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선생님, “우리 애들도 수학을 못하면 어떻게 하지...” 저만의 고민일까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2-07-13
조회수 943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홍보국장 나성훈입니다. 혹시 지난주에 최수일 선생님께서 보낸 편지를 보셨는지요? 수학 평가 혁신 일을 시작한다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수학 운동 덕분에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기에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오늘은 수학 공부로 어려움을 겪었던 수포자 중 한 사람으로, 두 딸과 함께 사는 부모로 수학 운동의 의미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분을 이 운동의 참여자와 후원자로 만날 수 있길 바라며 편지를 드립니다. 

수포자였나요? 네, 저는 그렇습니다.

수학을 잘한 적 없습니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고 공부 방향도 잡지 못했습니다. 항상 ‘수학의 정석’ 책 ‘집합’ 단원에서 공부를 시작해 다음 챕터로 넘어가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어렵고, 정말 모르겠다. 응용은커녕 기본도 숙지가 안 된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수학 점수 하나 잘 받아 보겠다고 문제집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탑돌이 한다고 소원 이뤄지는 게 아니듯, 수학 주변을 돌아다닌다고 점수가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가끔 친구 중에는 방학 지나고 수학 시험 점수가 훌쩍 오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학원에서 하드 트레이닝을 받은 결과였습니다. 문제 푸는 패턴에 익숙해졌다는 느낌. 그들의 풀이 속도는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사교육 효과도 있었지만, 갑자기 수학을 잘하는 모습을 보며 위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내 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고 제 가능성마저 작아 보였습니다. 마음고생을 견디며 대학에 진학하고 미디어 홍보 담당자로서 삶을 꾸려왔습니다.

2015년, 다른 회사의 소셜미디어 담당자였던 저는 어느 단체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름도 특이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그래, 그런 세상이 필요하긴 하지. 사교육에 쓰는 돈은 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 남들 다 받는 사교육 나는 충분히 못 한 것 같아’ 생각하며 소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차이가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인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문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수포자된 건 아이들 잘못이 아닙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포자없는 입시 플랜’ 캠페인의 카피였습니다. 이 문구를 접할 당시 저는 이미 어른이었지만 20여 년 전 책상 앞에 앉아 수학 문제로 좌절했던 17살의 마음 오롯이 떠올랐습니다. ‘20년이 지나도 해결하지 못한 아픔이 내 안에 있구나’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수학 문제를 잘 푸는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교실, 학원에 다녔으면 저 친구들보다 내가 훨씬 점수가 잘 나왔을 텐데 하는 마음, 결국에는 나를 탓하던 습관이 여전히 제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잘못이 아니라 말하는 문구를 발견한 겁니다. 겹겹이 쌓인 좌절감이 한 번에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아니 우리는 잘못이 없었습니다.

선생님 f(x)의 뜻을 아십니까? 한국일보 서화숙 기자님은 ‘수포자없는 입시 플랜’ 운동을 지지하면서 말씀하셨습니다. “F(x)의 뜻을 알고 전율을 느꼈습니다.” 나는 알고 있었나? 돌이켜보면 아무 생각 없이 문제에서 x로 제시된 곳에 숫자를 넣고 기계적으로 계산하곤 했습니다. 함수 문제를 풀었지만 그게 무슨 말인지 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놓쳐버렸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변형해도 응용 문제는 풀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수학 운동은 제 관점을 바꾸어 주었습니다. 관점의 변화로 지난 시절이 복구될 리 없고, 달라지지도 않겠지만 고마웠습니다. 따뜻했습니다. 마침 그즈음 단체 채용 소식을 접했고 주저 없이 지원서를 냈습니다.

단체에서 일하면서 아빠가 되었고 2016년에 첫딸이 태어났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수학 운동을 접하며, 아이가 학령기에 수학을 어려워하면 같은 경험을 가진 선배로서 ‘네 잘못이 아니야’ 격려해 주고 싶어졌습니다. 시험 점수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개념과 사고력을 차근히 쌓아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너는 나보다 덜 힘들도록 아빠가 최선을 다할게! 이제 둘이 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수포자 문제는 꼭 해결하겠다 다짐했습니다. 수학 카드뉴스를 보고, 제가 이 운동에 뛰어들었듯 내가 만든 홍보물로 더 많은 학생, 학부모, 교사, 전문가의 힘을 모아야 한다 생각하며 일해왔습니다.
이것은 근본을 바꾸는 일입니다.

최수일 선생님의 지난 편지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번에 우리는 수학 평가 개선을 위해 일하려합니다. ‘개념과 수학 사고력을 진단할 수 있는 중고등 문항 및 평가 제도 개발, 평가 기준 안내 매뉴얼 보급, 수능과 학교 내신에서의 킬러 문항 방지를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사업’이 그것입니다.

