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선생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사장 송인수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4-04-08
조회수 763

선생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사장 송인수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인사를 드려요. 제가 2020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4년 되었으니, 그 후 처음 드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 제가 선생님께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올해 새롭게 저희 기관 대표가 된 나성훈, 신소영 두 분을 선생님께 잘 부탁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월정 후원회원이 되어 주셔서 이들을 응원해 주십사 하는 요청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4년 전에 대표직을 내려놓고, 저는 학벌 중심 ‘입시 제도’를 바꾸려면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교육의봄’을 창립했습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언젠가 떠날 때가 올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뜻밖의 때에 찾아온 퇴임 소식은 낯선 일이었던가 봅니다. 저 역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제 12년의 삶을 다 쏟아 부었던, 애정과 의욕과 지력이 여전한 운동이기에, 대표직을 내려놓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도무지 이 상태로 라면, 2008년 제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창립할 때 걸었던 목표 즉 “입시 경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한명도 없는 세상, 사교육비를 단돈 1만원도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을 우리 어른들의 손으로 만들어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자”라는 그 담대한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대표직을 물려주고, 학벌 중심의 기업 채용 문화를 바꾸는 일에 뛰어든 것입니다.

4년이 지났습니다. 아무 것도 없던 창립 시절과는 달리, 이제 재정적인 기반도 어느 정도 갖추었고, 기업들의 신뢰도 얻고, 경제계, HR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합니다. 또한 소중한 성과도 이미 거두고 있으며, 2-3년만 있으면 더욱 의미있는 변화를 얻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자리 잡는 데 본격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작이 가능했던 것은, 제가 2020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을 내려놓고자 했을 때, 정지현 홍민정 대표가 그 뒤를 이어받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아마 새 시도를 못했을 것이고, 그러면 입시경쟁과 사교육 걱정을 없애는, 경제와 채용 영역에서 더 넓고 효과적인 싸움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두 분께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 사이에 이 분들 얼마나 애를 썼는지, 그래서 얼마나 소중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저는 이사장으로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월은 쏜 살 같이 지나서, 2023년 상반기가 되었을 때, 두 분은 제게 2024년부터는 더 이상 대표직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받았던 충격은 참으로 컸습니다. 최소한 4년은 더 해주기를 기대했건만, 이를 거절해서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심을 돌이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달에 걸쳐 다음 리더십을 찾는 과정을 밟았고 마침내 적합한 후보 나성훈 신소영 선생님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나성훈 선생님은 역대 대표들에게 정말 귀한 존재였습니다. 부드럽고 온유하며 유머가 있고, 자기 일에 헌신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늘 스스로가 세워놓은 계획에 따라 집중력있게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대표로서 조직과 관련해 어떤 크고 작은 예민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순간에조차, 그에게만큼은 이 마음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어떤 ‘믿음’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직원인데도 ‘마음이 이어진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고나 할까요. 나는 왜 그런 편안함을 그에게 느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에겐 대표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책임감의 DNA가 있어서 생각과 태도의 방향과 각도가 저와 일치했기 때문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일 잘하는 직원을 만나는 것은 귀한 일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대표인 것처럼, 그렇게 단체를 살피며 자기의 일을 수행하는 직원을 만나는 것은 더욱 귀한 일입니다. 그가 그런 사람이었으니, 대표 후보를 선정할 때, 저희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소영 선생님도 그렇습니다. 제가 대표로 그와 함께 일한 시간은 약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를 신입 직원으로 면접 볼 때부터 좋은 성품과 탁월한 논리, 유능함이 통합된 인재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렸습니다. 30대의 젊은 사람인데도, 그 마음속에는 50대 중년과 같이 원숙한 사고, 교육과 세상을 바라보는 깊은 식견, 그리고 어떤 공격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용기와 담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인가요, 직원들과 강화도에 MT를 갔을 때, 마니산 등반길에 저는 아직도 새내기인 그에게 “장차 우리 운동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표인 것처럼 미래를 준비하세요”, 라고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정홍 두 대표님이 임기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말을 한 순간, 그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용인에서 출퇴근하며 대학원 공부까지 하다가, 이제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그에게, 복직해서 우리 단체까지 책임져 달라는 말을 하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저러다가 복직마저 하지 않겠다고 하고 떠나면 어쩌나 하는 염려의 마음에 말입니다. 그러나 도리가 없었고, 그는 고민을 뒤로 하고, 대표의 자리를 수락했습니다.

