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노워리[정책편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에 대한 7가지 질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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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에 발의되었습니다.(더불어민주당 강득구·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 출신학교는 개인의 특성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주 오랫동안 개인의 능력 전체를 판단하는 결정적 기준으로 사용되어 차별의 도구로 쓰여 왔습니다. 출신학교를 중시할수록 능력을 개발하기보다 이름난 대학에 입학하려는 경쟁에만 골몰하게 돼 개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 전체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신대학과 그 사람의 실력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시, 마음 한구석에 중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한 사람이 일도 잘 하지 않을까, 최소한 학업 성실성의 증거이니 그만큼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이번 정책편지에서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에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 차     례 - 
1.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실력도 뛰어나잖아요? 
2. 기업의 사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닌가요? 
3. 출신학교는 개인 노력의 결과인데 역차별 아닌가요? 
4. 다른 지표 개발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거 같아요. 
5.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나요? 
6. SKY출신이 더 뽑힌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7. 법 제정보다 의식변화가 선행돼야 하지 않나요?  

1.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실력도 뛰어나잖아요?

학력과 실력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기념비적인 연구가 있습니다. 85년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피고용자 3만 2천 명을 메타 분석한 아이오와대 프랭크 슈미트 교수와 미시간주립대 존 헌터의 1998년 논문 ‘인사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 연구인데요. 구직자의 실력 예측 변수를 1에서 –1로 놓고 봤을 때, 구직자의 실력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요소는 채용 후 부과할 작업의 일부를 시켜보는 작업 시범 테스트(0.54)였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지능과 직무면접(0.51), 동료 평가(0.49), 직무지식 테스트(0.48), 정직성(0.41) 등이 높은 상관관계로 나타났습니다. 학력(교육기간)의 상관관계는 0.1에 불과했습니다. 0.5 이상이면 강한 상관관계가 있고, 0.2이하는 약한 상관관계를 뜻합니다. 경력도 직무 입문단계에서 2년 차에서만 유의미할 뿐, 그 이상은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506개 기업 인사담당자 대상 ‘블라인드 채용 실태조사’ 결과(2017)에서도 신입직원 채용시 직무적성(75.1%), 인성(56.3%), 직무경험(48.2%)를 가장 중시하고, 학력의 중요도는 1.2%에 그쳤습니다.  

ⓒ 인사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 연구 (한국일보 표 재구성)
2. 기업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요?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법안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이유로 기업의 사적 자치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헌법 제11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학력과 출신학교를 이유로 벌어지는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헌법이 명시하는 평등권을 실현하는 법률입니다. 기업의 사적 자치권과 국민의 평등권 중 무엇이 우선할까요? 

헌법 제37조 2항은 또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만)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라는 내용입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밤 10시 이후 학원 영업 금지 등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한 사례만 보아도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의 자치권을 제한한 사례가 있습니다. 학력·학벌주의로 인한 과도한 경쟁, 심각한 사교육 문제를 고려할 때 고용에 있어 출신학교 차별을 금하는 것은 공공복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3. 출신학교는 개인 노력의 결과인데 역차별 아닌가요? 

출신대학은 초중고등학교 기간 중에 한 개인이 쏟은 노력의 결과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를 우대하면 스무 살 이후에 노력한 과정은 고려하지 않게 됩니다. 출신학교는 특정 시점의 입학 성적일 뿐, 문제해결력, 협업 능력, 의사소통능력 등 기업에서 꼭 필요한 직무 능력을 보여주는 요소가 아닙니다. 기업의 채용은 직무 능력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수능성적은 직무 능력과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녀의 학업성적이 좋고, 지위가 낮을수록 부진하다는 사실은 각종 연구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4년의 중3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의 세대 간 사회계층 이동성에 관한 연구’(2015, 최필선·민인식)를 살펴보면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수능 성적 1~2등급 비율이 높아졌고, 상위권 대학 진학 가능성도 커졌으며, 취업 후 임금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곧, 출신학교가 순수한 개인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경제적 배경이 직결되는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 다른 지표 개발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거 같아요.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단계에서부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기술을 구체화함으로써 직무능력 중심의 선발이 가능합니다. 현재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NCS란 해당 직무에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국가가 산업부문별 · 수준별로 구체화함으로써 적합한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측정기준을 말하는데요. 상세한 직무기술서를 통해 지원자들은 직무와 채용 절차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과도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정부 컨설팅과 지원을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NCS를 활용하여 전공, 지역, 나이를 불문한 직무 역량이 탁월한 인력을 채용하는 방법을 도입했습니다. 현재 국내 80%의 직업에 NCS가 개발돼 있고, 2020년 기준 공공기관 293개, 민간기업 744개에서 활용 중입니다.  

[표] 한국남부발전 블라인드 채용 이후 제도 변화 (출처: 교육의봄 포럼 자료집)
5.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나요? 

서강대학교 임지봉 교수는 외국의 경우 출신학교를 차별과 관련한 판례는 있지만 입법례는 없다고 전합니다. 외국에 이러한 법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취업 희망자를 학력으로 차별하는 정도가 우리나라처럼 심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 미국은 인종 문제가 심각하여 사진을 부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또, 독일의 ‘일반 동등 대우법’에는 인종, 민족, 성별, 종교, 장애, 연령, 성정체성을 이유로 불리한 차별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6. SKY출신이 더 뽑힌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한양대 산학협력단의 ‘공공기관 출신학교 채용 실태 및 성과연구(2018.11.)’를 살펴보면 블라인드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보니, 비수도권 출신, 여성, 출신대학 수가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곧 SKY중심 수도권 대학 출신 감소를 뜻합니다.

SKY출신이 늘었다는 소문은 2019년 한 경제신문에서 서울지역 금융 공기업 3곳의 지표를 확대해석하여 와전된 것이었습니다. 그 기사에서도 SKY출신이 줄어든 곳은 큰 감소폭을 보였고, 증가한 서울지역 공기업 3곳 중 1곳은 도입 직전 2년만 따로 계산하면 오히려 2.2%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7. 법 제정보다 의식변화가 선행돼야 하지 않나요?
출신학교 차별금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학벌주의는 오랜 시간 이어져온 고질적인 문제인 만큼 의식변화를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릴 거예요. 학벌주의에 대해 79%의 국민들은 앞으로 비슷하거나 더 심화될 거라고 인식(2020년 교육여론조사)하는 만큼 법률을 통한 출신학교 차별금지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법이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너무 엄격한 규제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안에 뿌리 깊은 인식이 법을 통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습니다. 이번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국회의원은 ‘정치가 제도를 바꾸고, 제도를 통해 새로운 문화와 인식이 바뀐다’라고 강조합니다. 학벌주의가 야기하는 문제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 법 제정을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여러 차례 발의되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변변히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현실은 고단하기 짝이 없으나,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을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달라질지 상상해봅니다. 무엇보다 중고등학교 교실 풍경이 달라질 것입니다. 아이들은 입시에 얽매이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꿈꿀 수 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수업과 학교 현장에서, 아니 더 넓은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석연치 않은 질문이 있다면 그 해답을 찾아가면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계속됩니다. 지금 해결되지 않는다 해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 변화의 길이 멀다 하더라도 이 편지를 읽고 계신 $%name%$선생님의 손을 잡고 계속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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