묻는다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지금은 못 풀지만 나중에 풀릴 수가 
있어요. 한두 달 내에는 풀 수 있으니까 맞히는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최대한 고민을 하고, 하다 하다 답이 알고 싶으면 그쯤에는 
답지를 한 번쯤 펼쳐 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채 : 답을 맞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만 벗어나도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가 되고, 그러면서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있고,
정 안되면 답을 봐도 된다는 거네요. 
강 : 그런데 여러 가지 고민도 해보고 시도를 해보고 답지를 본 애랑, 모른다고 그냥 답지를 펼친 애랑 답지를 이해하는 수준이 
틀려요. 
채 : 그런데, 숙제가 많잖아요. 학원에서 내 주는 숙제 양이나 자기가 해내야 할 공부 양 때문에라도 빨리 답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거 같아요.
강 : 중학생 정도 되면 일반적인 학원에서 시험을 앞두고 1000문제 정도 풉니다. 시험 대비 문제집에만 4,500문제가 실려요.
평소에 진도 교재는 따로 있잖아요. 시험 전에 적게 풀어도 500문제는 풀게 돼요. 그러면 이 아이들이 생각은 언제 하냐는 거죠. 
문제 푸는 기계가 돼요. 아이들이 시험 치는 장면을 보면 ‘아, 이거 학원에서 준 거에 있었어.’하면서 생각하며 공부하는 법을 아예 
잊어버리게 돼요. 고등학교 와서 정말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 나왔을 때 적응을 못하는 거죠. 

시작부터 끝까지 자력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전국 공청회에서 발언 중인 강주용 선생님


채 : 공교육 내에서 보충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다보면 사교육 의존이 생기게 되지 않나요? 대학교 가서도 학원을 전전하는 학생들이 많던데요.
강 : 학원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는, 어떤 생각을 스스로의 힘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공부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어려서부터 
학습지를 하거나 계속 학원을 전전한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이 공식을 왜 써?’라고 물으면 전혀 대답을 못해요. 
이 공식이 의미하는 걸 몰라요. 계속 집어넣기만 하는 거죠. 지식을 주입받기만 했으니까요. 함수를 배우면서 함수가 뭔지 
모르는 거죠. 정의역이 뭔지, 치역이 뭔지 물어보면 사전적인 의미는 아는데, 하나하나 그게 무얼 뜻하는지 생각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어요. 이건 한국사회 교육의 전체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런 문제가 학교에서 해결된다면 학원이 없어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다른 학원에 가서도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까 저는 그 시간을 주고 싶은 거예요. 

채 :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학원이 사라져도 된다고 하셨는데, 미래에 대한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강 : 어떻게 살까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는데, 뭘 하고 살까에 대한 고민은 별로 안 합니다. 설마 내가 할 게 없을까 싶거든요. 
아이들한테 그런 고민하지 말라고 하면서 제가 그 고민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학원이 사라질 때까지 아이들을 가르치겠죠? 
재작년에 일하던 학원을 그만두니까 가르치던 아이들 말이 ‘선생님 없으면 부모님들은 딴 학원 보내는데 다른 학원 가면 
또 스트레스받는다.’고 저 보고 계속 가르쳐달라 해서 다시 시작했어요. 

송인수 공동대표와 함께


채 : 강 선생님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이 높으신 것 같아요. 학원 강사들 중에는 그 일을 끝까지 하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던데요.
강 : 공부 가르치는 것 말고도 아이들과의 관계가 있으니까요. 아이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들이 이해 못해주는 걸 제가 이해해줄 수 있는 거고,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학원에 와서 말을 하든 안 하든 그냥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왔는데, 질문할 데가 딱히 없으면 수학 외에 다른 과목 질문도 가리지 않고 받아줘요. 공부 외적인 
것들도 물어보고요. 아이들이 저에게 마음을 주는 거 같아요. 이번에 졸업한 한 학생은 학교 기숙사 끝나고 와서 주말 내내 학원에 
있었어요. 수업은 토요일 2시간밖에 안 하거든요. 그런 관계들이 계속 만들어지니까 제가 제 일에 만족하게 되죠. 

지금 내 아이의 수학 공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유능한 강사의 설명이나, 더 많은, 더 어려운 문제를 푸는 노력이 아니고 그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미 아이의 마음에 꽉 차버린 정답에 대한 강박관념과 성적에 대한 불안을 부모가 다 사라지게 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압박이 아이와 수학을 점점 멀어지게 하는 길이라는 걸 깊이 깨우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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