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노워리[정책편지] 내 아이 모습을 이주호 장관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유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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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대학생 딸이 고3일 때 일입니다. 딸은 고2 겨울방학부터 인강을 주루룩 등록하더니, 방학 내내 열심히 들었습니다. 저는 아이 어깨 너머로 일타강사들의 강의를 엿들으며 두 번 놀랐습니다. 탐구영역에서 다루는 수준이 내가 고등학교 때 배우던 내용에 비해 매우 어렵고 전문적인 수준이라는 것에 놀랐고, 또 하나는 수십 년간 쌓인 기출문제와 비교하며 어떻게 하면 평가원(수능 출제 기관)이 오지선다에 뿌려 놓은 덫을 피해 정답을 잘 찾아낼 수 있는지, 기술과 요령을 가르치는 게 강의의 핵심이라는 사실에 더 놀랐습니다. 

저런 공부는 제발 1년 안에 끝나기를 바랐습니다. 마음과 정신이 쑤욱 성장할 나이에 1년도 아깝죠. 정책과 법률 입안자들은 학생들이 교실에서, 학원에서 무엇을 공부하는지 직접 본 적이 있을까요? 더욱이, SKY와 의치한, 인서울을 목표로 달려들어 공부하는 상위 20% 학생의 무한경쟁 뒤로 자신을 쓰레기라 멸칭하며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이 어떤 마음으로 교실에 앉아 있는지 알고 있을까요? 
ⓒ연합뉴스
‘고교학점제’를 반영한 2028 대입 개편안이 4년 예고제에 의해 내년 초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주호 장관은 이번 안이 ‘미세조정’에 그칠 거라 말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교육적인 개편안이 나올 수 있도록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각종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그 신호탄으로 지난 3월, 수능의 고질적인 병폐 ‘킬러문항 방지법’을 발의한 강민정 국회의원실 주최로 국회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제목은 ‘수능은 어떻게 학교 교육을 망가뜨리는가’.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고등학교 교사, 대학생, 킬러문항 문제집 저자 등 입시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낸 증인들이라 이날 토론회는 어느 때보다 생생한 사례가 쏟아졌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 몇 가지를 4월의 정책편지에서 소개합니다.   
수능은 학교교육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

1. 16개 대학 수능 선발 비중 50% 육박, 교실은 붕괴돼
2. 학생을 떨어뜨리기 위해 출제하는 문제들 
3. 대입을 개편할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4. 사회시험인데 수학 지식을 묻는 수능
5. 수능 1등급, 서울 학생이 비서울 학생에 비해 3배
6. 우리 사회는 학생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나?
7. 현재 수능의 대표적인 문제점 3가지   
16개 대학 수능 비중 50% 육박, 교실은 붕괴돼
(장지환, 배재고 교사)  

2020년만 해도 수능 위주 전형은 19.9%였습니다. 그러나, 조국사태를 지나며 서울 소재 16개 대학은 정시 비율이 40%로 늘어났습니다. 수시가 미달로 이월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50%를 육박합니다. 수능이 입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수록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외면하고, 교실은 붕괴됩니다. 표준점수와 백분위로 1등부터 50만 등까지 줄을 세우는 수능은 미세한 점수 편차로 합격여부가 나뉩니다. 이로 인해 반수생이 점점 더 늘어 대학에서도 1학년 이탈률 문제가 심각합니다. 한 번의 기회로 승부가 갈리는 수능에서는 경험과 기술이 중요하므로 2023 대입에서 1,2등급은 N수생이 60%를 차지하기에 이릅니다. 교육부와 학부모는 교사를 못 믿고, 대학도 못믿기 때문에 수능 영향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발제 영상 보기)
  
국가가 만든 수능, 선행교육규제법 대상 아니라니
(최수일, 수학교육혁신센터장)

2014년부터 시행된 선행교육규제법은 학교 내신시험은 물론 대학별 논술고사 등에도 직접적으로 적용됩니다. 그러나 수능에서는 평가기준 10개, 20개를 한 문제 안에 다 집어넣어 만든 고난도 킬러문항이 출제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국가(한국교육과정평가원)를 상대로 한 킬러문항 소송에서 법원은 평가원이 선행교육규제법 적용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판단했고(2021년), 현재 선행교육규제법으로 수능의 킬러문항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학교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수능을 국가가 만들었는데, 국가가 정한 규제와 법률 밖에서 출제해도 된다는 모순을 스스로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생을 떨어뜨리기 위해 출제하는 문제들 

미국 AP시험(대학 과목 선이수제) 문제는 우리나라 수학자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이를 살펴보면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당 개념과 정의를 이용하여 설명하라고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국A-LEVEL, IB 외부시험에 가장 고난도 문제를 봐도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질문합니다. ‘평가는 곧 교육적 가치를 담은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이 시험 출제자들은 학생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출제하지 않습니다. 수능이 어려워질수록 공교육 신뢰도는 추락하고 학생들은 사교육시장으로 몰립니다. 최상위권 변별은 선발하는 대학에서 강구해야 합니다. (자세히 보기)   
대입 개편할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김원석, 하늘고 교사)

