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임 공동대표 나성훈입니다. 지난 회원 총회에서 신소영 선생님과 함께 공동대표로 임명되었습니다. 대표 임기를 시작한지 한 달 남짓 흐른 지금, 하루하루 분주하게 일하며, 대표의 자리가 이전 제가 맡았던 홍보국장의 역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진 자리임을 느낍니다. 오늘은 지난 주 신소영 대표님에 이어 저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로 일하게 된 사연을 말씀드리며, 선생님께 이 운동의 월정 후원회원으로 참여해 주시길 요청하려 합니다. 저의 첫 편지를 잠시만 시간 내어 읽어 주세요.
저는 2016년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홍보국장으로 일했습니다. 홍보 업무를 통해서 우리 단체의 사업을 시민들에게 잘 전달하며 소통하는 것이 제 역할이었습니다.
홍보국 업무는 저에게 잘 맞았습니다. 볼 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걸 통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아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뿌듯했습니다. 업무가 여러 분야의 교차점에 있기에 본업 이외에도 캠페인과 온라인 모금, 시민 기자단 활동 지원 등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필요한 일을 여럿 했습니다. 덕분에 몇몇 회원 분들을 알게 되었고 때론 친구처럼, 때론 존경하는 어른으로 오늘까지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송인수, 윤지희 1대 대표님, 정지현, 홍민정 2대 대표님과 업무상 자주 소통할 수 있었던 건 특권이자 기쁜 일이었습니다. 대표님들이 어떻게 일하고 의사결정을 하는지 배우고, 동료로서 작은 일이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지난 8년이 참 보람찼습니다. 덕분에 전문성도 높아졌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주요 사안을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도 생겼습니다. ‘대표들이 눈 둘 곳 없이 외로울 때 나 하나라도 응답하는 사람이 되자’, 그런 생각을 하며 일해온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 특성상 동료들이 진지했기에 홍보를 맡은 저는 내부 분위기를 바꾸려고 입사 초부터 ‘우주대스타’라는 캐릭터를 별명 삼아 활동했습니다. 누가 알아주건 말건 그 말을 계속 했더니 언제부터인가 회원 분들도 제 이름 대신 ‘우주대스타’라고 부르셨습니다. 왠지 말하는 대로 된 기분이라 짜릿하기도 했고 이대로 위상을 높여 말 그대로 우주만큼 내 영향력을 확장해야겠다,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계속 일하려면 재미있는 말이라도 해서 내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제가 사람들에게 무겁지 않게 다가가는 업무 수행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 저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정지현, 홍민정 대표님이 점심 식사를 하자시더니 차기 공동대표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하신 것입니다. ‘드디어 우주대스타의 꿈이 실현되는구나.’ 라고 좋아할 만도 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교육 운동에 인생을 건 동료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꿈꾸며 후원회원으로 참여한 회원들을 떠올리니 ‘그들의 진지한 고민을 나는 어떻게 받을 것인가’ 라는 걱정이 찾아왔습니다.
물론 대표 제안을 받기 전에도 ‘내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은 있습니다. 2019년, 단체 창립 10주년을 기해 앞으로의 10년을 꿈꾸던 시기였는데요. 여러 전문가, 회원, 상근 활동가들이 모여서 계획 세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홍보팀장으로 배석했습니다. ‘대중운동’으로서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고민하는 위치로 초대된 것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이 운동의 미션을 정리하고, 핵심가치를 정비하며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방식으로 일할지 논의 했습니다.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미래를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지더군요.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차차기 대표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 생각한 김에 그 말을 뱉어 버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차차기 대표 나성훈입니다.”
회의 분위기 전환용으로 말한 그 말은 어느 날 현실이 되었고 그것이 정지현, 홍민정 대표님과의 점심식사 자리였습니다.
기도하며 그 제안을 수락하는 데 제게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은 저 홀로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신소영 선생님과 함께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그분은 30대로 참으로 존경할 만한 것이 많은 분입니다. 저보다 어리지만 어른답고, 정책 전문가로서 탁월성도 갖고 계신 분입니다. 판단력이 빠르고 뛰어나며, 용감하고 식음을 전폐하고서 일하는 분입니다.
