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의 시민들, '상시적 계엄 상태인 교육'을 논하다. -긴급집담회 <다시 만난 세계, 탄핵 이후 교육> 성료- |
계엄과 탄핵 가결 이후, 정치적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흐르고, 시국은 사회적 갈등으로 정리될 틈 없이 어수선합니다. 1월 18일 토요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긴급집담회 <다시 만난 세계, 탄핵 이후 교육>를 개최했습니다. 장장 4시간 동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대회의실은 50여 명의 청소년, 청년, 학부모, 교사, 전문가, 시민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습니다. 계엄과 탄핵의 시간에 머물지 않고 교육의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
50여 명의 시민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을까요?
<1부>는 나성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의 사회로 11명의 사전 지정 참가자들이 4개의 질문에 각각 발언했습니다. |
질문1) 이번 계엄부터 탄핵 국면에서 여성 청년, 청소년 등 젊은 세대가 광장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광장의 질서를 바꾼 이들은 어떻게 집회에 나오게 되었을까요? |
트위터에 계엄 관련 영화 짤 많이 돌아 데이식스 응원봉 들고 집회 참가 20대 윤지영 |
“박근혜 탄핵시절 대학생이었는데, 동창회를 1시간만에 마무리하고 국회 탄핵 집회에 갔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된 후, 트위터에 관련 영화나 드라마의 짤이 많이 올라왔어요. 택시 운전사 등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장면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이에 대한 공감은 자연스럽게 분노와 국회로 향하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라 봅니다.” |
독재가 성공하려면 독재시대 국민들이 있어야 지금 청년들은 그렇지 않아 20대 차원 |
“태어날 때부터 산소처럼 민주주의를 누린 우리에게 계엄과 독재는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식 밖의 일입니다. 행동하는 능력이 있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결국 민주시민 교육을 이야기하게 되는데요, 제가 서울 살았으니까 조희연 교육감 3번의 임기 속에서 혁신교육, 세계시민교육을 꾸준히 받고 자랐는데, 그런 것들이 좋은 효과를 발휘한 게 아닌가 싶어요. 독재가 성공하려면 독재시대의 국민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청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
탄핵에 대해 아이들과 나누는 많은 교사들, 교육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교사 최수징 |
“초등학교 아이들도 지금 상황에 대해 굉장히 관심 많습니다. 무슨 사건이 터지면 등교하면서 얘기합니다. "선생님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계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수업할지 너무 막막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 선생님들도 굉장히 많이 다루셨어요. 교사가 그런 발언을 쉽게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 학년 선생님들도 모두 다루시는 걸 보며 교육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지 않나를 느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
OECD 국가 중 시민교육이 독립교과가 아닌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보이텔스바흐협약의 원칙, 사회에서 논의 되는 것은 학교에서도 논의 돼야 서울교대 함규진 교수 |
“지금 젊은 세대는 정치 보다는 통치 전반에 관심이 많습니다.국가 전반의 상황, 대통령 이래도 되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죠. 반면, 정치란 나의 이해관계와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정치의 힘으로 세상을 좀 더 낫게 바꿔 보려고 하는 것인데요, 그런 쪽으로 소구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일단 입시교육에 너무 바빠서 그럴 틈이 없죠. 청소년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 굉장히 낮은 수준입니다. 참여할 기회도 없고 학교에서 그런 것을 논의하지도 않기 때문이에요. 독일 보이텔스바흐협약의 원칙 중 하나는 사회에서 논의가 되는 것은 학교에서도 반드시 논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틀어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교육기본법상 민주시민교육을 교육의 3대 목표로 설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OECD 국가 중 시민교육을 독립교과로 두지 않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에 정치 이야기를 일체 학교에서 하지 못하게 하는 게 현실이죠. 이것을 타파해서 정말 정치다운 정치를 공부할 수 있도록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
전 세계적 젊은 극우의 등장, 여혐·남혐 중2부터 풀어야하는 이유 우석훈 경제학자 |
“20, 30대가 현실에서 총을 본 것은 이번 계엄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국회에서 총든 사람이 만든 정서적인 기폭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청년 극우화에 대한 문제는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지난 EU선거에서 20대 남성들이 젊은 극우파로 가면서 독일도 연정 붕괴, 프랑스도 대통령 사임 직전이거든요. 트럼프 때 수치를 보면 바이든을 찍었던 20대 숫자는 비슷한데, 남성이 빠졌어요. 또 하나는 혐중(嫌中)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특히 남성들 중심으로 많이 퍼져있어요. 특정 국가나 민족을 싫어한다는 것은 대표적인 극우파의 현상이거든요. 제가 본 충격적인 수치가 있는데, 이번 여의도의 핸드폰 사용량 가지고 분석해 보니 남녀 차이가 12배 가까이 났대요. 여성들이 현장에 많은 거죠. 중2, 중3 때 여혐 남혐이 시작되는데 그 문제가 시작되는 중2, 중3에 가서 문제를 풀어야지, 20대에게 얘기해 봐야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교육, 경쟁, 수많은 공포가 있는 중학교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대 차원 “100% 동의할 수 있어요. 군대가면 (여혐, 혐중) 완성형 인간들이 득실거립니다. 여기서 더 강화되는 거 같아요.” |
질문2) 탄핵 정국, 불통의 정치는 한국사회 교육의 어떤 문제점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교육과 관련한 나의 경험과 연결시켜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
엘리트주의로 인해 상호존중, 포용성 등 교육과정 핵심이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아 공주대 김인엽 교수 |
“저는 명시적 교육과정과 실제 교육의 괴리를 핵심적인 문제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호존중, 더불어삶, 포용성 등을 그 동안 교육 과정에 수도 없이 써왔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어요. 이유는 엘리트주의 때문입니다. 언론, 미디어 모두 SKY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중앙일보는 대학평가 수십 년째 하고 있는데 2024 랭킹 TOP 20 중에 지방대는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는 서울 대학입니다. 그 평가가 학생들에게 주는 시그널, 바로 잠재적 교육과정인데 ‘그럼 서울로 가야 하는 건가, 이것이 성공한 삶인가’ 그런 생각을 계속하게 하는 거예요. 미디어, 언론 이런 것들이 결과적으로는 오로지 높은 자리만 가면 성공하는 것처럼 해왔기 때문에 불통의 정치로 귀결된 거 같아요.” |
이대남의 보수화, 현실 속 무한 경쟁 ‘내가 잡놈이 될 순 없어’ 20대 차원 |
“왜 상호존중, 포용성 등의 좋은 가치가 발현이 안 되냐면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현실은 무한 경쟁이잖아요.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게 전혀 먹히지 않는 거예요. 이대남들이 왜 이렇게 보수화 됐냐. 취업하기 힘들잖아요. 취업하려고 했더니 여자랑 장애인에게 가산점을 준대요. 얘네들 때문에 내가 취업하기 힘들구나 화가 나는 거죠. 혐중 정서도 굉장히 심한데 많이 우리들 사이에 돌고 있는 짤, 밈이 “얘네들 때문에 우리가 힘들어.” 이런 거예요. 보수언론에서도 오래 전부터 밀어오던 것이거든요. 국민의힘에서 건보료 중국놈들이 다 가로채간다 그렇게 말하는데. 그런 것들이 효과적으로 먹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서가 발현 되는 것 같아요. 교육의 문제점, 지금 정국과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면 경쟁 중독이 굉장히 심각한 것 같아요. '사교육 있는 세상'이라는 게 경쟁하는 세상이잖아요. 지금 교육의 헤게모니 자체가 공교육에서 사교육으로 넘어가는 중이기도 하고요. 지잡대 아시죠? 그런데 지방에 간 학생들의 비율이 75%입니다. 4명 중 3명이 잡놈이 되는 거예요. 이런 세상에 살다보니 의식이 계속 혐오적이 되고. 나는 살아야 되니까, 나는 잡놈되면 안 되니까 주변 친구를 밟고 올라가야 해요. 이런 상황에서 은둔형 외톨이 50만의 시대가 되고 있어요.” |
