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탈출] “틀린 걸 틀리다고 얘기하는 게 교육이라 생각하셔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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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경기도 김포에서 공부방을 연 지미영 회원님은 본인을 스스럼없이 ‘사교육업자’라고 소개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가치와 철학을 전파하는 ‘100인 강사’중의 한 명으로, 온라인 상담넷 1기 상담위원으로,
단체 일이라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흔쾌히 실천하는 지미영 회원님.
지난 7월 직접 운영하시는 경기도 김포의 공부방을 찾아갔다. 

김포에서 지미영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제 공부방은 공부가 어렵기로 소문났어요. 개념에 대해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거든요. 애들이 머리를 쥐어짜요.
저도 어렸을 때 사전을 놓고 개념 위주로 공부했던 거 같아요. 내가 익혔던 방법론을 가지고 아이들도 익히게 하는 거죠.
처음 온 학생이나 부모님께 우리 공부방은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되게 힘들다고 미리 알려줘요.
90점 맞는 아이를 100점 맞게 할 순 없지만, 30점 맞는 아이가 80점 맞도록 도와줄 순 있거든요.
애들이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렇게 공부하면 되는구나’를 경험하나 봐요.” 

지미영 선생님은 중3인 딸을 하나 두고 있다. 결혼 후 임신한 뒤로 어떤 일을 선택하는 기준에 항상 딸 아이 현애가 있었다. 
아이를 양육할 때 가치지향적인 배움이 일어나면서 병행할 수 있는 일로 ‘몬테소리 창의교육’을 선택했고, 
강사 양성 교육과정을 2년간 밟았다.

공부방 벽에 걸린 현애의 작품.

“속초에 살면서 제가 했던 창의교육은 ‘2+3=5’라는 교과 수업이 아니라 ‘탑 쌓기 하자.’고
교구를 가지고 놀면서 그 아이 말에 온전히 귀 기울여 주고, 눈 맞춰주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아이는 엄마보다 정서가 교감되는 선생님 말을 더 잘 듣게 되죠. 

그 중에도 학원 다니느라 행복하지 못한 아이들, 무기력증에 빠진 아이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
특히, 공부 잘 했던 부모 밑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숨 쉴 공간이 없어요.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거나 저능아 취급을 받고 퇴행하는 아이 부모들이 소문을 듣고 저를 찾으셨어요.
사교육에 찌들어서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되고,
내 딸을 학원에 안 보내면서 어떻게 자기주도 학습을 해야 하나 싶어 검색하다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알게 됐죠.
그게 2011년이네요.”


지나친 사교육의 피해를 막으려 시작한 길

이 길이다 싶은 일을 바로 실행에 옮기는 지미영 선생님은 자기주도학습 지도사 자격증을 비롯 전체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데 다시 2년을 투자했다. 서울 시내 곳곳을 다니며 자기주도학습을 강의했지만, 
단체로 모인 아이들에게 수십 가지 기술을 전수한들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지도받으려면 학생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게 문제였다. 
그때, 아는 분의 권유로 현재의 공부방을 인수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기 얘기를 들어주는 어른도 없고, 고민을 털어놓을 데도 없고, 무엇보다 사는 데 재미가 없어요.
특히 중학생 같은 경우는 문제가 생기면 부모님들이 학교 가기를 너무 싫어해요. 심지어 학폭위를 열겠다고 하는데,
제가 대신 가서 중재해요. 부모님들이 역할을 너무 과하게 하거나, 안하거나 둘 중 하나예요.
애 입장에선 둘 다 힘든 거죠. 학폭위 소집한다는 연락이 올 때 저라도 가서 학폭위 열리는 걸 막아요.
그런 일들이 쌓여서인지, 저희 공부방에서 만난 아이들은 가족처럼 커 나가요.” 

"학폭위 소집한다는 연락이 올 때 저라도 가서 학폭위 열리는 걸 막아요."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중 세월호 팔찌가 눈에 띄었다.

가족처럼 아이를 돌보는 유익한 사교육이든 부정적인 공부 습관만 강화시키는 위험한 사교육이든, 
한 번 발을 내딛은 아이들은 불안한 마음에 사교육을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아이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실을 직시하는 지미영 선생님은 아이들이 그만둔다고 할 때 붙잡지 않는다. 
학교 수업까지 빠지고 PC방에 가 있는 아이의 맘을 돌리기 위해 PC방 사장님과 싸움도 불사하고 반성문도 쓰게 했지만, 
달라지지 않는 아이도 있다. 

