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표서신] 선생님, 신임 공동대표 신소영입니다. 저와 ‘함께 대표’가 되어주세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4-03-18
조회수 182

선생님 안녕하세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임 공동대표 신소영입니다. 지난 2월 22일 정기 회원총회에서 나성훈 선생님과 함께 3대 공동대표로 임명되었습니다. 정지현·홍민정 두 대표님이 앞으로의 4년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하셨다면, 저의 이 편지가 조금 당황스러우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늘 선생님께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제가 새롭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로 세워지게 된 배경과 저의 개인적 사연을 말씀드리고, 선생님께서도 이 운동의 후원회원으로 함께 해주십사 간곡히 요청드리기 위함입니다.

작년 4월, 정지현·홍민정 두 대표님들로부터 별안간 생각지도 못한 두 가지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두 분께서 연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 하나는 저를 새 대표직 후보로 추천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1대 대표님들께서 2차례 연임으로 워낙 12년 간의 장기 재임을 하셨던데다, 정지현·홍민정 선생님 모두 40대 초반으로 여전히 젊으시고, 무엇보다 두 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음을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단체 사업은 역동적으로 추동되고 있어서였을까요, 저는 두 분께서 으레 대표직 연임을 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의아한 표정으로 “왜요?”라며 연임하지 않으시는 까닭을 곧장 여쭈었습니다. 꽤나 오랜 기간 연임 여부를 고민하며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내시는 두 분의 표정과 답변에는, 제가 무어라 쉬이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고심의 흔적과 무게감이 묻어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고 아쉬운 소식에 더해, 중대하고 어려운 제안의 자리였습니다.

답을 드려야 하는 그리 길지 않은 며칠을 보내면서 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처음 입사하던, 아니 입사할 수밖에 없었던 단체와의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봤습니다.

2019년 가을 무렵, 저는 단체 상근자들과 강화도로 MT를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마니산 등반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다른 대열과 떨어지게 되면서, 당시 송인수 대표님과 저 이렇게 둘만 남아 산을 내려오게 되었지요. 그때 단체 업무와 제 삶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대표님은 신입 상근자였던 제게 정지현·홍민정 새 대표님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부탁하시며 제 앞날에 대해 예언처럼 의미심장한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표의 마음으로 대표처럼 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운동의 여정에서 어느 자리에서건 대표같이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라는, 결코 가볍지 않았던 그 당부를 저는 흘려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상근 기간 내내 늘 저를 도전시키고 압도해온 말이었습니다.

저에게 그 ‘대표처럼’이라 함은 송인수·윤지희, 정지현·홍민정처럼이 아닌, 저다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다움을 나름대로 상정하고 그에 합당하게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누가, 왜 그렇게 일을 하냐고 아무도 묻지 않더라도, 제 나름대로의 대표다움이라는 절대적 기대치에 미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신소영다움을 찾아갔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미력한 스스로를 정직히 돌아보건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일하는 동안 적어도 제가 ‘내가 대표도 아닌데’란 마음으로 일을 재면서 한다든지, 필요한 일을 외면하거나 대충 보아 넘긴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저는 저다운 방식으로 대표처럼, 대표답게 일하려 부단히 애써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보면 제가 제안 받은 대표직이라는 것이 제게는 큰 변화이면서도, 큰 변화가 아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운동의 강력한 엔진이자 오래도록 함께 상근해온 정지현·홍민정 두 대표님들의 빈 자리 속에, 동료들과 회원들의 숫자가 줄어가는 가운데, 제가 대표의 자리에서 여전히 대표처럼 일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른 수준의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창립된 지 무려 16년이라는 업력이 축적된, 교육 운동에서 굵직한 획을 그어온, 결코 작지 않은 단체를 책임지는 3대 대표직은 어쩌면 1대, 2대 대표직보다 훨씬 더 무거울 것만 같았습니다. 단체에 대한 대외적 기대치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데다, 이전의 리더십 이양기에 비해 상근 인력 규모는 상당히 축소되었고, 새 리더십을 준비할 절대적 기간은 촉박한 상황 속에, 매일 같이 용산에서 용인을 오고가는 왕복 4시간의 원거리 출퇴근은 고됐고, 아등바등 맞벌이로 기르는 아이는 고작 두 살로 아직 너무 어린데, 분초를 아끼며 병행하고 있는 대학원 학업 과정은 마치기까지 아직은 아득하고, 정치·경제적 지형은 어두운 전망 속에 날로 퇴행해가는 상황 속에서... 이토록 현실은 당장 나아지거나 바뀌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했기에, 웬만한 것에 겁을 내지 않는 저조차도 대표직의 결단은 어려웠습니다.