저도 일할 때는 그렇게 온 몸을 던져 일하는 공통점도 있지만, 다른 면이 많습니다. 저는 속도감 있게 일하기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이나 감정이 눈에 더 들어오는 사람이고, 그래서 빠른 판단보다는 오랜 동안 심사숙고하는 편이고, 논리적 분석보다는 직관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감정을 살피는 것, 그로 인한 늦은 판단력, 감정의 흔들림, 그것은 어린 시절 제 아버지에게 있었던 모습이었고, 그로 인해 가족들이 힘겨운 시간을 겪었던지라, 저는 그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제 속에 있던 아버지의 약한 모습은 숨기고, 어머니의 결단력 있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닮고자 했습니다.
사회생활이나 업무적인 부분에서 어머니를 닮으려 애써왔지만, 아버지의 모습이 제 속에 늘 머무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대표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런 그늘과 싸우며 나를 넘어서야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때로 그 마음이 여러 갈래로 일하는 과정에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그 마음을 읽어서였는지, 대표 후보직을 이사회에 추천하는 전날, 송인수 윤지희, 정지현, 홍민정 대표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참으로 훌륭한 내면을 갖고 계시고 사람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속도감 있게 일하는 사람들이 자칫 놓칠 수 있는 것을 살피는 성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일하는 과정에서, 그런 성품과 전혀 다른 성취 지향적 모습을 드러내는 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이상했습니다. 우리는 남자 신소영 선생님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께 없는 것으로 우리 운동을 풍요롭게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선생님께 고귀한 성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섬겨 달라고 부탁합니다. 무엇인가 역할에 맞는 자세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실 것이 아니라, 익숙하고 오래된 선생님의 고유한 성품을 들어 사용해 주세요. 결코 그 성품을 외면하지 마시고, 그것으로 일해 주십시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제가 내 일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서 지금까지 극복하고자 힘겨운 과정을 거쳤는데, 그것을 버리지 말라 하며, 그것을 통해서 일해 달라는 말이었으니까요. 제 속에서 극복하려 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꺼내서 사용해 달라는 그 말씀은 평생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함께 대화하면서 저도 울고 저와 대화를 나누던 대표님들도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 대화가 저를 자유롭게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가진 고유한 특징도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소영 대표님이 빠르게 판단하고 앞으로 나갈 때 저는 그 과정에서 부족한 것, 놓친 것을 살피고, 일 속에 간과하기 쉬운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며, 그로 인해 일과 관계가 통합되고, 빠름과 깊음이 충족되는 그런 팀워크가 가능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게 부모로서 저에게 주는 의미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자기다움을 키워주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해서 없는 능력, 부족한 능력을 키우느라 우리는 얼마나 아이들의 고유한 것들을 간과하는지... 어쩌면 부모로서 우리가 스스로의 자기다움을 놓쳤기 때문에, 자기다움을 살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을 볼 때 용납하지 않고 화를 내며 저렇게 하다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그런 염려를 하는 것이겠구나 싶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대표직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한 달을 지내면서 매일의 시행착오가 있지만, 그래도 제 마음 속에는 깊은 안정감이 있습니다.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다운 것으로 기여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사랑하며,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을 뜨거운 마음이 있습니다.
곧 따로 설명 올리겠지만, 올해는 저출생과 지역소멸의 문제를 사교육의 관점에서 풀어가는 새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가도 해결 못하는 이 엄청난 과제 앞에 저희를 세웠습니다. 정부가 가진 힘과 자원이 저희들에게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가진 자산, 저희가 가진 나다운 것, 이까짓 것이 무슨 힘이 되겠어, 하면서 외면했던 우리 속에 있는 익숙한 것으로 이 문제와 대결해 볼 것입니다. 그 다짐이 “힘없는 우리가 등대다.” 라는 오랜 동안 익숙한 우리의 구호 속에 담겨 있습니다. 저는 제가 가진 것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이루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그러니 선생님도 저와 함께 해 주십시오. 저 일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활동가들이 할 일이고 대표들이 할 일이라고 미루지 마시고, 선생님다운 것으로 이 운동에 참여해 주세요.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이 글을 읽는 오늘만큼은 저희 운동에 월정 후원회원으로 함께해주십시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요청 드리는 것입니다. 후원회원이 되시면 연말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말씀하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활동하겠습니다. 월정 후원에 대한 선생님의 결심을, 저의 이 마음에 응답하는 귀한 신호라 여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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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6년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홍보국장으로 일했습니다. 홍보 업무를 통해서 우리 단체의 사업을 시민들에게 잘 전달하며 소통하는 것이 제 역할이었습니다.