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방에 온 목적은 분명해요, 성적을 올려야하는 거잖아요.
지금 중학생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여기에 오래 다니는 건 여기처럼 친구들과 편하게 지내면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한편으로, 성적을 올리려면 알을 깨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학습 과정이 있는데, 그걸 시켜도 못하는 아이가 있어요.
근데, 참으라고 강요할 수 없어요. 참아봐야 얻어지는 게 없거든요.”


중학생들이 순한 양처럼 말을 듣다니

공부방이 있는 건물 1층에는 편의점이 있다. 덩치 큰 중3 남학생들이 여기에서 놀다가 지미영 선생님의 전화를 받는 즉시, 
튀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편의점 주인은 신기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 공부방만의 규칙이나 벌칙이 있을까? 

지: “거짓말을 하거나 미리 사정을 말하지 않고 시간 약속 안지키는 건 허용하지 않아요. 수업시간을 안지키고 늦게 와요?
그럼 본인이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 제가 성실히 대답을 안하죠. 그게 제가 줄 수 있는 최대 벌칙이에요.
우리는 학생들끼리 서로 설명하면서 수업하는 방식이거든요. 모르는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하니까 귀가시간이 늦어질 수밖에요.
아이들에게 효과 있는 벌칙은 없어요. 관심을 안주는 게 가장 통제 가능한 방법이에요.
중학생이 많아서 힘들지 않냐 물어보시는데 공부방에서는 순한 양 같아요. (중학생만 17명, 그 중 남학생이 7명이다.)

그래서인지, 저희 애들이 토론도 잘해요. 끊임없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오늘 공부방에 오는 날인데 놀고 싶다면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와서 설명을 해야 저와 협상이 돼요.
무언가를 제안할 때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학교 토론대회에 나가면 잘 하나 봐요.”

공부방 곳곳에 아이들이 직접 쓴 낙서가 있다.

지미영 선생님은 강원도 홍천에서 성장했다. 부모님은 절의 임원을 맡으시고, 생계 외 모든 생활을 절에 바치셨다. 
오빠와 본인도 중고등학교 시절 6년 내내 불교학생회를 이끌었다. 
집에는 늘 사람이 드나들고, 무언가 있으면 주변 이들과 나누는 것이 몸에 배었다. 
친구들은 매주 토요 법회 전에 집에 와서 밥을 먹기가 다반사였다. 
그 시절 친구들은 수없이 드나들면서도 선생님의 부모님께서 화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작년에 친구들이 그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려줘서 어머니께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여쭤봤어요.
‘아버지 공무원 박봉에도 집에 군식구가 없었던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친척오빠들도 키우고 누군가 늘 집에 살았는데,
네 친구들 오는 게 대수였겠냐.’ 하시더라고요. 제가 친구들에게 밥도 많이 해줬대요. 별명이 ‘안방마님’이었다나요.” 

아이들을 돌보는 힘은 어디로부터

내 식구 남의 식구 가리지 않고 거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그 많은 밥을 해주던 선생님의 학창시절 모습을 상상하고 있으니, 
지금, 공부방으로 모여드는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아이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넘치는 비료를 뿌리지 않아도 적정 환경만 갖추면 타고난 모습으로 잘 자랄 것이라는 기다림은 종교적인 믿음과 다르지 않다. 
이 아이가 겨자씨일지 연꽃으로 자랄지 누가 알까.

 

지미영 선생님 수업 장면.

“내가 지금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어디에서 배운 걸까 생각해봤어요.
몬테소리 교육할 때는 1주일에 한 번씩, 60여 명의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때 제가 만난 아픈 아이들을 ‘안타까움’으로 대했다면 지금 공부방 아이들은 ‘책임감’으로 대하는 거 같아요.
내 딸과 비슷한 나이로 자라니까 자식처럼 바라보는 걸까, ‘다같이 사는 사회’에 대한 소망이 어떻게 나한테 찾아온 걸까. 

되짚어 보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느껴져요. 단체의 부모교육과 책을 통해 공부하고,
상담넷이나 100인 강사 활동하면서 배운 가치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 같거든요.
내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만으로 이렇게 돌보기 힘들었을 거예요.”

선행교육금지법 제정 운동 참여 (2013년)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위한 성찰과 고백의 광장 (2013년)

이곳에 올 때부터 지방 소도시 공부방을 다니는 아이라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가정 형편이 어렵지 않을까 추측했다. 
인터뷰 서두에 방치하는 부모들에 대해 들었던 터라, 먹고살기 바빠 아이 교육을 방치하는 건 아닌지 여쭤보았다.