이것들이 제가 대표직 제안을 거절하기에 충분한 사유인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어려움들 하나 하나는 대표직 고사 사유로 충분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모두를 모아 보니 어렵겠다 고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치 충분한 사유 같아 보였습니다. 어쩌면 대표직을 제안 받은 지금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이 부담스럽고 무거운 미션에서 도망갈 적기의 기회인 걸까. 잊어버리고, 그만 항복하고 싶은 마음도 스쳤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진짜 대표의 자리에서, 대표처럼 일할 적기의 기회인가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표직을 수락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결심의 배경에는 지나온 제 삶의 이야기가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입사 이전까지 공교육과 대안교육 현장에서 교사로서의 삶, 그리고 사교육 기업을 거쳐왔습니다. 대학 졸업 직후부터 학교 안팎의 여러 교육 현장을 두루 경험하며 교육적 가치를 궁구했지만, 어느 곳에서든 늘 벽에 부딪혔던 문제는 ‘입시’라는 벽이었습니다. 제도권 교육에서는 물론, 입시 위주 교육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우회로를 개척하고자 했던 대안학교에서조차 이 문제로부터는 자유롭기 어려웠습니다. 어느 학교인지에 따라 입시 경쟁의 대열에 참여하는 시기나 방법이 조금 다를 뿐, 아이들마다 일찍이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교육의 세파에 떠밀려 각자가 가진 오롯한 고유성을 세상에 움트지도 못한 채 구겨지고 매몰되는 문제는 피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 문제 앞에 저는 ‘일개 교사로서 내가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라는 무력감과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젊음의 패기만으로 이 문제를 넘어서기에 역부족이고 고단했습니다. 철옹성같이 공고한 입시 경쟁의 구조 속에 미력한 개인이 아무리 발버둥 친들, 부질없는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절망감에 압도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장은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계속 마주할 용기가 말라 소진되었다 싶을 무렵, 저는 한 입시 사교육 기업의 R&D 직군으로 이직을 선택하게 됩니다. ‘의심하지 않는 신념은 신념이 아니다’는 말처럼, 돌아보건대 대안학교에서 사교육 기업이라는 저의 낯선 이직은 도대체 ‘무엇이 교육인가’에 대한 성찰과 의심의 발로였던 것 같습니다. 저마다의 신념으로 교육을 주장하는 공교육과 대안교육 현장에서 마주했던 입시의 벽 너머에는, 사교육 시장이 있었습니다. 학생 10명 중 7~8명이 받는다는 사교육은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당시 저조차도 정작 그에 관해서는 애써 등지고 보지 않으려고만 했을 뿐 사실상 문외한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어쩌면 아이들의 삶 한복판에 저며들어 있는 사교육을 밑바닥부터 잘 알아야 교육적 이상과 현실을 조망할 안목도 생기고 언젠가 다시 아이들 앞에 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6년, 저는 그렇게 사교육 기업에서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학교와는 사뭇 다른 영리 기업의 사원 생활을 생경해하던 제가, 감사하게도 좋은 리더십과 동료들을 만났고 기업의 생리에 익숙하게 적응해가면서 차츰 일에 재미를 붙였고 일머리도 늘어갔습니다. 학원, 인강, 출판 등 다종다양한 사교육 상품들이 어떻게 기획되고 출시되어 시장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는지의 매커니즘을 보고, 듣고, 익혔습니다.