정치가 갈등과 싸움이 되는 건, 진정한 토론이 되지 않기 때문 서울교대 함규진 교수 |
“저는 격의없이 진정한 토론이 잘 되면 좋겠어요. 제가 학교에서 학과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을 수업을 하는데 ‘현대 사회에서 노예제를 만들 수 있다면 무엇으로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렇게 질문을 했거든요. 그런데 노예제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고 쓴 사람은 100명 중에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교수가 이걸 줬으니 정답을 써야겠구나 그래야 불이익을 받지 않겠구나 쓴 거라고 판단이 됩니다. 그런 쪽으로 너무 훈련이 되어 있는게 우리나라 사람들이니 토론을 잡아놔도 말을 잘 못해요. 이게 확장돼서 수평적으로 가면 서로 의견을 안 맞는 사람들끼리 말을 잘 못합니다. 남자들끼리 모여 “페미니즘도 일리가 있지 않냐.” 그럼 큰일나죠. “우리나라 여자들 문제야, 잘못됐어.” 그래야 동아리를 유지할 수 있어요. 반면 여성들 쪽에 가서 “우리나라 페미니즘이 문제점이 있다.”라고 했다간 큰일나죠. 그냥 네네, 그러고 돌아와서 “내가 페미니스트에게 갔는데 진짜 미쳤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야 됩니다. 의견이 다른 건 당연한데 나의 의견은 바꿀 순 없으니 어떻게 조율하고 타협해서 결론을 낼 수 있을까, 이런 게 안 되니까 "쟤네를 무찔러야 우리가 산다."고 결론이 날 수밖에 없어요. 정치적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과정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교육에서 사회활동까지 토론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질문3)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초중고생 4명 중 1명이 학업 스트레스로 자살자해를 생각하는 나라”, “대학생 10명 중 8명이 학창시절을 ‘사활을 건 전쟁터’로 기억하는 나라”입니다. 학교는 그야말로 ‘상시적 계엄상황’이라고 비유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
‘우린 언제나 집에 가고 싶고, 언제나 자살하고 싶다’ 학원은 더이상 사교육 아니야, 의무교육이자 대입 필수재 예비 고3 김소원 |
"저희 학교에서 ‘집에 가고 싶다’와 함께 가장 많이, 그리고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자살하고 싶다.’입니다. 우린 언제나 자살하고 싶고, 우린 언제나 집에 가고 싶습니다. 아이들끼리 “락스 마시고 죽으려면 한 번에 1L를 마셔야 한다.” 이런 정보가 아무렇지 않게 공유되고, 농담 삼아 “락스 가져와” “농약 가져와” 이런 말들이 오갑니다. 저희 정치와 법 선생님은 아예 “교과서에는 수능에 출제되는 내용 빼고 다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제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흔히 생각하시는 선생님들의 "이건 학원에서 배웠지?"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궁금한 것이 생겨 질문하면 “너네 학원 선생님 놔두고 왜 나한테 물어보니?”라는 말씀을 하시는 선생님들 이야기도 간간이 들려옵니다. 진짜 문제는 아이들의 머릿속 깊게 깔린 생각들입니다. 아이들은 학원에 대해 사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학원에 가지 않으면 학교 수업을 이해할 수 없고 학교 진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학원은 학교의 연장선인 셈입니다. 학원은 의무 교육이며 대학에 꼭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사교육은 스카이캐슬처럼 ‘컨설턴트 선생님이 붙어서 1:1로 알려주고 대학 입시에 관한 정보를 받는 것’입니다. 사교육을 받는 대상은 학부모님 같은 어른이 아닌 우리 학생들입니다. 사교육을 받고 큰 우리 청소년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자녀를 낳고 난 후에 지금과 같은 사교육 열풍은 계속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 청소년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저희가 사교육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사교육 잠재우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요! 교육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법’ 가르치고 있어 20대 윤지영 |
“‘어른들이 하라고 해서’, ‘좋은 대학가면 다 되는 거라고 해서’ 이러한 문화에 어릴적부터 노출된 현재 청년 세대는 스스로 꿈을 찾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교육 문화는 학생들을 불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빼앗고, 어쩌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변 친구들이 직장을 다니는 지금 시점에 많이들 하는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일단 남들 보기 좋은 곳에 취직을 해야한다는 말에 쉴틈없이 달려오는 청소년과 청년들은 현재가 행복하지도, 꿈꾸는 미래가 행복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요. 밤에 잠을 잘 못자서. 이 시대에 약을 먹지 않고 잠을 자는 것이 이상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바로 이것은 한국 교육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인지적 능력 뿐만 아니라 성인으로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사회성과 창의성 등의 능력을 길러줘야 하는 기초 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
‘일반고 가면 인생 망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자사고 선택한 아이 학교 교육의 영향 생각보다 커 학부모 조혜영 |
“저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대학을 들어가 87년을 맞이했던 세대입니다. 당시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해 불행감과 열등감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나의 세 아이는 교육다운 교육을 받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좋아지기는 커녕 더욱더 경쟁이 심해진 교육 현실이더라고요. 하지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나서 불안과 걱정 이런 것들을 내려놓으면서 살고 있었어요. 2014년, 평등교육과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조희연 교육감 후보를 열심히 지지하고 당선도 됐는데, 정작 제 아이가 자사고를 간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중3이었거든요. 저는 일반고 가기를 바랐으니,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너 왜 자사고 가고 싶니?” 아이에게 물으니까 학교에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사진을 한 장 보여줬는데, 아이들이 다 자고 있고 몇 명만 깨서 공부하는 일반고 사진이었대요. 그러면서 선생님은 “일반고 가면 인생 망하는 거다.”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부모인 내가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보다는 학교교육이 끼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저도 잘못한 게, 입시나 진로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아이인데, 아이에게 그 의사를 정작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이죠. 남편이랑 일반고로 결정해서 밀어부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우리가 교육을 이야기할 때 당사자를 먼저 세울 생각을 하지 않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
질문4) 우리나라 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혹은 무엇부터 바꾸어야 할까요? |
교육 현장은 생존 게임, ‘상대평가’가 줄세우기 승리한 자들이 기득권 놓지 않아 학부모 장전수 |
