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선생님,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연차를 썼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2-12-01
조회수 220

선생님, 그간 잘 지내셨어요? 2주 만에 편지를 드립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홍민정 공동대표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한 번도 털어놓지 못했지만 최근 이 헌법소원청구를 진행하면서 부대꼈던 마음을 털어놓고 저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자, 후원회원으로 함께 해 달라 요청드리기 위해 용기를 내어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첫 번째 편지 이후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한 분 한 분 이름을 불러가며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며칠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안으로는 채용에 대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소 소장님이 어렵게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정책연구원을 보강해야 합니다” 절대평가 전환 시 대안과 세부적인 정책에 대한 데이터를 쌓기 위해서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저희 단체는 사실 지난 2018년 이후 후원회원의 감소와 이에 따른 상근 인력의 감축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2018년에는 13명이었지만 지금은 7명의 연구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을 자연스럽게 줄여가고 있지만 과부하가 된 상황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축소되고 있는 저희의 역량을 뒤로 하고 단체의 전사적 운동력을 2023년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2023년 절대평가를 비롯한 대입 정책논의가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고교학점제가 온전히 실행되는 2025년 그리고 그 학생들이 고3 입시를 치를 2028학년도 대입정책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법에 근거하여 대입정책의 변화는 4년 전에 예고해야 하기 때문에 2024년 2월에는 2028학년도 대입 정책을 정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발표해야 합니다. 매달 고정비용으로만 따졌을 때 -1,000만원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2023학년도 대입을 앞두고 헌법소원청구를 하며 이 운동을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소장님께 당장 연구원 채용을 장담할 수가 없었습니다. 재정 상황과 후원 상황을 생각해볼 때 긍정적인 답을 드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내부의 절실한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재정 상황을 쉽게 타개하지 못하는 리더로서의 제 자신이 한없이 못나 보였습니다.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이 단체에 처음 입사했던 2014년, 같이 인터뷰를 보았던 법무법인에서 입사하라는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평범한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면 내 자신이 하찮아 보이는 이 상황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동기들은 이미 송무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가 되고 자신의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전문자격을 따 명함에 내 걸고 있는데 나는 왜 무엇을 붙들고 무력한 리더로, 시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고3 학생들이 수능을 보는 지난 11월 17일 목요일 저는 하루 휴가를 내었습니다. 이 상황과 그리고 나 자신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회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신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선생님께 편지를 드립니다. 이 번 한 번만 다시 편지를 드려보자, 그래 한 번 해보자, 라는 각오와 힘을 내봅니다. 하루 쉬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보다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헌법소원청구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고3 청구인 친권자 동의 문제였습니다. 지난 편지에서 저희 회원 자녀분과 회원분이 청구인으로 나서주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저희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은 청구인의 어머님이셨고 아버님의 동의나 허락을 구하지 못하고 진행되었던 것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법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기본증명서를 제출하든 아버님 동의를 받은 서류를 다시 제출하십시오. 이번 주까지는 꼭 보완해주세요” 법률적으로 친권은 부모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법원에 첨부해야 합니다. 이 사정을 청구인의 어머니이신 저희 회원분과 상의했습니다. “우리 애 아빠는 나서는 것 정말 싫어하고 걱정이 많아요, 아이가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너무 걱정이 많으네요, 어떻게 하죠? 일단 수능을 아이가 봐야하니 적당한 때에 설득해볼게요. 청구인 동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저로서는 가정 내 갈등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닌가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고3 청구인이 한 명인 상황에서 각하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3 청구인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에 마음을 졸였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회원 분께서 연락이 오셨습니다. “상의를 하긴 했는데 완강하네요, 한번 저희 애 아빠랑 통화를 해보시면 어떠실까요? 제가 제 선에서 잘 설득했어야 하는데 아이고 죄송해요”

 

전화 통화를 앞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되어야 할 일이면 될 것이다. 최대한 안심시켜 드리자. 생각보다 아버님은 따뜻하게 전화를 받아주셨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완고한 뜻을 밝히셨습니다. “우리 아이가 나중에 취업하게 될 때 불이익 될 수도 있고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어요? 내가 (청구)포기시키려고 합니다.” 저는 취업할 때 본인이 밝히지 않는 이상 기관에서 알 수 없고 만약 청구인으로 함께 하시게 된다면 우리 교육의 변화를 위해 가치로 따질 수 없는 의미 있는 일을 하시는 것이라고 간곡히 말씀드렸습니다. 청구서를 보내드리면 아버님께서도 검토해보시고 최종적으로 동의여부를 알려 주시겠다 하시더군요. 매우 긴 것 같았지만 사실은 찰나였던 통화를 끝내고 기도했습니다. 이것이 필요한 일이고 허락하신 일이라면 일이 되게 해달라고요.

