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번의 봄이 지나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계속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매년 4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생존자와 연대하기 위한 추모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상근 활동가들과 함께 ‘세월호 기억식’을 열며 날이 갈수록 흐릿해지는 우리의 기억을 새롭게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상근 활동가들은 세월호 추모 영상을 시청한 후, 잠시 침묵으로 기억과 애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2014년 참사 당일 내가 있던 곳과 본 것, 12년이 지나는 동안 잊혀진 것들과 여전히 기억해야 할 것들, 저항의 행위로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또다른 사회적 참사가 그치길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함께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갔습니다.
상근 활동가들의 기억 나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생존 수영이라는 것이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고 아이들은 한 학기에 3회 정도 배워요. 구명조끼 입는 법, 친구들과 손을 잡고 물에 떠 있는 법 같은 걸 배우던데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세월호 이후 학교 교육에 이런 작은 변화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첫째가 2016년생이라 아이들은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몰라요. 대신에 저희 부부는 아이들이 인지가 생긴 이후부터 매년 4월 16일에 세월호 리본 그리기를 하고 있어요. 아이들 모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까 리본도 그리고 색칠도 하면서 그걸 집에 붙여두고 의미를 설명해 주기도 하고요. 그렇게라도 기억을 이어가려고요.”
“12년 정도 지나니 사람들에게 마치 하나의 '사건' 정도로 인식 되는 것 같아요. 그 뒤로도 여러 참사가 터졌고, 그러다보니 그 아픔이 내 것으로 여겨지는 강도나 공감도가 사회적으로 많이 희석되고 약화되는 게 아닌가 해요....모두의 매일이 너무 힘들고 나의 힘듦에 매몰되게 하는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아픔이나 감정을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경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국가라는 게 거대한 시스템인데 정말 대통령이 정치를 어떻게 하고, 그 이하의 구조들이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한 대응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했어요.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이태원 참사까지 이어지면서 정말 지도자를 잘 뽑고 정치가 잘 되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 라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몇 년 전에 삼각지 거리에서 세월호 1인 시위를 할 때 어떤 분들은 응원해 주시기도 하셨지만, 고개를 돌리며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때는 그 분들이 인간적으로 '너무하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 보면 저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막상 세월호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니까 일부러 외면하려 했던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고요. 이렇게 잠시라고 다시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요.”
“제가 세월호를 생각할 때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이 참사가 어떤 구조 때문에 생겼고, 어떤 체계를 바꿔야 재발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숙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것 같다는 점이에요. 물론, 누가 범인인지를 찾는 것도 해야 할 일이지만 온 사회가 범인 찾기에 나서는 동안 막상 더 중요한 일은 놓친 게 아닌가 싶어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앞으로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생존자들과 손을 잡고 생명이 최우선 되는 사회, 안전이 기본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단순한 기억의 행위를 넘어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시스템이 자리 잡을 때까지 연대의 끈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특히 ‘생명안전기본법’의 제정이 꼭 필요합니다. 이 법은 국민의 생명, 안전,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적 참사와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국가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 등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하며, ▲안전권의 법제화 ▲독립적 상설 조사 기구 설치 ▲피해자 권리 보장 ▲정보 공개 및 시민 참여 ▲안전 영향평가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되면 매번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유가족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조사 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외쳐야만 하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고, 참사의 진상과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반복되는 참사를 막는 국가적인 토대가 마련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법은 지난 11월 국회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간 뒤 논의가 멈춰 있습니다. 국회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유가족들의 12년간의 외침에 하루 속히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Remembering is Resisting. (기억은 저항이다.) 열 두 번의 봄이 지나도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기억과 저항은 계속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의 마음에 다시 봄이 다시 찾아오고, 우리 아이들이 자기 생명을 온전히 꽃피울 수 있는 그날까지 끝까지 손을 맞잡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4.16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상근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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