“현장에서 느껴지는 게 자살, 전쟁, 계엄. 생존에 대한 얘기잖아요. 우리 학생들이나 청년들이 느껴야 되는 감정이 생존이라면 그것은 결국 두려움과 불안감일텐데, 교육 현장을 생존 게임으로 만들어낸 학교나 기성세대들은 아이들한테 정말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사람을 바꿔야 하는데 교육의 혁명가가 나타나고 그를 지지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적인 힘으로 뭔가를 변화시켰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다만 제도를 통해서 단계적으로 바꿔야 한다면 수많은 것중에 상대평가는 법으로 없애면 안 되나 그런 생각은 많이 합니다. 상대평가가 항상 줄세우기를 유발하고 승리한 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
학교를 다닐수록 내가 틀렸나, 나만 나쁜가 의심 우리 교육은 정서적 대기근 상태, 자기 표현과 대화로 다시 시작해야 전 교사 김선희 |
“우리 사회의 아이들이 ”나는 다 틀렸다.“가 돼버리는 게 우리 교육의 모습이잖아요. 어렸을 때는 사랑받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느꼈는데, 학교를 1년, 1년 다닐수록 내가 틀렸나, 나만 나쁜가, 나 무기력한 사람이야, 나 노력하지 않나 이런 의심을 계속하게 만들거든요. 교육이라는 것은 ‘나 참 괜찮다, 옆의 친구도 재밌다, 저 친구는 달라서 신선하다.’ 등 내가 속한 곳이 괜찮다로 확대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서적으로 대기근 상태예요. 심적 기근으로 인해 한 나라의 모든 정서가 메말라 있는 곳, 죽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곳, 사실은 입에 들어갈 식량이 없는 거랑 거의 비슷한 상황이죠. 비교 당하는 것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경험하면, 20살 때 자존이 굉장히 붕괴돼요. 그 때는 내가 속한 편이라도 이겨야 되는 굉장히 절박한 심정이 되고요. 다른 사람에 속해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편가르기를 하게 되는 것이죠. 학교 현장의 시각에서 말씀드리면 1차 학교의 고밀도를 약화시키고 사회도 더 약화되어야 하죠. 왜냐면, 고밀도 조직 안에서 대화가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학생들이 고밀도에서 벗어나려면 경쟁교육과 학교의 선발기능 폐기해야해요. 선별하려고 교육한다는 것은 거대한 가스라이팅이죠. 그러면 어떻게 변화를 줄 것인가. 나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죠. 하고 싶은지와 하기 싫은 것을 인지하고 표현할 수만 있어도 사회는 변합니다. 또 선생님이 자율권이 있어야 해요. 선생님이 정치적 행동도 할 수 있고 학교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겠죠. 그리고 가정 내에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해요. ‘저는 싫어요.’ 라고 말하는 것을 반겨야지요. '자기 생각이 분명하네, 민주시민으로서 잘 자라고 있네.'하고 안도해야 하지 않을까, 거기서부터 시작해야지요.” |
교육의 가치 지향성 논의 필요, 백년지대계로서 일관성 중요해 공주대 김인엽 교수 |
"점진적으로 변화되게, 정책이 일관성있게 가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사고·외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었는데, 이제 불통의 정치가 다 뒤집어 놓았어요. 531 교육개혁 이후 가치에 대해 논의하지 않다보니 엇박자가 생기는 것 같아요. 탄핵 이후에는 그 가치에 대한 공통 컨센서스(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서 디테일한 교육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경영· 금융 교육과로 특성화 고등학교 선생님을 양성하는 학과거든요. 특성화고 졸업한 학생들이 저희 학부생으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특성화고를 공부 못하고 일반고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마지막 극단으로 선택하는 학교처럼 취급하는 거 같아요. 가정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빨리 취업해야 학생들도 많거든요. 반면, 외고는 학비가 분기별로 300만원인데 이건 아무나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보낼 수 있는 학교가 아니죠. 그런데 교육과정이 5등급으로 바뀌니까 대학에 유리하다는 얘기가 돌아서 외고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경쟁률이 역대 최고를 찍었어요. 그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그 비싼 학비를 내고 거기를 가겠다고 하는 그룹이 있는 반면에 학비가 면제된 학교라도 어쩔 수 없이 취업을 고려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렇게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를 살고 있는 거예요. 노인 빈곤율이 OECD 1위이고 자기의 노후자금을 사교육비에 몰아 넣고 있는, 경제적으로 정말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자사고나 외고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면 일반고 안에서의 교육 경쟁력을 찾게 되고 조금씩 공교육의 내실화가 생기면서 사교육 시장이 줄어들 거예요. 끝으로, 교육과정이 계속 변하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바로바로 쫓아갈 수 있는 여력이 없거든요.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정권만 바뀌면 제도와 평가시스템을 바꾸는 행태는 우리 스스로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경쟁과 입시가 강력하게 압도하는 현실, 관계속에서 복잡한 내면이 비로소 언어로 표현될 수 있어 교사 김철원 |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이들하고 글쓰기 할 때 어떤 친구가 글을 쓰면서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이 아이 초등학교 때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유가족 분들을 굉장히 혐오했대요. 이 아이가 세월호 추모 준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청나게 많은 자기 질문에 빠진 것 같아요. 그거를 글로 쓰는 과정에서 눈물이 난 거예요. 어떻게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의 눈물이기도 하지만, 정면에서 겪어 나가기에 울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관계망 속에 함께 있느냐, 그 속에서 자기 자신에서 살아 있는 질문을 만들어 가는가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 시인이 쓴 거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건 제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평소에는 그런 표현을 못하는 거죠. 관계가 있어야 언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자기 안에 있는 삶, 고통, 사랑 같이 굉장히 복잡 미묘한 것이 언어로 나오는 거죠. 경쟁이나 입시가 매우 강력하게 압도하는 현실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너무 낭만적인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그러나 압도하는 현실 옆에 이런 축을 세워나가는 것, 굉장히 미약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옆에 이런 축을 단단히 세우는 것이 중요한 거라 생각합니다.” |
인구 천만국가로 가는 망국의 위기 속에서 출산율 0.7 올리려면 사교육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해 우석훈 경제학자 |
“제일 중요한 문제는 사교육문제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나라도 출산율 1.5, 1.6 대부분 그래요. 우리나라는 0.7인데, 사실 비슷비슷하게 못 된 나라예요. 어른들은 못 됐고 청년들은 죽겠다 똑같아요. 왜 한국이 더 빠지나 보니 0.7만큼이 사교육 비용인 것 같아요. 우리집 아이들이 초3이 되니 3단계 선택을 해야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교육을 시킬 것이냐. 럭비스쿨이 제일 비싼 학교라고 해서 알아봤더니 1년에 5천만원(수업비 4천만원,기숙사비 1천만원)이에요. 그 다음에는 특목고 등의 트랙을 보낼까. 특목고도 안 보낸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은 일반고. 학원비가 엄청드는데, 하나고 등과 계산해보니 일반고 다니면서 학원 보내는 거랑 비슷해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필요 없는 돈을 쓰게 되는 거죠. 일본 교육이 잘하는 건 아니지만 거기는 초3에서 결판이 나요. 미국의 아이비리그는 아웃도어 활동을 강조하고 지도자 교육을 받았느냐를 우선시해요. 그나마 미국은 사회나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그 돈을 쓰게 만드는 거죠. 두 나라랑 우리의 차이점을 보니 고등학교 숙제를 하는데 한국은 컴퓨터 보고 학원가잖아요. 근데 일본하고 미국은 도서관 가요. 도서관 가서 이 자료 찾아본 애가 아이비리그에 갈 수 있게 되어 있더라고요. 2000년도 초반에 헌재에서 과외금지법 위헌 판결을 낸 것이 그 사이에 출생률에 영향을 많이 줬어요. 경제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다시 한번 헌재에 과외금지법 위헌 신청을 하면 좋겠어요. 우리 헌법에 있는 '국민 경제에 대한 긴급 구조권'을 근거로 해서요. 그리고나서, 선행 학습 문제 등을 풀어나가는 게 제도적으로 맞다고 생각해요. 출산율이 뚝 떨어질 정도의 지금 상태에서는 사교육이 맞냐, 아니냐가 아니라 나라가 망하느냐, 안 망하느냐를 얘기할 때예요. 탄핵 정국에 이런 얘기하면 배부르다고 할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중장기적으로 '좋은 나라 만들기'를 하는 거예요. 이런 논의를 지금 시작해야 다음 정권에서는 이 문제를 풀 단초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렇듯, 1부, 지정 참가자 11명의 이야기는 그 자리에 오신 많은 분들께 공감을 받았습니다. 1부의 이야기를 다같이 공유한 뒤, 조별 토의가 2부에서 이어졌습니다.
