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는 어제(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3차 회의에서 고등학교 학점이수 기준 완화에 대한 교육과정 수립·변경 행정예고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지난 9월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대책에 따라 국교위로 이관되었던 학점 이수기준에 대한 보완 조치인 것입니다. 이번 행정예고안은 기존에 모든 과목에 적용되던 학업성취율 기준을 공통과목에 한해서만 적용하고, 선택과목에는 출석률 기준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성취를 모든 학생에게 보장하는 고교학점제의 책임교육 취지를 제도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과정에서 드러난 학교 현장의 혼란과 부담을 고려한 현실적 판단으로 보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올해 학교 현장에서 드러난 제도의 미비와 운영상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교육 당국의 문제의식을 존중하며,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최소한으로나마 지켜낸 선택이라 평가합니다. 다만 이번 개편안이 자칫 고교학점제의 핵심 가치인 책임있는 선택과 책임있는 이수 원칙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굳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되, 그 선택이 실제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가와 학교가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제도적 약속입니다. 따라서 운영 과정에서 한계가 드러났다면 그것은 개선과 보완의 대상이지, 학점이수기준에서 학업성취율 기준을 소거할 합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성취율이 배제된 학점 이수는 학생의 선택에 대한 학습 책임을 사실상 묻지 않게 만들어, 고교학점제가 지향해 온 ‘책임 있는 선택과 이수’라는 학습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큽니다. 특히 선택과목 이수가 본격화되는 2학년 이후 고교수업 현장을 형식적 출석 정도의 운영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성취기준이 약화될수록 선택과목은 오히려 학습 의미를 잃고, 학생의 선택권 또한 형식화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안에서 선택과목에서 학업 성취에 대한 기준이 약화될 경우,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필수 선결요건인 절대평가 도입 역시 더욱 요원해질 우려가 큽니다. 절대평가는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줄이고 타당도 높은 평가를 도모하기 위함이지, 학습 결과에 대한 공적 책임을 면제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절대평가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최소한의 성취 기준을 제도에서 제거하는 것은, 평가의 형식은 바꾸되 공교육의 학습 책임은 지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취기준 없는 절대평가는 학생을 줄 세우지 않는 대신, 학습 실패를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는 결과를 낳게될 것입니다. 특히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일수록 공교육 안에서 적합한 선택과목 개설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개설된 이후 충분한 보충학습 지원을 받지 못할 우려가 큽니다. 최소한의 성취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공적 장치가 약화되면, 보충과 지원은 다시 개별 가정과 사교육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입시 경쟁과 사교육 의존을 완화하겠다는 정책 목표와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 당국은 공통과목의 이수기준을 전과목으로 언제부터 어떻게 확대해 나갈지에 대한 단계적 청사진을 명확히 설계하고 제시하여 학교 현장의 준비를 추동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결정 이후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와 비판에 대해서도 충분히 경청하되, 고교학점제의 전면 후퇴나 사실상 폐지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논의가 흐르지 않도록 각별히 중심을 잡고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그동안 최소성취수준 보장과 관련하여 낙인 효과와 교사의 업무 부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제기는 제도의 취지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합니다. 교육의 본질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기준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학습 성취를 보장하기 위해 촘촘한 학습 안전망을 구축하고, 성취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에게도 낙인 없이 질 높은 보충교육과 동등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이수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은 공교육에서의 학습 지원책임의 방기를 가져와 이들을 학교 밖으로 더욱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당장은 학교 단위 보충지도를 넘어, 지역 공동 교육과정, 학습 지원 전문인력, 기본과목 개설 플랫폼 구축 등 구조적 지원 체계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고교학점제 운영 방식의 지엽적 조정만으로는 제도의 안정적인 안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학교 현장은 과도한 대입 경쟁 구조와 내신 및 수능 중심의 상대평가 체제, 초·중학교 단계에서 이미 누적된 학습결손, 그리고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필요한 인력·재정·인프라 지원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못한 현실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최소성취기준 보장 지도에 대한 책임이 학교 현장에만 전가될 경우, 제도의 취지는 훼손되고 현장의 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큽니다. 특히 교육 당국은 최소성취기준 보장 지도가 형식적인 이수 판정이나 학생 낙인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학습지원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보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아울러 초·중학교 단계부터의 학습결손 해소, 고교의 최소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위한 인력·재정 지원 강화, 그리고 과도한 대입 경쟁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내신 및 대입 상대평가의 절대평가 전환 등 교육 전반의 구조적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개편이 임시적 조정에 머물지 않고 책임교육의 제도적 완성으로 이어지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보완을 요구합니다.
첫째, 학업성취율 기준을 전과목에 점차 확대해나가는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십시오.
둘째, 최소성취수준 보장은 교사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하지 말고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무로 천명하고 그에 따른 지원책을 강화하십시오.
셋째,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낙인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최소성취수준보장을 관리가 아닌 학습권 보장의 장치로서 보완책을 마련하십시오.
고교학점제는 경쟁 중심 교육을 넘어서기 위해 공교육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분명히 하는 제도입니다. 이번 개편안이 첨예한 이해관계와 압박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책임교육 강화라는 본래의 방향 속에서 유지 및 보완되기를 촉구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앞으로도 고교학점제가 사교육을 경감하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건설적인 비판과 정책 대안을 제시해 나가겠습니다.
■ 고교학점제 학점이수 관련 국교위 행정예고안에 대한 논평(2025.12.19.)
고교학점제 학점이수 기준 완화, 국가가 책임지는 학습권 보장 체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둘째, 최소성취수준 보장은 교사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하지 말고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무로 천명하고 그에 따른 지원책을 강화하십시오.
셋째,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낙인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최소성취수준보장을 관리가 아닌 학습권 보장의 장치로서 보완책을 마련하십시오.
※ 문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백병환 정책팀장(02-797-4044/내선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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