홍보국 업무는 저에게 잘 맞았습니다. 볼 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걸 통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아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뿌듯했습니다. 업무가 여러 분야의 교차점에 있기에 본업 이외에도 캠페인과 온라인 모금, 시민 기자단 활동 지원 등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필요한 일을 여럿 했습니다. 덕분에 몇몇 회원 분들을 알게 되었고 때론 친구처럼, 때론 존경하는 어른으로 오늘까지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송인수, 윤지희 1대 대표님, 정지현, 홍민정 2대 대표님과 업무상 자주 소통할 수 있었던 건 특권이자 기쁜 일이었습니다. 대표님들이 어떻게 일하고 의사결정을 하는지 배우고, 동료로서 작은 일이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지난 8년이 참 보람찼습니다. 덕분에 전문성도 높아졌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주요 사안을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도 생겼습니다. ‘대표들이 눈 둘 곳 없이 외로울 때 나 하나라도 응답하는 사람이 되자’, 그런 생각을 하며 일해온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 특성상 동료들이 진지했기에 홍보를 맡은 저는 내부 분위기를 바꾸려고 입사 초부터 ‘우주대스타’라는 캐릭터를 별명 삼아 활동했습니다. 누가 알아주건 말건 그 말을 계속 했더니 언제부터인가 회원 분들도 제 이름 대신 ‘우주대스타’라고 부르셨습니다. 왠지 말하는 대로 된 기분이라 짜릿하기도 했고 이대로 위상을 높여 말 그대로 우주만큼 내 영향력을 확장해야겠다,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계속 일하려면 재미있는 말이라도 해서 내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제가 사람들에게 무겁지 않게 다가가는 업무 수행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 저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정지현, 홍민정 대표님이 점심 식사를 하자시더니 차기 공동대표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하신 것입니다. ‘드디어 우주대스타의 꿈이 실현되는구나.’ 라고 좋아할 만도 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교육 운동에 인생을 건 동료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꿈꾸며 후원회원으로 참여한 회원들을 떠올리니 ‘그들의 진지한 고민을 나는 어떻게 받을 것인가’ 라는 걱정이 찾아왔습니다.
물론 대표 제안을 받기 전에도 ‘내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은 있습니다. 2019년, 단체 창립 10주년을 기해 앞으로의 10년을 꿈꾸던 시기였는데요. 여러 전문가, 회원, 상근 활동가들이 모여서 계획 세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홍보팀장으로 배석했습니다. ‘대중운동’으로서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고민하는 위치로 초대된 것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이 운동의 미션을 정리하고, 핵심가치를 정비하며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방식으로 일할지 논의 했습니다.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미래를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지더군요.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차차기 대표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 생각한 김에 그 말을 뱉어 버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차차기 대표 나성훈입니다.”
회의 분위기 전환용으로 말한 그 말은 어느 날 현실이 되었고 그것이 정지현, 홍민정 대표님과의 점심식사 자리였습니다.
기도하며 그 제안을 수락하는 데 제게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은 저 홀로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신소영 선생님과 함께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그분은 30대로 참으로 존경할 만한 것이 많은 분입니다. 저보다 어리지만 어른답고, 정책 전문가로서 탁월성도 갖고 계신 분입니다. 판단력이 빠르고 뛰어나며, 용감하고 식음을 전폐하고서 일하는 분입니다.