<2부>는 아래, 2가지 질문에 대해 참가자 전원이 5-6명의 조로 나뉘어 이야기 나누고, 마지막에 대표자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
질문1) 이번 계엄과 탄핵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질문2)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이 시작되고 교육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집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와 대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
1조) 1번 질문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말씀드릴게요. '소년이 온다'를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나누었는데 계엄이 발생해서 이게 소설인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또 어떤 분은 시민들이 나와서 집회하는 모습에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다, 젊은 세대에게서 희망을 느끼지만 너무 가볍게 문화 콘텐츠로 소비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도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와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운동을 추진할 때 미디어를 활용한 가볍고 축제 같은 것도 해야 교육 운동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2조) 2번 질문을 주제로 나눈 주제입니다. 공교육이 황폐화되는 큰 이유는 정치권력자들의 갑질 때문입니다. 공교육이 신분상승의 게임의 장으로 바뀌어 학생들이 고통 받고 있어요. 둘째는 대학의 갑질입니다. 미국은 고등학교나 표준화시험 SAT 등이 절대평가입니다. 우리는 대학의 갑질 때문에 상대평가를 합니다. 셋째는 한국형 시험능력주의입니다.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너무 과도한 특권을 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공교육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권을 바탕으로 충분히 공부할 수 있게 공공재가 되어야 하고요. 자기가 몸담은 공동체에서 기여한 몫만큼 보상받을 수 있게 바뀌어야 합니다.
해법은 첫번째, 진심으로 교육을 사랑하고 학생을 사랑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두번째는 현재 민주당에 많이 포진한 사교육 관계자, 의원들, 국민의힘에 포진하고 있는 족벌사학들, 의원들 몰아내야 하고요 그 자리에 현장 교사 출신들이 많이 들어가서 학교 친화적인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세번째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다함께 광화문에 모여 큰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3조) 1번 질문에 나눈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계엄을 보면서 충격과 공포를 느꼈고 젊은 세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또 한편 젊은 세대를 통해 희망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계엄 상황이나, 이후, 국면들에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변화 속에서 실마리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 불안은 여전합니다. 더불어. 대학평준화가 그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특히,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 개혁이 잘 될지 고민이 된다고 합니다.
4조) 1번과 2번 답변을 통합하겠습니다. 계엄 상황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싸움만 보여준 어른들에 대한 부끄러움, 20대 청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반면에 올 게 왔구나, 드러나지 않았는데 표면화 됐구나 싶었고 이같은 상황이 성숙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으로는 획일적인 지식, 서열화, 성공의 소비재로 전락한 교육 속에서 실수나 실패를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학급에 쓰담쓰담 존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내가 무엇을 놓쳤을까, 무엇이 중요했을까?' 생각하며 실수나 실패 또한 성장과 성숙의 씨앗이 되도록요. 5조) 2번에 대해 나눈 이야기입니다.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제도 속에 때려 넣고, 상대평가를 하다보니, 양극화 문제가 심해지면서, 소망없는 상황이 심해졌습니다. 대안은 '서로 믿으면 좋겠다, 성찰 훈련이 있으면 좋겠다, 교사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교육 전시 사변의 생존자들이 교육 계엄을 선포하고 대안을 잘 찾아가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저희 조의 초등학생 어린이는 서울시에서 디벗을 줘서 고난을 주었다며 디벗도 학교에서 사라지면 좋겠다고 합니다. 6조) 2번 나눔을 말씀드리면, 교육의 핵심 문제는 경쟁교육, 입시경쟁 서열화 교육, 고립이라고 말씀들 주셨습니다. 대안으로는 입시 경쟁 아웃·시민 교육 인,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 공동체가 회복되고 교육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교육·토론교육·예체능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7조) 저희도 2번을 발표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향은 결국 인류가 가져야 할 보편적 가치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보편적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같은 단체가 많이 생겨야 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는 넛지 방식으로 부드럽게, 정치에서 혁명적으로, 우리의 방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 생애에 걸쳐 각 시기에 필요한 교육들에 대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가치를 심어줄 것인지 정립된 교육이면 좋겠습니다. |
2부 조별 나눔에서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스스로 작성하는 <다시 만날 한국 교육> 선언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하나로 작성된 교육선언을 읽는 방식이 아니라, 더 나은 교육을 바라는 각자의 마음이 담긴 선언을 하나씩 발표하였습니다. |
참석자들은 긴급집담회가 '매우 시기적절했다, 다양한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 수 있어 좋았다, 탄핵 국면에서 정책적 관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향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시민 정책 라운드테이블’을 통하여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회원, 시민을 지속적으로 만나고자 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활동에 깊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2025. 1. 27.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
사교육걱정없는세상noworry@noworry.kr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62길 23 유진빌딩 4층 02-797-40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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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과 탄핵 가결 이후, 정치적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흐르고, 시국은 사회적 갈등으로 정리될 틈 없이 어수선합니다. 1월 18일 토요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긴급집담회 <다시 만난 세계, 탄핵 이후 교육>를 개최했습니다.