수학 개념과 사고력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수학 교육, 배운 만큼만 평가하는 교육, 킬러 문항 대신한 명의 아이라도 제대로 가르치는 수학. 당연하지만 먼 길을 떠나려 합니다. 미개척지, 하지만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에 들어서려 합니다. 수학교육혁신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 교사들이 시민과 힘을 합쳐 평가의 새 지평을 여는 것입니다.

이것은 근본을 바꾸는 일입니다. 땜질하듯이 그때그때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수학이란 무엇인가, 수학교육이란 무엇인가, 수업과 평가는 원래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말하는 것입니다. 사칙 연산이나 알면 되었지, 수학은 뭐 하러 배워야 하냐는 말에 새로운 답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수학 운동과 최수일 선생님의 편지를 보며 가장 마음이 가는 부분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수학 책임교육 실현’이라는 말입니다. 제가 수학을 못 하고 포기했을 때 주변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수학은 개념적 위계가 확실한 학문이기에 개념을 잘 다지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오히려 더 재미있게 배우고 삶에 적용할 수 있다. 수학을 통해 기른 논리적 사고는 성인이 되어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말입니다. ‘나는 교사로서 네가 수학을 포기하도록 두지 않을 거야. 100점 맞는 게 목표가 아니라 공부를 즐기는 방법을 가르쳐줄 거야. 배우고 익히는 게 너의 평생 친구가 되도록 도와줄 거야.’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말입니다.

이제 이곳에서 일한 지 7년 차. 부모로서 배운 점이 많습니다. 선행학습과 과잉 학습의 안 좋은 점, 놀이 중심의 영유아기, 꿈이 있는 진로 등 스스로 단단하게 준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학 공부에 관해서는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초등학생이 되는 첫째가 저처럼 수학을 못 하고 싫어하면 어쩌나, 학령기 내내 열등감을 느끼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저부터 수학 교과서를 펴들고 같이 공부할 생각도 해봅니다. 경쟁 교육의 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지요. 좀 부끄럽지만,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도 싫으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합니다. 단번에 바뀌는 건 없다는 생각 말입니다. 현실은 현실대로 살아가되 한쪽에서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힘써야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는 사실 말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오래전부터 수학 교육의 변화를 위해 애썼지만, 문제는 여전합니다. 수능 킬러 문항은 한동안 위세를 떨칠 테고 교육 과정 위반 사례도 끊임없이 나올 것입니다. 성취 기준이 뭔지도 모른 채 학교를 졸업하는 아이가 대부분인 상태에서 선생님들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손 놓아야 할까요? 나와 우리 가족이라도 경쟁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것만이 전부일까요? 아닙니다. 누군가는 변화를 위해 뛰어야 합니다. 구조를 바꾸는 게 쉬웠던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여러 노력의 열매로 우리 사회는 달라졌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근본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수학이란 무엇인가, 수학 교육이란 무엇인가. 평가와 시험은 왜 일치해야 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수학 책임 교육이 그저 꿈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 주어야 합니다.

언제나 좋은 어른이길 꿈꾸며

사무실 한편에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이란 책이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여러분들. 좋은 어른이길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저자 변진경 기자님이 남긴 이 말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수학 때문에 우는 아이들, 수학이라는 상처로 평생을 살아가는 어른들. 그대로 두지 맙시다. 울고 있는 이 곁에서 같이 울고, 왜 우는지 물어보며 함께 해결책을 찾는 어른이 됩시다. ‘좋은 어른이길 포기하지 말아요.’ 네, 우리는 그래야 합니다. 수학 학원을 아무리 보내도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애쓰지 않으면 학생 대다수가 수포자가 되어 낙담하게 되는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학생 대다수를 수포자로 만드는 수학 평가, 변화가 필요합니다.

선생님,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수학 책임교육 실현은 비단 학교 현장의 교사, 시민단체, 교육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부모, 이모, 고모, 삼촌의 책무이고 이 나라 시민의 역할입니다. 사칙연산만 하면 됐지, 수학이 왜 필요하냐는 자조 섞인 말속에서, 수학을 잘하려면 반복되는 문제 풀이와 킬러 문항 훈련뿐이라는 의견 속에서 우리는 수학 교육을 되찾아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수학하는 즐거움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어른의 일입니다.

“우리 애들도 수학을 못 할 거야. 그건 정해진 일이야.”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 수학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세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후원과 연대의 자리에 초대합니다. 제게 온 불꽃을 이어받아 주세요.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 6 23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홍보국장 나성훈 드림

*아래 후원 기대표를 참고 하셔서, 후원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는 수학 책임교육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평가의 혁신을 위해 필요한 재정 상세 내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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