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미리보는 등대지기학교] 차라리 지방대를 없애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1-11-05
조회수 1355

'지방대를 둘러싼 거대한 불공정 너머의 가능성'을 강의하는 곽영신 연구원


올 한 해 한국은 ‘공정’이라는 화두로 떠들썩했다. 이준석 의원이 ‘공정’을 내세우며 국민의힘 최연소 당대표가 된 이례적인 사건도 있었고, 마이클 샌델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또 한 번 한국을 들었다 놨다. 이 책은 ‘능력주의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나는 책을 읽다가 생각보다 능력주의가 뼛속 깊이 박혀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교육 문제의 최전선에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올해 등대지기학교의 주제를 ‘능력주의’와 ‘불평등’으로 잡은 것을 보고는 다시 한 번 ‘공정’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어디든 대학만 가면 인생이 장밋빛일까 싶었던 청소년들에게 곽영신 연구원(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의 강의는 슬픈 이야기다. 일단 대중문화와 SNS에서 지방대 출신에 대한 차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인서울과 지방대 출신의 차별이 취업 시장에서만 잠시 존재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우리 사회가 지방대 출신에게 주는 모멸감이 상당하다는데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나조차 ‘지잡대’라는 단어가 어느새 익숙해졌으니……. 능력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회가 주는 ‘모멸감’이다. 강의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주변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6강 강의안 중 일부]


지방대를 나왔다고 취업 시장에서 차별받는 것도 억울한 일일 텐데, 사실 더 억울할 일이 있었으니, 대학을 다니는 과정도 불공정투성이라는 사실이었다. 고등학교에서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모든 자원을 몰아주는 분위기가 당연시된 지 오래인데 대학도 인서울, 특히 서울대에 정부지원금을 타 대학 대비 20배나 몰아주고 있다. 고학력 부모를 둔 자녀들이 명문대에 더 많이 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능이 공정한 시험인지 아닌지 논쟁을 벌이곤 하는데, 그런 논쟁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유는 수능을 보기 이전의 모든 과정이 이미 불공정하기 때문이라는 곽영신 선생님의 촌철살인에 이르러서는 깊은 한숨이 나왔다.


사실 대학 입시에 인서울 몰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방대를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때마다 지방대에 정부 지원금을 늘리거나, 교육 자원을 인서울 대학과 공유하자는 등 비슷한 안건이 반복적으로 나왔던 것 같다. 이 강의의 제목 ‘지방대를 둘러싼 거대한 불공정 너머의 가능성’을 보고는 오랜만에 지방대 혁신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안타깝지만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은 보이지 않았다. 시도는 있었지만 성과가 없어 보인달까. 하긴 시스템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하는 일이니 과거에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이럴 바에야 당장 ‘지방대’라는 말부터 없애고 1대학, 2대학, 3대학처럼 용어만이라도 지역 차별을 없애는 시도를 먼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방이라고 차별받는 것이 어찌 대학뿐이랴. 용어에 깊이 뿌리박힌 차별의식이 대학에까지 손을 뻗친 결과일 수 있겠다 싶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 강의는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건데?’의 궁금증을 당장 해소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지방대 차별의 구체적인 사례와 근거를 들어 한국 교육에서 ‘공정’을 논할 때 놓쳐서는 안 될 내용이다.


■ 글 _ 노워리기자단 신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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