장장 4시간 동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대회의실은 50여 명의 청소년, 청년, 학부모, 교사, 전문가, 시민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습니다. 계엄과 탄핵의 시간에 머물지 않고 교육의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50여 명의 시민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을까요?
<1부>는 나성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의 사회로 11명의 사전 지정 참가자들이 4개의 질문에 각각 발언했습니다.
트위터에 계엄 관련 영화 짤 많이 돌아
데이식스 응원봉 들고 집회 참가
20대 윤지영
“박근혜 탄핵시절 대학생이었는데, 동창회를 1시간만에 마무리하고 국회 탄핵 집회에 갔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된 후, 트위터에 관련 영화나 드라마의 짤이 많이 올라왔어요. 택시 운전사 등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장면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이에 대한 공감은 자연스럽게 분노와 국회로 향하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라 봅니다.”
독재가 성공하려면 독재시대 국민들이 있어야
지금 청년들은 그렇지 않아
20대 차원
“태어날 때부터 산소처럼 민주주의를 누린 우리에게 계엄과 독재는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식 밖의 일입니다. 행동하는 능력이 있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결국 민주시민 교육을 이야기하게 되는데요, 제가 서울 살았으니까 조희연 교육감 3번의 임기 속에서 혁신교육, 세계시민교육을 꾸준히 받고 자랐는데, 그런 것들이 좋은 효과를 발휘한 게 아닌가 싶어요. 독재가 성공하려면 독재시대의 국민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청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탄핵에 대해 아이들과 나누는 많은 교사들,
교육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교사 최수징
“초등학교 아이들도 지금 상황에 대해 굉장히 관심 많습니다. 무슨 사건이 터지면 등교하면서 얘기합니다. "선생님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계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수업할지 너무 막막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 선생님들도 굉장히 많이 다루셨어요. 교사가 그런 발언을 쉽게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 학년 선생님들도 모두 다루시는 걸 보며 교육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지 않나를 느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OECD 국가 중 시민교육이 독립교과가 아닌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보이텔스바흐협약의 원칙, 사회에서 논의 되는 것은 학교에서도 논의 돼야
서울교대 함규진 교수
“지금 젊은 세대는 정치 보다는 통치 전반에 관심이 많습니다.국가 전반의 상황, 대통령 이래도 되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죠. 반면, 정치란 나의 이해관계와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정치의 힘으로 세상을 좀 더 낫게 바꿔 보려고 하는 것인데요, 그런 쪽으로 소구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일단 입시교육에 너무 바빠서 그럴 틈이 없죠. 청소년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 굉장히 낮은 수준입니다. 참여할 기회도 없고 학교에서 그런 것을 논의하지도 않기 때문이에요. 독일 보이텔스바흐협약의 원칙 중 하나는 사회에서 논의가 되는 것은 학교에서도 반드시 논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틀어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교육기본법상 민주시민교육을 교육의 3대 목표로 설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OECD 국가 중 시민교육을 독립교과로 두지 않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에 정치 이야기를 일체 학교에서 하지 못하게 하는 게 현실이죠. 이것을 타파해서 정말 정치다운 정치를 공부할 수 있도록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 젊은 극우의 등장, 여혐·남혐 중2부터 풀어야하는 이유
우석훈 경제학자
“20, 30대가 현실에서 총을 본 것은 이번 계엄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국회에서 총든 사람이 만든 정서적인 기폭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청년 극우화에 대한 문제는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지난 EU선거에서 20대 남성들이 젊은 극우파로 가면서 독일도 연정 붕괴, 프랑스도 대통령 사임 직전이거든요. 트럼프 때 수치를 보면 바이든을 찍었던 20대 숫자는 비슷한데, 남성이 빠졌어요. 또 하나는 혐중(嫌中)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특히 남성들 중심으로 많이 퍼져있어요. 특정 국가나 민족을 싫어한다는 것은 대표적인 극우파의 현상이거든요.
제가 본 충격적인 수치가 있는데, 이번 여의도의 핸드폰 사용량 가지고 분석해 보니 남녀 차이가 12배 가까이 났대요. 여성들이 현장에 많은 거죠. 중2, 중3 때 여혐 남혐이 시작되는데 그 문제가 시작되는 중2, 중3에 가서 문제를 풀어야지, 20대에게 얘기해 봐야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교육, 경쟁, 수많은 공포가 있는 중학교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대 차원
“100% 동의할 수 있어요. 군대가면 (여혐, 혐중) 완성형 인간들이 득실거립니다. 여기서 더 강화되는 거 같아요.”
질문2) 탄핵 정국, 불통의 정치는 한국사회 교육의 어떤 문제점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교육과 관련한 나의 경험과 연결시켜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엘리트주의로 인해 상호존중, 포용성 등
교육과정 핵심이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아
공주대 김인엽 교수
“저는 명시적 교육과정과 실제 교육의 괴리를 핵심적인 문제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호존중, 더불어삶, 포용성 등을 그 동안 교육 과정에 수도 없이 써왔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어요.
이유는 엘리트주의 때문입니다. 언론, 미디어 모두 SKY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중앙일보는 대학평가 수십 년째 하고 있는데 2024 랭킹 TOP 20 중에 지방대는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는 서울 대학입니다. 그 평가가 학생들에게 주는 시그널, 바로 잠재적 교육과정인데 ‘그럼 서울로 가야 하는 건가, 이것이 성공한 삶인가’ 그런 생각을 계속하게 하는 거예요. 미디어, 언론 이런 것들이 결과적으로는 오로지 높은 자리만 가면 성공하는 것처럼 해왔기 때문에 불통의 정치로 귀결된 거 같아요.”
