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노워리[정책편지] 국방부 앞에서 교육 걱정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2-03-25
조회수 427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은 서울 용산의 삼각지 역에 있습니다. 5분만 걸어가면 국방부 건물이 있어요. 지난주부터 이 지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이 모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시민운동의 특성상 정부에 문제 제기하고, 대책을 요구할 일이 많아 광화문 청사나 청와대 앞 기자회견이 빈번합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대통령이 집무실을 이전한다는데 과연 이전이 소통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을까요? 이대로 실행된다면 기자회견할 때 교통비는 안 들 것 같다는 농담을 들어도 쉽사리 웃음이 나지 않습니다.

매년 3월에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가 있습니다. 올해도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작년에 코로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했기에 2021년 통계는 상승 폭마저 21%로 역대 최고입니다. 게다가 사교육걱정이 실시한 대선 교육공약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경쟁교육, 수월성 교육이 강화되리라는 우려가 큽니다. 오늘 정책편지에서는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윤석열 당선인에게 촉구하는 교육 분야 국정과제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202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발표

[조사 결과 요약

① 초중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6.7만원

② 사교육비 총액은 23.4조원으로 21% 상승

③ 사교육 참여율은 75.5%로 8.4% 증가

④ 참여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8.5만원

Ⓒ교육부

그동안 조사 결과를 보면 체감 비용과 거리가 멀어 늘 의문이었습니다. 중학생 1명이 영어, 수학 2과목만 수강해도 50만원이 넘으니까요. 체감 비용과 다른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학교급/지역 등 개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실제 아래 표에서 학교급 별로 참여학생의 평균 비용을 보면 좀 더 납득이 됩니다.

올해는 전체 학생의 1인당 평균이 36.7만원이라 체감 비용에 근접합니다. 역대 최고 상승 폭이 실감나는 대목이지요. 사교육 참여학생만 비교하면 고등학생 1인당 전국 평균은 64.9만원, 서울지역 참여 고등학생 1인당 비용은 86.4만원이나 됩니다.

ⒸEBS뉴스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은

- 가구 월 평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800만원 이상 59.3만원 : 200만원 미만 11.6만원)

- 성적이 상위권일수록 (상위 10% 이내 53.3만원 : 하위 20% 29만원)

- 도시에 살수록 높습니다. (서울 52.9만원 : 읍면지역 24.7만원)

 

특히, 소득 수준 별 격차가 5.1배에 달해, 교육 불평등 해소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사교육비 통계를 발표하면서 ‘등교를 통한 대면 수업 정상화’와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대책 외에 별다른 정책이 없습니다. 대책만 놓고 보면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수업이 사교육비 폭증 원인의 전부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살인적인 입시경쟁, 학벌에 따른 직업 간 임금 격차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를 해결할 종합적인 대책 역시 교육 당국이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그 정책을 실행할 철학과 강력한 의지를 찾기 어려울 따름입니다.

사교육비 조사결과 분석 보도자료 바로가기

 

이제 우리의 시선은 새로운 대통령이 될 윤석열 당선인에게 쏠려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공약집에서조차 교육공약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공정한 입시를 통해 부모찬스를 해소하겠다고 말했을 뿐 특별한 대책도, 방향성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선 교육공약 100인 평가단에서도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른 언론 보도에서도 수십 가지가 넘는 교육정책 의제에 대해 캠프 측에서 ‘답변 거부’로 일관했다 며칠 뒤 ‘신중 검토’ 등으로 수습한 기사가 두고두고 회자되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 발언으로 보는 우리 교육 전망

초중고 학력수준 전수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겠다

고교 평준화가 하향평준화를 불러와 공교육 불신이 크다

고교 선택권 확대하여평등성뿐 아니라 수월성도 추구돼야 한다.”

① 개인 성장 중심 교육 대신 경쟁교육 심화 우려

성적 줄세우기 교육으로 비판받고 사라졌던 학력 수준 전수조사를 다시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학력 격차는 현재의 표집조사만으로 충분히 진단할 수 있고진단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책입니다특히 현 정부에서 특목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등학교 교육의 질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려 했던 정책 역시 시행령을 재개정하여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공교육은 AI교육을 통해 강화하겠다.”

② 학교책임교육 강화를 통한 만족도 높이기 어려울 듯

당선인은 교육공약 질의서에서 학교책임교육 실현을 위해 개인별 맞춤형 지원학급당 인원수 적정화교원의 전문성 신장 등 종합적인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AI튜터를 활용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특히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 실시하는 고교학점제도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정시 비율 늘려 공정성 강화하겠다

대학서열은 강요가 아닌 우리 사회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수요와 사회 변화를 반영한 새 대입제도 마련하겠다.” 