“공부방을 다니려면 동영상 교육 시스템 포함 지도비가 1인당 33만 4천원이 들어요.
경제력하고 관련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 아이들이 빈곤층은 아니에요. ‘방치’를 지적한 건,
어떤 문제가 생기면 애하고 밀당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그때 부모님이 가치관을 잡고 아이와 대화해야 하는데, 그걸 안하시니까 말한 거예요.
언론이나 사회 환경이 원망스러운데, ‘중2는 건드리면 안된다’는 틀을 만들어버렸어요.
의사소통을 안하는 게 공식처럼 되어버린 거죠. 어쩌다 아이한테 화를 내는 게 최소한의 훈육이라고 생각하셔요.

아이들은 저한테 답답한 일을 수시로 말해요. 밤 11시에도 ‘주무셔요?’하고 문자가 오면 아까 말 못한 고민이 있다는 뜻이죠.
하지만 학생 편만 들어주지 않아요. 예를 들어, 부모님이 이혼 상황에 처했을 때 엄마가 너무 예민해지죠.
아이들은 부모님 생각보다 ‘내가 힘들다’고 해요. 그래서 ‘부모님이 이혼한다고 해서 네게 역할을 달리 하진 않으신다.
이혼하기 전에도 너 부모님 얼굴 자주 안봤잖아. 힘들어도 부모님이 더 힘들지.’라고 해요.
그래도 힘들고 답답한 일을 저한테 또 들고 오는 건 제가 그만큼 공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아이들이 탈선할 때는 자기 마음을 몰라줄 때, 너무 답답할 때예요. 그런 답답한 상황을 안만들고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하죠.
제가 한 아이랑 얘기하느라, 다른 아이 얘길 못 들으면 자기 얘기 안들어줬다고 책상에 코를 박아요. 중3인데 제 눈엔 귀여워요.” 


아이가 답답할 때 찾아가서 말하고 싶은 사람

나는 내 아이 말을 들어주고 있나. 듣기는커녕 아이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나. 차고 넘치는 좋은 말과 잔소리를 오가는 
끝에 “왜 그래? 왜 이걸 못해?”라는 추궁이 이어질 때는 또 얼마나 많은가. 열아홉 살인 내 딸은 어느 날 한숨을 쉬며 
“그렇죠. 제가 잘 하는 게 뭐 있겠어요.”라고 말해서 가슴이 철렁했다.

“그 말 대신 ‘이걸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라고 말하면 좋겠어요.
학습 내용도 분명히 가르쳐줬는데 아이들이 모를 때 많아요.
그럼 ‘우리 배웠잖아. 조금만 더 생각하면 기억날지 몰라.’하고 말해요.
‘비난의 말은 내가 아이에게 잘 하려는 노력의 10배를 깎아먹는다’고 해요.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아이들이 감정의 손실을 딛고 어떤 결과물을 내는 게 중요하냐, 감정의 손상도 없고 결과도 없느냐.
택일하라면 저는 결과가 없는 쪽을 택하겠어요. 결과는 다른 일을 해서 다른 방법으로 또 얻을 수 있거든요.”

"비난의 말은 내가 아이에게 잘 하려는 노력의 10배를 깎아먹는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은 우리 때와는 다르지 않나. 
점점 더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는 이 사회에서 감정을 지켜주면서 키우다가 아이가 도태되면 어떻게 하나. 
세상 물정도 모른 채 할 줄 아는 게 없는 성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저희 때와 지금은 물론 다르죠. 그렇지만 자기 생각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는 분명히 차이가 나요.
공부를 못했지만 자기 생각이 있었던 제 친구들은 어른이 되어 사는 모습이 달라요.
요즘 교육의 가장 큰 문제를 하나만 꼽으라면, 자기 생각을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사고(思考)와 사색’은 주입식 공부를 한다고 채워지는 게 아니에요.
뭔가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해보고, 찾아보고,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생겨요. 