이대남의 보수화, 현실 속 무한 경쟁 ‘내가 잡놈이 될 순 없어’
20대 차원
“왜 상호존중, 포용성 등의 좋은 가치가 발현이 안 되냐면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현실은 무한 경쟁이잖아요.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게 전혀 먹히지 않는 거예요. 이대남들이 왜 이렇게 보수화 됐냐. 취업하기 힘들잖아요. 취업하려고 했더니 여자랑 장애인에게 가산점을 준대요. 얘네들 때문에 내가 취업하기 힘들구나 화가 나는 거죠.
혐중 정서도 굉장히 심한데 많이 우리들 사이에 돌고 있는 짤, 밈이 “얘네들 때문에 우리가 힘들어.” 이런 거예요. 보수언론에서도 오래 전부터 밀어오던 것이거든요. 국민의힘에서 건보료 중국놈들이 다 가로채간다 그렇게 말하는데. 그런 것들이 효과적으로 먹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서가 발현 되는 것 같아요.
교육의 문제점, 지금 정국과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면 경쟁 중독이 굉장히 심각한 것 같아요. '사교육 있는 세상'이라는 게 경쟁하는 세상이잖아요. 지금 교육의 헤게모니 자체가 공교육에서 사교육으로 넘어가는 중이기도 하고요. 지잡대 아시죠? 그런데 지방에 간 학생들의 비율이 75%입니다. 4명 중 3명이 잡놈이 되는 거예요. 이런 세상에 살다보니 의식이 계속 혐오적이 되고. 나는 살아야 되니까, 나는 잡놈되면 안 되니까 주변 친구를 밟고 올라가야 해요. 이런 상황에서 은둔형 외톨이 50만의 시대가 되고 있어요.”
정치가 갈등과 싸움이 되는 건, 진정한 토론이 되지 않기 때문
서울교대 함규진 교수
“저는 격의없이 진정한 토론이 잘 되면 좋겠어요. 제가 학교에서 학과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을 수업을 하는데 ‘현대 사회에서 노예제를 만들 수 있다면 무엇으로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렇게 질문을 했거든요. 그런데 노예제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고 쓴 사람은 100명 중에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교수가 이걸 줬으니 정답을 써야겠구나 그래야 불이익을 받지 않겠구나 쓴 거라고 판단이 됩니다. 그런 쪽으로 너무 훈련이 되어 있는게 우리나라 사람들이니 토론을 잡아놔도 말을 잘 못해요.
이게 확장돼서 수평적으로 가면 서로 의견을 안 맞는 사람들끼리 말을 잘 못합니다. 남자들끼리 모여 “페미니즘도 일리가 있지 않냐.” 그럼 큰일나죠. “우리나라 여자들 문제야, 잘못됐어.” 그래야 동아리를 유지할 수 있어요. 반면 여성들 쪽에 가서 “우리나라 페미니즘이 문제점이 있다.”라고 했다간 큰일나죠. 그냥 네네, 그러고 돌아와서 “내가 페미니스트에게 갔는데 진짜 미쳤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야 됩니다. 의견이 다른 건 당연한데 나의 의견은 바꿀 순 없으니 어떻게 조율하고 타협해서 결론을 낼 수 있을까, 이런 게 안 되니까 "쟤네를 무찔러야 우리가 산다."고 결론이 날 수밖에 없어요. 정치적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과정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교육에서 사회활동까지 토론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3)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초중고생 4명 중 1명이 학업 스트레스로 자살자해를 생각하는 나라”, “대학생 10명 중 8명이 학창시절을 ‘사활을 건 전쟁터’로 기억하는 나라”입니다. 학교는 그야말로 ‘상시적 계엄상황’이라고 비유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우린 언제나 집에 가고 싶고, 언제나 자살하고 싶다’
학원은 더이상 사교육 아니야, 의무교육이자 대입 필수재
예비 고3 김소원
"저희 학교에서 ‘집에 가고 싶다’와 함께 가장 많이, 그리고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자살하고 싶다.’입니다. 우린 언제나 자살하고 싶고, 우린 언제나 집에 가고 싶습니다. 아이들끼리 “락스 마시고 죽으려면 한 번에 1L를 마셔야 한다.” 이런 정보가 아무렇지 않게 공유되고, 농담 삼아 “락스 가져와” “농약 가져와” 이런 말들이 오갑니다.
저희 정치와 법 선생님은 아예 “교과서에는 수능에 출제되는 내용 빼고 다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제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흔히 생각하시는 선생님들의 "이건 학원에서 배웠지?"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궁금한 것이 생겨 질문하면 “너네 학원 선생님 놔두고 왜 나한테 물어보니?”라는 말씀을 하시는 선생님들 이야기도 간간이 들려옵니다.
진짜 문제는 아이들의 머릿속 깊게 깔린 생각들입니다. 아이들은 학원에 대해 사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학원에 가지 않으면 학교 수업을 이해할 수 없고 학교 진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학원은 학교의 연장선인 셈입니다. 학원은 의무 교육이며 대학에 꼭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사교육은 스카이캐슬처럼 ‘컨설턴트 선생님이 붙어서 1:1로 알려주고 대학 입시에 관한 정보를 받는 것’입니다.
사교육을 받는 대상은 학부모님 같은 어른이 아닌 우리 학생들입니다. 사교육을 받고 큰 우리 청소년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자녀를 낳고 난 후에 지금과 같은 사교육 열풍은 계속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 청소년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저희가 사교육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사교육 잠재우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요!
교육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법’ 가르치고 있어
20대 윤지영
“‘어른들이 하라고 해서’, ‘좋은 대학가면 다 되는 거라고 해서’ 이러한 문화에 어릴적부터 노출된 현재 청년 세대는 스스로 꿈을 찾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교육 문화는 학생들을 불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빼앗고, 어쩌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변 친구들이 직장을 다니는 지금 시점에 많이들 하는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일단 남들 보기 좋은 곳에 취직을 해야한다는 말에 쉴틈없이 달려오는 청소년과 청년들은 현재가 행복하지도, 꿈꾸는 미래가 행복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요. 밤에 잠을 잘 못자서. 이 시대에 약을 먹지 않고 잠을 자는 것이 이상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바로 이것은 한국 교육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인지적 능력 뿐만 아니라 성인으로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사회성과 창의성 등의 능력을 길러줘야 하는 기초 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일반고 가면 인생 망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자사고 선택한 아이
학교 교육의 영향 생각보다 커
학부모 조혜영
“저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대학을 들어가 87년을 맞이했던 세대입니다. 당시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해 불행감과 열등감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나의 세 아이는 교육다운 교육을 받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좋아지기는 커녕 더욱더 경쟁이 심해진 교육 현실이더라고요. 하지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나서 불안과 걱정 이런 것들을 내려놓으면서 살고 있었어요.