③ 대학입시 경쟁 강화미래지향적 입시 개선도 불투명

당선인의 공약은 정시 확대가 대입제도 개선책의 전부였습니다정시와 수시 모두 고소득층과 기득권에게 유리한 제도로 정시 비율을 조정한다고 교육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오히려 정시 강화는 학교교육을 도외시하게 만들고 문제풀이와 과잉 사교육으로 몰아넣습니다특히입시경쟁의 근본 원인인 대학 서열화에 대해 강요가 아닌 사회문화를 반영한 것이다라는 답변은 문제의식조차 결여돼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④ 사교육비 대책은 언급조차 없어폭증 추이 지속될 듯

사교육비 관련 대책은 공약에서 언급조차 없어 앞서 살펴 본 폭증 추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가구소득별 최소구간과 최대구간이 5.1배 격차가 벌어지는 사교육비는 교육 양극화의 적나라한 지표입니다. 입시제도 개선과 대학서열화 해소 대책이 없으면 사교육비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레신문

대통령 당선인에게 촉구합니다

우울한 전망이 계속된다 해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마스크를 낀 채 학교 수업을 마치면 일주일에 평균 6.7시간씩 학원에 가며, 숙제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삶이 오늘도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3월 모의고사 점수를 자기 삶의 성적표처럼 여기는 수십만 고3 학생들의 좌절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교육걱정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과정을 통해 아래의 5대 과제를 국정과제로 삼도록 촉구했습니다. (2022. 3. 14.)


첫째학교책임교육 강화

정부는 저출생 정책에 2021년에도 46조 원이나 쏟아 부었지만, 올해 발표된 합계출산율은 0.81명을 기록했습니다. 더 이상 한 명의 아이도 소외시켜서는 안 되는 시대에 학교책임교육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공교육을 국민이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개인별 맞춤형 교육지원 체계 구축, 고교학점제 추진, 학급당 인원수 적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종합 정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둘째대학입학보장제 3대 입체 전략 추진

대학생 10명 중 8명이 고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쟁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학벌을 얻기 위한 대입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일정 수준의 성적을 갖추면 입학을 보장하는 공동입시, 전폭적인 대학 재정지원, 공동 학위제를 실시하는 대학 네트워크를 구성해 서열은 해소하고, 교육의 질은 극대화해야 합니다.

 

셋째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대기업 R&D 연구 인력 800명을 대상으로 한 5년간의 추적 조사에 따르면 스펙3종이라 불리는 ‘출신학교, 학점, 토익점수’는 실제 업무 성과와 거의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5개 업종, 11개 기업 2,400여 명을 대상으로 확대한 연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재 발의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새로운 정부가 국회와 협력해야 합니다.

 

넷째입시경쟁 완화 및 미래지향적 대입 제도 마련

수십 년간 지속돼온 대입 경쟁은 물론 서열화된 고교 체제는 초등학생까지 밤10시까지 학원을 전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목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일반고 전체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고교학점제와 내신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수시와 정시 비율 조정만으로는 대입 공정성을 이룰 수 없습니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근본대책으로 현재 발의돼 있는 ‘교육불평등 해소법’이 제정되도록 협조하고, 미래지향적 대입제도의 구체안을 2023년까지는 국민들 앞에 제시해야 합니다.

 

다섯째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 마련

기재부가 미국 싱크탱크 연구소에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출생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교육비 부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이 더 이상 기쁨과 희망이 아니라 고통을 대물림하는 것으로 젊은 세대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 출제 경향 등 사교육 유발 요인과 ‘과도한 선행, 심야 교습, 고액 부담’ 사교육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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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14.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이 5가지 정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입시 경쟁의 고통을 덜고 배움의 기쁨을 되돌려주고자 사교육걱정이 지난 14년간 연구하며 밝혀낸 연구결과이자 핵심 정책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온 끊임없는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선생님이 계시기에 떨쳐버리겠습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더 많은 과제를 가늠하며, 김누리 교수님의 칼럼 한 구절로 오늘 정책편지를 맺습니다. 

‘역사란 승자의 발자취’라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깊은 의미에서 역사는 잘 진 싸움의 궤적이다. 쉬이 희망을 말하지 않되 가벼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 유토피아와 멜랑콜리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이것이 이 환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윤리가 아닐까 생각한다...(중략)
역사는 어차피 직선적으로 진보하지 않는다. 헤겔에 따르면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 지금 우리는 나선의 후퇴 곡선에 들어섰을 뿐이다. 다음에는 더 큰 원을 그리며 전진할 것이다....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만큼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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