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노워리[정책편지] 성적 중위권 감소, 교육도 각자도생해야 하나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1-05-10
조회수 193


온라인수업 2년차입니다. 백신이 보급되니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운동장에서 뛰어 놀 날이 멀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가보지 않은 길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온라인수업이 장기화될수록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풍문으로만 전해들은 학생들의 교육격차, 실제로 얼마나 벌어져 있는 걸까요? 
전국 단위 실태조사에 나선 까닭은 

작년 여름,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는 초중고 교사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교사 10명 중 8명은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심화되었다’고 응답했어요. 학교 현장과 언론에서 교육 격차, 중위권 붕괴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인식’ 조사일 뿐,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조사는 아니었습니다. 

교육 당국에 대책을 요구하려면, 전국 대상으로 규모 있는 실태조사 결과값이 필요한데 말이죠. 결국, 지난 4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YTN이 협력하여 전국 8개 시·도 내 표본으로 선정한 약 1,000여 개 중고등학교의 성적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신소영 정책팀장이 한 달 동안 눈이 빠지도록 조사한 학력격차 실태, 얼마나 심각한지 국내 최초의 실증조사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조사 개요

조사 결과
이 조사는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을 기점으로  학업 성취도 분포, 양극화 과목 비율 등 총 4가지 항목을 설정하여 비교, 분석했습니다. 

① 최근 3년, 수학 학업 성취도 분포
ⓒYTN 탐사보고서 기록, '교육재난' 1부 화면 캡쳐  
 사진 아래, 좌 : 중학교에서는 중위권(B,C,D등급)이 줄고, 상위권(A등급)과 하위권(E등급)이 동시에 늘어난 ‘학력 양극화’가 나타났습니다.
사진 아래, 우 : 고등학교에서는 중위권과 상위권 모두 줄고 하위권이 대폭 늘어나 ‘학력 저하’ 현상을 보였습니다. 

 조사 대상 중학교의 75.9%, 고등학교의 66.1%에서 2020학년도 1학기에 전년도에 비해 중위권이 감소한 것입니다. 이전에도 교육 격차는 존재했지만, 작년 한 해 등교수업이 줄면서 학습 손실이 커져 평균적인 학습 수준을 유지하던 중위권 감소가 실증 데이터로 확인됐습니다. 중위권 학생들은 교사의 도움이나 또래집단의 영향을 받는 대면수업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그만큼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공교육 공백을 겪는 학생과 학부모는 각자도생하듯 사교육으로 해결책을 찾습니다. 일부 중위권 중학생들이 상위권으로 올라간 것은 내신 대비 사교육의 일시적인 효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학습 수준이 어렵고,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니 일정한 시험 난이도가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고등학교 성적은 늘어난 사교육으로 대비하기에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고등학교에서 하위권만 증가한 학력저하 현상이 이를 입증합니다.   

ⓒ교육부, 통계청 :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② 최근 2년, 국영수 학업 성취도 분포 

전국 8개 시도 내 중고등학교 총 973개교(전체 학교 수의 17%)의 국영수 성취도 분포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조사①, 수학 학업성취도 결과와 동일하게 중학교는 학력 양극화, 고등학교는 학력저하가 나타났습니다.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 분석을 살펴보면, 초등학생 사교육비만 대폭 줄고, 중학생은 미미하게 감소했고, 고등학생은 2019년보다 크게 증가했습니다. 성적 추락을 모면하기 위해 소비한 사교육이 대면수업의 빈자리 대신 성적을 향상시켜 준다면, 비용에 걸맞게 고등학생 상위권도 늘어야 할 텐데요. 고등학생은 사교육을 늘려도 통념만큼 성적을 유지하거나 올리기 힘들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20년, 국영수 중 E등급 과목 수의 비율 
전국 중‧고교 973개교에서 국영수 과목 중 하위권(E등급)을 받은 학생이 40%가 넘는 과목이 전체 과목 숫자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  조사했습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E등급인 과목의 비율 조사 / 40%는 학력결손을 파악하기 위해 임의로 상정한 숫자) 그 결과, 중학교는 14.1%, 고등학교는 35.1%의 과목에서 학력 결손이 나타났습니다.
 
모두가 겪는 재난이라며 공교육의 누수를 방치한다면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노라 도입될 고교학점제는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게 됩니다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의 결과를 대입하면전체 고등학생이 공부한 국영수 중 35%는 미이수 처리됩니다.  
④ 최근 2년, 학업성취도 양극화 과목비율
전체 조사 과목 가운데 중학교의 45.7%, 고등학교 28.5%에서 학력 양극화(전년 대비 학습 격차 증가)가 일어났습니다

교육 격차는 단순히 성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정서나 사회성 발달 등 다방면의 성장에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이미 코로나 세대는 학교에 가지 않아서 편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학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사귀면서 갈등을 겪는 등 성장통을 치르기 때문이죠. 코로나라는 재난 속 아이들은 현실 속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피한 채, 스마트폰 안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 퇴행적 적응을 드러낸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가상 세계 속에서 이뤄진 체험은 감정을 소비할 뿐, 책임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업 성취 수준이 낮으면 학교생활 행복감학업의 자기 효능감시민의식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프 경향신문

어른들이 힘을 모아 지켜줘야 할 곳, 학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중위권 감소로 대표되는 학력격차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교육당국에 보다 체계적이고 장단기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2021.4.26.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교육부는 지난 2기초학력 전담교사 2천명이라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코로나라는 거대한 재난의 후폭풍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번 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한 YTN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교육재난>을 제작보도했습니다.(2021.4.26.~27) ‘학력 격차라는 실제 결과를 받아든 지금부모인 나, 교육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교육재난 2부-학교의 재발견>에서 소개한 디디에 주르당(네스코 세계 보건·교육 석좌교수)의 말을 되새겨 봅니다.   
 
학교는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가장 먼저 문을 열어야 하는 곳입니다.” 
 
학습 손실과 사회성 결여라는 아이들의 희생으로 얻어낼 수 있는 방역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지극히 미미하다는 것입니다. 이 방송에서 나온 서울 은빛초등학교 사례는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줍니다. 은빛초는 교사학부모 당사자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거쳐 3월 둘째 주부터 전교생 등교를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습니다학년별로 등하교 시간과 점심시간을 엇갈리게 해 동선은 겹치지 않고접촉은 최소화한 것입니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질 때누군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 때그 중심에 아이들을 두고 생각한다면 대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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