2014년, 평등교육과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조희연 교육감 후보를 열심히 지지하고 당선도 됐는데, 정작 제 아이가 자사고를 간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중3이었거든요. 저는 일반고 가기를 바랐으니,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너 왜 자사고 가고 싶니?” 아이에게 물으니까 학교에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사진을 한 장 보여줬는데, 아이들이 다 자고 있고 몇 명만 깨서 공부하는 일반고 사진이었대요. 그러면서 선생님은 “일반고 가면 인생 망하는 거다.”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부모인 내가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보다는 학교교육이 끼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저도 잘못한 게, 입시나 진로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아이인데, 아이에게 그 의사를 정작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이죠. 남편이랑 일반고로 결정해서 밀어부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우리가 교육을 이야기할 때 당사자를 먼저 세울 생각을 하지 않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질문4) 우리나라 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혹은 무엇부터 바꾸어야 할까요?
교육 현장은 생존 게임,
‘상대평가’가 줄세우기 승리한 자들이 기득권 놓지 않아
학부모 장전수
“현장에서 느껴지는 게 자살, 전쟁, 계엄. 생존에 대한 얘기잖아요. 우리 학생들이나 청년들이 느껴야 되는 감정이 생존이라면 그것은 결국 두려움과 불안감일텐데, 교육 현장을 생존 게임으로 만들어낸 학교나 기성세대들은 아이들한테 정말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사람을 바꿔야 하는데 교육의 혁명가가 나타나고 그를 지지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적인 힘으로 뭔가를 변화시켰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다만 제도를 통해서 단계적으로 바꿔야 한다면 수많은 것중에 상대평가는 법으로 없애면 안 되나 그런 생각은 많이 합니다. 상대평가가 항상 줄세우기를 유발하고 승리한 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학교를 다닐수록 내가 틀렸나, 나만 나쁜가 의심
우리 교육은 정서적 대기근 상태, 자기 표현과 대화로 다시 시작해야
전 교사 김선희
교육이라는 것은 ‘나 참 괜찮다, 옆의 친구도 재밌다, 저 친구는 달라서 신선하다.’ 등 내가 속한 곳이 괜찮다로 확대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서적으로 대기근 상태예요. 심적 기근으로 인해 한 나라의 모든 정서가 메말라 있는 곳, 죽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곳, 사실은 입에 들어갈 식량이 없는 거랑 거의 비슷한 상황이죠.
비교 당하는 것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경험하면, 20살 때 자존이 굉장히 붕괴돼요. 그 때는 내가 속한 편이라도 이겨야 되는 굉장히 절박한 심정이 되고요. 다른 사람에 속해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편가르기를 하게 되는 것이죠.
학교 현장의 시각에서 말씀드리면 1차 학교의 고밀도를 약화시키고 사회도 더 약화되어야 하죠. 왜냐면, 고밀도 조직 안에서 대화가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학생들이 고밀도에서 벗어나려면 경쟁교육과 학교의 선발기능 폐기해야해요. 선별하려고 교육한다는 것은 거대한 가스라이팅이죠. 그러면 어떻게 변화를 줄 것인가. 나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죠. 하고 싶은지와 하기 싫은 것을 인지하고 표현할 수만 있어도 사회는 변합니다. 또 선생님이 자율권이 있어야 해요. 선생님이 정치적 행동도 할 수 있고 학교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겠죠. 그리고 가정 내에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해요. ‘저는 싫어요.’ 라고 말하는 것을 반겨야지요. '자기 생각이 분명하네, 민주시민으로서 잘 자라고 있네.'하고 안도해야 하지 않을까, 거기서부터 시작해야지요.”
교육의 가치 지향성 논의 필요, 백년지대계로서 일관성 중요해
공주대 김인엽 교수
"점진적으로 변화되게, 정책이 일관성있게 가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사고·외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었는데, 이제 불통의 정치가 다 뒤집어 놓았어요. 531 교육개혁 이후 가치에 대해 논의하지 않다보니 엇박자가 생기는 것 같아요. 탄핵 이후에는 그 가치에 대한 공통 컨센서스(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서 디테일한 교육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경영· 금융 교육과로 특성화 고등학교 선생님을 양성하는 학과거든요. 특성화고 졸업한 학생들이 저희 학부생으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특성화고를 공부 못하고 일반고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마지막 극단으로 선택하는 학교처럼 취급하는 거 같아요. 가정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빨리 취업해야 학생들도 많거든요. 반면, 외고는 학비가 분기별로 300만원인데 이건 아무나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보낼 수 있는 학교가 아니죠. 그런데 교육과정이 5등급으로 바뀌니까 대학에 유리하다는 얘기가 돌아서 외고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경쟁률이 역대 최고를 찍었어요. 그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그 비싼 학비를 내고 거기를 가겠다고 하는 그룹이 있는 반면에 학비가 면제된 학교라도 어쩔 수 없이 취업을 고려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렇게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를 살고 있는 거예요.
노인 빈곤율이 OECD 1위이고 자기의 노후자금을 사교육비에 몰아 넣고 있는, 경제적으로 정말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자사고나 외고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면 일반고 안에서의 교육 경쟁력을 찾게 되고 조금씩 공교육의 내실화가 생기면서 사교육 시장이 줄어들 거예요. 끝으로, 교육과정이 계속 변하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바로바로 쫓아갈 수 있는 여력이 없거든요.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정권만 바뀌면 제도와 평가시스템을 바꾸는 행태는 우리 스스로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과 입시가 강력하게 압도하는 현실,
관계속에서 복잡한 내면이 비로소 언어로 표현될 수 있어
교사 김철원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이들하고 글쓰기 할 때 어떤 친구가 글을 쓰면서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이 아이 초등학교 때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유가족 분들을 굉장히 혐오했대요. 이 아이가 세월호 추모 준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청나게 많은 자기 질문에 빠진 것 같아요. 그거를 글로 쓰는 과정에서 눈물이 난 거예요. 어떻게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의 눈물이기도 하지만, 정면에서 겪어 나가기에 울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관계망 속에 함께 있느냐, 그 속에서 자기 자신에서 살아 있는 질문을 만들어 가는가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 시인이 쓴 거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건 제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평소에는 그런 표현을 못하는 거죠. 관계가 있어야 언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자기 안에 있는 삶, 고통, 사랑 같이 굉장히 복잡 미묘한 것이 언어로 나오는 거죠.
경쟁이나 입시가 매우 강력하게 압도하는 현실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너무 낭만적인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그러나 압도하는 현실 옆에 이런 축을 세워나가는 것, 굉장히 미약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옆에 이런 축을 단단히 세우는 것이 중요한 거라 생각합니다.”
인구 천만국가로 가는 망국의 위기 속에서
출산율 0.7 올리려면 사교육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해
우석훈 경제학자
“제일 중요한 문제는 사교육문제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나라도 출산율 1.5, 1.6 대부분 그래요. 우리나라는 0.7인데, 사실 비슷비슷하게 못 된 나라예요. 어른들은 못 됐고 청년들은 죽겠다 똑같아요. 왜 한국이 더 빠지나 보니 0.7만큼이 사교육 비용인 것 같아요.