핸드폰에 대해서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든, 요즘 아이들은 생각할 기회가 정말 없어요.
그러니까 아이 얘기를 들어봐야죠. 예를 들어, ‘엄마가 핸드폰을 못하게 했다.’고 따지면,
‘전후사정을 생각해봐. 엄마에게 어떻게 얘기할지 생각하고 말해 봐. 엄마가 못하게 막았다면
이게 너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생각해보자. 네가 놓치는 부분이 있고, 네가 요구할 것도 있지 않을까?’라고 질문해요.
한쪽만 생각하지 말라는 충고를 제일 많이 하죠.“

"요즘 교육의 가장 큰 문제를 하나만 꼽으라면, 자기 생각을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어른이 생각을 물으면 아이는 대답을 할까, 나는 한참을 말하고도 딸아이가 그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으면, 
이번에는 아이 입장을 이해한다며 다시 또 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아이는 여전히 입을 떼지 못한다. 
아이가 내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그 침묵의 시간에 아이 표정을 보면, 이건 대화가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질문을 해야 대답을 하죠. 그리고 그 대답을 끝까지 들어야 해요. 아이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아이 얘길 다 듣고
‘아, 그랬어? 속상했겠다.’가 대화의 기본 틀인데, 아이 얘기 다 끝나기도 전에 지적이나 평가를 하면 애들이 얘기할 이유가 없죠.
아이들은 평가 받고 싶어서 얘기하는 게 아니거든요. 부모들이 아는 게 많다보니 해 주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은데
결국 다 지적질이에요. 실은, 애들도 잘못했다는 걸 알아요. 

우리 어른들은 ‘틀린 걸 틀리다고 얘기해주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해야 해요.
중3이면 훈육 대상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살아야죠. 저도 제 딸을 배려하고 제 딸도 저를 배려해야 하고요.
대학생 아들도 훈육하시는 부모님을 봤어요. 씨알도 안먹혀요. 더구나 아직 전두엽이 크는 때라 감정 조절이 안되는데
지적질을 하면 2배, 3배 폭발하죠. 사실 들어주는 거, 되게 힘든 일이에요. 잔소리 덜 하는 거, 몸에 사리가 쌓이죠.  

제 조카들이 방학 되면 놀러 오거든요. 얘네들이 신기하게 여겼던 게, 물건이 어질러져 있으면 자기들 엄마는 잔소리가 늘어져요.
근데, 저는 “김현애, 이거 치우지?” 한 마디면 끝나. 그게 신기하다는 거예요. 저도 하고 싶은 얘기 많아요!
근데, 한 마디만 하는 건, 웃으면서 다음 얘길 하기 위해 참는 거예요. 그래서 현애를 부럽다고 하죠.
제 딸은 엄마를 배려해야 하니 자기 삶도 만만치 않다고 해요.”


열여섯 살이면 동반자로 대해줘야죠

4절, 5절로 이어지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 대신 지미영 선생님이 딸에게 요구하는 건 뭘까. 

“서로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죠. ‘내가 너에게 소리 지르지 않는 것처럼 너도 나에게 소리를 안지르는 게 맞다.
의식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너를 위한 배려다.’ 중1 때부터 그렇게 얘기했어요. ‘배려는 선택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 얼마든지 거둬들일 수 있다.’고 얘기해요. 그러다보니 다른 아이들보다는 생각해야 할 게 있죠. 

교복을 주말에 빨래통에 내놓지 않으면 부모가 잊어버릴 수 있으니 본인이 빨아 입고 가야한다거나, 몇 가지 기준들 있어요.
스마트폰이오? 작년에 2, 3달 압수한 적 있어요. 학교에 지각까지 하면서 생활에 지장을 줄 때는 압수하죠.
디지털 매체들은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SNS, 게임 가지고 전쟁 치르거나 한 적은 없어요.
아이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데 압박한다고 될 일은 아닌 거 같아요.

"스마트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자격 박탈을 하죠. 그때도 저는 화 안내요. 뺏기는 애가 열 받죠. 뺏는 내가 화 낼 일이 뭐 있어요.”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시간을 정해놓잖아요. 현애 말이 아빠, 엄마가 주무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새벽에 하고 학교에 가서 잘 수도 있다는 거죠. 오히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해놓고 놀겠대요.
그 대신 스마트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자격 박탈을 하죠. 그때도 저는 화 안내요.
뺏기는 애가 열 받죠. 뺏는 내가 화 낼 일이 뭐 있어요.”

덩치 큰 중3 남자 아이들이 공부방을 꽉 채울 시간이 다가오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아이가 수학 공부를 힘들어할 때, 이런 선생님을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얄팍한 생각은 
선생님의 딸, 현애 이야기를 들으면서 쑤욱 들어갔다. 

이미 내 아이는 열아홉 살로 자라버렸다. 
아이는 오늘 밤도 나를 붙잡고 온갖 짜증나는 일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민을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이해했다며 충고와 조언으로 가장한 내 말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아무런 판단 없이 들어주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임을 다시금 아프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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