나성훈 신소영 두 사람은 그렇게 해서 찾아낸 리더들입니다. 두 분 다, 젊고 유능하고 용기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 단체가 추구하는 미션과 꿈을 이루는 데 우물쭈물하지 않고 자기 인생을 다 쏟아붓고자 하는 헌신의 마음도 갖고 계십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명예와 이익은 고사하고, 손해와 희생을 요구하는 자리입니다. 땀과 눈물과 기도가 아니면 버텨낼 수가 없는 고난의 쓴 잔입니다. 그래서 대표가 된다고 할 때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자리를 자신들이 죽을 자리로 생각하고, 아이들을 지키는 맨 앞자리에서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순수한 사람들이요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들입니다.

이들은 대표직을 수락할 때 각각 적지 않은 고민도 했습니다. 한 분은, 대표 아니어도 현재에도 충분히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데, 어떻게 그 이상으로 살까 고심했습니다. 그때 배우자가 흔연히 나서서 “내가 어린 아이는 책임질 테니, 당신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위해 일해 주시오.” 그렇게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대표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을 수행함에 있어 자신이 가진 것의 크기와 귀함을 보지 못한 채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을 키우는 일에만 마음 썼습니다. 그때 제가 “선생님에게 없는 것으로 기여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이 지금 외면했던, 가장 선생님다운 것으로 우리 운동을 이끌어 주세요.”,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은 갑자기 눈물을 쏟고, 저도 울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기여하는 것, 그것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저 자신을 리더로 적합한 사람이라 여긴 적이 없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딱 한번 반장을 했습니다만, 친구들이 저를 탄핵해서, 6개월 만에 반장 직을 내려놓은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13년 간 좋은교사운동을 책임져왔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창립해 12년간 이끌었고 지금은 교육의봄을 대표로 섬기고 있습니다.

선생님, 대표로서 적합한 자질이 무엇입니까? 남의 마음을 얻는 인기나 인간적인 매력만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뒤로 물러서지 않고 싸우겠다는 마음이 핵심입니다. 아이들의 생명을 유린하는 온갖 것들과 싸우는 자리에서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내가 아무리 무능하고 흠이 많아도 저 괴물과 싸움 앞에서 나를 맨 앞에 세우겠다는 의지입니다. 그것이 있어서 사람들이 그를 신뢰하는 것이요, 그것이 없어서 유능해도 믿음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둘은 유능하고도 그 의지가 충만한 분들입니다. 이 두 분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리더로 선생님께 소개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이 거대한 조직을 끌고 가는 리더로서 감당할 과제의 규모에 눌릴 때가 많을 것입니다. 그때 아침마다 일어나 “부족한 저를 도와주십시오. 용기를 주십시오.” 그렇게 매일 기도하지 않으면 눌려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나섰는데, 나는 혼자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리더로서 그때가 가장 힘든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소리가 있어야 합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내가 그대들과 함께 있습니다. 내가 비록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후원회원은 아니지만, 당신들이 열심히 일해주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응원해왔습니다. 앞으로 용기를 잃지 마시오.”

그런 격려 말입니다. 격려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격려는 후원회원이 되는 것입니다. 단체를 이끌고 가는 사람들에게 늘 따라다니는 고민 두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단체의 미션을 이룰 수 있을까?”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과 살림을 책임질 수 있을까?”입니다. 선생님, 이 두가지 염려 중에서, 두 번째 염려에 관해서는 선생님께서 후원회원이 되심으로 그 부담을 덜어주십시오. 그러면 이들은 혼신의 힘을 내어 첫 번째 염려와 싸워갈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15곳의 기관을 후원하고 있지만, 후원 규모를 줄이지 않고 버티며, 올해는 1~3곳을 더 후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도 제 살림이 망하지 않는다고 여기며, 버틸 것입니다. 선한 뜻을 품고 제 것을 나누어줌으로 궁핍하고 힘겨운 상황을 경험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 하늘은 결코 그를 방치하지 않고, 그의 삶을 품고 더 큰 복을 줄 것입니다. 30년간 운동이나 제 개인의 삶에서 경험한 변함없는 진실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후원회원이 되심으로, 그 진실을 선생님도 경험하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4월 1일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사장 올림
※ 후원 참여 시에는 아래 후원 기대표를 참고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4년 후원 기대표>
※ 새 대표 체제의 첫 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 걱정으로 초래된 저출생 극복을 위한 교육개혁 포럼, ▲과도한 사교육비 인상 및 선행 사교육에 대한 법률 제정 운동, ▲고교서열화 및 대학서열화 해소를 위한 법률 제정 운동, ▲새로 시작되는 유아 사교육비 통계의 지정통계 제안 및 영유아 인권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 ▲사교육 시장의 지형 변화에 대한 실태 연구 사업, ▲새로운 부모세대 및 아빠 양육자를 위한 자녀교육 특성 연구 사업, ▲학교 내신 킬러문항 출제 개선을 위한 시민제보 캠페인 등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여 후원에 동참해주세요.

(후원 문의 : 나눔국 02-797-4044 내선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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