우리집 아이들이 초3이 되니 3단계 선택을 해야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교육을 시킬 것이냐. 럭비스쿨이 제일 비싼 학교라고 해서 알아봤더니 1년에 5천만원(수업비 4천만원,기숙사비 1천만원)이에요. 그 다음에는 특목고 등의 트랙을 보낼까. 특목고도 안 보낸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은 일반고. 학원비가 엄청드는데, 하나고 등과 계산해보니 일반고 다니면서 학원 보내는 거랑 비슷해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필요 없는 돈을 쓰게 되는 거죠.
일본 교육이 잘하는 건 아니지만 거기는 초3에서 결판이 나요. 미국의 아이비리그는 아웃도어 활동을 강조하고 지도자 교육을 받았느냐를 우선시해요. 그나마 미국은 사회나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그 돈을 쓰게 만드는 거죠. 두 나라랑 우리의 차이점을 보니 고등학교 숙제를 하는데 한국은 컴퓨터 보고 학원가잖아요. 근데 일본하고 미국은 도서관 가요. 도서관 가서 이 자료 찾아본 애가 아이비리그에 갈 수 있게 되어 있더라고요.
2000년도 초반에 헌재에서 과외금지법 위헌 판결을 낸 것이 그 사이에 출생률에 영향을 많이 줬어요. 경제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다시 한번 헌재에 과외금지법 위헌 신청을 하면 좋겠어요. 우리 헌법에 있는 '국민 경제에 대한 긴급 구조권'을 근거로 해서요.
그리고나서, 선행 학습 문제 등을 풀어나가는 게 제도적으로 맞다고 생각해요. 출산율이 뚝 떨어질 정도의 지금 상태에서는 사교육이 맞냐, 아니냐가 아니라 나라가 망하느냐, 안 망하느냐를 얘기할 때예요. 탄핵 정국에 이런 얘기하면 배부르다고 할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중장기적으로 '좋은 나라 만들기'를 하는 거예요. 이런 논의를 지금 시작해야 다음 정권에서는 이 문제를 풀 단초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1부, 지정 참가자 11명의 이야기는 그 자리에 오신 많은 분들께 공감을 받았습니다. 1부의 이야기를 다같이 공유한 뒤, 조별 토의가 2부에서 이어졌습니다.
<2부>는 아래, 2가지 질문에 대해 참가자 전원이 5-6명의 조로 나뉘어 이야기 나누고, 마지막에 대표자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질문1) 이번 계엄과 탄핵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질문2)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이 시작되고 교육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집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와 대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1조) 1번 질문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말씀드릴게요. '소년이 온다'를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나누었는데 계엄이 발생해서 이게 소설인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또 어떤 분은 시민들이 나와서 집회하는 모습에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다, 젊은 세대에게서 희망을 느끼지만 너무 가볍게 문화 콘텐츠로 소비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도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와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운동을 추진할 때 미디어를 활용한 가볍고 축제 같은 것도 해야 교육 운동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2조) 2번 질문을 주제로 나눈 주제입니다. 공교육이 황폐화되는 큰 이유는 정치권력자들의 갑질 때문입니다. 공교육이 신분상승의 게임의 장으로 바뀌어 학생들이 고통 받고 있어요. 둘째는 대학의 갑질입니다. 미국은 고등학교나 표준화시험 SAT 등이 절대평가입니다. 우리는 대학의 갑질 때문에 상대평가를 합니다. 셋째는 한국형 시험능력주의입니다.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너무 과도한 특권을 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공교육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권을 바탕으로 충분히 공부할 수 있게 공공재가 되어야 하고요. 자기가 몸담은 공동체에서 기여한 몫만큼 보상받을 수 있게 바뀌어야 합니다.
해법은 첫번째, 진심으로 교육을 사랑하고 학생을 사랑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두번째는 현재 민주당에 많이 포진한 사교육 관계자, 의원들, 국민의힘에 포진하고 있는 족벌사학들, 의원들 몰아내야 하고요 그 자리에 현장 교사 출신들이 많이 들어가서 학교 친화적인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세번째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다함께 광화문에 모여 큰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3조) 1번 질문에 나눈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계엄을 보면서 충격과 공포를 느꼈고 젊은 세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또 한편 젊은 세대를 통해 희망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계엄 상황이나, 이후, 국면들에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변화 속에서 실마리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 불안은 여전합니다. 더불어. 대학평준화가 그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특히,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 개혁이 잘 될지 고민이 된다고 합니다.
4조) 1번과 2번 답변을 통합하겠습니다. 계엄 상황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싸움만 보여준 어른들에 대한 부끄러움, 20대 청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반면에 올 게 왔구나, 드러나지 않았는데 표면화 됐구나 싶었고 이같은 상황이 성숙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으로는 획일적인 지식, 서열화, 성공의 소비재로 전락한 교육 속에서 실수나 실패를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학급에 쓰담쓰담 존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내가 무엇을 놓쳤을까, 무엇이 중요했을까?' 생각하며 실수나 실패 또한 성장과 성숙의 씨앗이 되도록요.
5조) 2번에 대해 나눈 이야기입니다.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제도 속에 때려 넣고, 상대평가를 하다보니, 양극화 문제가 심해지면서, 소망없는 상황이 심해졌습니다. 대안은 '서로 믿으면 좋겠다, 성찰 훈련이 있으면 좋겠다, 교사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교육 전시 사변의 생존자들이 교육 계엄을 선포하고 대안을 잘 찾아가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저희 조의 초등학생 어린이는 서울시에서 디벗을 줘서 고난을 주었다며 디벗도 학교에서 사라지면 좋겠다고 합니다.
6조) 2번 나눔을 말씀드리면, 교육의 핵심 문제는 경쟁교육, 입시경쟁 서열화 교육, 고립이라고 말씀들 주셨습니다. 대안으로는 입시 경쟁 아웃·시민 교육 인,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 공동체가 회복되고 교육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교육·토론교육·예체능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7조) 저희도 2번을 발표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향은 결국 인류가 가져야 할 보편적 가치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보편적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같은 단체가 많이 생겨야 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는 넛지 방식으로 부드럽게, 정치에서 혁명적으로, 우리의 방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 생애에 걸쳐 각 시기에 필요한 교육들에 대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가치를 심어줄 것인지 정립된 교육이면 좋겠습니다.
2부 조별 나눔에서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스스로 작성하는 <다시 만날 한국 교육> 선언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하나로 작성된 교육선언을 읽는 방식이 아니라, 더 나은 교육을 바라는 각자의 마음이 담긴 선언을 하나씩 발표하였습니다.
※문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은종 (02-797-4044 / 내선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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