 

다음 날 회원님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고 대표님, 저희 애 아빠가 동의한다고 합니다. 또 아는 변호사한테 물어봤더니 자료가 남지 않고 취업에 불리할 일이 없을 거라 해서 동의한다고요~” 경쾌한 회원님의 목소리에 절로 감사가 나왔습니다. 그 변호사님께도 무척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뜻밖에 일화를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는데 우리 아들(청구인과 남매)이 ‘엄마 괜한 짓 좀 하지마라,’ 그러더라고요, 저는 남편도 저한테 또 한마디 하겠구나 했는데 우리 남편이 아들한테 ‘그런 말 마라, 누군가는 교육 변화를 위해서 애쓰기도 해야지’ 그러는 거예요. 대표님 우리 남편한테 뭐라고 하셨길래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우리 남편이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감동 받았어요”

 

저는 그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무력한 리더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제 역량으로 그분을 설득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두려움과 현실적인 조건들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이 이것에 동의하는 사람을 결집시키고, 그 의지와 간절함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다른 것들을 압도하는 강력한 힘을 경험했습니다.

 

다시 시계를 되돌려 봅니다. 제가 그냥 평범한 변호사로 일했다면 촛불처럼 퍼져나가는 이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을 겁니다. 내 밥벌이 때문에 공동체의 문제에 가슴 아파하고 연대하는 것은 남의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서로를 전이시켜 가는 이 기적을 목격하지 못했겠지요. 기적은 대부분 기적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난한 싸움과 설전, 갈등, 노력과 인고의 시간, 끝이 보이지 않는 실패가 헛수고로 보이는 것들이 켜켜이 쌓여 어느 순간 성과가 드러날 때 우리는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청구인의 아버님의 마음의 변화를 만든 기적처럼 말입니다.

 

제가 지금 편지를 드리면서도 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높은 금리,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 IMF상황 때와 지표를 같이 하는 경제 상황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후원회원으로 같이 하자 결심하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기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 운동에 함께하는 3500개의 기적처럼 선생님도 우리 단체에 오실 거라고 믿습니다. 선생님 2023년, 아이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상대평가. 대입제도를 바꾸어 놓는 일에 함께 해주세요.

 

단기적으로는 지금의 입시 대학 체제 상황을 그냥 두고서라도 절대평가 입시가 가능합니다. 동점자의 경우에 한해서만 원점수를 제공한다던가, 내신 특정과목에 가중치를 두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면 가능합니다. 여기에 시험의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는 킬러문항 방지법이 제정된다면 수능영어 절대평가가 되었던 초창기 시절처럼 아이들의 경쟁의 부담과 고통을 압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절대평가로 변별이 정확히 되지 않는 상황은 전공별, 대학별로 촘촘히 줄 세워진 대학서열에 균열을 낼 것입니다. 결국 이 균열을 계기로 대학서열을 해체하고 대입을 자격고사화해 학생들이 적성과 흥미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길을 만들고자 합니다.

 

$%name%$ 선생님, 지난한 싸움과 헛수고로 보이는 일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기적은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의 결집과 의지가 다른 것들을 압도하며 만들어내는 변화가 기적과 같이 찾아오는 날을 기다립니다, 함께 하기로 지금 결단하신 선생님이 그 증거입니다.

 

2022. 11. 29.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홍민정

🙏저희는 이 사업이 헌법 소원 및 그 이후의 진행 사업과 관련해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이를 위해 변호사 선임비운영비를 포함해서 헌법 소원 결과에 따른 대책전면적 절대평가 전환 시 대입 실현 방안에 대한 연구 및 대입제도의 청사진을 모색하는 연구와 발표 홍보 등의 사업비가 매년 5천만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또한 2명의 전담 연구원과 1~2명의 캠페이너가 이 일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판단해 매달 1,000만원씩 연간 1억 원을 상회하는 정도의 사업 운영비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그중 매년 필요한 사업비 5천만 원 조성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후원 대책을 마련해 볼 예정입니다다만 사업 운영비인 연구비와 활동비 마련이 관건인데요이를 위해 정기후원증액후원 포함 500명의 월정 후원회원을 찾고 있습니다선생님께 그 중 한 분이 되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 이 일에 후원하시고자 한다면, 아래 후원 기대표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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