대입 공정성 강화’라는 구호 아래 정량화, 수치화하기 편한 방식을 고수하다보니 수능은 공정 대입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오지선다 평가방식과 전혀 맞지 않는 과목 ‘언어와 매체’까지 정량화를 위해 수능 국어과에 포함시켰습니다. 2019년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 이후로 16개 대학의 수능 전형 비율은 40%가 넘습니다. 학생에게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라고 설득하기도 어렵고, 수능 위주로 수업해달라는 학부모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대입을 개편할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교육’이라는 가치입니다. 교육적 가치를 담아 무엇을 평가해야 할까요? 그것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때 필요한 역량입니다. 그게 대체 뭘까요? 2015 교육과정에서는 이미 6가지 핵심역량 - 자기관리 역량,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이라고 밝혔습니다. 수능은 이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평가하지 못합니다. 오직 지식정보처리 역량만을 일부 평가할 뿐입니다.(자세히 보기)   
사회시험인데 수학 지식을 묻는 수능
(이봉수, 덕성여고 교사)

시험에 나오는 대로 가르치는 학교 현실을 생각해봅시다. 공정성 때문에 수능을 꽉 쥐고 있는 국가는 현재의 수능 문항으로 인해 학교 교육이 얼마나 왜곡될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수능 사회과목 문제(▼)조차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고역량과 지식을 묻기보다 수학 문제로 변질되었습니다. 아래 문제는 2022학년도 수능에 실제 출제된 ‘연령대별 남녀 임금의 차이’를 분석하는 문제입니다. 질문과 선택지, 도표를 읽어보시면 사회과 지식이나 문제의식 없이 수학 지식만 있으면 풀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1등급, 서울이 비서울에 비해 3배로 폭증
(문호진, 킬러문항 수험서 ‘포카칩N제’ 저자)

최근 수능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간 점수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서울 대비 서울지역 1등급 학생 비율이 2010년, 국어의 경우 113%였는데 2022년 200%를 넘었습니다. 수학 가형은 301%로 폭증합니다. 

킬러문항 풀이는 정육면체 큐브를 맞추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훈련과 같습니다. 원리를 외워서 수없이 훈련하다보면 숙달되게 됩니다. 대치동 학원가에는 고등학교 4학년 커리큘럼이 등장한 지 오래고, 풀이과정 생략하고도 답을 맞출 정도로 강도높게 훈련하는 모의고사 반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본력을 갖춘 시스템으로 무장한 사교육시장이 수능의 킬러문항 풀이를 장악하니, 지역별, 계층별 점수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우리 사회는 학생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나?  
(이현우, 22학번 교육학과 대학생)

여기, 잠자는 교실 사진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이런 모습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잠자는 친구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한 부류는 이미 다 알기 때문에 수업이 재미가 없어서 차라리, 밤에 공부하려고 자는 애들이고요. 또 한 친구들은 수학을 정말 포기해서 잡니다. 왜 여기에서 우리가 이러고 있지? 선생님들도 안타까우실 거예요. 17,18살이면 에너지가 정말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나이인데 잠을 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국가들에서 수학과목 학업성취도는 1-4위를 다투지만,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그저 문제 푸는 기계로 길러지는 것 같습니다. 국가와 우리 사회는 학생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기에 이런 교육을 내버려 두는 걸까요? (자세히 보기)  

ⓒEBS  

현재 수능의 대표적인 문제점 3가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현재 수능은 지속불가능한 제도라는데 의견이 일치해 추가 토론이 필요 없을 정도였습니다. 사교육걱정은 현 수능의 문제점을 크게 3가지로 요약했습니다. (결과 보도자료 보기)

➀ 현재 수능은 토론, 체험, 프로젝트 등 학생 참여 중심인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심각한 불일치를 일으킨다.
상대평가 체제하에서 국어, 수학까지 선택과목 제도가 확대됐으나 조정점수와 대학별 변환점수로 인해, 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심화돼 전공 선택 왜곡이 극심하다.
➂ 최상위권 변별에 활용되는 킬러문항이 학교 내신시험에도 출제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으로 대비할 수 없어 사교육 영향력이 확대되고,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사교육걱정은 4월 한 달 동안, ‘대입 당사자가 함께하는 위풍당당 대입포럼’ 출범식을 열고, 강득구의원을 대표로 ‘대입 상대평가 금지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대학입시는 내 자녀가 어릴 때는 막연한 미래의 일로 여기다가, 입시 당사자가 되어서야 현실의 심각성을 직면합니다. 정작 그때는 입시에서 생존해야 하니, 기형적 제도에 문제제기할 여력을 잃게 됩니다. 올해 우리가 전개할 대입 개편안을 위한 모든 노력은 4년 뒤 2028 대입을 치를 현재 중2는 물론 그 후배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6월 사교육걱정은 교육 전문가들의 식견과 우리의 연구 역량을 모아 2028 대입개편안을 위한 국회토론회와 컨퍼런스를 연속으로 개최합니다. 교육의 가치는 상실한 채, 변별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재 대입제도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자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기입니다. 회원 여러분께서 이 모든 과정에 마음을 모아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정책편지로 이 어려운 싸움의 소식을 계속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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