저도 일할 때는 그렇게 온 몸을 던져 일하는 공통점도 있지만, 다른 면이 많습니다. 저는 속도감 있게 일하기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이나 감정이 눈에 더 들어오는 사람이고, 그래서 빠른 판단보다는 오랜 동안 심사숙고하는 편이고, 논리적 분석보다는 직관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감정을 살피는 것, 그로 인한 늦은 판단력, 감정의 흔들림, 그것은 어린 시절 제 아버지에게 있었던 모습이었고, 그로 인해 가족들이 힘겨운 시간을 겪었던지라, 저는 그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제 속에 있던 아버지의 약한 모습은 숨기고, 어머니의 결단력 있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닮고자 했습니다.
사회생활이나 업무적인 부분에서 어머니를 닮으려 애써왔지만, 아버지의 모습이 제 속에 늘 머무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대표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런 그늘과 싸우며 나를 넘어서야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때로 그 마음이 여러 갈래로 일하는 과정에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그 마음을 읽어서였는지, 대표 후보직을 이사회에 추천하는 전날, 송인수 윤지희, 정지현, 홍민정 대표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참으로 훌륭한 내면을 갖고 계시고 사람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속도감 있게 일하는 사람들이 자칫 놓칠 수 있는 것을 살피는 성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일하는 과정에서, 그런 성품과 전혀 다른 성취 지향적 모습을 드러내는 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이상했습니다. 우리는 남자 신소영 선생님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께 없는 것으로 우리 운동을 풍요롭게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선생님께 고귀한 성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섬겨 달라고 부탁합니다. 무엇인가 역할에 맞는 자세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실 것이 아니라, 익숙하고 오래된 선생님의 고유한 성품을 들어 사용해 주세요. 결코 그 성품을 외면하지 마시고, 그것으로 일해 주십시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제가 내 일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서 지금까지 극복하고자 힘겨운 과정을 거쳤는데, 그것을 버리지 말라 하며, 그것을 통해서 일해 달라는 말이었으니까요. 제 속에서 극복하려 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꺼내서 사용해 달라는 그 말씀은 평생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함께 대화하면서 저도 울고 저와 대화를 나누던 대표님들도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 대화가 저를 자유롭게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가진 고유한 특징도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소영 대표님이 빠르게 판단하고 앞으로 나갈 때 저는 그 과정에서 부족한 것, 놓친 것을 살피고, 일 속에 간과하기 쉬운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며, 그로 인해 일과 관계가 통합되고, 빠름과 깊음이 충족되는 그런 팀워크가 가능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게 부모로서 저에게 주는 의미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자기다움을 키워주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해서 없는 능력, 부족한 능력을 키우느라 우리는 얼마나 아이들의 고유한 것들을 간과하는지... 어쩌면 부모로서 우리가 스스로의 자기다움을 놓쳤기 때문에, 자기다움을 살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을 볼 때 용납하지 않고 화를 내며 저렇게 하다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그런 염려를 하는 것이겠구나 싶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대표직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한 달을 지내면서 매일의 시행착오가 있지만, 그래도 제 마음 속에는 깊은 안정감이 있습니다.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다운 것으로 기여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사랑하며,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을 뜨거운 마음이 있습니다.
곧 따로 설명 올리겠지만, 올해는 저출생과 지역소멸의 문제를 사교육의 관점에서 풀어가는 새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가도 해결 못하는 이 엄청난 과제 앞에 저희를 세웠습니다. 정부가 가진 힘과 자원이 저희들에게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가진 자산, 저희가 가진 나다운 것, 이까짓 것이 무슨 힘이 되겠어, 하면서 외면했던 우리 속에 있는 익숙한 것으로 이 문제와 대결해 볼 것입니다. 그 다짐이 “힘없는 우리가 등대다.” 라는 오랜 동안 익숙한 우리의 구호 속에 담겨 있습니다. 저는 제가 가진 것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이루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그러니 선생님도 저와 함께 해 주십시오. 저 일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활동가들이 할 일이고 대표들이 할 일이라고 미루지 마시고, 선생님다운 것으로 이 운동에 참여해 주세요.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이 글을 읽는 오늘만큼은 저희 운동에 월정 후원회원으로 함께해주십시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요청 드리는 것입니다. 후원회원이 되시면 연말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말씀하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활동하겠습니다. 월정 후원에 대한 선생님의 결심을, 저의 이 마음에 응답하는 귀한 신호라 여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3월 19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나성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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