그렇게 나름 최선을 다해 사교육 기업에서 3년 정도를 열심히 일하니, 직책을 달고 책임을 키워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더군요. 더 가보고 싶은 마음과 이만하면 되었다는 마음 사이에 갈등이 극심하던 절정의 시기, 운명처럼 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으로부터 ‘사교육 시장 경험자’를 우대하는 정책연구원 구인 소식을 받게 됩니다. 마치 저의 독특한 이력을 콕 짚어 초빙하는 듯한 구인공고가 거부할 수 없는 퇴로를 열어주는 하늘의 뜻 같았달까요. 3년 전 회사에 발을 들일 당시 첫 마음을 되짚으며 저는 후회 없이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2019년, 그렇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났습니다.

돌아보건대 지난 5년 간 제가 입사해서 감당해온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의 일은 참 어려웠습니다. 시급한 과제는 산적해있고, 싸우거나 설득해야 할 상대는 완고했고, 그 가운데 고통을 겪는 아이들의 위험 징후는 긴박하나 변화는 더디거나 요원한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일이 진심으로 자랑스럽습니다. ‘교육이 문제다’, ‘아이들이 교육으로 힘들다’는 시대를 무책임하게 외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곡된 교육에서 비롯된 아이들의 눈물과 고통을 덜어주는 데 미력한 제가 가진 경험과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건 보람되고 복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운동은 제게 자기 치유와 회복의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불행한 교육의 시대에서 자라난 제 과거의 자아는 여러 교육 현장에서 외롭게 고투했는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천군만마같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붙은 것 같았달까요. 그러니 과제가 어렵고 능력이 왜소하다고 해서 제안 받은 자리에서 도망을 가는 건 아이들에게도 저 스스로에게도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물론 대표직이든 아니든, 저는 이곳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여전히 분투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제안을 받은 이상, 대표직이 무엇이며 제가 그에 합당한 사람인지 스스로의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이전에 정지현·홍민정 두 대표님들도 대표직 제안에, 자신들이 부족하나 짐이 무겁고 부담스럽다고 비겁하게 도망치지는 않겠다며, 그렇게 눈물로 수락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대표를 찾는다는 것이 유능하게 일을 해낼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꿋꿋하게 아이들을 지켜내는 ‘마음’을 찾는 것이겠다, 저는 그렇게 이해가 되더군요.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마음’만큼은 분명 저에게 있습니다. 대표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은 그간 대표의 ‘마음’을 자처해 살아왔으니, 이제 그 마음에 합당한 ‘자리’에서 아이들을 지키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가진 능력과 상황을 따지지 않고, 이 무거운 대표직을 수락하게 된 것입니다.

선생님, 제게는 다시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여러 교육 현장에서 곤비한 심신을 안고 외로이 고투하던 시절을 지나와 더는 퇴로가 없다는 심경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찾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도래를 앞당기는 데 전력투구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제 지나온 입시 교육의 상흔을 치유하는 길이자, 동시에 제가 부모로서 키우고 있는 자녀를 위한 씨름이며, 저희 아이로 대표되는 이 땅의 모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싸움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대표직은 아니었지만, 대표와 같이 일했던 그 첫 마음을 저는 매일 같이 기억하려 합니다.

선생님, 이렇게 4년의 임기를 시작하고자 하는 저의 이 첫 마음을 ‘대표와 같은’ 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고 지켜주세요. 선생님께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정기 후원회원으로 참여해주시는 것이 제게는 그런 응원이자 격려가 될 것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3월 11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소영 드림
※ 후원 참여 시에는 아래 후원 기대표를 참고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4년 후원 기대표>
※ 후원 요청과 관련하여 현재의 재정 상황을 설명드립니다.
새 대표 체제의 첫 해, 풀어가야 할 과제에 비해 저희 단체의 재정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현재 월정 후원액만으로 단체 사업을 추진해가기에는 월 900만원 가량, 연간 1억 이상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빠듯한 살림에 맞춰 퇴직한 상근자들의 공석을 가급적 모두 채우지는 않고 일부만 충원하고 사업비도 최대한 긴축 운영하려 합니다. 다만 단체의 미션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들이 재정 탓에 위축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올해에는 특히 다음 사업들에 선택과 집중으로 매진하고자 합니다.
올해 이러한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후원 참여로 힘을 보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후원 문의 : 나눔국 02-797-4044 내선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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